133화
“하인스와 마린의 움직임이 정말 좋군요. 두 선수가 같은 라인에 서면서도 틈만 나면 중앙을 파고 드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모라타가 복귀한 이후 마린과 호흡을 맞출 시간이 있었을까가 의문이었거든요. 세도로프 감독은 하인스와 마린을 모두 중앙에 배치하며 그 점을 해결한 것 같습니다. 마린이 공을 잡으면 하인스가 중앙으로 치고 들어가며 공격의 고리를 이어주고, 하인스가 공을 잡으면 마린이 중앙으로 파고들며 좌우로 공을 뿌려주고 있거든요. 그렇다고 중앙에 파고든 마린을 활용하지 않는 것도 아니고 아틀랜틱 클루브 입장에서는 어떤 선수를 막아야 공격의 고리를 끊어낼 수 있을지 고민일 겁니다.”
“반면 레알 마드리드는 전반 30분 동안 쉴 새 없이 아틀랜틱 클루브를 몰아붙이고 있긴 하지만 골을 나지 않고 있거든요.”
“그렇죠. 유효슈팅 개수만 벌써 9개거든요. 그런데도 골이 나오지 않고 있는 건 시몬의 슈퍼세이브 때문이죠. 시몬이 잘 막아주고 있는 이때 반전의 계기를 마련해야 하는데 애틀랜틱 클루브가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번번이 니실랴에게 막히고 있거든요. 좌우로 넓게 봐야 하는데 그러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말씀하시는 순간 또다시 니실랴가 공을 커트해 냅니다. 바로 하인스에게. 하인스가 다시 마린에게 내주고 중앙으로 침입합니다.”
“하인스의 2선침투를 막아야 하거든요. 하인스의 2선 침투를 막지 못하면 또다시 슛 찬스를 내주게 됩니다.”
“마린이 중앙으로 치고 들어옵니다. 하인스 선수를 마크하느라 마린에 대한 견제가 늦었어요. 마린이 왼쪽으로 공을 흘려줍니다. 마린이 흘려준 공을 중간에서 커트하는 하인스 논스톱으로 패널티 지역으로 밀어줍니다. 모라타가 침투하며 하인스가 밀어준 공을 그대로 슛. 골. 골입니다.”
“아틀랜틱 클루브의 수비들이 하인스에게 신경 쓰느라 양 사이드에서 침투하는 모라타와 소아레스를 놓쳤어요. 더 집중을 해야 했거든요. 하인스가 밀어준 공을 모라타가 정확하게 발에 맞혔어요. 오늘 슈퍼세이브를 여러 번 만들어낸 시몬도 이번에는 어쩔 수 없었죠. 정말 구석을 잘 파고든 슛이었습니다.”
“모라타 선수 복귀한 이후 2경기 연속골을 기록합니다. 복귀전에서 가볍게 몸을 풀더니 지난 비야레알전에서 후반에 출전해 골을 기록했었죠. 그러고 나서 애틀랜틱 클루브전에서 연속 골을 기록합니다.”
“레알 마드리드는 모라타가 돌아오면서 득점을 해줄 수 있는 선수가 늘어났죠. 사라비아가 공수 양면에 안정적인 선수이지만 골을 기록하는 선수는 아니거든요. 그런데 모라타는 수비적인 점이 부족하다지만 시 당 20골 이상을 기대할 수 있는 선수죠. 최전방에 코프, 좌우에 모라타와 소아레스, 중앙에는 하인스와 마린까지 모두 골을 기록할 수 있는 선수로 이루어져 있거든요.”
“이번 시즌 레알 마드리드는 공격적으로 무서운 팀이 되어 가고 있죠. 아. 아틀랜틱 클루브가 사이드로 공을 돌렸지만, 이번에는 아랑게스가 롱패스로 넘어온 공을 끊어냈습니다. 아랑게스가 다시 니실랴에게 패스. 니실랴가 바로 마린에게 공을 연결합니다. 마린이 중앙으로 빠르게 공을 밀어줍니다. 코프가 바로 슛. 공이 하늘로 뜨고 맙니다. 발에 정확히 맞히지 못했죠. 그래도 이번 시즌 레알 마드리드는 마무리가 확실해졌죠.”
“그렇습니다. 세도로프 감독이 지난 AS로마와의 경기가 끝나고 공격이 최선의 수비라는 것을 증명하겠다고 했죠. 이번 경기에도 공격권을 가졌을 때는 모두 슛으로 가져가고 있습니다.”
***
“하인스.”
인수는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공을 바로 좌측으로 넘겼다.
이미 한 골을 기록하고 있는 모라타가 공을 받자마자 중앙으로 치고 들어갔다.
부상 이후 복귀할 때까지만 해도 자신감과 불안감이 공존했지만, 두 경기 연속 골을 터트리며 자신감이 충만해 있었다.
많은 부상을 당해왔지만 이렇게 큰 부상을 당한 것은 처음이었다.
다쳐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 정말 많은 고민을 했다.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다 보니 이런저런 생각이 많았다. 그렇기에 자주 선수들을 불러 이야기를 했는데 그중에 가장 많이 부른 사람이 인수였다.
자신이 입원해 있는 동안 본 레알 마드리드의 경기도 어려운 상황에서도 우승까지 일구어낸 것을 보고 인수를 인정했다.
그리고 생각한 것이 자신이 돋보이기보다 팀을 위한 게임을 더 하자고 결심한 모라타였다.
“받아.”
모라타가 밀어준 공은 수비수들 사이를 뚫고 반대쪽에서 들어오던 마린의 발에 걸렸다.
아틀랜틱 클루브 수비들의 신경은 코프와 하인스에게 쏠려있던 상황 마린은 여유롭게 공을 잡고 정확히 발등에 맞췄다.
쏜살같이 날아간 공은 아틀랜틱 클루브의 골망을 흔들다 바닥에 떨어졌다.
“벌써 4골째야? 지난 시즌에 한 골도 못 넣더니.”
“와. 꼬맹이 잘했어.”
“고마워요. 주장.”
마린은 자신에게 공을 밀어준 모라타를 끌어안았다.
자신이 처음 레알 마드리드 유스에 합격해서 왔을 때 후베닐의 스타가 모라타였고 이제는 레알 마드리드에서 두 번째로 높은 주급을 받는 스타였다. 동경했던 스타가 자신의 골을 어시스트해줬다는 것도 감격스러운 마린이었다.
“자자. 빨리 돌아가자. 주심이 더 눈치 주기 전에.”
별달리 시간이 끌리는 경기도 아니었던지라 마린이 골을 넣은 시점에는 이미 전광판의 시계가 멈추기 직전이었다.
모라타는 자신을 끌어안은 채 감격스러워하는 마린을 밀어내고 주심의 눈치를 살폈다.
괜히 쓸데없이 경고를 먹는 것보다는 빨리 경기를 재개한 후 하프타임에 들어가는 것이 나았다.
***
“와 거기서 모라타가 밀어줄 거라고는 생각 못 했는데.”
“나도 생각 못 했어. 모라타가 패스라니 말이야. 그전 같았으면 어거지로 뚫고 들어가서 슛을 했을 텐데.”
전반이 끝난 후 헤드셋을 벗은 중계진은 변화한 모라타의 모습을 보며 놀라워했다.
부상당하기 전까지만 해도 자신이 해결해야 한다는 의식이 컸던 모라타였지만 부상 이후 어떤 심정의 변화가 있었는지도 궁금했다.
“거기에 마린도 지난 시즌에 비하여 많이 좋아졌지.”
“하인스의 영입 이후 마드리드에 변화가 많이 보여. 하인스를 영입하려고 많은 팀이 달라붙은 이유가 있겠지?”
“당연하지. 유럽에 있는 모든 팀들이 하인스를 주목한 이유가 리더십에 있었으니까. 18살이라곤 믿을 수 없는 리더쉽을 가지고 있거든. 세도로프 감독이 카스티야와 후베닐에서 계속 선수를 올리는 이유도 하인스가 있어서겠지.”
“하인스가 있어서라니?”
“아직 어린 나이지만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선수지만 주위 평가가 나쁘지 않아. 술도 마시지 않고 자신의 몸에 나쁜 것은 절대 안 하잖아. 솔선수범해서 훈련하고 연습 시간에 가장 앞장서니까 자연히 카스티야나 후베닐의 선수들이 보고 배우지 않겠어? 경기장에서도 보여주는 카리스마가 장난 아니잖아. 그 카리스마를 보고 배우라는 뜻에서 계속해서 합동훈련을 하고 있다고 봐야지.”
“그런데 마드리드에서 재계약을 원하는데 하인스 측에서 거부하고 있다는 소문이 있던데.”
“뭐 소문이니까. 그런데 마드리드는 재계약을 하긴 해야 할 거야. 지금 걸려있는 바이아웃이 싸다는 말이 돌고 있으니까. 이미 몇몇 구단은 랭커리지에게 접촉하고 있다는 소문이 들리더라고. 마드리드는 핵심코어로 하인스를 영입한 거라 더 지키려고 하겠지.”
“마린이 하인스를 대체할 수 있지 않을까?”
“시간이 많이 필요할 거야. 피지컬 자체가 다르니까. 그리고 마드리드도 그때는 선택해야겠지. 하인스를 중심으로 팀을 재편해서 마린을 내보내거나 아니면 마린을 중심으로 재편을 해야겠지.”
“행복한 고민을 하는 날이 오긴 하겠네.”
***
“앞으로 나가. 우리도 공격적으로 나가란 말이야.”
후반이 시작되자 아틀랜틱 클루브도 공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라리가가 개편된 후 단 한 번도 2부리그로 떨어지지 않았던 세팀 중 하나인 아틀랜틱 클루브였다. 순수혈통주의를 내세우며 잠시 주춤할 때도 있었지만 다시 조직력을 앞세우며 명가 재건을 노리고 있었다.
이번 시즌 적어도 유로파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아무리 강팀이지만 너무 허무하게 무너질 수는 없었다. 그것도 엘 비에호 클라시코에서.
“앞으로 연결해.”
“어딜 가려고.”
중앙으로 치고 들어오는 선수를 막아서는 니실랴는 태클로 공을 끊어냈다.
“여기로.”
전반에는 거의 올라오지 않았던 아랑게스가 손을 들었다. 넘어져 있던 니실랴에게서 공을 받은 아랑게스는 바로 길게 공을 찼다.
공세적으로 나오는 아틀랜틱 클루브였기에 뒤가 텅텅 비어 있었다.
“돌아와. 다들 막아서. 뚫리지 말란 말이야.”
한 번에 넘어온 공을 걷어내기 위해 앞으로 나섰던 골키퍼는 인수가 달려오는 것을 보고 급히 몸을 돌려 멀리 있는 선수들에게 말하고 몸을 돌려 골대를 막기 위해 달려갔다.
인수는 빠르게 달려 아랑게스가 찬 공을 확인하고 바로 슛했다.
골대를 비우고 나온 골키퍼가 열심히 뛰어 점프까지 해봤지만 공은 그대로 골문 안으로 사라졌다.
다시 공이 센터서클로 돌아오자 아틀랜틱 클루브의 공격으로 게임이 시작됐다.
“가자. 더 넣으러 가. 물러서지 마.”
인수는 바로 자신이 맡은 선수에게 달라붙으며 주변에 소리쳤다.
상대가 흔들리고 있을 때 더욱 흔들어야 했다.
“좋아. 앞으로 가. 뒤로 물러서지 마.”
세도로프 감독도 코치박스까지 나와 선수들을 독려하며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하인스를 보았다.
자신이 맡았던 선수 중 가장 믿음직한 선수를 꼽으라면 아약스 시절 트레블을 함께 이루었던 골키퍼 클라선이었다. 파이팅 좋고 선수단을 이끌 수 있는 선수였기에 가장 신뢰했고 끝까지 함께 하고 싶었던 선수였다. 클라선이 은퇴한 이후 믿음직한 선수가 없었지만, 다시 믿을 만한 선수가 나타났다.
“정말 내부규정만 아니었으면 계속해서 주장을 맡기고 싶은 선수지 않습니까?”
“감독 인생에 이런 선수를 맡는다는 건 행복한 일이지. 자네도 감독을 하면 알 거야.”
“하하. 전 감독님 밑에서 수석 하는 것이 좋습니다. 감독이란 자리가 편한 자리만은 아니더라고요.”
“그건 그렇지. 야야. 거기서 돌리면 어떻게. 앞으로 가야지.”
세도로프 감독은 수석코치와 이야기를 하면서도 경기에 눈을 떼지 않고 있다가 인수가 공을 뒤로 돌리자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아약스에서의 세도로프 감독은 이렇게까지 공격적인 스타일을 선호하지 않았지만 레알 마드리드에 오고 나서 선수들을 만나보고 스타일을 바꿨다.
선수 개개인의 능력과 스타일을 생각했을 때 공격적으로 나서도 어느 팀이든 잡을 수 있는 자신이 있었다.
그 어느 감독도 해보지 못했던 트레블 2회 우승이라는 대기록도 내심 바라고 있었다.
“마린이 잘 흡수해야 하는데.”
“네? 뭐라고 하셨습니까?”
벤치로 돌아가려던 수석코치는 세도로프 감독의 혼잣말을 듣지 못해 되물었다.
“아니야. 슬슬 마린을 빼줘도 되지 않을까? 골도 기록했고 원정도 가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도 말씀하신 대로 다타치를 대기시켜놨습니다. 지난 훈련에서 호흡이 괜찮았으니 다타치를 앞으로 내세우고 하인스를 뒤에서 받쳐주게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우선 그렇게 해.”
레알 마드리드는 마린이 교체아웃된 이후에도 인수가 한 골, 코프가 한 골을 더 터트리며 엘 비에호 클라시코에서 5:0으로 승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