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2화
AT마드리드전까지 승리로 장식한 레알 마드리드는 이어진 비야레알과의 원정경기에서 주전들에게 휴식을 부여하고도 4:1로 승리했다.
모라타가 후반 교체출전하여 골을 기록했다. 복귀 2경기 만에 골맛을 보며 성공적인 복귀를 알렸다.
그 경기가 끝난 후 레알 마드리드는 다시 마드리드로 돌아와 아틀랜틱 클루브와의 홈경기를 준비해야 했다.
그 전에 인수는 모라타를 집에 초대했다.
“좀 빨리 부르라니까. 이 주일 만에 부르다니.”
모라타는 환타 오렌지 맛을 한 박스를 들고 집에 들어섰다. 병원에서 퇴원한 다음 날부터 모라타는 인수에게 집에 가고 싶다고 말을 했었다.
“아 진짜 왜 올 때마다 전부 환타를 들고 오냐고. 저기 보여요?”
인수는 거실 구석을 가리키니 환타 오렌지 맛만 수십 박스가 그대로 쌓여있었다.
“네가 술도 안 마시지. 그렇다고 와인을 마시는 것도 아니고. 고기는 냉장고에 잔뜩 쌓여있잖아. 네가 좋아하는 것이 유일하게 이건데 이거라도 들고 와야 하지 않겠어?”
“에휴. 조만간 또 사람들 불러야겠네.”
인수는 자신의 집에 환타가 찰 때마다 사람들을 불러 마드리드 곳곳에 있는 봉사단체와 어린이집, 보육원 등에 나눠줬다.
처음에는 반년에 한 번 불렀던 사람들이 인수가 환타 광고를 찍은 이후에는 한 달에 한 번씩 사람을 부르고 있었다.
이제는 기부받는 쪽에서도 소화하지 못할 정도의 양이 들어왔다.
“그런데 이거 먹고 싶었던 것 맞아요?”
인수는 모라타가 올 시간에 맞추어 삼겹살과 김치찌개를 준비했다.
“와 내가 돼지고기를 좋아하긴 하지만 이렇게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새로워. 그리고 느끼한 기름 맛을 잡아주려면 김치찌개가 필요하지.”
김치란 음식이 있는 건 알았지만 제대로 맛본 것은 인수 집에서 처음 맛본 모라타였다.
돼지고기의 느끼한 기름 맛을 잡아주는 자극적인 매운맛이 일품이었다.
“그렇게 좋아해서 레시피까지 받아 갔잖아요. 직접 만들어 먹으면 되죠.”
“냄새 밴다고 싫어하더라고. 나도 지킬 건 지켜야지.”
“우리 집은요?”
“너희 집이야 원래 김치 냄새 물씬 풍겼잖아. 괜찮아.”
모라타는 자기 집처럼 구석에 자신이 가져온 환타 박스를 쌓고 테이블에 앉았다.
“얼마 만에 먹어보는 삼겹살하고 김치찌개야. 이걸 먹고 싶었다고.”
모라타는 인수가 자리에 앉기도 전에 삼겹살을 3개나 입에 넣었다.
“많이 있으니까 천천히 먹어요. 그런데 진짜 무슨 일이에요?”
인수는 뒤늦게 자리에 앉으며 입 가득히 삼겹살을 쑤셔 넣는 모라타를 보았다.
“이거부터 먹고 나서 말하자. 우선 먹는 게 급해.”
모라타는 입속에 있던 삼겹살을 꿀덕 넘기고 김치찌개를 떠먹고 나서 다시 삼겹살을 집으며 대꾸했다.
“아 배부르다.”
한참 삼겹살과 김치찌개를 그야말로 박살 낸 모라타는 배가 차자 식탁 의자에 기대며 기지개를 켰다.
“천천히 먹으라니까. 더 있는데 구워줘요?”
“아니야. 많이 먹었어. 배는 원래 다 채우면 안 되는 거 알잖아.”
모라타는 손을 내저으며 빙긋 웃었다.
“저기요. 여보세요. 님이 드신 양이 1kg이 넘거든요. 근데 양이 다 안 찼다고요?”
“그렇게나 먹었어? 역시 삼겹살을 먹으면 내가 얼마나 먹는지 모른다니까. 후식 가져와 봐. 그때 그 식혜던가. 그거 진짜 맛있던데.”
“식혜 오래 보관 못 해서 이제 없구요. 가져온 환타나 마셔요.”
“에이 선물한 환타를 어떻게 마셔. 물이나 마셔야지.”
모라타는 의자에서 일어나 미지근한 물을 직접 가져와 식탁에 놓았다.
“나 이번에 복귀해서 골까지 넣었잖아. 슬슬 감이 돌아오고 있거든.”
물까지 다 마신 모라타는 슬슬 본론을 말했다.
“어찌 됐든 지금 마드리드의 중심은 너잖아. 내가 복귀해도 변하지 않을 거고. 마린이 중앙을 맡고 있다고는 하지만 결정적인 패스는 다 너한테서 나오는 거고.”
“그래서요?”
“네가 나를 도와줘야지. 오랜만에 복귀해서 이제 슬슬 감을 잡아가고 있는데 예전의 모라타의 모습을 보여줘야 하지 않겠어?”
“클래스가 있는데 당연하죠. 다음 아틀랜틱 클루브전부터는 다시 주장 완장도 가져가기로 했잖아요.”
“그러니까 내 클래스를 보여주려면 골을 넣어야 하잖아. 네가 좀 밀어줘.”
“지난 시즌 때처럼요?”
“그렇지. 지난 시즌도 네가 많이 도와줬잖아. 이번 시즌도 부탁하자.”
모라타는 몸의 중심을 인수 쪽으로 옮기며 가까이 다가가 속삭였다.
“모라타가 하는 거 보고요. 그런데 그 말 하려고 집까지 온다고 한 거예요?”
“아 뭐 그게 본 이야기는 아니긴 한데. 나도 챙길 건 챙겨야지. 그리고 흠 그게 말이지.”
“무슨 말인데 그렇게 말을 못 해요. 모라타답지 않게.”
모라타는 인수가 말을 하고도 한참 컵을 만지작거리더니 뒤로 물러났다.
“너 왜 재계약 안 해? 팀에서 제계약 이야기 저번 시즌 전부터 했다고 하던데.”
“누가 그래요?”
모라타가 복귀하고 레알 마드리드 보드진을 만났었다. 자신의 재계약 문제도 있었고 팀의 주장이자 프랜차이즈로서 보드진과 대화를 많이 하는 선수 중의 하나였다. 물론 자신의 에이전트를 대동하긴 했지만 20년 동안 쌓아왔던 정이 있었기에 레알 마드리드라는 팀은 또 다른 자신이라고 생각하던 모라타였다.
그 자리에서 인수의 이야기가 나왔고 시즌이 끝나기 전부터 계속해서 재계약을 하자고 요청을 했는데 대답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면서 자신에게 인수를 만나 의향을 물어봐 줄 수 있냐는 말에 알았다는 대답을 하고 인수를 따로 만나자는 요청을 해왔다.
“누가 그러는 거야 중요하지 않잖아. 재계약 생각이 없는 거야?”
“아직 3년이나 남아잖아요. 에이전트하고 이야기하긴 했는데 이번 시즌이 끝나고 나면 다시 이야기하자고 했어요. 이번 시즌에는 개인적인 목표도 있어서.”
“개인적인 목표?”
“지난 시즌에는 파리에 불러주지도 않더라고요. 지지난 시즌에는 스위스까지 갔는데.”
“아. 발롱도르 시상식?”
지지난 시즌 영플레이어로 선정된 인수는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린 발롱도르 시상식에 참석해 당시 월드스타들을 직접 만나 인사도 나누었다. 영플레이어로서 발롱도르 후보에까지 들었지만 최종 후보에는 선정되지 못해 다음 시즌에는 최종 후보에 드는 것이 목표였다.
그러나 지난 시즌 절반을 날리며 시상식에 초대도 받지 못했고 그 해 영플레이어는 에디가 받는 것을 박수쳐줄 수밖에 없었다.
“네. 올해에는 발롱도르 최종 후보에 드는 것이 목표라서요.”
“클럽 성적도 들어가지만 국가대표 성적도 포함되는 거잖아. 유로에서도 성적이 나와야 하는 거 아니야?”
“이번에는 올림픽 참석을 포기하면서 유로에 집중한다고 했어요. 이번 유로에서는 성적을 내봐야죠.”
시난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영국은 또다시 4개의 협회가 티격태격하며 올림픽 축구에 불참하기로 했다. 대신 잉글랜드 축구협회는 이번 시즌이 끝난 후 열리는 유로에 최상의 전력을 내보내기로 했고 팀마다 선수들의 체력관리를 부탁하는 공문도 보냈다.
인수 역시 시즌이 끝난 후 바로 브링과 함께 체력회복을 위한 휴식 훈련을 하고 난 후 대표팀에 합류하기로 되어 있었다.
“그렇군. 최대한 몸값을 올리고 난 후에 재계약하겠다는 생각이야?”
“뭐 그건 아니고요. 올림픽 금메달도 따봤고, 라리가 우승컵도 들어봤으니 다른 리그의 우승컵도 들어보고 싶더라고요.”
모라타는 인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계약 기간만 끝내고 다른 리그로 넘어가려고?”
레알 마드리드가 처음 인수를 데려올 때 팀의 새로운 코어가 될 것으로 생각하며 영입했었다. 그렇기에 새로운 계약도 빨리 체결하여 게약 기간 연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우승컵을 들면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긴 했는데 저번에 우리 에이전트 비서분께서 이야기하더라고요. 레알 마드리드가 최고의 팀이지만 아직 트레블을 기록하지 못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렇지. 우리 마드리드가 어떻게 트레블을 못 하냐고. 세계 최고의 팀이 말이야. 여기 남아서 트레블을 해봐야 하지 않겠어?”
모라타는 인수가 레알 마드리드의 트레블을 이야기하니 갑자기 말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우선 그것도 생각하고 있긴 한데. 저도 선수생활 중에 해 보고 싶은 일이 있어서요.”
“왜? 리그 우승컵 수집하는거 말고 다른 목표도 있어?”
“프리미어리그 우승컵을 소튼에서 들어보고 싶어요. 아 이 이야기는 모라타에게 처음 한 말이고요.”
소튼에서 프리미어 우승컵을 들어보고 싶다고 생각한 건 처음 축구를 시작하고 나서부터였다. 에디와 계속 붙어있으면서도 소튼에서 우승을 하고 싶다고 계속해서 노래를 불렀다. 그래서 인수도 반드시 소튼으로 돌아가 에디와 함께 프리미어 우승컵을 들기로 약속했었다.
“나만 알고 있으면 되지. 그래서 에드워드도 소튼에 계속 남아있는 거야?”
지난 시즌이 끝나고 난 후 윙포워드가 필요한 팀들이 가장 원했던 매물이 에디였다. 프리미어리그에서 공격력을 증명한 데다 양쪽 윙을 모두 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었다.
그런데 수많은 오퍼에도 불구하고 에디는 소튼에 남기로 발표하며 많은 팀에게 아쉬움을 주었다.
“그건 아니고요. 소튼이 편하데요. 편하게 게임을 할 수 있는 소튼이 좋다고 하더라고요.”
인수도 에디에게 이적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물었지만 그때마다 소튼이 편하다는 이야기였다.
“그렇구나. 누구나 다 그런 팀은 있는 거지. 하여튼 재계약에 대한 것도 잘 생각해봐. 우리 레알 마드리드가 대우에 있어서 좋긴 하잖아.”
“그건 그렇죠.”
***
“정말 머리 아프군. 이번에 어떻게 조가 짜였길래 챔피언스리그 전후로 이런 팀만 걸린 거야.”
팀의 일정을 보며 라인업을 짜던 세도로프는 한숨을 쉬었다.
아틀랜틱 클루브전이 끝난 이후에 바로 아약스와 조별리그 2차전이 예정되어 있었다.
더욱이 클럽 브뤼허와의 조별리그 3차전 경기 전후로는 발렌시아와 세비야와의 경기가 잡혀있었다.
4, 5, 6차전 전후로는 강팀과의 경기가 없었기에 다행이었지만 당장 다음 주부터의 경기 일정이 힘들었다.
더욱이 조별리그 2, 3차전은 모두 원정이었기에 네덜란드와 벨기에로 가야 하는 부담까지 있었기에 체력관리가 절실했다.
“그래도 지난 비야레알에서 체력을 비축해 주어서 다행입니다. 아약스전이 끝나고 난 후 에스파뇰과의 경기라 다행입니다. 에스파뇰전에서 체력을 다시 비축해두고 발렌시아와 브뤼허, 세비야 3연전을 해야죠.”
“그게 정답이긴 하지만.”
세도로프는 라인업에 있는 선수들 목록 중 모라타의 이름에서 볼펜을 멈췄다.
모라타가 성공적으로 복귀하면서 라인업이 여유로워지긴 했다. 그러나 문제는 모라타와 마린이 아직 호흡을 맞춰본 적이 없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어차피 경기 중에 호흡을 맞춰야 합니다. 마린이 하인스와의 호흡이 잘 맞으니 더블로 세워도 좋을 듯합니다.”
“로카를 불러보지. 모라타의 몸 상태도 로카가 프로그래밍했으니까 로카의 의견도 들어봐야지.”
세도로프는 로카의 의견까지 수렴한 후 아틀랜틱 클루브와의 라인업을 완성했다.
모라타까지 돌아온 이번 시즌에서 낼 수 있는 최상의 라인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