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화
AS로마를 잡아낸 레알 마드리드는 바로 마드리드 더비를 준비했다.
세도로프 감독이 처음 인터뷰에서 밝혔듯 더비전에서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한 만큼 레알 마드리드의 팬들은 승리를 원하고 있었다.
그런 팬들의 기대를 반영하듯 레알 마드리드와 AT마드리드의 더비는 시작 전부터 뜨거웠다.
“이 XX 같은 AT놈들. 언제까지 우리하고 라이벌이 될 수 있을 거 같아. 이번에도 우린 무적이라고.”
“니들이 언제까지 마드리드의 주인인 줄 알아? 마드리드는 새로운 주인을 원하고 있어.”
“그럼 니들도 영입을 좀 잘해 보라고. 이번에 누가 새로 들어왔는데? 그 뭐라고? 어디서 들은 적도 없는 애를 영입해놓고 우승을 노린다고 해.”
“그런 너희들은 헤수스 같은 애를 영입할 능력은 돼? 스카우터 다 자르고 새로 짜 레알 같은 놈들아.”
이번 이적시장에서 조용히 기회를 노리고 있던 AT마드리드는 아르헨티나의 3부리그에서 뛰던 18살의 헤수스를 영입했다.
처음 영입했을 때 도대체 누구냐는 말이 많았던 영입이었다.
아르헨티나에서 연령별 대표에 뽑힌 적도 없었고 아르헨티나 곳곳에 퍼져있는 유럽의 스카우터에 걸린 적도 없는 선수였다.
그런 선수가 AT마드리드에 영입되고 소속 팀에서 뛰던 중앙수비수가 아닌 스트라이커로 포지션을 변경했다.
AT마드리드가 프리시즌에 가졌던 6경기에 모두 출장하여 12골을 넣자 헤수스에게 전력분석관들이 붙기 시작했다.
리그가 시작되고 나서 가진 경기들에서도 좋은 활약을 이어가자 AT마드리드 팬들은 새로운 스타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런 헤수스가 마요르카전에서 해트트릭까지 기록하자 AT마드리드의 팬들은 인수와 비교하기 시작했다.
그런 두 팀의 시즌 첫 경기는 마드리드뿐만 아니라 스페인 전역으로 중계가 확정되었다.
“더비 전에는 무조건 최상의 전력으로 가. 로마와의 경기 후 회복하지 못한 선수 있어?”
“다들 괜찮습니다. 그런데 전력분석팀에서 후베이루 대신에 브왕가를 투입해 보는 것을 건의했습니다.”
“브왕가를?”
세도로프는 수석코치가 넘겨준 헤수스에 대한 전력 분석자료를 받았다.
헤수스가 중앙수비수 출신이니만큼 몸싸움과 자리 잡는 데 능하며, 킥력이 준수했다.
나이가 어린 만큼 실수도 있지만 번뜩이는 플레이가 능해 우직하게 막아줄 수비수가 필요하다고 분석되어 있었다.
지금까지 헤수스가 보여줬던 플레이가 오른쪽으로 치고 들어오는 만큼 오른쪽에서 우직한 수비를 보여줄 선수가 필요한데 그 선수가 브왕가라는 게 분석관들의 공통적인 의견이었다.
“브왕가가 보여줬던 플레이가 우직하기도 하고 유연성이 남다르니 헤수스의 변칙플레이도 잘 대응할 것이라는 판단입니다.”
“그럼 오늘 모라타는?”
모라타의 부상 후 첫 복귀 경기가 AT마드리드전으로 예정되어 있었다.
전반에 사라비아가 뛰고 후반에 모라타를 투입할 예정이었지만 브왕가가 출전한다면 왼쪽 중앙이 완전히 비어버릴 위험성이 있었다.
“모라타가 출전하면 마린이나 하인스를 빼고 누네스를 투입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우선 상대의 창날을 부러뜨리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레알 마드리드의 지휘봉을 잡고 나서 최대한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던 세도로프였다.
브왕가의 플레이 스타일이 세도로프 감독의 스타일에 맞지 않아 아직까지 한 번도 선발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그런 브왕가에게 기회를 주며 레알 마드리드가 왜 브왕가를 영입했는지를 보여주는 것도 필요했다.
“그럼 후베이루만 브왕가로 바꾸고 다시 전술을 짜보는 것으로 하지. 이대로 명단 넘겨.”
세도로프 감독이 전력분석관들의 의견을 수용하자 수석코치는 선수라인업을 구성해 제출했다.
리그 5번째 경기이자 시즌 6번째 경기는 AT마드리드의 홈인 메트로폴리타노에서 열렸다.
오늘 경기는 마드리드 더비로도 주목을 받았지만, 그보다 더 큰 관심을 받은 것은 모라타가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는 것이었다.
유로 2040 예선에서 떨어질 뻔한 경기에서 스페인을 구하고 다치며 장기간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던 모라타가 오랜 재활 끝에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자 라이벌 팀인 AT마드리드의 팬들도 모라타의 복귀를 축하하는 분위기였다.
AT마드리드에서도 그런 팬들의 마음을 알아서였는지 경기 전 선수들이 입장하기 전 모라타를 제일 먼저 경기장에 들여보내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그런 모라타가 경기장에 입장할 때 레알 마드리드와 AT마드리드의 팬들 모두가 일어서 모라타의 복귀를 축하해 주었다.
모라타가 입장해 벤치에 앉자 오늘 선발로 출전하는 선수들이 주심의 뒤를 따라 차례로 입장했다.
“재가 걔예요?”
레알 마드리드에서 첫 선발 출전한 브왕가는 산체스 옆에 붙어 뒤에 있는 헤수스를 힐끔 쳐다봤다.
프로필대로 190cm의 키에 100kg 가까이 나가는 체격을 가지고 있는지라 보기만 해도 무서울 정도의 피지컬을 가지고 있었다.
거기에 남미 선수답게 발재간이 좋았기에 오늘 출전을 예고 받고 헤수스를 집중 분석했던 브왕가였다.
“오늘 제대로 막으라고. 그럼 출전 기회가 더 많아질 거야.”
산체스는 브왕가의 어깨를 치며 격려했다.
레알 마드리드에서 영입할 만큼 브왕가의 경력도 화려했기에 첫 출장이라고 하지만 걱정이 되지 않은 선수이기도 했다.
“내가 슈팅도 쏘지 못하게 만들 테니 걱정하지 마요.”
인수가 동전을 던지고 선공권을 가져오며 경기가 시작됐다.
“앞으로 나가. 절대 뒤로 공 돌리지 마.”
인수는 마린에게 공을 넘기며 전방을 향해 뛰었다. 빠른 속도로 치고 들어가는 레알 마드리드.
“어딜 그리 급하게 가.”
이미 레알 마드리드에 대한 분석이 끝나 있었는지 AT마드리드의 수비들은 당황하지 않고 자신이 맡은 선수들의 길목을 틀어막았다.
엉성해 보이지만 패스를 받을 길목과 선수가 치고 들어갈 길목을 차단하는 AT마드리드. 라리가의 명문팀다운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었다.
“넘겨.”
이미 자신을 앞을 막아서는 선수가 있었지만 인수는 마린에게 손짓하며 공을 넘겨받았다.
초반부터 기선을 잡지 못하면 더비전에서 힘들어진다는 건 체험했던 사실이기에 밀어붙일 필요가 있었다.
마린의 패스를 받은 인수는 자신을 막아선 선수를 확인하며 공을 발바닥으로 긁었다.
“그냥 좋은 말로 할 때 공을 넘기지.”
인수의 전담을 맡은 아리아스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인수를 노려봤다.
지난 시즌에도 인수를 전담했지만 번번이 인수에게 돌파당하며 자존심을 상할 대로 상한 아리아스였다.
이번 시즌을 준비하며 인수에 대해 철저히 준비했으니 이번에야말로 자신의 진가를 증명하고자 했다.
“오늘도 프리패스를 해줄 거면서? 막아봐.”
인수는 공을 긁으며 주변의 선수를 빠르게 살폈다.
빈 공간을 만들기 위해 뛰어다니고 있었지만 AT마드리드에서도 철저하게 마크하며 공간을 쉽게 내주지 않았다.
“뚫어보든지.”
인수와 아리아스의 대치는 1분을 넘어가고 있었다.
인수가 계속해서 아리아스를 도발해봤지만 아리아스도 쉽사리 넘어오지 않았고 인수는 주변을 계속해서 살폈다.
지금이라도 마린이 눈치채고 자신의 뒤를 받쳐주었으면 하는 생각이 있었지만 마린도 마크하는 선수를 벗겨내지 못하고 있었다.
“하인스.”
레알 마드리드의 공격이 막히자 센터라인에서 AT마드리드의 역습을 대비하던 니실랴가 전방으로 올라왔다.
인수는 니실랴의 목소리가 들리자 바로 힐킥으로 니실랴에게 패스하고 아리아스를 지나쳤다.
아리아스가 막아서 보려 했지만, 뒤를 돌아야 했기에 인수보다 반응이 느렸다.
대신 아리아스는 니실랴가 다시 찔러주는 공을 막기 위해 몸을 날렸다.
“뒤로 물러서.”
아리아스가 차단한 공은 흘러가 AT마드리드의 수비가 잡았고 바로 전방으로 길게 연결했다.
중간에서 차단해줘야 할 니실랴가 전방으로 나와 1차라인을 형성하지 못하여 바로 최전방까지 연결됐다.
“여기서 멈추지.”
브왕가는 거칠게 돌진하는 헤수스를 막아섰다.
100kg에 육박하는 헤수스는 자신을 막아선 브왕가의 밑에 어깨를 넣었다.
수비 시절부터 자주 사용하던 상대의 중심을 무너뜨리는 방법이었지만 브왕가는 이미 헤수스에 대해 분석했기에 헤수스의 어깨를 가슴으로 받아내며 넘어졌다.
삐익.
브왕가가 넘어지자 주심은 바로 헤수스의 반칙을 선언했고 레알 마드리드의 프리킥을 지시했다.
서로가 서로에 대해 철저히 분석이 된 상황.
양팀 모두 전반 30분이 넘도록 슛이 나오지 않았지만 숨도 쉬지 못할 정도로 빠르게 공격과 수비가 반복됐다.
***
“슛이 하나도 기록되지 않았지만 박진감 넘치는 경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과연 이 경기가 슛이 하나도 없다는 게 믿어지십니까?”
“정말 양 팀이 서로에 대해 철저하게 준비했다는 것이 경기력으로 보여지고 있습니다. 특히 올 시즌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있는 헤수스의 맞대응으로 내놓은 브왕가가 철저히 틀어막고 있습니다. 이렇게 슛이 나지 않은 경기는 보통 답답하기 마련인데 서로 공격 속도가 빠르다 보니 숨돌릴 새도 없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금도 다시 하인스에게 공이 넘어갔죠? 하인스 선수 바로 마린에게 공을 돌립니다. 마린이 다시 공을 잡고 드리블을 시작합니다.”
번번이 인수와 마린이 번갈아서 AT마드리드의 수비를 뚫고 있었지만 키패스까지는 연결되지 못하고 있었다. 좌우에서 끝까지 파고들던 사라비아와 소아레스의 크로스도 마무리까지는 이어지지 못했다.
“다시 하인스에게 넘어간 공. 아. 지금까지 하인스를 잘 막어오던 아리아스가 넘어집니다.”
인수가 마린이 왼쪽에서 넘겨준 공을 오른쪽으로 옮겼다가 바로 왼쪽으로 방향을 틀자 아리아스가 잔디에 미끄러지며 넘어졌다.
아리아스가 잔디에 넘어진 틈을 놓치지 않고 바로 치고 들어간 인수는 두 번을 더 드리블한 후 AT마드리드의 골문에 중거리슛을 날렸다.
낮게 깔려 간 공은 골키퍼 앞에서 바운드를 한 후 가랑이 사이를 통과해 골망을 흔들었다.
양 팀 합해 처음 나온 슛이 골인이 되자 메트로폴리타노의 팬들의 입에서 한탄의 신음이 나왔다.
이번 시즌 누구나 다 레알 마드리드가 우승을 할 것이라 이야기했지만 레알 마드리드에서 이탈한 자원이 많았고 AT마드리드는 헤수스라는 신성이 영입됐다.
그 후 영입에서도 레알 마드리드가 힘을 쓰지 못하며 스쿼드가 얇아지자 AT마드리드에서는 우승할 적기라고 보면서 숨을 죽이며 리그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데 처음으로 만나는 더비에서 선취점을 내주자 안타까움이 배가 되었다.
“메트로폴리타노의 팬들이 모두 아쉬움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AT마드리드 팬들은 잔디가 원망스러울 겁니다. 지난 시즌 하인스를 막지 못해 팬들의 원성을 받았던 아리아스거든요. 그런 아리아스가 절치부심하며 이번에는 꼭 막겠다고 SNS에 남겨서 팬들의 지지를 받았거든요. 그런데 잔디에 미끄러지며 하인스를 놓쳤거든요. 하인스를 놓치지 않았다면 슛 기회를 주지 않았을 텐데 정말 안타까울 겁니다.”
“레알 마드리드도 선취점을 얻기 위해 계속해서 밀어붙였었거든요. AT마드리드도 계속해서 밀어붙였고요. 양 팀이 모두 공격적으로 나온 만큼 선취점이 얻은 쪽이 유리하겠죠?”
“그렇죠. 레알 마드리드는 당연히 사기가 올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반대로 AT마드리드는 낙심할 필요가 없습니다. 아직 시간이 많아 남았거든요. 더욱 공격적으로 나서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