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그를 지배하는 축구천재-129화 (129/200)

129화

“지들이 하고 싶은 대로 플레이하는군.”

AS로마의 감독은 벤치에 털썩 앉으며 중얼거렸다.

인수의 코너킥슛에 이어 이제는 기회만 생기면 중거리슛을 때려대다 이제는 페널티 지역으로 스루패스까지 하고 있었다.

“전술을 바꿔주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선수들 자신감이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당장 주말에 라치오와 리그 경기도 생각해야 하는데.”

수석코치는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마드리드 원정 전 코치단 회의에서 이번 경기에 대해 전술을 짜는 도중 포기하면 어떻겠느냐는 의견이 나왔다.

다음 리그 경기인 라치오전이 끝나고 나면 바로 인터밀란과의 리그전이 남아있었다.

AS로마가 챔피언스리그에 집중하다 리그에서 무너지며 선수들이 모두 떠나가는 사태가 벌어진 역사가 있는 만큼 이번에는 리그와 챔피언스리그를 모두 잡고 싶어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 2위를 노리는 게 현실적이었지만 AS로마의 감독은 레알 마드리드를 잡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레알 마드리드의 수비가 약한 만큼 역습으로 한 골만 넣고 자물쇠로 걸어 잠그면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을 한 것인데 선취점을 내준 순간 그 생각을 바꿔야 했다.

그렇다고 완전히 무너지면 다음 리그 경기까지 영향을 줄 수 있었기에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안 돼.”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수석코치는 인수에게 백태클을 하는 스피나초를 보며 소리를 질렀다.

위험지역에서의 태클도 문제였지만 백태클이 더 문제였다.

AS로마에서 최종수비수 라인을 조율하는 로렌초가 있었고 그 바로 위에서 수비라인을 지휘하는 스피나초가 있었다.

AS로마의 두 주축 수비수들을 중심으로 짜인 만큼 스피나초가 없으면 열쇠가 헐거워질 수밖에 없었다.

스피나초는 몸을 날린 이후에 바로 자신이 실수했음을 느꼈다.

‘제길. 뭐 됐네. 차라리 제대로 걸리기만 했어도 레드카드를 받아도 되는데 제대로 걸리지도 않았는데.’

스피나초는 자신의 발에 인수의 발이 걸리는 것을 느끼고 바로 쓰러지며 눈을 감았다. 태클이 제대로 들어갔으면 인수를 경기에서 뺄 수도 있었지만 느낌상 제대로 걸리지도 않았고 타격이 클 것 같지도 않았다.

주심이 계속해서 구두경고를 준 만큼 이번에는 카드를 피할 수 없음을 느꼈다.

주심이 다가오는 소리가 들리자 스피나초는 실눈을 뜨며 주심이 꺼내든 카드의 색을 확인했다.

‘됐다. 노란색.’

주심이 노란색 카드를 꺼내 들자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이 주심에게 항의를 했지만 스피나초는 빨간색이 아님에 안도의 한숨을 쉬며 천천히 일어나 뒤로 물러섰다.

“그만해. 나 괜찮아. 제대로 안 걸렸어.”

인수도 은근 주심이 빨간색 카드를 꺼내 들기를 기대하며 쓰러져 있다 주심이 노란색 카드를 꺼내 들자 재빨리 일어나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을 말렸다.

주심이 제대로 봤기에 괜히 항의를 길게 가져갈 필요가 없었다.

인수가 일어나 자신들을 말리자 레알 마드리드의 선수들도 뒤로 물러섰고 주심은 경기장을 정리한 후 프리킥을 선언했다.

골대에서 우측면 25미터 거리.

인수가 직접 슈팅을 가져갈 수 있는 거리였고 골도 많이 넣은 거리였다.

주심이 뒷주머니에서 하얀색 배니싱 스프레이를 꺼내 프리킥 지점과 수비지점을 표시했다.

AS로마의 선수들이 반 발자국이라도 더 킥 지점에 가까이 서려 했지만 주심은 단호하게 끊어내며 선을 그었다.

삐익.

주심이 휘슬을 불자 인수는 빠르게 달려 공을 후려 찼다.

수비수들 머리를 넘긴 공은 그 후 급격히 떨어지더니 바운드를 튕기며 좌측 골포스트를 통과해 그물을 출렁였다.

골키퍼는 프리킥 지점에서 가까운 오른쪽을 막고 있었기에 막을 수 없이 허무하게 한 점을 내주고 말았다.

전반 10분에 첫 골을 내준 이후 30분 이상 레알 마드리드의 파상공세를 막아내던 AS로마였지만 전반 종료 전 인수에게 프리킥 골을 내주며 전반을 2:0으로 마쳤다.

***

“전반이 종료되었습니다. 전반전의 경기내용 어떻게 보셨는지요?”

“수비가 강한 AS로마였기에 레알 마드리드가 수비를 어떻게 뚫어낼 것인지가 관건이었죠. 레알 마드리드는 패스보다 하인스와 마린을 통해 돌파하는 것을 선택했는데 그 선택이 옳았죠. 첫 번째 골에서도 하인스의 단독 돌파 이후 스피나초와 로렌초까지 제치며 어시스트를 기록했죠. 골은 코프가 넣긴 했지만 하인스가 골을 만들어 냈죠. 그 후에도 AS로마는 끝까지 수비라인을 유지하며 잘 막아내고 있었는데 이번엔 마린의 돌파가 있었죠. 마린이 돌파하여 하인스에게 연결한 공을 그대로 돌파하는 힘으로 이용했죠. 공이 하인스의 발을 맞는 순간 방향이 틀어지며 스피나초의 오른쪽으로 흘렀죠. 스피나초가 자세를 잡기 전이었기에 돌파가 가능했기에 그것을 막기 위해서는 태클밖에 답이 없었습니다. 하인스가 이미 돌파한 후였기에 백태클이 되면서 카드까지 받은 스피나초죠.”

“스피나초의 백태클 이후 카메라가 쓰러져있는 두 선수를 번갈아 가면서 비춰줬는데요. 두 선수 모두 타격이 크지는 않은 듯 보였는데 계속 쓰러져 있었죠?”

“두 선수 모두 카드가 나올 것을 예상했죠. 전반 초반부터 계속해서 주심이 주의를 주고 있었으니까요. 그 색깔이 문제였는데 두 선수 모두 다른 색을 생각하며 쓰러져 있었을 겁니다. 주심이 카드를 꺼낸 후 바로 일어섰으니까요. AS로마로서는 정말 다행이었죠. 빨간색 카드였다면 다음 브뤼허와의 경기는 물론이고 그다음 경기인 아약스와의 경기까지 스피나초가 출전하지 못할 수도 있었으니까요. 미드필드의 핵인 스피나초가 빠진다면 AS로마로서는 구멍이 크게 뚫릴 수밖에 없을 테니까요.”

“확실히 AS로마에서 로렌초와 스피나초가 빠진다면 연결고리들이 헐거워질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AS로마가 2:0으로 지고 있는 상황에서 후반을 어떻게 이끌어 나가야 할까요?”

“이미 선발 라인업 자체가 극단적인 수비진형으로 출전한 AS로마입니다. 선 수비, 후 역공을 선택한 것인데 이미 수비에서 무너져버렸죠. 더욱이 스피나초가 옐로카드를 받으며 적극적인 수비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차라리 공세적인 모습으로 나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되겠죠. 리그 하위권 팀들과의 경기에서는 다득점도 잘하는 AS로마입니다. 맞불 작전으로 나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해설자는 막강한 공격력을 가진 레알 마드리드 상대로 맞불 작전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지만 당장 생각나는 것은 그것밖에 없었다.

맞불 작전이 아니라면 계속 수비적으로 나가면 AS로마 진영에서 상대의 공격을 견뎌야 했는데 선수들이 멘탈을 잡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과연 후반전에 AS로마가 어떤 전술을 들고 나올지. 그리고 이기고 있는 레알 마드리드가 후반에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저희는 잠시 후에 돌아오겠습니다.”

***

“자. 후반에도 이대로만 가자.”

세도로프 감독은 경기장으로 나서는 선수들의 앞에서 박수를 치며 사기를 북돋웠다.

초반에 승점을 쌓아놓고 조별리그 5차전, 6차전에는 로테이션 맴버로 돌리는 것이 세도로프 감독의 목표였다.

그러기 위해서는 4차전까지 모두 승리를 쌓아야 했기에 그 첫 단추인 AS로마전의 완벽한 승리를 원했다.

“가자.”

인수를 선두로 경기장에 들어선 레알 마드리드는 전반과 같은 라인업으로 나섰다.

옐로카드를 적립한 스피나초는 적극적으로 인수를 막기가 힘들었다. 마린을 막던 수비와 체인지도 생각해보았지만, 인수와 결은 달라도 마린의 돌파 역시 날카롭긴 마찬가지였다.

중앙에서의 수비가 헐거워지자 인수와 마린은 적극적으로 사이드를 공략했다.

소아레스, 사라비아와 적극적으로 체인징을 하며 좌우를 공략했고 자연스럽게 좌우의 수비도 흔들렸다.

“수비 풀어. 맨투맨으로 압박해.”

“각자 목소리 높여. 자기가 맡을 사람을 확인하란 말이야.”

중앙과 사이드까지 뚫리기 시작하자 AS로마의 벤치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수비들이 꼬이기 시작하며 풀린 자물쇠는 더 이상 자물쇠가 아니었다.

“코카. 마이엔. 들어갈 준비 해.”

더 이상 꼬이기 전에 수습을 해야 했고 AS로마의 감독은 공격적인 선수들을 선택했다.

“알겠습니다. 바로 준비시키겠습니다.”

수석코치도 감독의 다급한 마음을 알았는지 자신이 직접 선수들에게 다가가 같이 몸을 풀었다.

수비가 무너지며 대량실점을 하면 이 경기뿐만 아니라 다음 경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었기에 그 영향을 줄여주어야 했다.

“하인스.”

다시 한번 중앙에서 스피나초를 뚫은 인수는 반대편에서 수비를 제친 소아레스가 손을 드는 것을 보았다.

왼쪽 페널티 지역 구석에서 오른쪽으로 빠르게 패스한 공은 정확히 소아레스의 발에 도착했고 소아레스는 바로 다이렉트로 슛을 했다.

가까운 골포스트를 파고든 공은 골망을 흔들었고 레알 마드리드의 세 번째 득점이 되었다.

오랜만에 느껴본 챔피언스리그 골에 소아레스는 관중석까지 뛰어가 포효했다.

세리에A에 있다가 샨투 감독을 따라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한 이유가 바로 챔피언스리그에서 뛰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지난 시즌에 2번을 출전하긴 했지만 모라타의 호흡에 맞추기 위해 파라데스에게 주전을 밀려 제대로 활약하지 못했다.

인수가 경기에 투입되고 나서 자신의 진가를 보여주고 있긴 했지만 자신이 원했던 것은 챔피언스리그 같은 큰 무대였다.

원했던 무대에서의 첫 골을 넣은 만큼 그 기쁨은 두 배였다.

다들 그것을 알고 있었기에 모두가 소아레스의 주위에 모여 같이 기뻐했다.

이제는 3:0까지 벌어진 스코어. AS로마의 감독은 바로 스피나초와 스피나초의 파트너인 코레도를 빼고 코카와 마이엔을 투입시켰다.

AS로마가 하위권팀들을 농락할 때 사용하는 공격형 미드필드 선수들로 스피나초와 코레도의 체력을 위해 사용하는 로테이션 자원이기도 했다.

두 명의 선수를 투입하며 AS로마는 중앙 미드필드 싸움을 가져가며 경기의 주도권을 처음으로 가져갔다.

인수와 마린이 상대의 자물쇠를 풀기 위해 계속해서 돌파를 이어간 만큼 소모한 체력이 큰 탓에 중앙 미드필드 싸움에서 도저히 레알 마드리드가 이기기 힘들었다.

이미 3:0으로 벌어진 스코어에 만족한 세도로프 감독은 인수와 마린을 빼고 마르시알과 누네스를 투입하며 다시 주도권을 뺏어왔다.

이제는 서로 난타전을 주고받는 상황.

AS로마가 한 골을 만회하는 사이 레알 마드리드가 2골을 더 넣으며 5:1로 승점 3점을 먼저 선취한 레알 마드리드였다.

조별 예선에서 승점 3점을 먼저 가져온 레알 마드리드는 3주 후 암스테르담에서 아약스와 2차전이 예정되어 있었다.

10월 2일에 열릴 경기에는 부상에서 돌아올 모라타도 출전할 예정이었기에 좀 더 여유 있는 스쿼드를 가질 수 있었다.

이미 팬들 사이에서 세도로프 더비라 이름이 붙은 레알 마드리드와 아약스와의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2차전.

1차전이 종료된 시점에서 이제 유럽의 팬들의 시선은 3주 후에 열릴 2차전에 모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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