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7화
레알 마드리드가 2라운드를 위해 그라나다로 향하고 있을 때도 각 팀은 부족한 포지션을 보강하기 위한 영입이 계속되고 있었다.
프랑스 출신 마르시알이 있긴 했지만 멀티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미드필드가 필요했다.
이적 시장에 나온 선수 중에 원하는 선수들이 있긴 했지만, 주전으로 뛰겠다는 뜻을 밝히거나 출전 시간을 요구하고 있어 영입 협상이 쉽지는 않았다.
“케일러는?”
“20경기 이상 선발 출장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중 리그 경기 12경기 이상 선발출전을 원하고 있고요.”
“미쳤군. 지난 시즌 10경기밖에 뛰지 못한 놈이 20경기 이상을 선발로 출전하고 싶다고? 그럴 체력은 돼?”
레알 마드리드의 스카웃 팀장은 어이없다는 듯 보고한 직원을 쳐다보았다.
레알 마드리드에서 노리는 케일러는 중앙미드필드이지만 수비형 미드필드까지 가능한 자원이었다.
34살의 노장에다 지난 시즌 부상으로 아웃되며 도르트문트에서 전력 외로 분류된 선수였다.
이번 시즌 반전하지 못하면 은퇴 절차를 밟아야 했기에 레알 마드리드는 로테이션 자원으로 영입하기 위해 접촉 중이었다.
그러나 케일 러 측에서 욕심을 부리는 상황에서 순조로운 협상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
“팀장님, 토빈이 아우크스부르크와 재계약했다고 발표 났습니다.”
“토빈 명단에서 지워. 그럼 누구 남았지?”
“케일러, 포일, 페더윈 정도 남았습니다.”
“감독님은 뭐라고 하셔?”
“무리해서 잡을 필요는 없다고 하시는데. 계속해서 카스티야와 후베닐을 체크하고 계시던데요.”
“휴.”
스카우트팀장은 한숨을 내쉬었다.
당장 필요한 포지션은 모두 로테이션 포지션이었다.
중앙수비수도 적어도 한 명 이상은 필요했고 미드필드진도 필요했다.
세도로프 감독은 영입이 실패해도 카스티야에서 콜업한다고 하지만 보드진에서 보기에는 불안했다.
카스티야와 후베닐에 좋은 선수들이 있다고 하지만 아직 1군 경기에 익숙한 선수들이 아니었다.
계속해서 영입을 위해 움직이고 있었지만, 선수와의 협의가 쉽지만은 않았다.
“자. 다들 일주일 정도 남았으니 끝까지 연락해. 우리에게 필요한 선수를 데려오자고.”
벌써 2주 이상 야근을 하는 팀원들에게 미안하긴 하지만 이적기간 동안에는 어쩔 수 없었다.
***
레알 마드리드는 2라운드 경기를 위해 그라나다로 이동했다.
9월 18일 챔스 조별리그 1차전까지 선수들의 컨디션을 올려야 했기에 세도로프 감독은 헤타페와 같은 라인업을 그대로 가져갔다.
“마린. 중앙으로 밀어.”
인수는 중앙으로 돌파하며 마린의 패스를 받았다.
자신을 막아서는 수비를 피해 코프에게 밀어주고 코프가 스크린을 해주는 사이 돌아 들어가 가볍게 골대로 밀어 넣었다.
***
“공격력 하나는 정말 대단한 레알 마드리드입니다. 전반 30분 3:1로 앞서가는 레알 마드리드.”
“그라나다가 선취점을 넣었을 때만 해도 그라나다의 공격력이 통하는 줄 알았는데 15분 만에 3골을 넣어버리는 레알 마드리드입니다. 사라비아, 마린, 코프가 한 골씩 넣으며 가공할 만한 공격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공격진이 골고루 골을 넣고 있는데요. 그게 더 무서운 거죠?”
“그렇습니다. 그라나다가 선취골을 넣고 수비로 돌아섰거든요. 특히 하인스 선수를 틀어막으며 성공적으로 보이긴 했지만, 하인스가 어시스트하는 것을 막지는 못했죠. 지난 헤타페전에서는 해트트릭을 하더니 오늘 경기는 전반에 벌써 어시스트로 해트트릭을 해버리는군요.”
“아직 전반이 끝나지 않긴 했는데 벌써 그라나다 선수들의 몸이 무거워 보입니다.”
“라리가가 예전부터 강팀과 약팀의 구별이 너무 뚜렷하다고 말이 많았던 리그입니다. 그라나다가 하위권 팀이라는 건 부인할 수 없지만 여긴 그라나다의 홈입니다. 홈 관중들에게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줘야죠. 지금도 너무 허무하게 공격권을 뺏기고 맙니다.”
“큼큼. 가볍게 패스를 차단하는 아랑게스입니다. 아랑게스가 니실랴에게 패스. 니실랴 다시 마린에게. 마린이 소아레스에게 보냅니다.”
캐스터는 자신의 멘트를 뺏어간 해설자를 잠시 노려본 후 중계를 이어갔다.
“소아레스 다시 마린에게 마린이 중앙으로 찌릅니다.”
레알 마드리드는 일방적으로 그라나다를 밀어붙였다.
***
“끝까지 마무리 지어. 집중력을 놓치지 마.”
세도로프 감독은 3:1로 앞서고 있는 상황에서도 코치석까지 나와 선수들을 독려했다.
아약스 시절부터 지키고 있는 자신만의 룰. 선수들이 뛰고 있을 때는 세도로프 감독은 벤치에 앉지 않았다.
“감독님 저러다가 쓰러지지 않아요?”
“선수들과 같이 호흡하는 감독이란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지. 가장 열정적인 모습이잖아.”
세도로프 감독은 인수가 마린에게 다시 밀어준 공이 하늘로 향하자 아쉽다는 듯 발을 굴렀다.
“마린을 어떻게 훈련시킨 거야? 레알 마드리드에 오기 전 지난 시즌 영상들을 봤을 때 저런 모습이 아니었는데.”
레알 마드리드의 새로운 수석코치는 세도로프 감독의 부름에 선수들의 경기 모습을 파악하고 넘어왔다.
선수들의 움직임과 자신이 아는 세도로프 감독의 전술에 맞추어 몇 가지 전술을 짜왔는데 막상 오고 나니 그 전술을 전부 뒤집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그 중심에는 슛 능력을 장착한 마린이 있었다.
“저야 참관만 하고 토의만 했지 훈련에는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그 과정을 전부 보기는 했는데 첫 일주일은 멘탈 교육만 하더라고요. 그리고서 슛연습을 시작했는데 슛이 중구난방이더라고요. 캐플런 코치가 1:1로 붙어서 지도를 하더니 점점 방향도 잡히고 킥력도 올라가더군요.”
“브링팀이 대단하다는 이야기는 줄곧 들어왔는데 선수의 플레이까지 영향을 주는지는 몰랐군. 체력은 어떻다는데?”
“전 미리 마드리드로 넘어와서 끝까지는 같이 못 있었지만 훈련이 끝난 후 데이터를 받았는데 하인스 같은 경우는 부상만 없으면 시즌 50경기 이상을 출전할 수 있다고 하더군요. 물론 모든 경기를 풀로 뛸 수는 없겠지만요. 마린의 경우는 40경기 이상은 충분하다고 합니다.”
“경기 운영이 훨씬 편해지긴 하겠군.”
세도로프 감독은 문제없다고 하긴 했지만 수석코치가 생각하는 가장 큰 문제점은 인수와 마린을 받쳐줄 만한 선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인수와 마린의 출전을 번갈아 한다고 해도 아직 20살도 되지 않은 선수들이었기에 관리해줄 필요가 있었다.
“선수들이 신이 난 모양인데요.”
세도로프 감독의 지시에 따라 그라나다를 압박하던 선수들은 다시 공을 빼앗았다.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이 잘 움직인다기보다 그라나다 선수들의 의욕이 떨어져 있는 탓이 컸다.
얼마 남지 않는 전반이지만 빨리 휘슬이 불기만을 기다리는 모습이 역력했다.
공을 뺏은 마린은 바로 파고드는 인수를 향해 패스했다.
인수는 마린의 패스를 뒤꿈치로 앞으로 넘기며 수비를 제쳤다.
다른 수비가 인수를 막기 위해 달려왔지만 인수의 슛이 한발 빨랐다.
그라나다 골대 구석을 파고는 공이 그물을 출렁였고 레알 마드리드의 4번째 골이 터졌다.
전반이 끝나지도 않았지만 4:1의 스코어가 만들어졌다.
가공할 만한 공격력은 후반에도 계속됐고 후반이 끝났을 때 전광판에는 7:1의 스코어가 만들어져있었다.
말 그대로 만나는 팀마다 폭격을 하고 있었다.
3라운드는 라스팔마스로 원정이었다.
스페인 본토와 멀리 떨어진 카나리아섬으로의 원정은 인수도 처음이었다.
“와 정말 아름다운 섬이네요.”
카나리아제도에서 두 번째로 큰 섬인 그란 카나리아의 라스팔마스시에 있는 팀이 라스팔마스였다.
지난 시즌 강등권이었지만 마지막 극적인 반전으로 살아남아 이번 시즌에도 1군에 남아 있을 수 있었다.
“이곳을 두 번이나 와야 하는 것이 지옥이지.”
테네리페가 1군에 진입하며 라리가 팀들은 이번 시즌 카나리아 제도로 원정을 두 번씩이나 와야 했다.
그렇지 않아도 일정이 힘들었는데 코파 델 레이까지 카나리아제도로 와야 한다면 지옥의 일정이었다.
“어린 애들이라 그런지 쌩쌩하네요.”
“세계적인 휴양지긴 하잖아. 우리야 오늘 경기가 끝나면 바로 떠나야 하지만.”
카나리아제도가 유럽의 휴양지이다 보니 유럽 각지에서 몰려든 관광객이 많은 섬이었다.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의 원정에 맞추어 온 관광객도 있었기에 선수들을 보려고 몰려온 사람들을 통제하는데도 애를 먹고 있었다.
라스팔마스의 홈이었지만 에스타디오 그란 카나리아에는 레알 마드리드 팬들이 더 많아 보였다.
그런 상황에서 펼쳐진 리그 3라운드는 레알 마드리드의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켜주었다.
전후반 모두 라스팔마스 진영에 묶어두고 진행된 경기 코프의 해트트릭을 포함하여 8:0으로 라스팔마스를 박살 냈다.
카나리아 제도의 아름다움을 감상하기도 전에 다시 마드리드로 돌아온 레알 마드리드는 4라운드 사라고사를 불러들였다.
2주 연속 원정을 떠난 주전들은 3일 후 챔피언스리그 AS로마전에 대비해 라인업에서 제외됐다.
로테이션 멤버들이 출전한 사라고사전은 치열한 공방전 끝에 3:3으로 비겼다.
3:1로 끌려가다 오늘 경기에서 아끼고 싶었던 소아레스와 인수를 투입하고 나서 비긴 경기여서 레알 마드리드는 아쉬움을 남겼다.
세도로프 감독은 이번 엔트리를 짜면서 인수와 소아레스를 대기 명단에 올려 둔 것에 안도했다.
시즌 초반부터 치고 나가 일찌감치 우승을 확정 짓고 싶었던 세도로프 감독의 계획은 살짝 어긋났지만 다행히 승점 1점을 가져올 수 있었다.
리그에서 무패를 달리고 있는 와중 이제 본격적으로 챔피언스리그가 시작되었다.
***
“어제 치러진 경기들에서 이길 팀들이 이겼다는 평가가 많았죠?”
“어제 펼쳐진 챔피언스리그 경기들에서 큰 이변이 없었죠. 특히 무승부가 없었고 다득점이 많이 나온 경기들이 많았습니다. 뮌헨이 벤피카를 상대로 11:0이라는 스코어로 이기며 챔피언스리그 한 경기 최다 득점차 승리도 나왔죠. 벤피카 입장에서는 악몽의 시간이었겠지만 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던 시청자들은 시원한 골 세례를 보았죠.”
“뮌헨뿐만 아니라 리버풀, 유벤투스, 파리 생제르맹, 발렌시아 등 지난 시즌 8강에 진출했던 팀들이 모두 대승을 거두었죠. 오늘도 마찬가지로 강팀들이 대기하고 있습니다. 레알 마드리드, AT마드리드, 맨체스터 형제들, 도르트문트, 잘츠부르크 등이 출전하죠. 그중에서도 저희는 오늘의 가장 빅 경기인 레알 마드리드와 AS로마와의 경기를 보내드리겠습니다. 오늘 경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다시 한번 명가 재건을 선언하며 대규모 투자를 한 AS로마입니다. 지난 시즌 세리에A에서 2위를 하며 도약을 했지만, 여름 이적 시장에서 주전 스트라이커인 존 에딩을 바르셀로나로 뺏기며 스트라이커의 부재를 해결하지 못했죠. 그래도 3라운드까지 모두 승리하며 상승세에 있는 만큼 레알 마드리드 상대로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 예상됩니다.”
“AS로마 하면 철통같은 수비를 자랑하죠. 반대로 레알 마드리드는 날카로운 창처럼 엄청난 공격력을 자랑하는 팀입니다. 레알 마드리드의 공격력과 AS로마의 수비력 어떻게 보십니까?”
“역시나 레알 마드리드의 두 명의 영건이 어떤 활약을 해주느냐에 따라 달려있겠죠. 하인스와 마린 모두 단단한 수비를 깰 수 있는 능력이 있는 만큼 AS로마가 두 선수를 어떻게 막느냐가 관건이 될 것입니다. 특히 이번 시즌 무서울 정도로 득점을 쌓고 있는 하인스 선수를 주시해야겠죠.”
“말씀하신 대로 리그 4경기 동안 7골이나 뽑아낸 하인스 선수입니다. 주전 스트라이커인 코프 역시 3경기 동안 6골을 뽑아내며 절정의 골 감각을 뽐내고 있는데 AS로마가 어떻게 대처할지 지켜보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