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그를 지배하는 축구천재-118화 (118/200)

118화

센터서클에 선 인수는 심호흡을 크게 했다.

‘하인스. 선공이 되면 센터서클에서 바로 상대편 골문을 향해 쏴버려.’

세도로프 감독은 필드에 올라가기 위해 통로로 향하는 인수를 조심스럽게 불러 지시했다.

‘상대방에게 공격권을 넘겨줄 텐데요.’

‘괜찮아. 들어가면 좋은 것이고 안 들어가도 이제까지와는 다른 레알 마드리드라는 것을 인식시켜.’

일주일 동안 훈련 시작 전 정신교육을 해왔던 세도로프였다.

더군다나 상대가 그동안 좋지 못한 결과를 가져왔던 알메리아이니만큼 경기 시작 전부터 선수들에게 뚜렷한 한방을 보여주길 원했다.

‘알겠습니다.’

인수는 세도로프 감독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골대를 벗어나도 좋으니까 강하게 차.’

세도로프는 통로로 향하는 인수에게 마지막으로 조용히 속삭이고 나서 벤치로 돌아갔다.

센터서클에 섰던 인수는 다시 한번 레알 마드리드의 벤치로 눈길을 돌리자 세도르프 감독이 고개를 끄덕였다.

상대 골키퍼는 페널티아크까지 나와 수비들과 수비라인을 점검하며 주심의 휘슬을 기다리고 있었다.

삐익.

주심의 휘슬이 들리자 코프가 인수에게 공을 밀어주었고 인수는 그 공을 그대로 슛으로 이어갔다.

오른발 왼발 모두 자신있던 인수였지만 그래도 슛 스피드는 오른발이 나았기에 오른발로 강하게 찼다.

오른쪽으로 쭉 뻗어 가다 크게 왼쪽으로 방향을 트는 공.

페널티아크까지 나와 있던 상대 골키퍼는 황급히 공을 확인하며 뒤로 물러섰다.

골키퍼는 제발 골대를 벗어나라는 마음속의 기도했지만 공은 왼쪽 골포스트를 향했다.

두발에 힘을 주어 힘차게 뛰어오른 골키퍼는 공을 향해 손을 쭉 폈다.

공이 손가락 끝에 걸리는 느낌이 들어 쳐내기 위해 더 쭉 펴보려 했지만, 힘이 실려 있던 공이었기에 손가락을 젖히며 지나갔고 왼쪽 골포스트를 맞고 골대 밖으로 튕겼다.

“휴. 아악.”

공이 골라인을 넘어가자 넘어진 상태에서 한숨을 쉬던 골키퍼는 다리를 잡고 뒹굴었다.

“괜찮아?”

“괜찮아. 좀 눌러주기나 해.”

경기 시작 전 충분히 몸을 풀긴 했지만 급작스러운 슛이었기에 힘주어 뛰다 다리에 경련이 났다.

골키퍼의 경련으로 잠시 중단된 경기는 레알 마드리드의 코너킥으로 재개됐다.

코너마크에 공을 찍은 인수는 손을 들어 3개의 손가락을 폈다.

수비수였지만 헤더 능력이 있는 가르시아와 마르체나가 골대 부근에서 서 있다가 밖으로 빠지면서 수비들을 끌고 나가면 그 틈을 마린과 사라비아가 파고드는 작전이었다.

인수가 공을 차기 직전 작전대로 가르시아와 마르체나가 골대 앞에서 밖으로 나왔다.

그 순간 인수가 공을 찼고 낮고 빠르게 쏘아진 공은 정확히 가르시아와 마르체나가 빠진 공간으로 향했다.

순간 반응이 느렸던 사라비아가 다이빙 헤더까지 가져가는 데는 성공했지만 사라비아의 헤더는 하늘로 떠버리고 말았다.

“괜찮아. 잘했어요.”

사라비아가 일어나며 인수에게 미안하다는 표시를 했기에 인수는 손을 들어 괜찮다는 사인을 보냈다.

경기 시작부터 2개의 슈팅을 가져간 레알 마드리드.

알메리아의 벤치는 오늘 경기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다.

***

인수는 마린과 함께 계속 체인지하며 오른쪽 사이드를 공략했다.

이런 공격 방향은 단조롭긴 했지만 알메리아의 주 공격수인 토베스를 묶어두는 역할도 했기에 세도로프 감독이 특별히 지시한 작전이었다.

그렇지만 반대쪽에 있는 사라비아도 그대로 놀지는 않았다.

인수와 마린이 체인징을 하면 바로 중앙으로 파고들며 자신도 있다는 존재감을 뽐내며 수비들이 오른쪽으로만 가게 내버려 두지 않았다.

“하인스.”

사라비아는 자신에게서 수비가 빠지자 바로 손을 들고 인수를 불렀다.

사라비아가 부르기도 전에 수비가 빠진 것을 본 인수는 오른쪽 사이드에서 왼쪽 페널티코너를 향해 강하게 패스했다.

“나이스.”

인수의 패스가 정확히 자신의 발까지 연결되자 사라비아는 공을 쫓아온 수비를 피해 중앙에서 공간을 만들어 낸 코프에게 찔러주었다.

“막아. 중앙이 비잖아.”

골키퍼가 급하게 소리쳐봤지만 코프는 사라비아의 패스를 멈추지도 않은 채 그대로 슛으로 가져갔다.

골키퍼가 손을 쓸 새도 없이 빠르게 지나간 공은 골망을 흔들었다.

“좋아.”

오랜만에 골맛을 본 코프는 포효하며 두 손을 높이 쳐들었다.

“어디서 멋진 척해요.”

가장 가까이 있던 마린이 코프의 등에 올라타는 것과 동시에 주변에 있던 선수들이 모두 코프에게 안겼다.

벤치에 앉아있던 세도로프는 손뼉을 치며 입을 다문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약스에서 감독을 할 때부터 선수들이 골을 넣으면 했던 특유의 세리머니로 침묵하는 박수라는 짤로 유명했다.

이는 아약스가 챔피언스리그의 우승을 했을 때도 환호를 지르지 않았던 세도로프라서 더 유명했다.

“이제 시작이야. 흥분하지 마. 침착해.”

경기장 밖에서 본 세도로프는 필드의 분위기를 누구보다 잘 파악하는 감독이었다.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레알 마드리드였지만 알메리아는 아직 힘을 쓰지도 않은 상태였다.

코프의 골이 터지고 나서도 한동안은 레알 마드리드의 분위기가 이어졌다.

그러나 이를 막아내는 알메리아도 만만치 않았다.

“야. 오른쪽 비잖아. 체인징을 하면 그대로 따라가지 말고 수비도 체인징을 하라고.”

최고의 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답게 정신을 차리기 시작하자 서로들 목소리를 높이며 효율적으로 레알 마드리드의 공격을 막으며 역습까지 노렸다.

다만 레알 마드리드에서는 그에 대비해 니실랴와 누네스를 배치한 상태였다.

누가 뭐래도 최고의 수비형 미드필드인 니실랴였고 대인 방어가 가능한 누네스였다.

토베스가 파고드는 움직임이 보이면 누네스가 일차적으로 멈춰 세웠고 후방에서 넘어오는 공을 클리어하는 니실랴였기에 공격도 생각대로 풀리지 않았다.

“바짝 붙여줘. 뚫어버릴 테니까.”

토베스는 4번이나 누네스에게 막히고 레알 마드리드의 공략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며 미드필드 진에게 소리쳤지만 전반에는 더 이상의 기회가 오지 않았다.

***

세도로프 감독은 라커룸에 들어서며 눈빛이 살아있는 선수들을 봤다.

“45분 남았다. 그 45분 동안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모르고.”

잠시 숨을 고른 세도로프 감독은 말을 이었다.

“그러나 마지막에 경기장에 서서 웃는 팀은 레알 마드리드가 되겠지.”

“맞습니다.”

세도로프 감독이 조용히 말을 했지만 대답하는 선수들의 목소리는 컸다.

“좋아. 딱 5분 후반 시작과 동시에 5분 동안 압박을 가한다. 숨이 턱에 찰 때까지 압박해. 오늘 이후로 레알 마드리드의 이름만 들어도 몸서리치게 만들어 줄 정도로. 알겠나.”

“네.”

“공을 뺏더라도 절대 뒤로 돌리지 마. 앞으로만 보내. 그리고 누구든지 찬스가 보이면 바로 쏴. 어설픈 슛은 하지 마. 노골이 되어도 좋으니 강하게 차.”

“알겠습니다.”

선수들은 세도로프 감독의 말에 자신 있게 대답했다.

일주일 동안 세도로프 감독이 선수들의 머릿속에 심어준 레알 마드리드는 최고라는 정신교육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좋아. 모여.”

이제 하프타임이 지나고 선수들이 출전할 시간이 되었다.

“원팀이 승리한다.”

“원팀이 승리한다.”

세도로프 감독의 선창으로 선수들이 둥글게 모여 새로운 구호를 외쳤다.

전설적인 명감독.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말은 세도로프 감독의 지론이었다.

그 어떤 선수라도 팀이라는 이름 아래 하나로 뭉친다면 반드시 이길 수 있다는 생각으로 팀을 이끌어왔고 그 기조는 레알 마드리드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눈빛을 주고받은 선수들은 필드에 올라섰다.

삐익.

주심의 휘슬과 함께 시작된 후반.

천천히 전열을 정비하려던 알메리아였지만 급작스럽게 압박해오는 레알 마드리드의 선수들 때문에 급하게 공을 뒤로 돌렸다.

공이 골키퍼에게까지 흘러갔음에도 멈추지 않고 압박하는 선수들 때문에 골키퍼도 패스할 곳을 찾지 못하고 전방으로 길게 찼다.

최전방에서 공이 떨어지는 자리로 뛰어가던 엠마누엘이 이미 공을 클리어해낸 누네스를 보고 자리에 멈췄다.

“좀 놓쳐주면 안 됐어?”

엠마누엘은 누네스에게 다가가서 투덜거렸다.

“공을 못 잡은 것은 형이라고. 설마 우리 우승을 막으려고?”

포르투갈 출신인 두 사람은 나이 차이는 좀 났지만 스포르팅에서 같이 뛴 사이였다.

누네스가 스포르팅에서 데뷔하고 난 다음 해 엠마누엘은 알메리아로 이적했고 누네스는 그 후 3년 후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해 스페인에서 다시 만났다.

같은 포르투갈인에다가 스포르팅에서 뛴 인연이 있어서인지 다른 선수들보다 편하게 지내던 두 사람이었다.

“우승은 안방에서 해야지. 원정에서 우승하면 무슨 재미야.”

엠마누엘이 누네스를 붙잡고 다시 말을 걸었지만 스로잉으로 시작된 공격을 막기 위해 누네스는 대답하지 않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융통성 없는 녀석 같으니.”

엠마누엘은 자신이 맡은 선수를 향해 뛰어가는 누네스를 보며 자신도 빈 공간을 찾기 위해 움직였다.

“저들도 언제까지 압박할 수는 없어. 버텨. 버티면 기회가 와.”

알메리아의 감독은 코칭박스까지 나와 선수들을 독려했다.

그의 말처럼 체력이 무한정이 아니었고 당장 4일 후에는 코파 델 레이 결승전까지 치러야 하는 레알 마드리드였다.

그 시간만 버티면 되는데 먼저 무너진 것은 알메리아였다.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뒤로 돌렸던 공을 마린이 끊어냈다.

마린은 끊어내자마자 공간을 만들어낸 인수를 향해 길게 패스했다.

불안정하게 넘어온 공을 인수가 수습하는 사이 수비들이 인수를 에워싸자 인수는 바로 침투하는 마린을 향해 패스하고 수비를 뚫어냈다.

공을 이어받은 마린이 다시 한 발을 더 드리블한 후 자신에게 수비를 끌어들이고 인수에게 패스를 돌리자 인수의 앞에는 이미 두 명의 수비가 길목을 막고 있었다.

“패스 코스 막아.”

인수의 패스코스를 막아 낸 알메리아수비들이 안심하고 있을 때 인수는 왼쪽으로 치고 들어가며 약간의 공간을 만들어냈다.

그 순간 인수의 눈에 골대가 보였다.

‘골대가 보이면 자신 있게 쏴. 들어가든 안 들어가든 강하게 쏴.’라는 세도로프 감독의 말이 환청처럼 들렸고 인수는 바로 왼발로 골대를 향해 강하게 찼다.

인수의 슛은 빨랫줄처럼 쭉 뻗어 골키퍼의 손이 닿지 않은 왼쪽 골포스트 구석을 찔렀다.

후반 3분 만에 터진 추가점.

선수들은 인수가 세리머니를 진행할 틈을 주지도 않고 인수를 넘어뜨린 후 올라탔다.

“아직 40분도 더 남았어. 끝까지 집중해.”

4년 동안 이기지 못했던 알메니아를 상대로 후반 시작까지 2골이나 뽑아낸 레알 마드리드.

최근 4년 동안 제일 많이 득점한 경기였다.

후반 30분을 남기고 세도로프는 오늘 경기에서 많이 뛰었던 인수와 마린을 파라데스와 마르시알로 바꿔주었다.

후반 종료 직전 토베스의 패스를 받은 엠마누엘이 한 골을 만회하긴 했지만 곧이어 주심의 휘슬소리와 함께 경기가 종료됐다.

***

두 시즌 만에 리그 우승을 한 레알 마드리드.

시즌 초반부터 우승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가진 선수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방방 뛰었지만 지난해 리버풀이 보여주었던 선수들의 뜨거운 눈물은 보이지 않았다.

인수 역시 우승을 한 이성적 자각은 있었지만, 후반기에 들어서 경기를 뛰었기 때문인지 우승이 감격스럽지는 않았다.

레알 마드리드가 리그 우승을 했지만, 원정 경기였기에 최대한 간단하게 행사를 마친 선수단은 마드리드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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