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7화
A매치를 마친 레알 마드리드의 선수들이 하나둘 마드리드로 돌아오며 시우다드 레알 마드리드에 모여들었다.
“그렇게 이겼어야 했어? 좀 져주면 안 돼?”
“져주긴 뭘 져줘요. 감독님 분위기 장난 아니었는데.”
“그래도 너희는 유로에 진출이나 했지. 우리는 유로에서 탈락하면서 대표팀 분위기가 장난 아니야.”
“그러게 잘하지 그랬어요. 마지막 게임에서 이겼으면 플레이오프 진출이었잖아요.”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면 뭐 해. 플레이오프에는 저 녀석 팀이 기다리고 있는데.”
“그래도 이번 유로는 프랑스에서나 열리지. 우리 코파 아메리카는 이번에 볼리비아에서 열린다고. 대표팀에서 고산지대 훈련한다고 죽을 뻔했다니까.”
대표팀에 다녀온 선수들은 저마다 자신의 팀과 붙은 상대편 선수들을 붙잡고 이야기하거나 훈련했던 이야기를 하며 세도로프를 기다리고 있었다.
시즌 마지막에 감독이 교체되는 큰일이었음에도 샨투 감독이 이번 시즌을 끝으로 지휘봉을 내려놓으리라는 것은 선수들도 다 알고 있었다.
더욱이 후임 감독 선임이 이미 내정되었기에 선수들도 모두 세도로프의 부임을 알던 상황이었고 시우다드에서 이미 만난 사이였다.
“하인스, 어제 왔다며. 감독님은 만나봤어?”
유로 2040을 대비해 치러진 평가전을 포르투갈과 했기에 포르투갈 대표팀 선수였던 누네스와 어제 마드리드로 넘어온 인수였다.
“아뇨. 어제 병원에 들러야 했어서요.”
“병원? 어디 아파?”
“하인스가 병원에 갔다고?”
“부상이야? 얼마나 있어야 하는데?”
한 선수가 인수에게 다가오면 말이 풍선처럼 부풀어졌다.
이러다 선수들이 조금 더 모이면 은퇴해야 할 정도의 부상을 당했다는 소리가 나올 수도 있었기에 인수가 먼저 나섰다.
“그만 해요. 다쳐서 간 거 아니니까. 모라타가 징징거려서 간 거예요.”
“모라타가 징징거려? 뭐라고 하는데?”
모라타와 친한 선수들이 많긴 했지만 선수가 부상을 당해 재활훈련이 얼마나 힘든 과정인지 모두가 알고 있었기에 찾아가지 못한 선수들도 있었다.
재활훈련이 지겹고 힘든 과정이긴 했지만 그만큼 휴식하는 시간도 길었기에 모라타의 재활훈련 시간에 맞춰 찾아간 인수였다.
“생각보다 회복이 빠르다고 하더라고요. 다음 달 정도면 필드에서 훈련이 가능할 거라 하던데요.”
“필드에 나올 수 있다고? 그럼 10월 정도면 경기에 뛸 수 있다는 건가?”
이제 5월이었기에 필드에서 차근차근 적응훈련과 몸을 만들다 보면 적어도 3개월은 필요했고, 경기 감각을 익혀나간다면 10월은 되어야 팀에 합류할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모라타도 그 정도 예상하더라고요. 그리고 이 말 전해달래요.”
“뭐라고?”
선수들은 오랜만에 듣는 모라타의 소식에 다들 인수의 입에 귀를 기울였다.
“우승 못 하면 복귀해서 다 죽여버린대요.”
인수는 최대한 담담하게 모라타의 말투를 흉내 냈다.
모라타가 인수에게 전하라는 말은 비속어가 섞여 있긴 했지만, 인수는 차마 그 말까지는 전할 수 없었다.
“모라타가 저렇게 착하게 말했다고? 내가 아는 모라타가 있는데.”
“하긴 어쩐지 모라타답지 않았어. 분명히 하인스가 제대로 전하지 못한 말이 있겠지.”
모라타를 잘 알고 있던 선수들은 자신들이 알아서 인수의 말을 해석했다.
“그나저나 진짜 우승 못 하면 모라타한테 죽는 거 아냐?”
“아마 진심일 거야.”
이번 시즌 모라타는 우승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친 한해였다.
자신이 욕심을 많이 부리기는 했지만 이도 우승을 위해 주장이자 에이스인 모라타의 발버둥으로 보는 선수들이었다.
“모라타가 무서워서라도 우승해야지.”
“당연히 우승해야 하지 않겠나.”
선수들이 모여서 모라타 이야기를 하는 도중 뒤에서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들렸다.
“감독님 오셨습니까.”
“오셨습니까.”
선수들은 목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세도로프 감독이 보였다.
“다들 부상 없이 돌아왔지?”
다음 경기까지 10일이나 남았기에 팀을 정비할 시간은 충분했다.
“넵.”
“오늘과 내일은 회복 훈련을 실시하고 모레 보기로 하지.”
어제 경기를 끝내고 돌아온 선수들도 있었기에 당장은 선수들의 체력회복이 먼저였기에 세도로프는 간단한 미팅을 한 후 코치들에게 맡기고 훈련장에 마련된 감독실로 돌아왔다.
***
“모라타가 부상 중에도 팀을 생각하네.”
세도로프는 선수들의 분위기를 어떻게 우승을 향한 열망으로 모을 것인지가 고민이었는데 그 고민을 모라타가 풀어 주었다.
“네? 뭐라고 하셨습니까?”
감독실에는 수석코치와 로카가 세도로프가 내준 숙제를 하다 세도로프의 혼잣말을 듣고 고개를 들었다.
“아냐. 대표팀에 나간 선수들 플레이는 모두 체크했어?”
“네. 이제 막 끝났습니다.”
“아랑게스는 어때?”
칠레 대표팀에 참여한 아랑게스는 내년 열릴 코파 아메리카가 펼쳐질 볼리비아에서 친선전을 펼쳤다.
칠레에도 고산지대에 있는 경기장이 많긴 했지만, 볼리비아의 경기장들은 그 궤를 달리했기에 레알 마드리드에서도 심각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특히 퇴장을 당하고 난 후 징계까지 받은 아랑게스의 플레이를 살펴볼 수밖에 없었다.
“플레이 자체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다만 인터뷰들을 보면 자책하는 표정이 역력합니다.”
“리그 경기는 출전하지 못하더라도 코파 델 레이에는 출전해야 하는데 아랑게스를 다독여줄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이제 28살로 레알 마드리드는 2년 전 아랑게스를 영입하며 4년 계약을 하며 적어도 6년에서 7년은 오른쪽 윙백 수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리라 생각했다.
“아랑게스는 내가 따로 만나보기로 하지. 다른 선수들은?”
“다들 문제없어 보입니다. 대표팀에서도 누네스가 수비형 미드필드로 출전했는데 하인스와 붙어서도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이더군요.”
“뭐 한 경기일 뿐이고 잉글랜드도 최상의 전력으로 나온 것이 아니라서. 누네스의 포지션 변화는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겠군.”
“다음 경기에 나설 라인업은?”
레알 마드리드의 37라운드는 UD 알메리아가 상대였다.
1998년 창단되어 스페인 리그에서도 짧은 역사를 가진 알메리아였지만 과감한 투자로 초반에는 1부리그와 2부리그를 오갔다.
그러다 2027-28년 1부리그에 복귀한 후로 중상위권을 유지하며 스페인 남부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른 팀이었다.
이번 시즌에도 9위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문제는 레알 마드리드와의 상성이 문제였다.
2년 전 우승했을 때도 1무 1패로 열세였고, 작년에도 2패, 올해도 홈에서 무승부를 거두면서 4시즌 동안 승리하지 못한 팀이었다.
“문제는 오른쪽 윙백입니다. 알메리아가 공격적인 팀이 아닌 만큼 웨아를 투입할 수 있지만, 문제는 알메리아의 토베스입니다.”
알메리아는 왼쪽 윙포워드인 토베스가 주득점원이자 공격 루트였다.
빠른 발과 준수한 드리블, 크로스 능력은 물론이고 슈팅능력까지 갖춰 유럽 명문구단들의 눈도장을 받고 있었다.
특히 알메니아의 최전방 공격수인 엠마누엘과 3시즌 동안 짝을 이루며 30골이나 뽑아냈을 정도로 최강의 호흡을 자랑하고 있었다.
“역시 수비가 문제인가. 넬손의 회복은 어때?”
“회복도 회복이지만 문제는 이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부상 전에도 자신의 출전 시간을 가지고 불만을 품었으니까요.”
“마음이 떠난 선수를 잡을 수는 없지. 카스티야에서도 왼쪽 윙백이 약해. 마땅히 대체할 선수가 없다는 것이 문제군.”
“그래서 이것이 우리가 생각한 최선의 라인업이 아닌가 싶습니다.”
수석코치는 로카와 상의해 만든 라인업을 세도로프에게 내밀었다.
“소아레스 대신에 마린을 오른쪽 윙으로 기용하자는 건가?”
“아무래도 웨아가 수비가 약한 만큼 앞에서 막아줘야 하는데 아시다시피 하인스보다는 마린의 수비 능력이 뛰어나니까요.”
“우선 이걸 바탕으로 전술 훈련을 해보자고. 세부적인 전술을 고민해보자고.”
***
“5월 9일 리그 37라운드가 펼쳐지는 알메니아의 누에보 메디테라네오스입니다. UD 알메니아와 레알 마드리드의 경기가 펼쳐지게 되는데요. 4만 석에 이르는 모든 좌석이 매진되며 경기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캐스터는 알메니아의 응원가의 소리가 높아지자 잠시 말을 끊었다 다시 이어갔다.
“레알 마드리드의 입장에서는 코파 델 레이를 앞두고 우승을 하고 싶어 할 것입니다. 반면 알메니아는 레알 마드리드에게 강했던 만큼 자신들의 홈에서 레알 마드리드의 우승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그렇습니다. 알메니아는 4시즌 동안 레알 마드리드에 패하지 않았습니다. 리그 경기는 물론이고 수페르코파나 코파 델 레이에서도 마찬가지였죠. 그러나 레알 마드리드는 감독까지 교체하며 반드시 우승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아랑게스의 공백을 보완하는 문제가 남았는데 새로 부임한 세도로프 감독은 기존에 있던 선수들을 활용하는 것으로 답을 내놓고 있죠. 과연 선수들이 세도로프 감독의 믿음에 보답할 것인지가 관건이죠.”
“잠시만요. 너무 뭉뚱그려서 설명해 주셨는데 선수들의 라인업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시죠.”
해설자는 갑자기 치고 나온 캐스터를 노려보다 입을 뗐다.
“모라타가 부상을 당하기 전 레알 마드리드의 주전 오른쪽 윙은 파라데스였습니다. 그러다 하인스가 투입되며 소아레스가 주전으로 출전하기 시작했죠. 그러나 오늘 선발진에는 두 사람의 이름이 보이지 않습니다. 대신 마린이 그 자리에 설 것으로 보입니다. 웨아의 수비에 물음표가 있는 만큼 수비 능력이 좋은 마린을 오른쪽에 배치하여 수비를 강화하겠다고 봐야죠.”
“그런데 누네스와 니실랴가 모두 선발진에 포함되었는데요. 공격보다는 수비의 안정이 우선이라는 뜻일까요?”
“알메니아의 속공이 무섭죠. 알메니아의 주득점원이 토베스의 돌파에 이은 엠마누엘과의 호흡으로 득점을 하는 만큼 그 속공의 길목을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보입니다. 누네스와 니실랴라면 토베스도 쉽게 돌파할 수는 없을 테니까요. 레알 마드리드의 공격은 역시 하인스를 믿겠다는 말이죠.”
“그럼 알메니아의 선발진에 관해서도 이야기해보죠.”
“알메니아가 농담으로 하는 말이 있죠. 자신들을 제외한 라리가의 19개 팀이 모두 레알 마드리드라면 자신들은 항상 우승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레알 마드리드에게 강했다는 뜻이죠. 그런 만큼 레알 마드리드 맞춤 전략을 들고 나왔습니다. 5백을 세우면서 레알 마드리드에게 점수를 주지 않겠다는 거죠. 미드필드 진도 공격력보다는 수비력을 강화하였습니다. 레알 마드리드의 공격을 막아내며 속공을 노리겠다는 뜻이죠.”
“실제로 알메니아와 레알 마드리드의 스코어를 보면 2:1, 1:1, 0:0 등 이기더라도 한 점 차 승부가 많았습니다. 이번 경기도 그렇다고 보십니까?”
“아무래도 그렇게 봐야겠죠. 레알 마드리드의 공격진이 알메니아 수비진을 어떻게 뚫어낼 것인지가 관건이죠.”
“토베스와 하인스로 대표되는 두 팀의 창의 대결과 그 창을 막아내는 양 팀의 방패가 어떻게 세워질지 봐야 할 듯싶습니다. 양 팀의 선수들이 모두 나오고 레알 마드리드의 선공으로 경기가 시작되겠습니다. 함께 보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