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6화
라스팔마스의 계획대로 전반 빠른 시간에 전방 압박을 통해 선취점을 따냈다.
1+1으로 오른쪽 윙백인 아랑게스까지 퇴장을 시키자 레알 마드리드를 더욱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샨투 감독은 아랑게스가 퇴장을 당하자 경기 운영계획이 완전히 틀어졌음을 느꼈다.
“마린을 빼고 웨아를 넣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경기가 시작되기 전 라스팔마스가 파상공세를 펼칠 것이라는 예상은 코치진 모두가 동의했었다.
그렇기에 전반에 아랑게스를 넣어 수비를 굳히고 후반에 웨아로 교체를 해 승부를 보겠다는 생각이었다.
“웨아보다 메사를 막을 수 있는 누네스를 넣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마르체나와 가르시아가 밀리는데요.”
“그렇다면 마르체나가 우측 윙어를 맡아야 하는데 발이 느려지면서 중앙 수비수로 옮긴 것인데 괜찮을까요?”
샨투 감독은 코치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대기 선수들의 명단을 살폈다.
자신이 짠 라인업이었지만 눈에 쏙 들어오는 선수가 보이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에도 경기의 주도권은 라스팔마스에게 있었다.
필드에서 급한 대로 마르체나가 오른쪽 윙으로 자리를 옮기긴 했지만 제대로 막아내지 못하고 있었다.
“크로스를 막아. 크로스가 맘대로 올라오잖아.”
산체스는 소리 높여서 마르체나를 다그쳤다.
이번에도 크로스가 올라오며 메사의 머리에 맞추는 것까지 성공시킨 라스팔마스였다.
크로스바를 넘어가는 헤더이긴 했지만, 여전히 위협적이었다.
“나라고 안 뚫리고 싶은 것이 아니잖아.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갑작스럽게 진행되는 수비 분열에 레알 마드리드는 더욱 혼란에 휩싸였다.
“내가 내려갈게. 어차피 내 자리는 하인스가 채워줄 수 있잖아.”
수비진의 자중지란에 소아레스가 나섰다.
레알 마드리드에 영입되기 전 브라질 리그에서는 윙백과 윙을 번갈아 가며 보고 있었기에 충분히 가능했다.
소아레스가 윙백으로 내려가며 수비진은 안정화가 되었지만 문제는 좀처럼 주도권을 가져오고 있지 못했다.
소아레스가 수비에 합류하며 메시를 마르체나와 가르시아가 더블팁으로 막았다.
메시가 맘대로 페널티지역에서 활보하지 못하자 라스팔마스의 공격도 기세가 꺾이기 시작했다.
다만 인수의 수비가 약했기에 소아레스에게 가중되는 수비적 부담이 늘어났기에 시간이 흐를수록 오른쪽 방면이 계속 뚫리고 있었다.
“마린. 하인스하고 자리 바꿔.”
샨투 감독은 코치석까지 뛰어나오면 소아레스에게 가중되는 수비적 부담을 줄여주고자 했다.
이미 무너지기 시작한 소아레스의 수비는 마린이 도와줬음에도 계속 뚫리며 크로스가 올라왔다.
“막아. 뒤에서 사람 비잖아.”
산체스가 급하게 외곽에 있는 선수들을 지목했지만 이미 늦었다.
메사가 더블팁을 뚫고 시도한 헤더가 수비가 없는 곳으로 향했고 라스팔마스의 중거리슛이 터졌다.
산체스가 온 힘을 다해 몸을 날려봤지만 공을 막을 수 없었고 2:0의 스코어가 만들어졌다.
후반 초반 인수가 단독돌파에 이은 슛으로 한 점을 만회하긴 했지만 이후 다시 메사에게 골을 내주며 결국 3:1로 경기를 내주고 말았다.
***
- 레알 마드리드 충격의 2연패. 주전들을 모두 내고도 라스팔마스에 3:1로 패배
- 레알 마드리드 우승 전선에 이상이 오나?
- 아랑게스 백태클 스페인 왕립축구협회 징계위원회 소집.
- 점점 강화되는 백태클 징계. 아랑게스의 운명은?
레알 마드리드가 패배하긴 했지만 아직 2위와의 격차는 승점 6점 차이나 났다.
세 경기밖에 남지 않았는데도 레알 마드리드에 비판적인 언론에서는 계속해서 까내리고 있었다.
아랑게스의 백태클 징계위원회의 결과 2경기 출전금지와 2천 유로의 벌금이 내려졌다.
레알 마드리드가 선수들을 수습할 시간도 없이 36라운드가 펼쳐졌다.
이번에야말로 우승을 확정 짓겠다며 다짐한 라인업이었지만 선수들의 동요는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 레알 마드리드 충격의 3연패.
- 레알 마드리드, 승점 3점 차 선두. 남은 두 경기에서 AT마드리드의 역전이 이루어지나.
- 라리가 우승권 변수.
- 아직 레알 마드리드의 우승 확률 80% 이상
-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레알 마드리드 무엇이 문제인가.
- 라리가 2경기를 남기고 2주간의 A매치 휴식기 돌입. 약이 될 것인가. 독이 될 것인가.
리그 36라운드 오사수나와의 경기에서 1:0으로 패배한 레알 마드리드는 추격을 시작한 AT마드리드에게 쫓기는 입장이 되었다.
시즌 전적 1승 1무인지라 두 팀이 동률일 경우 라리가의 순위선정 방식 때문에 레알 마드리드의 우승이었다.
그러나 남은 두 경기에서 레알 마드리드가 모두 지고, AT마드리드가 1승 1무만 하더라도 AT마드리드의 대역전극이 펼쳐지게 되었다.
이런 복잡한 상황들을 뒤로 한 채 레알 마드리드의 선수들은 자국 대표팀 소집에 응해 마드리드를 떠났다.
***
“우승할 수 있겠어?”
여자부 리그가 끝난 후 마드리드로 넘어온 레이와 함께 소튼으로 돌아와 자신의 방에서 바둑을 두던 인수에게 에디가 놀리듯 물었다.
“뭔 소리야? 당연한 거 아냐? 넌 어떻게 하기로 했어?”
소튼은 이번 시즌도 중위권을 유지하며 2경기만 남겨두고 있었다.
그에 따라 지난 시즌 이적을 하지 않았던 에디 역시 확실한 거취를 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인수와 계속 통화를 하면서도 ‘어제는 소튼에 남기로 했다가도 오늘은 이적을 한다’라고 하는 만큼 에디의 마음도 오락가락했다.
“아직도 모르겠어. 어떻게 해야 할지. 랭커리지도 같이 고민하고 있으니까 이적 기간 전에 결론이 나겠지. 그런데 레알은 정말 괜찮은 거야?”
인수가 애써 화제를 전환해 보려 했지만 에디는 끈질겼다.
“A매치 휴식기가 있는 만큼 수습되겠지. 아직 코파 델 레이도 남아 있고.”
인수의 말처럼 레알 마드리드는 37라운드가 끝나고 나면 코파 델 레이 결승전이 열리게 됐다.
샨투 감독은 코파 델 레이 전에 빠르게 우승을 확정 짓고 코파 델 레이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계획이었지만 3연패에 빠지면서 그 계획이 어긋나버렸다.
“요즘 AT마드리드 무섭던데. 세비야도 큰 점수 차로 이겨버리고.”
“솔직히 우리가 12점 차이로 앞서고 있을 때는 신경도 안 썼는데 이제 신경이 쓰이긴 하더라. 확실히 AT마드리드가 기세를 탄 것은 맞는 거 같아.”
인수도 에디가 계속 말을 시키자 한 판 더 두려고 했던 바둑을 접고 에디를 향해 돌아앉았다.
“그래도 우승할 수 있겠지?”
“아마도. 아직 수습할 시간은 있긴 하니까. 아, 그런데 수아는 연장계약에 사인했다며?”
“응. 그렇다고 하던데. 글래스고나 에버딘에서 대학원을 다닌다고 하더라고.”
“남자친구 없지? 우리 팀에서 레이 영상을 보다가 수아를 소개해달라고 한 애들이 몇 명 있는데.”
“뭐?”
에디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왜 그래. 우리 팀 선수면 괜찮지 않아?”
“괜찮긴 뭐가. 하여튼 소개시켜 주려는 생각은 하지도 마.”
에디는 인수의 방문을 소리 나게 닫고는 밖으로 나가버렸다.
“왜 저래.”
인수는 에디가 화를 내고 나가자 잠시 방문을 멍하니 보다 다시 바둑 사이트에 접속했다.
***
“이번 시즌까지 레알 마드리드를 맡기로 했지만 계속 연패로 인해 팬들께 실망을 끼친 점을 죄송스럽게 생각하며 이만 지휘봉을 내려놓기로 하겠습니다.”
3연패에 빠진 레알 마드리드의 팬들은 모든 질책을 샨투 감독에게 쏟아부었다.
어떻게든 버텨서 리그 우승과 코파 델 레이 우승을 노리던 샨투 감독도 더 이상 여론의 압박에 못 이겨 감독직을 사퇴하기로 결심하고 기자회견을 했다.
“이제 리그 경기는 2경기가 남았고 코파 델 레이도 결승전만 남은 상태에서 감독직을 사퇴하시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레알 마드리드의 리그 우승과 코파 델 레이 우승을 위해 사퇴하는 겁니다.”
샨투 감독은 비통한 표정으로 묵묵히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했다.
“이제 시즌 말미입니다. 더욱이 리그 우승과 코파 델 레이 우승을 남겨놓은 시점에서 사퇴하시는 건 우승하지 못하는 경우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서 아닙니까?”
“리그가 A매치 휴식기에 돌입해 있는 지금 선수들을 정비할 수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지금이 사퇴할 최적기라고 생각했을 뿐입니다. 저는 사퇴하지만 남은 코치진은 선수들을 정비하도록 할 것입니다.”
샨투 감독의 말이 끝나자 기자들은 발언권을 얻기 위해 너도나도 다들 손을 들었고 그중 한 기자가 지목당했다.
“선수들을 정비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간인데 지금 사퇴하는 건 무책임한 것 아닙니까?”
“이미 세도로프 감독님이 카스티야의 총감독으로 임명되어 있습니다. 다음 시즌부터 레알 마드리드의 지휘봉을 잡으실 세도로프 감독님께서 도와주실 것이라고 믿습니다. 기자회견은 이만하기로 하죠.”
샨투 감독은 30여 분간 이어진 기자회견을
“클럽 보드진과 세도로프 감독님과 논의가 되신 겁니까?”
“감독님 앞으로의 일정은 어떻게 되십니까?”
“나가기시 전에 한 말씀만 더 해 주십시오.”
기자들이 앞으로 나서며 샨투 감독을 잡았지만 샨투 감독은 클럽 관계자들의 도움을 받아 기자회견실을 나섰다.
***
“괜찮습니까?”
세도로프 감독은 클럽에서 마련해준 회의실에서 샨투 감독을 만났다.
“이번 시즌이 끝나면 떠나기로 되어 있었지 않습니까. 안 괜찮을 게 뭐가 있겠습니까?”
샨투 감독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오사수나와의 경기가 끝나고 ABC에서 긴급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샨투 감독이 이대로 레알 마드리드를 맡아도 되겠냐는 질문에 레알 마드리드의 팬 중 85%가 안 된다는 대답을 했다.
지난 시즌 레알 마드리드가 무관을 했을 때도 60%를 넘지 않았던 여론이 이번 시즌 우승 가도가 흔들리자 85%가 샨투 감독을 경질해야 한다는 대답을 내놓은 것이다.
거기에 차기 감독으로 선임된 세도로프가 이미 카스티야의 감독으로 선임된 만큼 대체자도 있다는 점이 여론을 증폭시켰다.
“코치진을 그대로 남겨두셔서 감사합니다.”
세도로프는 샨투 감독에게 진심으로 고마워했다.
그동안 코치진을 다 꾸리기는 했는지 다른 팀에 있는 코치들이 많았기에 시즌이 끝나고 난 후에야 합류가 가능한 인원들이었다.
선수들의 컨디션을 체크해줄 코치진도 없었기에 샨투 감독의 스텝들을 활용할 수 없으면 다음 경기 라인업을 구성하는 것부터가 문제였다.
“레알 마드리드의 감독이 저였는데 당연히 도와드려야죠. 저도 시즌이 끝날 때까지 마드리드에 남아 있고 싶지만 다음 일정이 정해져서 죄송합니다. 전 이만 약속이 있어서.”
샨투 감독이 다음 일정이 있다고 했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라는 것은 세도로프도 알고 있었다.
일정이라고 해봐야 시즌 끝나고 난 후 가족여행 일정을 당긴 것뿐이었고 전 감독이 그대로 마드리드에 남아 있다면 선수들이 동요할 수 있으니 그 점을 해소해주겠다는 뜻이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반드시 우승해주십시오.”
샨투 감독의 사퇴로 시즌 말미 레알 마드리드는 세도로프 감독의 주도로 남은 일정을 소화하게 됐다.
세도로프 감독은 취임 기자회견도 하지 않은 채 대표팀으로 가지 않은 선수들을 중심으로 팀의 정비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