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그를 지배하는 축구천재-114화 (114/200)

114화

인수가 골을 넣자 모두들 발렌시아는 여기까지라고 생각했다.

발렌시아가 좋은 팀인 것은 분명하고 레알 마드리드에게 이길 힘은 충분한 팀이었지만 당장 4일 후에 있을 챔피언스리그 4강에 집중할 것이라는 예측이었다.

그러나 정작 경기장 안에 있는 선수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1:0의 스코어가 되자 레알 마드리드의 선수들이 라인을 올리기 시작했다.

발렌시아를 발렌시아 진영에 몰아넣고 일방적으로 몰아붙였다.

반면 발렌시아는 레알 마드리드의 파상공세를 막아내며 참고 또 참았다.

“라인이 너무 올라간 거 아닌가.”

최종 수비라인을 맡은 가르시아와 마르체나까지 센터라인을 넘어섰다가 물러섰다를 반복했다.

“이제 휘슬만 불리면 끝나는데 그냥 두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선수들의 기세를 꺾을 필요는 없을 듯한데요.”

샨투 감독은 라인을 내리라고 지시하려 했지만 코치들의 이야기를 듣고 주심의 휘슬만 기다렸다.

이미 전반 정규시간의 시계는 멈췄고 대기심이 1분의 추가시간을 표시했다.

전반 마지막 공격이 이루어질 시점.

모두가 이대로 전반을 종료해도 되겠다고 생각할 무렵 누네스의 무리한 전방 패스가 나왔다.

왼쪽을 깊숙이 파고드는 소아레스에게 바로 넘어가는 패스가 발렌시아의 수비로 차단되고 말았다.

패스가 차단된 것을 확인한 실레선은 허벅지에 힘을 주며 레알 마드리드의 진영으로 박차고 나갔다.

인수의 실점에 자신의 책임이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기에 상대가 방심할 때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플레이를 하고자 했다.

후방에서 넘어온 공을 받은 코헤이라는 레알 마드리드의 빈공간을 향해 공을 보냈다.

실레선, 마르체나는 물론이고 골키퍼인 산체스까지 흐르는 공을 향해 뛰었다.

실레선은 간발의 차이로 먼저 공에 발을 갖다 대는 것에 성공했고 바로 골대를 향해 찼다.

마르체나와 산체스가 공을 경합하기 위해 골대를 비웠기에 가르시아가 골대를 향해 뛰었지만, 머리 위로 지나가는 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고 휘슬이 불리기 전 1:1 동점이 되었다.

***

“추가시간도 이제 다 지나가고 있습니다. 골이 아웃되면 이대로 경기가 끝날 것 같은데요.”

“휘슬이 불리기 전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죠. 레알 마드리드가 한…….”

캐스터는 해설이 계속 말을 하고 있었지만 말을 끊고 급하게 소리쳤다.

“슈빌리가 끊었습니다. 누네스가 길게 패스한 공이 너무 낮았죠. 소아레스에게 향했던 공이 끊겼습니다. 실레선 레알 마드리드의 진영으로 달리기 시작합니다.”

위에서 경기장을 전체적으로 내려다보던 캐스터는 주심이 휘슬을 물려고 했다가 다시 손을 내리는 것까지 발견했다.

“주심이 휘슬을 불려고 했다가 내려놨습니다. 이번 발렌시아의 공격까지는 인정하겠다는 표시겠죠?”

“그렇습니다. 아직 공격이 이어지는 중이었기에 주심의 판단이 정확합니다. 실레선이 빠릅니다.”

“슈빌리가 끊어낸 공을 바로 코헤이라에게 밀어주었습니다. 코헤이라 공을 멈추지 않고 바로 전방을 향해 길게 찹니다. 코헤이라가 찬 공을 향해 뛰고 있는 선수는 셋. 실레선, 마르체나, 산체스가 모두 공을 향해 뜁니다. 누가 공을 차지하게 될까요?”

불과 3초에 불과한 시간이었지만 워낙 긴박한 상황이었기에 모두가 숨을 멈추고 지켜봤다.

“실레선이 빨랐습니다. 실레선 공을 멈추지 않고 그대로 내 찹니다. 가르시아가 공을 막기 위해 뛰어보지만, 공이 너무 높았습니다. 골. 실레선 자신의 실수로 내준 골을 만회하는 골을 터트립니다.”

실레선은 골을 넣고 레알 마드리드 진영 중앙에서 바로 무릎을 꿇고 성호를 그으며 세리머니를 했다.

“레알 마드리드가 너무 빨리 전광판을 봤어요. 전광판의 시계가 멈춘다고 종료된 것이 아니거든요. 휘슬이 울리기 전까지는 경기 중이라는 것을 잊어버린 모습이었습니다.”

실레선의 세리머니가 끝나고 센터서클로 공이 넘어오자 주심은 바로 전반 종료의 휘슬을 불었다.

“아까 잠깐 말씀해주셨지만 전반 전체적으로 어떻게 보셨습니까?”

“점유율은 레알 마드리드의 일방적인 경기였습니다만 결과는 1:1의 동점으로 끝났습니다. 전반 초반은 하인스의 독무대였습니다. 발렌시아에서도 최고의 대인마커라 불리는 코헤이라를 기용했습니다만 결국 하인스를 막지 못했죠. 발렌시아의 벤치에서도 그 점을 빠르게 인식하고 실레선까지 하인스를 마크하게 했고 어느 정도 성공했죠. 하인스의 기지로 돌파한 후 골까지 성공시키자 경기가 완전 레알 마드리드에게 넘어간 듯 보였습니다. 그러나 레알 마드리드가 너무 빨리 집중력을 잃어버렸습니다. 아까도 말했지만, 전광판의 시계가 멈췄다고 경기가 끝난 것은 아니거든요.”

잠시 물을 마신 해설은 다시 말을 이었다.

“전광판의 시계가 멈추고 로스타임 자체가 거의 없는 경기였기에 너무 빨리 긴장감을 놔버렸습니다. 누네스의 패스가 끊겼을 때 제일 먼저 반응한 것이 실레선이었거든요. 그러면 바로 반응했어야 하는데 가르시아와 마르체나가 반응했을 때 이미 실레선이 센터라인까지 달린 후였습니다. 당연히 마르체나가 있던 거리가 가까웠지만 쫓아갈 수 없었죠.”

“가르시아가 끝까지 좇아가 보았지만 미치지 못했죠?”

“그 장면에서 발렌시아의 숨은 영웅이 있었죠. 워낙 급박한 순간이었고 화면에 잡히지 않아 시청자분들은 보지 못하셨겠지만, 발렌시아의 원탑으로 나온 알데레테가 가르시아와 함께 경쟁을 해주었습니다. 가르시아가 골대만 보고 끝까지 달렸으면 아마 걷어낼 수도 있지 않았나 하는 타이밍이었거든요. 그러나 알데레테가 가르시아와 함께 뛰면서 가르시아는 알데레테도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니지만 득점을 하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하죠.”

“그렇군요. 양팀 1:1 상황에서 하프타임을 맞이하였습니다. 저희는 후반전 시작과 함께 돌아오겠습니다.”

***

“왜, 뭐가 신경 쓰여?”

인수는 피치에 들어서고부터 계속해서 발목을 돌리고 있는 마린을 보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후반전 출전이 예정되었기에 몸은 충분히 풀고 나온 상태였을 텐데도 긴장을 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었다.

“아뇨. 그냥 벤치보다 경기장이 훨씬 편하구나 해서요. 경기장에서 땀을 흘리면서 뛰는 것이 훨씬 좋아요.”

마린의 목소리에서는 긴장은커녕 기대감이 보였다.

“그렇지? 그래도 자기의 컨디션은 확실하게 챙겨. 이미 네 몸이 무겁다고 느껴질 때는 늦은 거니까.”

인수가 4년간 1군 리그에서 뛰면서 가장 먼저 배운 것이 컨디션을 조절하는 것이었다.

유스 때는 팀이나 감독이 먼저 경기 시간을 조절해주고 몸 상태를 점검해주었지만 1군은 자신이 직접 해야 했다.

소튼에 있을 때야 워낙 자신보다 자신을 잘 알고 있는 에디도 있었고 브리지도 있었지만, 마드리드에서는 자신이 직접 챙기다 보니 자신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었다.

주심이 공을 센터서클에 놓자 코프는 마린과 함께 센터서클 안으로 들어갔다.

“하인스에게 공을 돌리자마자 파고들어.”

공 하나를 사이에 두고 코프는 볼을 받을 마린에게 속삭였다.

“코프나 긴장하지 말고 잘해요.”

인수를 비롯한 공격진은 후반전 시작 전 샨투 감독에게 한가지 허락을 받았다.

인수가 에디와 짝을 맞춘 소튼에서 경기 시작과 함께 가끔 쓰던 상대가 정비를 마치기 전 적진 깊숙이 돌파하여 득점을 노리는 방법이었다.

이를 위해 롱패스와 돌파가 모두 가능한 인수가 센터서클 바로 밖에 서 있었고 센터서클 안에 코프와 마린이 들어가 있던 것이었다.

에디보다 빠른 선수는 없었지만 마린은 돌파와 패스의 질이 에디보다 나았기에 인수가 마린에게 정확히 패스만 해주면 충분히 가능해 보였다.

더욱이 전반 막판 실점하며 가라앉은 팀의 분위기를 살리며 주도권도 가져올 수 있었기에 샨투 감독도 승인했다.

삐익.

주심의 휘슬이 울리자 코프는 공을 건들고 바로 발렌시아의 진영으로 뛰기 시작했다.

코프의 볼을 받은 마린도 뒤에 있는 인수에게 바로 공을 넘기고 코프보다 한 박자 늦게 발렌시아 진영 깊숙이 들어갔다.

그와 동시에 사라비아와 소아레스도 양 사이드를 돌파하자 발렌시아의 선수들은 준비하고 있었지만 순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뛰어 들어온 선수들은 뒤에 맡겨. 다들 공을 가진 선수를 봐.”

뒤에서 소리높여 선수들에게 지시했지만 이미 선수들은 뛰어 들어간 선수들에게 돌아가 있었고 그들 사이로 인수가 뛰어 들어갔다.

“막아. 막아.”

10명의 선수들이 발렌시아의 진영에 있었지만 당황한 모습이 보였다.

인수가 돌파하자 다급히 선수들이 인수에게 뛰어왔고 자연스럽게 먼저 파고 들어갔던 네 명의 공격수에 대한 압박이 줄어들었다.

수비들을 가까이 끌어들인 인수는 바로 마린에게 패스했다.

총알 같이 빠르게 흐른 패스를 받은 마린은 자신의 몸 앞에 공을 떨구었다.

“어차피 슛은 없어. 패스만 막아.”

발렌시아에서도 마린에 대한 것은 파악이 끝난 것인지 패스의 길목을 막아서는 수비진이었다.

“슛만 못 하는 거지. 돌파는 잘하거든.”

마린은 몸의 중심을 흔들며 돌파하려는 모습을 보이다 발뒤꿈치로 공을 돌렸다.

마린이 공이 돌린 곳에는 인수가 파고들고 있었고 발렌시아 수비들은 중거리슛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기에 코프가 프리 상태로 놓였다.

인수의 강슛을 차려는 듯 공을 다루다 코프에게 패스했고 코프는 공의 방향만 바꿔놓으며 득점을 기록했다.

***

“후반 시작하자마자 레알 마드리드의 공세가 시작되었습니다.”

“발렌시아 선수들이 너무 느슨했어요. 전반 막판 레알 마드리드의 선수들이 긴장을 먼저 푸는 바람에 득점을 기록할 수 있었던 발렌시아거든요. 그런데 준비가 너무 늦었어요. 레알 마드리드의 선수들이 휘슬과 동시에 뛰어 들어가자 당황한 기색이 보였거든요. 그런 바람에 하인스가 편하게 공을 몰고 들어갔고요. 수비를 자신에게 끌어들이고 마린에게 보낸 정확한 패스가 돋보였습니다.”

“일격을 얻어맞은 발렌시아인데요. 발렌시아의 입장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제 막 후반이 시작했습니다.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천천히 다시 만들어나가야겠죠. 레알 마드리드가 마린를 투입하면서 누네스가 빠져 수비가 엷어졌거든요. 충분히 수비들을 뚫을 힘이 있습니다.”

“마린이 투입되면서 발렌시아도 하인스만 막으면 된다는 전술이 통하지 않을 텐데요.”

“분명 수비적인 부담이 늘어난 발렌시아이긴 합니다. 그러나 리그 경기라는 것이 한 골로 지든 두 골로 지든 승점 3점을 내주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승점 1점이라도 따기 위해서는 공세적으로 나가야 합니다.”

“말씀하신 대로 발렌시아가 빠르게 수습할지 아니면 레알 마드리드가 이번 득점을 계기로 다시 주도권을 잡고 경기를 끌어갈지 보겠습니다.”

***

한번 주도권을 잡은 레알 마드리드는 발렌시아에게 쉽게 주도권을 내주지 않았다.

상대 수비가 탄탄하긴 했지만 공을 끊기지 않게 짧은 패스로 연결해나갔고 후반 20분이 지날 때는 슈팅 숫자가 9개에 달할 정도로 슈팅을 퍼부었다.

물론 유효슈팅 숫자는 1개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공격이 슈팅으로 이어진다는 것 자체가 발렌시아로서도 부담으로 다가왔다.

발렌시아도 슈팅 이후 이어진 공격을 이어나가 슈팅 2개를 모두 유효슈팅으로 기록하긴 했지만 하나는 위력이 없었고 하나는 산체스의 선방에 막혔다.

이런 공방 속에 30라운드가 흘러가고 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