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그를 지배하는 축구천재-113화 (113/200)

113화

발렌시아와의 30라운드.

마린의 컨디션은 정상으로 돌아왔지만 코치진의 배려로 벤치에서 시작했다.

“별 움직임을 가져가지 않은 것 같은데 저렇게 뚫을 수 있지?”

마린의 인수의 움직임을 보며 옆에 있던 로카에게 물었다.

“몸의 중심이동만으로 페이크를 건 거야. 네가 10년간 훈련했던 것을 저 녀석이 한 달 만에 자기 것으로 만든 거야.”

마린은 몸의 중심을 빠르게 이동시키며 상대의 빈틈을 낮은 자세로 치고 나가는 드리블을 선호했다.

그에 반해 인수는 볼 컨트롤을 통해 돌파하는 것을 선호했지만 로카를 만나고 난 후 몸의 중심을 통해 돌파하는 방법을 병행했다.

“이거 상당히 힘든데.”

마린은 앉아서 몸의 좌우로 움직이며 인수의 행동을 따라 하다 중얼거렸다.

“너하고 체격이 달라서 그래. 체력적인 문제도 있고. 너도 저 녀석 훈련하는 거 봐서 알잖아.”

로카는 마린이 보고 쉽게 노트북의 화면을 조정했다.

로카가 띄워놓은 화면에는 인수와 로카가 훈련하는 모습들이 빠르게 지나가며 체력소모와 효율을 비교했다.

“와. 똑같은 시간을 똑같이 훈련하는데 어떻게 이런 차이가 나?”

로카와 함께 훈련하며 만든 프로그램이었기에 마린도 데이터를 읽는 정도는 가능했기에 자신과 인수의 차이점이 도드라지게 보였다.

“너도 체력을 더 키울 필요가 있어. 휴식기에 훈련이 중요해.”

로카는 음식 때문에 영국에 가는 척하긴 했지만, 여름 휴식기 훈련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

특히 브링과 브링이 이끄는 팀에 대한 이야기는 로카도 잘 알았다.

쉽게 교류가 될지 모르지만 자신의 데이터를 이용한 훈련 방법에 전통적인 방법과 과학적인 분석을 같이 사용하는 브링의 팀과의 차이를 업데이트하기를 노렸다.

***

“번번이 놓치면 어떻게 해.”

발렌시아의 수비진은 인수에게 계속 뚫리고 있는 코헤이라에게 소리를 높였다.

막상 계속 뚫리고 있는 코헤이라 역시 답답한 심정은 마찬가지였다.

로테이션 맴버이긴 했지만 발렌시아에서 최고의 수비수라 불리는 자신이었고 심지어 바르셀로나의 안수 파티도 자신을 뚫지 못했었다.

물론 자신의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는 뚫린 적도 있지만, 오늘 컨디션은 최고였기에 번번이 뚫리는 자신도 이해하지 못했다.

“칫.”

오늘 발렌시아의 전술 자체가 수비형이었기에 2선에서 막고 있는 자신이 뚫리더라도 후방에서 잘 막아주고 있긴 했다.

그러나 분명한 건 자신이 뚫리면서 최후방 수비수들에게 부담을 주고 있다는 것이 문제였다.

후방에서 안전하게 클리어해 낸 공을 누네스가 잡으며 다시 공이 인수에게 연결됐다.

‘한 번만 막자. 한 번만.’

코헤이라는 이번에는 뚫리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며 자세를 낮췄다.

인수는 상대가 자세를 낮춘 것을 보고 슬쩍 공을 앞으로 내밀었다.

상대가 움찔하긴 했지만 달려들지 않았기에 다시 공을 자신에게 끌어들이며 공을 왼발로 옮겼다.

몸을 좌우로 흔들며 상대의 중심을 흩트려보려고 했지만 낮은 자세 그대로 자신을 보고 있었기에 인수는 공을 긁어 살짝 띄운 후 상대의 키를 넘겨 공을 찼다.

자신의 뒤로 공이 간 것을 알았지만 자신이 막을 것은 공이 아니라 사람이었기에 인수의 작은 움직임에 집중했다.

공을 넘긴 후 인수는 상대를 등지며 왼쪽으로 돌았다.

자신이 돌파하는 시기에 맞춘 듯 몸을 부딪쳐오는 코헤이라였다.

넘어간 공을 차지하기 위해 상대의 후방 수비수가 달려들고 있었기에 인수는 어깨를 깊숙이 숙여 코헤이라를 밀치고 앞으로 달렸다.

삐익.

코헤이라가 뒤로 벌러덩 넘어지자 주심이 휘슬을 불며 빠르게 달려왔다.

“어깨싸움이었잖아요.”

인수는 자신의 반칙을 선언하는 주심을 보며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진짜 …….”

인수가 다시 한번 항의 하려고 하자 사라비아가 뒤에서 인수를 끌었다.

“반칙 맞아. 어깨로 상대의 명치를 치며 어떻게 해.”

“명치를 때렸어요? 분명히 어깨싸움을 했는데. 어쩐지 말랑하더라.”

인수는 뒷머리를 긁으며 뒤로 물러섰다.

“잘했어. 반칙을 유도하면 되잖아.”

코헤이라는 내밀어 준 손을 잡고 천천히 일어서며 인수를 바라봤다.

‘내가 도는 게 늦었다고?’

자신은 분명 돌아서는 인수를 막아서기 위해 어깨싸움을 걸 생각이었다.

자신의 몸의 중심이 낮긴 했지만, 상대보다 한발 뒤에 물러선 상태에서 돌파하는 상대의 옆을 막아섰다.

그런데 인수의 어깨에 자신의 가슴을 받쳤다는 것은 상대의 움직임이 훨씬 빨랐다는 것을 의미했다.

발렌시아의 벤치에서 이 모습을 보았는지 코헤이라와 함께 스피드가 좋은 실레선을 인수에게 붙였다.

전방 압박을 하던 실레선을 빼면 레알 마드리드의 공격이 더욱 거세지겠지만, 패스의 중심인 인수를 막는 것이 우선이라 판단한 발렌시아였다.

이미 수페르코파 데 에스파냐에서 맞붙어봤기에 인수를 막지 않고서는 레알 마드리드를 막을 수 없다고 판단한 코치진이었다.

두 명의 수비가 자신의 앞을 막아서자 인수의 돌파는 물론이고 전방으로 찔러주는 패스가 사라졌다.

윙백들이 전진해 인수의 패스를 받아주었지만 패스가 앞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뒤를 향했다.

***

“하인스가 답답해 보여.”

전반 초반 인수가 코헤이라를 돌파하며 공격의 주도권을 완전히 가져왔던 레알 마드리드였다.

인수의 돌파로 찾아왔던 몇 번의 기회가 무산되었고 인수에게 더블팁이 가해지자 그마나 찾아왔던 기회들이 사라졌다.

물론 뛰어난 선수들이었기에 사이드를 통한 공격의 활로를 찾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이드를 통한 공격의 활로는 한계가 있었고 새로운 공격 루트를 찾아 선수들에게 제시해야 했다.

“누네스와 니실랴가 경기에서 사라진 느낌입니다. 차라리 니실랴를 앞으로 배치해서 하인스에게 가해지는 압박을 분담시켜주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니실랴가 수비형 미드필드이긴 했지만 킥력도 있었고 전진패스도 위력이 있었다.

그러나 수비가 붙으면 마음이 급해져 실수가 가끔 나왔기에 앞으로 올리는 것도 쉽지 않았다.

“마린을 빠르게 투입하면 어떻겠습니까? 하인스하고 호흡도 잘 맞으니 같은 라인에 서게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샨투 감독은 언뜻 번쩍했지만 고개를 흔들었다.

잉글랜드가 다시 황금기를 맞고 있다는 말을 많이 했지만 지금 이전 세대에는 이름값 못하는 슈퍼스타들이 즐비했다.

그중 샨투 감독은 머리엔 끝까지 공존하지 못했던 두 스타플레이어가 있었다.

지금은 잉글랜드 유스 대표팀 총감독으로 있는 램파드와 리버풀의 감독인 제라드가 동시에 잉글랜드 대표팀에 승선했다.

각자의 팀에서 돌격대장을 자처했던 두 사람이었기에 두 사람이 공격형 미드필드로 서면 그 파괴력이 2배가 아닌 5배, 6배가 되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결과는 결국 이도 저도 아닌 돌격선장이 되어버렸고 두 사람의 전진은 수비진과의 사이에 공간을 만들어내며 처참하게 무너지는 결과로 이어졌다.

물론 두 사람보다 먼저 슈퍼스타가 된 베컴의 부상도 있었고(결국 잉글랜드가 8강까지 올라간 것은 베컴의 발이었긴 했지만) 에릭손 감독의 욕심이라는 사람들도 있긴 했다.

그러나 샨투 감독이 생각하기에 팀의 돌격대장은 한 명이 되는 것이 맞았다.

“하인스가 소튼 시절 레쉬포드와 더블로 선 적이 있었습니다.”

“레쉬포드야 경험이 많은 선수였고 하인스의 센스도 있었으니 가능했겠지. 그러나.”

샨투 감독은 루카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마린을 보면서 말을 줄였다.

***

벤치에서 골치 아픈 대화가 오갔지만 인수는 자신에게 가해진 압박을 뚫을 생각이었다.

전반 35분이 흐르고 소강상태에 들어가자 인수는 손을 들어 공을 요청했다.

인수의 신호를 받은 누네스는 인수의 앞으로 공을 밀어주었다.

아무런 방해 없이 나온 패스였기에 정확히 인수의 앞으로 전달된 패스였지만 공을 받기 위한 인수의 중심이 살짝 무너지며 자신의 앞에 공을 두지 못하고 튕겨져 나갔다.

인수에게 공이 오자 긴장했던 실레선은 인수의 트래핑 실수를 기회로 봤는지 공을 가로채기 위해 다리에 힘을 주어 앞으로 뛰었다.

“멈춰.”

이상함을 느낀 코헤이라가 실레선을 불렀지만 이미 뛰어나간 후였다.

인수는 씩 웃으며 실레선이 뛰어나온 곳으로 공을 차고 빙글 돌며 빈 공간을 파고들었다.

코헤이라가 황급히 인수의 뒤를 쫓았지만 이미 페널티지역 가까이까지 가버린 상황.

코프는 인수가 파고들어 오자 외곽으로 한 명의 수비수를 달고 빠졌다.

자신을 막기 위해 달려 나오는 수비를 팬텀드리블로 속인 인수는 그대로 페널티지역 안까지 치고 들어갔다.

뒤에는 자신을 따라오는 코헤이라가 있었고 앞에는 슛각을 좁히기 위해 나오는 골키퍼가 보였다.

인수는 침착하게 골키퍼 정면으로 공을 밀었고 그 공은 골키퍼 가랑이 사이를 통과해 그대로 골문 안으로 들어갔다.

***

“하인스, 트래핑 실……. 아닙니다. 약간 길었던 트래핑을 다시 한번 차 실레선을 제치고 나갑니다. 순식간에 빈공간을 파고든 하인스 그대로 팬텀드리블로 수비수를 제치고 골키퍼와 1:1 찬스를 만듭니다.”

“바로 쏴야죠. 뒤에 코헤이라가 호시탐탐 노리고 있어요.”

“슛. 골키퍼 다리 사이를 통과한 공이 그대로 골문 안으로 사라집니다. 대단합니다. 하인스 리그 10번째 골을 넣습니다.”

캐스터는 불과 20초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원맨쇼를 보여준 인수의 플레이를 전했다.

“전반 초반 코헤이라를 농락하다시피 했던 하인스거든요. 발렌시아에서 그런 하인스를 막기 위해 실레선까지 붙이고 난 후 경기장에서 하인스의 존재감을 지우는 것에 성공하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트래핑 실수인 것처럼 플레이하며 실레선을 속였습니다.”

“저도 트래핑 실수로 봤거든요. 공과의 거리도 실레선이 더 가까웠지 않습니까? 발렌시아에서도 준족으로 알려진 실레선이기에 공을 따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하인스가 더 빨랐습니다.”

“미리 준비하고 플레이를 한 것 같습니다. 누네스가 찔러준 패스가 정확히 하인스의 발밑으로 전달됐거든요. 그런 공을 놓칠 하인스가 아니었는데도 볼의 컨트롤을 실패하며 실레선 쪽으로 향했다는 것도 실레선을 노리고 있었다고 생각됩니다.”

“다시 골 장면이 나오고 있습니다. 골키퍼가 슛각을 좁히기 위해 나오는 틈을 그대로 노려 밀어 넣었습니다. 골키퍼도 공을 막기 위해 황급히 다리를 오므려봤지만 막을 수 없었습니다.”

“하인스를 평가하는 말 중에 나이답지 않은 노련함과 침착함이라 말합니다. 그런 평가가 왜 나왔는지 보여주는 골이었습니다.”

“1:0으로 앞서가는 레알 마드리드입니다. 우승에 한 발 더 가까워지고 있는 레알 마드리드입니다.”

***

선수기용이나 포지션 변경으로 경기의 흐름을 바꿔보자고 했던 벤치는 인수의 골로 환호했다.

“그냥 하인스에게 맡겼으면 되는 거였는데 말이야.”

샨투 감독은 허탈한 심정으로 중얼거렸다.

“그렇게 상대를 속이고 돌파할 줄이야. 뭐 두 번은 쓰지 못하겠지만 저 상황에서는 최선이긴 하겠네요.”

“뭐 그것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하인스에게 공을 뺏겠다고 달려들기 힘들겠지. 어떤 움직임이 속임수일지 모르니 말이야.”

한 번 당했기에 다시 당하지 않기 위해 더 이상 적극적으로 달려들기 힘들 것이었다.

“언제 봐도 대단한 선수 같네요. 욕심이 날 정도로.”

골을 넣고 세리머니를 하는 인수를 바라보는 샨투 감독과 코치진은 복잡한 심정으로 인수를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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