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그를 지배하는 축구천재-110화 (110/200)

110화

공격진에 포진되었던 마린이 빠지고 누네스가 투입되자 수비진은 한층 안정화되었다.

다만 전방에서 강하게 압박해주었던 마린이 빠지자 아틀랜틱 클루브의 수비진이 편하게 공을 돌릴 수 있었다.

“좀 더 압박해. 더 뛰어.”

인수는 좀 더 수비진에서 공을 편히 돌리지 못하게 만들고 싶었지만, 수적 열세는 어쩔 수 없었다.

그렇다고 아틀랜틱 클루브의 공격이 원활한 것도 아니었다.

중앙수비수 출신이었지만 수비형 미드필드로 성공적으로 변신한 누네스는 뛰어난 대인방어를 바탕으로 한 넓은 수비 범위를 자랑했다.

상대의 드리블이 조금만 어설퍼도 바로 태클로 클리어해내는 등, 니실랴와 함께 중앙에서부터 상대의 공격을 막아냈다.

“전반 초반 노도처럼 레알 마드리드를 밀어붙이면서 선취점을 가져온 빌바오였습니다만 레알 마드리드가 정비한 이후 소강상태에 접어들었습니다. 그러다 상대의 실수를 잘 끊어내어 추가점을 내면서 기세를 탄 빌바오였습니다만 후반 시작 후 이렇다 할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레알 마드리드에서 수비를 강화한 측면이 주요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후반에 들어서 마린을 바로 누네스로 교체해주면서 수비를 강화했거든요. 보통 레알 마드리드의 윙어들은 중앙미드필드보다 높은 자리로 올라가서 공격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지금은 하인스보다 뒤에 있거든요.”

“말씀하신 대로 윙백은 물론이고 윙어들도 올라갈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지금 몸을 풀고 있는 두 선수가 보이는데요.”

“멀어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 한 명은 뚜렷한 특징을 가지는 선수네요. 시원하게 머리를 밀고 거기에 문신을 한 아랑게스로 보입니다. 지금 뛰고 있는 웨아가 오버래핑에 특화된 선수라고 하면 아랑게스는 수비에 특화된 선수입니다. 샨투 감독은 후반 초반이지만 ‘더는 수비 실수로 점수를 주는 일은 없을 것이다.’라고 말하는 듯한 선수기용이라 할 수 있습니다.”

“레알 마드리드가 수비에 집중한다고 해서 공격을 포기하거나 하는 것은 아닐 텐데요.”

“방금 하인스의 움직임을 보셨겠지만 아주 날카로운 송곳을 준비해 놓은 레알 마드리드입니다. 두 선수 사이를 돌파해 코프에게까지 연결하는 좋은 패스를 보여준 하인스입니다. 레알 마드리드가 수비적으로 나오고 있음에도 후방에서 올라오지 못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하인스와 코프 때문입니다. 언제든지 어떤 상황에서든지 골을 넣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두 선수이기에 후방을 비워둘 수 없는 것이거든요.”

“빌바오 입장에서는 어떻게 해서든지 한 골을 더 넣어야 할 텐데 감독으로서는 골치 아픈 상황일 것 같습니다.”

샨투 감독은 후반 10분 웨아를 아랑게스로, 소아레스를 파라데스로 교체했다.

하인스가 합류하기 전까지만 해도 레알 마드리드의 주전으로 뛰었던 아랑게스와 파라데스였다.

칠레와 아르헨티나의 대표팀 맴버이기도 했던 두 선수는 자신들이 로테이션 자원으로 활용된다는 것이 마땅치 않았지만 나올 때마다 제 몫을 하는 선수였다.

두 선수의 투입으로 아틀랜틱 클루브의 선수들은 더 답답해졌다.

“기회는 와. 공 지키면서 기회를 노려.”

아틀랜틱 클루브의 감독은 코치박스 밖까지 나와 소리를 질렀다.

반면 샨투 감독은 아랑게스와 파라데스로 교체한 이후 자리에 앉아 편하게 경기장을 보고 있었다.

이미 교체 카드도 모두 소진한지라 감독이 할 수 있는 일은 선수들을 믿는 것밖에 없긴 했다.

“어때?”

샨투 감독은 바쁘게 손을 움직이고 있는 로카에게 말을 걸었다.

세도로프가 카스티야 총감독으로 임명된 이후 바로 카스티야로 갔던 로카는 샨투 감독의 요청으로 1군 코치로 돌아와있었다.

“나쁘지 않아요. 특히 전반보다 후반 들어서 빌바오의 움직임이 떨어져 있어요.”

레알 마드리드에게도 가혹한 일정이긴 했지만 아틀랜틱 클루브라고 해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리그 일정까지 모두 소화한 미드필더진과 수비진의 체력적 문제가 슬슬 나타날 시점이었다.

“라인을 조금 올려볼까?”

샨투 감독은 자신의 판단을 확신할 수 없었기에 주변을 둘러보았다.

“상대의 체력이 떨어질 시점에 올리는 것은 괜찮지 않나 싶습니다.”

“우리 선수들의 체력이 좋아 활동 범위를 좀 넓혀도 될 듯합니다.”

샨투 감독은 자신을 보좌하는 코치진이 자신의 의견에 동의하자 고개를 끄덕이다 아무 말이 없던 로카를 바라봤다.

로카는 경기장을 바라보다 주변이 조용해지자 고개를 들었다가 자신을 바라보는 샨투 감독을 보았다.

“네?”

“라인을 올려도 될까? 물어봤는데.”

“아직 상대의 힘이 남아있는데요. 상대의 힘이 남아있는데 공간을 내주게 되면 일격을 맞을 수 있습니다. 차라리 후반 30분 이후 올리는 것이 나을 듯싶은데요. 이대로 끝나도 좋을 경기 아니겠습니까.”

로카는 조심스럽지만 강한 목소리로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경험도 없는 데이터쟁이가 뭘 안다고.”

“그러게 세도로프 감독이 신뢰한다고 자기가 뭐라도 된 줄 아나.”

주변 코치들은 자신들끼리 조용히 말한다고 하고 있지만 샨투 감독은 물론이고 로카와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선수들에게까지 들렸다.

“모두 생각은 다른 법이야.”

샨투 감독은 코치들의 말을 단호히 끊었다.

세리에A에서부터 자신을 보좌하던 코치들이었기에 어느 순간부터 새로운 의견이 거의 없는 코치진이었다.

로카의 말대로 이대로 끝나도 좋을 경기였다.

목적은 결승 진출이지 이 경기에서 승리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었다.

“감독님. 레알 마드리드는 감독님의 생각대로 이끄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수석코치는 샨투 감독이 로카를 챙기기 시작하자 주변 코치들의 불만을 직접적으로 듣고 있었다.

레알 마드리드 이후 행보에도 같이해야 하는 코치들이었기에 샨투 감독이 코치들을 더 챙겨야 한다고 조언해왔고 이 발언도 그와 마찬가지였다.

“흐음.”

샨투 감독도 그 상황을 수석코치에게 들었기에 쉽사리 로카의 말대로 할 수 없었다.

“라인을 두 발자국만 올리도록 하지.”

샨투 감독은 적당히 합의해 라인을 올리기로 했다.

샨투 감독의 지시는 바로 선수들에게 지시됐고 선수들은 공격과 동시에 라인을 올렸다.

***

후반 25분이 넘어가자 상황이 급변했다.

“정확히 보내. 올라오지 마.”

인수는 후방에서 넘어오는 선수들을 보며 소리쳤다.

라인을 올린 이후 조급해 보이는 파라데스가 보였다.

사라비아가 완전히 라인을 내리고 있었다고 하면 파라데스는 자신과 거의 같은 라인에 서 있었다.

물론 주전으로 활약하다 로테이션이 되었으니 자신이 경기를 뛰는 동안 결과를 내고 싶어 하는 마음은 알겠지만 지금은 수비를 강화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파라데스가 올라오며 아랑게스와의 간격이 벌어졌고 아틀랜틱 클루브는 당연히 그곳을 노리기 시작했다.

“좁혀. 공간을 내주지 마.”

뒤에서 모든 상황을 바라보는 산체스는 두 손을 모아 아랑게스에게 지시했다.

아랑게스 역시 빈 공간을 막기 위해 올라갔고 순간 뒷공간이 완전히 비었다.

체력을 다 소진한 아틀랜틱 클루브의 선수들이었지만 이번 기회를 반드시 살려야 한다는 것은 느끼고 있었다.

“제발 받아.”

순식간에 아랑게스 뒷공간으로 파고든 케스타는 공을 놓치지 않았고, 넘어지면서까지 크로스를 올렸다.

케스타가 크로스한 공은 중앙으로 날아갔고 그 공을 향해 세 명의 선수가 높이 뛰었다.

공중볼에 자신 있던 가르시아가 높이 뛰었고 마르체나는 같이 뛰는 페차를 막아섰다.

가르시아와 마르체나가 페차를 막아봤지만 페차는 헤더를 해냈고 급격히 꺾인 공에 산체스가 몸을 날려봤지만 튕겨내는 것에 실패했다.

페차의 헤트트릭.

경기를 원점으로 만드는 골이자 레알 마드리드의 결승 진출을 안갯속으로 만드는 골이었다.

***

“골입니다. 골. 페차의 헤트트릭. 엘 비에호 클라시코에서 헤트트릭을 성공시키는 페차입니다.”

“빌바오의 창이 레알 마드리드의 방패를 뚫어냈습니다. 아랑게스와 파라데스를 투입하면서까지 2:0 스코어를 지키고자 했던 레알 마드리드입니다만 실패했습니다.”

“샨투 감독의 승부수가 실패했다고 봐야 하는 거겠죠?”

“아직 경기가 끝나지 않아 확정 지을 수는 없지만, 어찌 됐든 샨투 감독의 승부수는 실패로 보입니다. 후반 10분경 두 선수를 교체하면서 샨투 감독은 라인을 완전히 내렸거든요. 하인스와 코프를 제외하고는 거의 센터라인 가까이 내렸으니까요. 그랬으면 그 기조를 끝까지 이어갔어야 했는데 라인을 살짝 올린 것이 문제였습니다.”

“리플레이가 나오고 있긴 하지만 레알 마드리드의 뒷공간이 완전히 열렸거든요.”

“파라데스가 앞으로 나가니 파라데스와 아랑게스 사이가 비었고 그 공간을 막기 위해서 니실랴와 아랑게스가 공간을 막기 위해 나올 수밖에 없었거든요. 차라리 그 공간을 니실랴에게 맡기고 아랑게스는 자리를 지켰어야 했는데 아랑게스가 나온 것이 뒷공간을 완전히 열어주고 말았습니다. 그 공간을 차지한 케스타가 넘어지면서까지 크로스를 올렸고 그 투지를 페차가 살렸습니다.”

“케스타가 일어서지 못하고 있는데요.”

“2주간 벌써 5경기나 선발로 뛰고 있는 케스타입니다. 후반 들어서 체력적인 문제가 눈에 보였거든요. 아마 이제는 교체를 해주어야 할 듯 보입니다. 겨우 일어서고 있긴 하지만 다리가 떨리는 것이 여기서도 보입니다.”

“그야말로 케스타의 투혼이었는데요. 페차가 골을 넣긴 했지만 이번 골의 주인공은 거의 케스타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레알 마드리드가 여기서 끝나지는 않으리라 생각되지만, 기세를 타고 있는 빌바오인 만큼 경기가 더욱 재미있어집니다.”

***

“다들 뭐해. 누가 죽었어?”

인수는 고개를 숙이고 있던 선수들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그래. 뭐 하는 거야. 아직 15분이나 남았잖아.”

골대까지 뛰어가서 공을 가지고 온 코프가 인수의 말을 받았다.

3:0으로 지고 있었지만 아직 끝난 것은 아니었다.

단 한 골만 넣으면 유리한 것은 자신들이었다.

무릎에 손을 대고 고개를 숙이고 있던 선수들이 하나둘 고개를 들어 전방에 있던 인수와 코프를 바라봤다.

코프의 말대로 시간은 많이 남았고 자신들은 레알 마드리드였다.

경기 중이었으면 수습할 수 없을 분위기였지만 케스타가 체력문제로 경련이 나 경기가 멈춰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아틀랜틱 클루브가 2명의 선수를 한 번에 교체한 후 다시 경기가 시작됐다.

더는 점수를 내줄 수 없다는 선수들의 마음가짐이 있었기에 유니폼이 더러워질 정도로 몸을 날려 아틀랜틱 클루브의 공격을 막고는 있었지만, 경기의 주도권을 다시 가져오는 것은 힘들었다.

경기의 주도권을 잡고 있던 아틀랜틱 클루브는 신중하게 공격을 전개했고 오늘 헤트트릭을 한 페차의 움직임은 여전히 날카로웠다.

후방에서 날아온 공을 자신감 있게 중거리슛을 날렸고 쭉 뻗는 공을 산체스가 겨우 주먹으로 뒤로 쳐낼 수 있었다.

세 골이나 내주긴 했지만 스페인 넘버원 골키퍼의 실력이 어디 가는 것이 아니었다.

아틀랜틱 클루브의 코너킥한 공을 두 손으로 잡은 산체스는 전방을 향해 길게 찼다.

세트피스를 위해 아틀랜틱 클루브의 수비수들까지 모두 올라와 있던 상황에서 산체스가 찬 공을 향해 모두가 뛰었다.

센터서클 부근에서 바운드 된 공을 잡은 것은 인수였다.

높이 뜬 공을 발등으로 트래핑을 해서 자신의 몸 1미터 이내에 컨트롤해냈다.

경기를 지켜보던 사람들은 인수의 트래핑을 놀란 눈으로 바라봤는데, 놀랄 틈도 없이 쏜살같이 아틀랜틱 클루브의 골대로 향했다.

아틀랜틱 클루브의 골키퍼가 클리어하기 위해 뛰쳐나왔다가 인수의 스퍼드를 보고 황급히 골대로 돌아가고 있었다.

인수는 골키퍼의 위치를 보고 골대를 보고 길게 슛했다.

골대를 향해 뛰어가던 골키퍼가 공이 날아오는 것을 보고 힘차게 뛰어올라 보았지만 손에 맞히는 것에 실패하고 그대로 넘어졌다.

페널티지역에 떨어진 공은 두어 번 바운드 후에 골대 안으로 사라졌다.

후반 40분이 넘어서 나온 인수의 만회골.

결승에 갈 수 있다고 생각하던 경기장의 분위기가 싸해졌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아틀랜틱 클루브를 응원하던 관중들도 인수의 골에 입을 다물었고 탄식만이 흘러나왔다.

그로부터 9분 후 주심은 그대로 경기를 끝냈고 레알 마드리드는 두 시즌 만에 코파 델 레이 결승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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