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그를 지배하는 축구천재-108화 (108/200)

108화

샨투 감독은 전광판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전광판에 떠 있는 2:2의 스코어.

카스티야를 투입한 셀타 비고와의 경기에서 무승부의 결과를 얻었다면 만족스러운 결과였다.

아틀랜틱 클루브와의 1차전을 3:0으로 꺾은 만큼 원정경기지만 부담스러운 2차전은 아니었다.

더욱이 아틀랜틱 클루브의 주전 골키퍼가 퇴장을 당해 2차전에서 뛰지 못하는 만큼 상대로서도 후방의 불안함을 가지고 있었다.

“역시 세도로프 감독님이군.”

“선수들에게 동기부여를 한 것만으로 이렇게까지 바꿔놓다니 말이죠.”

레알 마드리드가 세도로프를 감추긴 했지만 기자들의 눈을 피하기는 힘들었다.

특히 눈썰미 좋은 기자들은 세도로프의 존재를 알아차렸고 보드진에 문의가 들어왔다.

이대로라면 레알 마드리드의 발표 전 언론에 의해 세도로프 영입이 알려질 것을 우려한 보드진은 정식으로 세도로프 영입을 발표했다.

다만 당장 1군 감독으로 영입한 것이 아니라 이번 시즌은 카스티야의 총감독이 되고 내년 시즌부터 1군 감독으로 취임을 알렸다.

레알 마드리드에 출입하는 기자들은 속보로 세도로프 영입을 전했고 그 소식을 들은 팬들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챔피언스리그에 떨어졌을 때만 해도 당장 갈아치우라는 의견이 많을 테지만 리그에서도 1위를 달리고 있었고 코파 델 레이 4강 1차전에 승리하면서 샨투 감독에 대한 여론이 나쁘지 않은 상태였다.

다만 지난 시즌 엘 클라시코에서 전패하면서 다음 시즌은 반드시 바꿔야 한다는 여론은 아직도 높은 상태였다.

세도로프가 정식으로 시우다드 레알 마드리드에 출근한 날 모여들 기자들만 세 자릿수에 달했을 정도로 엄청난 관심을 받았다.

그 자리에서 가진 간단한 인터뷰에서 세도로프는 카스티야의 총감독으로 부임하면서 가지는 소감을 전했다.

“레알 마드리드에는 수없이 많은 원석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원석들이 유출되면서 리그의 질이 올라가고 있긴 하지만 그게 레알 마드리드의 전력에 도움이 되고 있는지 의문이 있습니다.”

세도로프의 말은 그대로 보도되며 카스티야는 물론이고 후베닐에서 땀을 흘리며 훈련하는 선수들의 사기를 북돋웠다.

레알 마드리드는 세계 최고의 팀이라는 자부심이 있었다.

그렇기에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뛰어야만 하고 세계 최고의 선수들만이 레알 마드리드의 하얀색 유니폼을 입을 수 있었다.

그렇기에 레알 마드리드의 유스들이 1군에 올라가는 벽을 통곡의 벽이라고 불릴 정도로 힘들었다.

이 발언이 유스들에게 더욱 와닿는 이유는 후베닐에 있던 마린을 1군에 합류시킨 게 세도로프라는 소문이 있었기 때문이다.

세도로프의 다른 말은 유스들이 아닌 팬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기자들은 세도로프에게 내년 시즌의 예상을 물었다.

“레알 마드리드에서 원했던 것은 유럽 최고의 팀이자 세계 최고의 팀임을 증명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반드시 빅이어를 가져오도록 하겠습니다.”

세도로프는 그 말을 마치고 주변을 둘러보다 다시 말을 이었다.

“팬들이 원하는 것은 더비전의 승리일 것입니다. 엘 클라시코를 비롯해 데르비 마드릴레뇨, 엘 비에호 클라시코를 패배하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세도로프의 말은 실시간으로 스페인 전역으로 퍼져나갔고 레알 마드리드의 팬들은 환호를 보냈다.

반면 바르셀로나의 팬들은 내년 시즌 박살 내달라고 바르셀로나 보드진을 압박했고, 아틀랜틱 클루브의 팬들은 코파 델 레이 4강 2차전에서 보자며 이를 갈았다.

AT마드리드의 팬들은 어디서 개가 짖냐는 듯 반응했지만 속으로는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그런 세도로프가 부임한 후 단 이틀 만에 열린 경기가 셀타 비고와의 28라운드였다.

리그 경기였기에 감독 자리에는 샨투가 앉아있었지만 선수 선발과 전략은 모두 세도로프의 작전이었다.

카스티야의 감독으로 임명되었기에 오늘 경기에 함께 하지 못하고 로카가 세도로프 대신 코치석에 앉았다.

“소시에다드와의 경기도 같은 라인업인가?”

“최대한 많은 선수를 시험하고자 합니다. 세도로프 감독님이 어떻게 하실지 모르겠지만 아마 꽤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 예상합니다.”

로카는 오늘 선수들의 움직임을 기록한 노트북을 접으며 샨투 감독의 물음에 답했다.

마린 한사람만을 대상으로 하다 인수가 합류하자 데이터 결괏값이 상당히 다르게 도출됐었다.

이틀 만에 카스티야와 후베닐의 선수들의 데이터를 모두 입력할 수 없었기에 오늘 라인업에 나온 선수들의 데이터를 임시로 입력했는데 분석해야 할 것이 상당했다.

“그 노트북의 알고리즘은 공개할 수 있는 건가?”

샨투 감독은 로카가 들고 있는 노트북에 눈길을 주며 물었다.

로카와 이야기하며 젊은 코치진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했던 샨투 감독이었다.

그러나 1군에서 뛰는 마린과 로카의 도움을 받은 인수의 플레이를 보고 두 사람이 도움을 받았다는 프로그램에도 욕심이 났다.

솔직히 그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팀을 보는 눈도 있는 로카가 욕심이 났다는 말이 맞았지만.

“아직 논문이 완성되지 않아서요. 논문심사에 통과하면 같이 공개되겠죠.”

로카는 자신의 노트북을 담은 가방을 꼭 끌어안았다.

축구선수가 되겠다는 꿈을 포기한 이후 자신의 모든 것이 담겨있는 노트북이었다.

샨투 감독은 그런 로카를 보며 쉽지 않다는 듯 고개를 흔들며 라커룸으로 향했다.

***

“사실상 경기를 포기한 듯 카스티야 선수를 중심으로 구성했던 28라운드 셀타 비고와의 경기에서 무승부를 기록하며 승점 1점을 챙긴 레알 마드리드입니다. 어떻게 보셨습니까?”

“레알 마드리드에서 세도로프 감독을 카스티야 총감독으로 선임하고 나서의 경기였죠. 최근 분위기가 좋지 않아 반전의 계기로 만들겠다고 나선 셀타 비고였기에 쉽지 않은 경기였습니다. 라인업에 올랐던 선수 중 17명이 카스티야와 후베닐의 선수였습니다. 그 어린 선수들이 자신들이 왜 그 경기에 뛰었는지 보여준 경기였다고 생각합니다.”

“말씀하신 대로 17명의 어린 선수들이 라인업에 올랐고 경기에서 뛰었던 14명의 선수가 모두 카스티야와 후베닐의 선수였다는 점이 놀라웠습니다. 세도로프 총감독이 선임되고 난 이후의 레알 마드리드는 어떻게 되겠습니까?”

레알 마드리드의 축구를 분석하는 프로그램들은 일제히 세도로프 감독에게 주목했다.

특히 부상선수들이 발생한 이후 레알 마드리드의 행보에 관심이 있던 사람들은 그 방송들을 시청했다.

“모두가 알다시피 에레디비시가 몰락하고 있었습니다. 한때 리그랭킹에서 7위까지 올랐던 에레디비시였지만 세도로프 감독이 아약스에 부임할 당시에는 14위까지 떨어진 상태였죠. 포르투칼의 프리메이라리가, 러시아의 러시아 프리미어리그, 벨기에의 퍼스트 디비전 A, 우크라이나의 우크라이나 프리미어리그, 터키의 쉬페르리그에도 밀려있던 에레디비시였습니다. 세도로프 감독이 아약스에 부임하고 챔피언스리그 우승하며 리그에 대한 주목도를 끌어올렸죠. 그 후 아약스와 에인트호번을 중심으로 한 에레디비시가 체질 개선을 하며 리그랭킹 6위까지 기록했습니다. 그만큼 리그의 질을 바꿔버린 세도로프 감독이었습니다. 그런 감독이 제일 처음 언론에 한 이야기 기억하십니까?”

“아마 레알 마드리드에는 수많은 원석이 있으니 그 원석을 갈아 레알 마드리드의 체질을 개선하겠다는 이야기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렇습니다. 레알 마드리드 유스 출신 축구선수는 엄청나죠. 생각나는 대로 꼽아보시죠.”

“우선 후안 마타가 있겠죠. 마르코스 요렌테, 마르코스 알론소 등등. 와, 수도 없이 생각나네요.”

“어느 언론이 그랬죠. 레알 마드리드 유스 출신으로 1군을 꾸린다면 챔피언스리그 우승도 가능하다고요. 분명 세계 최고의 유스 시스템을 가지고 있습니다만 그 선수들이 제대로 1군에 정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레알 마드리드라는 팀의 기조가 아니겠습니까? 세계 최고의 선수들만이 레알 마드리드 1군 유니폼을 입을 수 있다는 게 기조 아닙니까. 선수들이 포텐을 터트리기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는데 그 시간을 돈으로 사는 거죠.”

“모두가 알고 있는 이야기죠. 물론 그 시스템에도 살아남는 선수들이 있습니다. 모라타라든지 지금 막 자리를 잡는 마린이라든지요.”

“두 선수 모두 이적 기간이 넘어간 시점에서 부상으로 인해 구멍을 메우기 위한 기용이란 말을 하고 싶으신 거죠?”

“그렇습니다. 제대로 성장해 1군에 자리 잡은 선수가 없을 수밖에 없는 기조였습니다. 그런데 세도로프 감독이 그 기조를 깨겠다는 발언이었거든요.”

페널의 이야기를 들은 사회자는 침묵을 지켰다.

레알 마드리드 유스들이 세계 최고가 될 수도 있는 원석들임에는 반론할 여지가 없었다.

이제까지 유스 출신 선수들의 활약상을 보면 알 수 있었기에.

그러나 카스티야에서 20살, 21살까지 실력과 경력을 쌓았다고 해서 레알 마드리드 1군에서 뛸 정도의 실력과 명성을 가질 수 있냐에 대해서는 의문이 들었다.

영입을 통해 강해지는 기조.

이런 기조는 레알 마드리드뿐만 아니라 세계 최고라고 자부하는 클럽.

예를 들면 바르셀로나, 첼시, 맨체스터의 두 팀, 바이에른 뮌헨, 유벤투스, 생제르맹 등이 모두 이렇게 세계 최고의 팀이 되었다.

물론 2000년대 후반 2010년대의 바르셀로나를 예로 들며 무조건은 아니라고 물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바르셀로나 역시 메시, 이니에스타, 에르난데스, 피케 등 엄청난 실력을 갖춘 유스들이 한꺼번에 등장하며 그런 이미지가 심어졌을 뿐이지 외부에서 영입 비율이 높은 팀이었다.

그런 팀들과 상대해야 하는 레알 마드리드가 유스 출신 선수들을 중용한다고 했을 때 과연 성적이 나올 것인지에 대한 의심이 있었다.

“물론 갑자기 변화를 가져올 수는 없을 겁니다.”

사회자가 말을 아끼자 패널은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러나 이런 변화들이 유스들에게 동기부여를 줄 수 있고 그런 동기부여들이 많은 소년에게 레알 마드리드의 문을 두드릴 수 있게 만들 것으로 생각합니다.”

“앞으로 지켜보면 알 수 있겠죠. 그럼 다음 레알 마드리드의 경기를 예측해보죠.”

사회자는 큐시트를 넘기며 말을 이었다.

“당장 눈앞에 있는 경기는 코파 델 레이 4강 2차전이 있습니다. 지난 1차전은 베르나베우에서 열렸기에 이번 2차전은 에스타디오 산 마메스에서 열리게 됩니다. 어떻게 예상하십니까?”

“1차전에서 3:0으로 승리한 레알 마드리드입니다. 다른 말이 더 필요하나 생각합니다.”

패널은 빙긋 웃으며 물을 마시고 난 후 다시 말을 이었다.

“3:0이라는 스코어가 기본으로 깔리지 않았더라도 레알 마드리드는 모든 신경을 코파 델 레이에 쓰고 있는 모습입니다. 1군 선수들을 모두 리그 경기에서 제외했거든요. 솔직한 말로 세계 최고의 더블스쿼드를 갖추고 있는 팀이 레알 마드리드입니다. 그런 팀에서 1군 선수들을 모두 제외하고 카스티야와 후베닐의 선수들로만 리그 경기를 치른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우승을 원하는지를 증명한다고 생각합니다.”

레알 마드리드의 팬 다운 자신감 넘치는 대답이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더블스쿼드를 모두 갖췄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그렇기에 샨투 감독도 현실적으로 선택한 경기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시간이 많다면야 스쿼드를 바꿔가며 훈련한 후 나설 수 있겠지만 이번 주까지는 삼사일마다 한 경기를 뛰어야 하는 부담이 있었다.

“그 경기 후에는 다시 리그 29라운드 소시에다드와의 경기가 열리게 됩니다. 샨투 감독은 소시에다드의 경기에도 카스티야를 주축으로 하는 선수를 기용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어제 경기로 19위까지 떨어진 소시에다드입니다. 엘체의 20위가 거의 확정된 상황에서 19위까지 떨어진 소시에다드가 강등버프를 받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은데요.”

“흔히들 ‘강등버프는 우승버프보다 100배는 강력하다.’라는 말을 합니다. 물론 그 말에 저도 어느 정도 동의는 합니다. 그러나 소시에다드와 상대할 팀은 레알 마드리드입니다. 아무리 카스티야 선수가 주축이라고 하지만 소시에다드가 쉽게 이길 것이라는 생각은 하기 힘듭니다.”

“그렇게 생각하시는군요. 그럼 저희는 다음 주에 소시에다드와의 경기가 끝나고 난 후에 뵙도록 하죠.”

마드리드의 매체들이 각자 나름대로 분석을 하고 있는 와중 코파 델 레이 4강 2차전의 날이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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