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그를 지배하는 축구천재-96화 (96/200)

96화

“더 빨리.”

당장 모레 발렌시아와 수페르코파 결승전 2차전을 앞두고 있었지만 인수와 레알 마드리드의 공격진은 늦게까지 훈련장에 남아 있었다.

1차전에서 가장 문제점을 보였던 것이 인수와 모라타, 소아레스의 호흡 문제였다.

전반에만 모라타가 3개, 소아레스가 2개의 오프사이드를 범하면서 농락당하다시피 공격의 흐름이 끊겼다.

그로 인해 레알 마드리드는 발렌시아의 의도대로 무리한 드리블과 롱패스에 의존했고 로조비치에 의해 철저히 막히며 무득점에 그치고 말았다.

더군다나 인수가 가벼운 부상까지 당했고 로조비치가 받은 것이라고는 옐로카드 한 장뿐이었다는 것이 뼈아팠다.

차라리 발렌시아와 리그 1차전처럼 로조비치가 퇴장이라도 당했더라면 2차전에서 뛰지 못했을 것이고, 발렌시아의 전술도 변화를 강요했을 것이다.

이미 벌어진 결과는 바꾸지 못하니 발렌시아의 전술을 깨는 방법밖에 없었다.

그에 대한 훈련이 아침부터 이어지고 있었다.

“여기서 어떻게 너의 의도를 다 알아차려. 누가 너의 눈짓이나 몸동작만으로 패스가 올 것인지 알 수 있냐고.”

“에디는 내가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뛰어. 자꾸 신호를 받고 뛰거나 아니면 먼저 뛰니까 오프사이드가 되는 거잖아.”

“아니 브라운이야 눈빛만 봐도 서로 무엇을 말하는지 아는 사이라며. 그런 유대를 어떻게 만드냐고.”

인수도 자신의 말이 억지라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에디의 스피드도 스피드지만 자신이 패스하기 전부터 이미 인수의 의도를 알고 거기에 맞추어 플레이를 할 줄 알았다.

그렇기에 소튼의 공격이 매서울 수 있었다.

“그러니까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그에 맞는 플레이를 해야지. 로조비치가 최후방에 남아 있는데 그렇게 오프사이드에 자주 걸리는 것이 말이 되냐고.”

“그러지 말고 나랑 모라타랑 같이 뛰면 오프사이드 위치가 아닌 사람한테 패스하는 것은 안 될까? 하인스 너라면 가능할 거 같은데.”

“아니면 세트피스 때처럼 네가 손가락으로 신호를 보내. 아닌가. 그 상황에 너만 죽어라고 보고 있을 수도 없잖아. 차라리 소리를 지르면 어떨까?”

“시끄러운 경기장에서 잘도 내 목소리가 들리겠다. 계속 움직이면서 균열을 만들어야지. 저번처럼 혼자 막 들어가면서 패스 달라고 하지 말고.”

1차전 오프사이드는 인수의 책임도 있었다.

모라타와 소아레스가 미드필더진부터 뛰어 들어가는 것을 보고 빈 공간에 패스한 선수가 인수였다.

패스를 하고 나서 오프사이드인 것을 알았지만 마크를 떨쳐 낸 것을 보고 패스를 멈출 수 없었던 자신의 탓도 있었다.

그렇다고 거기에서 코프에게 패스를 하자니 이미 로조비치가 오프사이드 트랩을 완성시키고 코프 역시 오프사이드 위치에 있었던 상황이었다.

“차라리 세트피스나 프리킥을 더 연습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발렌시아의 패전 공식이 바로 세트피스하고 프리킥이잖아.”

저돌적인 로조비치의 플레이스타일로 인해 프리킥 찬스가 많이 내주는 것이 발렌시아였다.

그 찬스에서 골을 내주면서 패배하는 경기가 생겼다.

발렌시아가 준수한 공격력과 세계 정상급의 수비를 가지고도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하지 못한 이유가 바로 그 이유였다.

“좁은 공간에서 원터치 패스를 이어갈 수 있다면?”

선수들만 모여 있던 훈련장에서 이질적인 목소리가 들리자 선수들은 일제히 그쪽을 바라봤다.

“어, 어, 어. 세도로프?”

“클라렌스 세도로프?”

인수는 모르는 사람이었지만 모라타와 실레를 비롯해 선수들은 나타난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보고 깜짝 놀랐다.

1990년대 레알 마드리드의 미드필드를 맡았고 2010년대 세리에 A의 전설적인 미드필드로 군림하던 클라렌스 세도로프였다.

은퇴 후 바로 감독으로 변신하여 AC밀란과 카메룬 감독 등을 맡았지만 선수단 장악에 실패하고 은거를 하다 전격적으로 자신이 데뷔한 아약스의 감독으로 맡아 1994-95시즌 이후 오랜만에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을 안긴 후 성공적인 감독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 후 2034년 건강상의 이유로 12년간 맡고 있던 아약스의 감독직을 내려놓은 후 외부활동이 없었던 세도로프였다.

“아 661?”

인수는 자신도 모르게 입 밖에 내뱉은 말을 주워 담듯 양손으로 입을 가렸다.

세도로프가 AC밀란 말년시절 챔피언스리그에 교체 출전하여 12분 동안 활동량이 661m에 불과하여 붙은 별명이었다.

그 후 브라질 리그로 이적하여 선수 생활을 이어가다 AC밀란의 감독으로 바로 부임한 이야기는 축구계에 유명한 일화였다.

“내 소개를 안 해도 되겠군. 지금 하려는 것은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춰야 가능할 거야. 당장 오프사이드 트랩을 깨려면 좁은 공간에서 패스플레이로 깨는 것이 더 빨라.”

“감독님이 여기엔 왜?”

모라타는 레알 마드리드에서 10번을 달았던 세도로프의 등장에 당장이라도 사인을 받을 듯한 기세로 다가섰다.

“아직 발표가 나지 않았으니 임시코치라고 소개해야겠군. 이번 시즌 레알 마드리드의 임시코치를 맡기로 했다. 내년부터는 감독이 되겠지만.”

레알 마드리드는 이미 경질하기로 결정한 샨투 감독의 후임을 물색하면서, 레알 마드리드 출신이면서 아약스에서 감독 경력을 증명한 세도로프를 후임으로 정했다.

이번 시즌까지는 샨투 감독의 임기를 보장하기로 했기에 임시로 코치를 맡기로 하고 오늘 마드리드에 도착한 세도로프였다.

오랜만에 베르나베우에도 방문하고 시우다드 레알 마드리드도 보기 위해 돌아다니던 중 늦게까지 훈련에 임하는 선수들을 보고 끼어든 것이었다.

“아.”

이미 정식 훈련 시간이 아니면 보이지 않던 샨투 감독이었기에 선수들은 이미 자체적으로 훈련에 임하고 있었다.

챔피언스리그에서는 탈락하긴 했지만 리그에서 1위를 달리고 있었고 코파 델 레이나 수페르코파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었으니 선수들도 스스로 하려는 의지가 강했다.

기세가 좋을 때는 상관이 없었지만 패배를 당하고 기세가 꺾였을 때는 감독의 역할이 중요했으니 레알 마드리드의 보드진도 빠르게 결정하고 세도로프를 조기 투입시켰다.

세도로프 역시 건강을 회복하고 감독직에 복귀하려고 준비하던 상태였기에 큰 이견 없이 계약까지 마칠 수 있었다.

당장이라도 그만둘 준비가 되어 있던 샨투 감독이었지만 세도로프 감독 역시 시간이 필요했다.

아약스 시절 데리고 있던 코치진은 자신이 감독을 그만두면서 아약스의 감독과 코치들이 되어 있었기에 새로운 코치진을 꾸릴 시간이 필요했다.

감독에 복귀하기로 결심한 이후부터 새로운 코치진을 꾸리기 시작했지만 아직 시간이 더 필요했고 합류하기로 한 코치들도 이번 시즌까지 계약된 경우가 많아 다음 프리시즌에나 합류가 가능한 코치들도 있었다.

더욱이 레알 마드리드의 선수들을 분석하고 그 선수들이 자신의 전술에 녹여 낼 시간도 필요했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인해 당장은 조언자로 레알 마드리드에 부임하기로 했다.

“그런데 좁은 공간에서 패스로 오프사이드 트랩을 뚫으라니요?”

“실레와 하인스가 중앙에 같이 서고 양 윙의 간격을 더 좁히는 거야.”

세도로프는 훈련장 구석에 놓여있던 전술판을 가져오더니 선수들을 지목하며 자석을 붙여나갔다.

감독을 그만둔 지 2년이나 지났지만 레알 마드리드에서 뛰는 선수들은 아약스 감독 시절부터 잘 알던 선수들이 많았다.

더욱이 레알 마드리드로부터 제안을 듣고 올 시즌 경기를 찾아 봐 주전 선수들의 성향은 어느 정도 파악된 후였다.

“그렇지 않아도 빽빽한 미드필드가 더 좁아지지 않을까요?”

인수는 세도로프의 말에 조심스럽게 이의를 제기했다.

소튼 유스 시절부터 이해가 가지 않거나 반론이 있으면 바로바로 체크하라는 것이 랄라나의 철학이었다.

“봐, 지금도 미드필드 지역에 7명이나 있는 발렌시아지. 그런데 공격하는 쪽이 지역을 좁히면 자연스럽게 발렌시아도 좁히겠지. 그러면 선수들끼리 겹치는 순간이 와. 그 틈을 노리는 건 너희가 충분히 가능하잖아.”

세도로프는 선수 모두에게 말을 하는 것 같았지만 눈은 인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처음 인수의 플레이를 봤을 때 자신이 AC밀란에서 뛰고 있을 때 바르셀로나에 있던 이니에스타가 떠올랐다.

좁은 공간에서 볼을 키핑하는 능력, 그리고 드리블로 돌파하는 능력을 보고 그런 생각을 잠시 했지만 인수는 이니에스타가 가지고 있지 못한 점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

단단한 몸도 그렇지만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능력도 있었다.

마치 제라드나 램파드, 챠비와 같은 모습도 보였다.

특히 데드볼 스페셜리스트로서의 능력은 감독으로서 다양한 전술을 시험할 수 있게 만들어줬다.

자신이 레알 마드리드의 감독직을 수락한 이유 중 하나도 인수가 있어서였다.

AC밀란과 세네갈 대표팀에서는 선수들을 장악하지 못하면서 실패했고, 아약스에서는 선수들을 장악하긴 했지만 선수 개개인의 능력치가 약간 아쉬웠다.

세계적인 클럽인 레알 마드리드에는 인수를 비롯해 특출난 골잡이인 코프와 모라타, 파라데스, 소아레스, 실레, 니실랴, 파바르 등 축구팬이라면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선수들이 있었다.

이런 팀을 이끄는 것도 행운이라면 행운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할 수 있지?”

“해봐야죠.”

이미 늦은 시간이었기에 선수들은 다음 날을 기약하며 레알 마드리드의 훈련장인 시우다드 레알 마드리드에서 벗어났다.

***

다음 날 레알 마드리드의 훈련장인 시우다드 레알 마드리드에는 샨투 감독을 비롯하여 새로이 선임된 세도로프가 함께 나왔다.

이미 선수단에는 세도로프의 소식이 돌았기에 어제 모라타와 같은 반응은 없었지만 스타 선수출신에다 감독으로 성공한 세도로프를 보는 눈은 다들 반짝였다.

샨투 감독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아직 감독이었지만 새로이 감독이 온 것이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외적으로는 대인배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세도로프가 새로이 감독이 되긴 하겠지만 이번 시즌 감독은 자신이었고 레알 마드리드가 이번 시즌에 낼 성적은 자신이 감독으로 낼 성적이라는 계산도 있었다.

짧은 몸풀기 훈련이 있은 후 어제 이야기했던 세도로프의 전술을 시험했다.

좁은 공간에서 원터치 패스.

빠른 속도로 이동하며 만들어나가야 하는 패스이기에 고도의 집중력과 발밑 기술을 요구하는 패스였다.

그러나 이를 수행하는 선수들은 세계 최고의 클럽 중 하나인 레알 마드리드의 선수들이었다.

인수에서 실레로, 실레에서 모라타로, 모라타에서 다시 실레로, 실레에서 다시 인수로, 인수에서 다시 소아레스로 넘어가는 패스는 간간이 실수도 나오긴 했지만 실수를 커버할 능력은 다들 있었다.

당장 내일 시합을 앞두고 많은 훈련을 할 수는 없었지만 짧은 시간만으로도 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 가장 큰 효과였다.

“자. 좁은 공간에서 줄지어 나가는 패스는 끊기면 바로 역습으로도 이어질 수 있는 극단적인 면도 가지고 있어. 그렇지만 스스로를 믿고 뚫어. 그러면 발렌시아에서도 극단적인 미드필드 장악 전술을 포기할 수밖에 없을 테니까. 그리고 하인스.”

세도로프는 훈련을 마무리하는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고는 인수를 따로 불렀다.

“좁은 공간이어서 적들에게 순식간에 둘러싸일 수 있어. 그건 개인의 능력으로 돌파해. 충분히 넌 할 수 있으니까.”

“네.”

세도로프가 인수의 어깨를 두드리자 인수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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