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그를 지배하는 축구천재-95화 (95/200)

95화

“어, 하인스. 괜찮대?”

발렌시아전을 마치고 마드리드로 돌아온 선수들은 뒤늦게 나타난 인수를 보며 인사했다.

전반전이 끝날 무렵 로조비치의 태클에 신가드가 깨지며 상처가 났던 탓에 샨투 감독은 바로 병원으로 갈 것을 지시했다.

발렌시아 시내에 있는 병원에서 뼈는 이상이 없고 가벼운 타박상이라는 소견을 받고 다시 마드리드에 있는 지정병원으로 이동해 정밀검사를 했고 가벼운 타박상과 함께 이삼일 동안은 쉬어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다.

“괜찮아요. 이틀 쉬었더니 컨디션도 좋아지고.”

“와 로조비치 그 몬스터 같은 놈. 퇴장이 나왔어야 했는데.”

“그러게. 퇴장 당했으면 2차전에도 못 나왔을 텐데. 겨우 옐로카드라니.”

경기 결과는 0:0으로 무승부로 끝났다.

인수가 전반 종료와 함께 병원으로 출발하고 샨투 감독은 실레와 코디 데 융, 무사 마르시알을 투입하면서 미드필드 싸움에서 지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처음 그 생각이 맞았는지 후반 들어서도 치열한 미드필드 싸움이 진행됐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전방으로 향하는 패스들이 나왔다.

그 패스들이 성공할 때도 있었지만 양 팀 수비수들이 카드를 두려워하지 않고 태클을 했기에 공격수들도 함부로 공격하기 힘들었다.

처음 구두 경고만 하던 주심도 과열되는 양상에 카드를 꺼내기 시작했지만 이미 수습하기에는 늦은 상황이었다.

전반전에 로조비치에게 카드가 나온 것을 제외하면 카드가 나오지 않았지만 후반 들어서 주심이 꺼내든 옐로카드는 총 6장이었다.

누가 퇴장을 당했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퇴장을 당한 선수는 나오지 않은 채 경기가 종료됐다.

수페르코파 결승전 1차전이 끝나고 스페인 매체들은 로조비치의 반칙 장면에 주목했다.

첫 번째 뒤에서 들어온 태클도 카드가 나왔어야 했다는 소리가 있었고 두 번째 나온 태클은 신가드를 부술 만큼 높이 들어왔으니 퇴장을 했어야 맞았다는 말이었다.

이에 반론하는 사람들은 첫 번째 태클은 발도 낮았고 공을 보고 들어간 것이기에 문제없다는 것이었고 두 번째 태클은 인수가 공을 지키기 위해 발을 내밀어서 나온 사고였기에 옐로카드도 과하다는 의견이었다.

물론 발렌시아와 가까운 언론들의 의견이긴 했지만 거기에 동조하는 여론도 적지 않았다.

특히 레알 마드리드와의 천적인 바르셀로나의 팬들의 의견이 많았는데 이번 수페르코파에서 레알 마드리드가 우승할 경우 바르셀로나와 최다 우승 동률이 되기에 그 영향이 없지 않다는 분석이었다.

“내일 경기는 1등석에서 관람하라고. 환타라도 마시면서 말이야.”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 사이에서 인수를 꾀기 위해서는 환타를 준비하라는 소리가 퍼져있었다.

심지어 코프는 병원에서 나와 집에서 쉬고 있을 때 방문하더니 자기 차에 환타를 잔뜩 실어서 찾아온 적도 있었다.

물론 일주일에 하나로 정한 자신의 원칙이 있던 터라 가까운 학교에 자비로 빵을 사 간식으로 나누어주긴 했지만, 그 덕에 인수가 오렌지 환타를 좋아한다는 소문이 마드리드에 순식간에 퍼졌다.

때로는 집 근처에서 가벼운 조깅을 할 때도 환타를 내미는 팬이 있을 정도였다.

“아 이런. 모라타!.”

인수는 소문의 근원지인 모라타를 찾았다.

의외로 수다쟁이인 모라타와 이야기하는 도중 스페인에 와서 가장 좋았던 것이 오렌지 환타를 마셨을 때라는 소리를 했고, 그 외에는 한 적이 없었으니 그 근원은 모라타밖에 없었다.

인수의 목소리를 들은 순간 모라타는 천천히 뒷걸음질을 쳤다.

“하인스, 아직 정강이 조심해야지. 뛰지 말라고 안 했어? 그리고 이걸로 환타에서 광고가 들어올 수도 있잖아.”

“광고는 무슨 광고야. 산타클로스 할아버지와 북극곰이 있는데 무슨 코카콜라에서 나한테 광고를 줘.”

“그건 코카콜라잖아. 환타는 다르다고.”

인수는 끝까지 도망가는 모라타에게 앞에 있던 공을 찼다.

“발도 아픈 녀석이 이런 공을 차냐? 쉬라고 했다며.”

힘이 잔뜩 실린 공이었기에 힘겹게 받은 모라타는 버럭 소리쳤다.

그 후로도 인수에게는 환타가 계속 선물로 들어왔고 인수는 그때마다 자신의 돈으로 간식을 사 주변 학교에 간식으로 나눠줬다.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1년 후 코카콜라에서는 인수에게 1년짜리 광고를 제안했다.

인수에게 첫 광고가 환타 광고가 되었고, 어두운 경기장에서 바이시클 슛을 성공시키고 땀을 닦으며 환타를 마시는 모습이 광고로 송출되었다.

처음 1년짜리 계약이었지만 반응이 좋다고 생각한 코카콜라는 5년짜리 장기계약을 맺었고 인수의 광고 상품성이 올라가는 계기가 되었다.

***

레알 마드리드의 선수들이 장담한 대로 베르나베우 특등석에서 경기를 관람하게 된 인수는 편안히 앉아있던 의자에서 일어나 철제 난간을 넘어 몸을 쭉 내밀었다.

“그래. 거기서 패스. 좋아. 때려.”

“아나. 거기서 때려야지. 왜 뒤로 돌리고 있어. 앞을 막는 선수도 없는데.”

1:0으로 레알 마드리드가 이기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좋은 기회를 만들어 놓고도 번번이 놓치는 모습을 보여줬다.

아무리 주전 선수들이 거의 모두 주중에 있을 발렌시아전을 대비해 경기에서 제외됐고 로테이션 선수들과 카스티야에서 올라온 선수들이 주전으로 뛰고 있다고 해도 레알 마드리드의 명성에 비하면 경기력이 떨어졌다.

더구나 상대가 리그 최하위이면서 이미 강등이 확실하다고 하는 카디스인 점을 고려하면 분명 심각한 문제였다.

그런 답답한 모습을 알았는지 경기를 중계하는 카메라가 인수를 비추었다.

카메라가 자신을 비추는 줄도 모르고 손짓으로 이리저리 찔러대며 흥분하는 모습이 그대로 경기장과 시청자들에게 전파됐다.

그런 카메라를 먼저 발견한 건 에이전트인 랭커리지였다.

바빴던 겨울 이적시장이 마무리되어 가는 시점 휴가를 떠날 준비를 하던 랭커리지는 인수가 부상을 당했다는 소식에 바로 마드리드로 넘어왔다.

생각보다 가벼운 부상이었기에 안심했지만 아직 혈기왕성한 자신의 고객은 부모님이 있는 집에서도 축구공을 놓지 않을 선수였다.

그렇기에 다시 경기에 복귀하는 수페르코파 2차전까지 마드리드에 있기로 결심했고 오늘 레알 마드리드의 초청으로 특별석에서 인수와 함께 경기를 관전하고 있었다.

축구를 좋아해서 귀족 계승권도 포기하고 에이전트가 되긴 했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축구는 영국축구였다.

그렇다고 해서 자신의 고객들을 영국에만 묶어둘 수 없기에 다른 리그 축구도 자주 접했지만 그중에서도 레알 마드리드는 특급에 해당하는 클럽이었다.

그렇기에 특별석에서 관람하고 있었는데 자신의 고객은 자신이 다쳤다는 생각은 하지 못한 채 난간에 매달려 선수들의 플레이를 지적하고 있었다.

직접 경기장에서 뛰는 것과 달리 높은 특별석에서 경기를 보니 전체적인 경기 모습이 눈에 들어오는 탓이라 생각하고 가만히 있었지만 이 모습이 전파를 타기 시작하자 인수를 끌고 자리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수는 자꾸만 의자에서 벗어나 난간에 매달렸고 그때마다 카메라는 인수를 비추어주었다.

***

“여. 인기스타.”

난간에 매달려 레알 마드리드를 응원하던 모습은 실시간으로 전파를 탔고 그 모습은 그대로 인터넷 기사로 만들어졌다.

마이크를 달고 떠들지 않는 한 넓은 베르나베우에서 뭐라고 했는지는 정확히 알아듣는 사람이 없었기에 인터넷 기사들은 모두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한 인수가 동료를 열성적으로 응원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친절하게 사진 설명에 써놓았다.

이미 중계를 보던 관중들이나 시청자들 모두 인수의 모습을 보고 열성적으로 동료들을 응원하는 모습이라 생각하고 있었으니 그 신문 기사들도 그렇게 써 놓을 수밖에 없었다.

앵커리지도 그것들을 보긴 했지만 인수에게 불리할 것 없는 내용이었기에 묵인한 결과이기도 했다.

그것들과 상관없이 언제나 훈련장에 제일 먼저 출근한 인수는 뒤늦게 도착한 선수들을 불러 모았다.

그러고는 자신이 특별석에서 본 경기내용을 직접 시범을 보이며 전달했다.

“누네스, 지금 잉글랜드 주장이 누구지?”

“케인이잖아. 리버풀 골키퍼.”

“응, 케인 맞아. 아마 이번 유로를 끝으로 대표팀에서 은퇴하기로 했지. 아마.”

모라타는 선수들이 한 이야기를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케인 늙은이야 사람이 좋긴 하지. 그럼 다음 잉글랜드 주장은 누가 될까?”

모라타는 케인을 경기 중에만 보긴 했지만 대체로 조용했던 골키퍼로 기억하고 있었다.

크게 화를 내는 스타일도 아니었고 조용하고 부드러운 성격이었고 그렇기에 부주장이었던 심 루튼이 다혈질적인 모습을 많이 보였다.

그런 케인이 은퇴하고 난 후 잉글랜드의 주장이 누구냐고 물었을 때 특별히 생각나는 사람이 없었다.

“설마. 이제 20살인데.”

“케이힐도 있고 슈도 있잖아. 아니면 첼시의 제임스도 있고.”

“아냐. 가능성 있어. 마티아스 데 리흐트가 19살에 아약스의 주장을 맡고 10년 후 이적하기 전까지 주장을 맡았었다고.”

“그거야 유스 때부터 클럽에서 주장을 맡아왔었잖아. 아약스에 특별히 주장을 맡을 카리스마 있는 선수도 없었고.”

“하인스도 유스 대회출전은 안 했지만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고 월드컵에서도 결승전까지 이끈 주역이었잖아.”

“하인스가 올림픽 금메달도 땄어?”

월드컵에는 관심이 많긴 했지만 올림픽에는 관심이 없었던 선수들이 많았기에 인수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고 최우수선수와 최다득점까지 한 경력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선수가 많았다.

“그런데 잉글랜드 주장은 왜?”

선수들은 일제히 모라타를 바라봤다.

“아니 가끔 우리 팀 주장이 내가 아니라 저 녀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선수들은 인수와 모라타를 번갈아 보았다.

이제 레알 마드리드에 이적한 지 반년이 좀 넘었고 아니 정식으로 합류한 지는 한 달이 조금 넘었다.

그런데 인수의 말을 듣고 인수가 지시한 작전을 실행하고 인수가 말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자신들이었다.

“근데 하인스가 틀린 말을 한 적이 없잖아.”

“그건 그렇지. 그리고 제일 앞장서서 훈련에 참여하고.”

“뭐 훈련장에 제일 먼저 나오는 사람도 하인스고.”

“그렇다고 불성실하지도 않잖아. 술은 안 마시지만.”

“아, 그게 문제네. 술을 먹여야 해. 훈련이나 경기 끝나고 와인 한잔은 마셔줘야 피곤이 풀린다고.”

모라타는 선수들의 대화가 중심에서 벗어나는 것을 손을 휘저어 막았다.

“나 주장 자리 뺏기는 것이 아닐까?”

“설마 전통이 있는데.”

입단한 순서대로 주장을 맡는 레알 마드리드의 전통은 유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었다.

“거기 집중하고 있어?”

앞에서 열심히 설명하던 인수는 뒤쪽에 선수들이 모여 잡담을 하는 모습을 보고 소리를 질렀다.

“어어. 당연하지. 어디까지 했어?”

“그때 내가 받았을 때 슛을 했어야 했어. 이렇게 말이야.”

“코너킥에서 하인스 네가 없을 때도 골을 넣을 수 있게 해야지. 당연한 말이지.”

“자자. 이제 직접 훈련을 해보자. 당장 모레 2차전이 있잖아.”

선수들은 인수가 더 뭐라고 하기 전에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공을 찾았다.

그리고 자신들이 왜 인수의 말을 듣고 있는지의 의문점은 사라진 지 오래였고 인수가 말한 플레이를 연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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