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그를 지배하는 축구천재-87화 (87/200)

87화

시즌 21라운드 세비야와 경기에서 승리한 레알 마드리드는 홈인 마드리드에 돌아와서도 선수들 간의 뜨거운 분석이 이어졌다.

“거기서 내가 앞으로 갔으면 네가 뒤를 받쳐줬어야지. 네가 뒤에 없으니까 패스의 길목이 하나밖에 없잖아.”

선수들 중 가장 목소리가 높은 것은 역시나 모라타였다.

실력적으로 인수를 인정했다고 하지만 아직까지 선수단의 주장이자 리더는 모라타라는 것을 보여주는 모습이었다.

“거기서 바로 크로스를 올렸어도 되잖아. 왜 자꾸 패스를 뒤로 돌리고 중앙으로 파고들어?”

“앞에 수비수가 크로스를 올릴 길목을 막고 있었잖아.”

선수들의 앞 스크린에는 후반 3:0으로 이기고 있을 때 그 경기에서 최대의 위기를 맞은 레알의 장면이 계속 리플레이 되고 있었다.

인수가 모라타 앞으로 패스를 했을 때 모라타는 코너까지 공을 끌고 들어갔고 크로스를 올리는 대신 뒤로 돌리는 선택을 했다.

세비야의 수비수가 패스의 길목을 끊었고 골키퍼와 1:1 찬스를 내주었지만 조급한 마음이었는지 마음먹고 찬 공은 하늘로 향했고 그 뒤로는 별다른 위기가 없었던 레알이었다.

“여기서 한 번 접었으면 되잖아. 거기서 접었으면 수비수의 타이밍을 완전히 뺏고 편하게 크로스를 올렸을 텐데 욕심부린 거잖아.”

당시 모라타의 뒤를 맡았던 브라질 출신의 윙백 후베이루가 화면을 잠시 멈춘 채 모라타의 말에 반박했다.

선택의 문제였지만 모라타가 했던 것처럼 패스를 돌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었고 후베이루의 말처럼 그때 접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었다.

자신이 골을 넣는 것을 좋아하는 모라타의 욕심이 있었기에 뒤로 돌리고 중앙으로 파고들었다는 것은 모든 선수들이 아는 이야기였다.

“여기서 나무라자고 분석하는 것이 아니잖아. 다들 진정해.”

세비야의 첫 경기가 끝나고 아직 호흡이 완전하지 않은 부분이 많아 구단에 요청해 이 시간을 마련한 사람은 인수였다.

모든 선수들이 월드급인 레알 마드리드에서는 경기에 뛰었던 선수들이 경기가 끝난 후 함께 모여 그 경기를 분석하는 일이 없었다.

분석관들이 분석한 내용을 개인이 전달받아 그냥 던져버리는 선수도 있었고, 그 내용을 파악하고 바꾸려고 하는 선수도 있었다.

물론 레알에서도 주전으로 뛰고 더 발전하기 위한 선수들은 개인적인 노력을 하는 선수들이었지만 자신의 재능만을 믿고 경기에 뛰는 선수도 있었다.

물론 개인의 재능만 믿고 뛰는 선수는 도태되는 것이 월드급 클럽의 일상이었지만.

그래도 인수는 당장 다음 경기를 위해서라도 선수들 간의 호흡을 더 맞출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고 구단도 동의했다.

2038-39 챔피인스리그 조별리그를 통과한 레알 마드리드는 파리 생제르맹과의 원정 1차전에 5:1이란 스코어로 패배하며 탈락 위기에 있었다.

월드컵에서 가벼운 부상을 당한 안수 파티가 조별리그에 뛰지 않으며 조 2위로 통과한 파리 생제르맹은 안수 파티가 없었기 때문에 조 2위를 한 것이라는 듯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레알 마드리드를 5:1이란 스코어로 찍어 눌렀다.

샨투 감독을 경질해야 한다는 마드리드 팬들의 목소리가 높아진 이유 중의 하나였다.

그런 파리 생제르맹과 2차전을 당장 치러야 하는 레알 마드리드였다.

홈경기였지만 파리 생제르맹을 4:0 이상의 스코어로 이겨야 8강에 진출할 수 있는 레알 마드리드로서는 쉽지 않은 경기가 될 전망이었다.

그렇다고 공격 일변도의 경기를 하자니 파리 생제르맹이 2골을 넣는다면 7:2 이상의 스코어로 이겨야 했다.

물론 2016-17시즌 바르셀로나가 파리 생제르맹을 상대로 파리에서 4:0으로 진 이후 누 캄프에서 6:1로 승리하며 다음 라운드에 진출한 역사가 있긴 했지만.

“주장이 골 결정력이 없는 것도 아니고 드리블 능력이 떨어지지 않다는 것도 사실이야. 그런데 모든 선택이 가능하다면 자기에게 편한 방법을 찾는 것이 정답 아니겠어?”

인수는 아직 편해지지 못한 모라타를 항상 주장이라 부르며 지칭했다.

“주장이 뭐야. 이제 알프라고 불러. 뭐 모라타라고 불러도 되고.”

모라타는 지난 경기에서 자신에게 2번이나 어시스트를 한 인수에게 자신을 편하게 부르라 했다.

그전까지 항상 주장이라고 부르라는 것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이었다.

“알았어. 모라타가 사이드에서 중앙으로 이동하는 것이 편하다면 그쪽 방향으로 세부 전술을 짜면 돼. 물론 자신의 역할을 다한 이후에 말이지만.”

전술은 감독의 영역이었지만 샨투 감독의 스타일상 세부 전술은 선수들에게 맡겨두고 있었다.

워낙 변수가 많은 축구이다 보니 감독이 모든 것을 지정할 수 없었고, 레알 마드리드의 선수들이라면 자신의 능력으로 벽을 넘을 재능이 있다고 믿는 감독이기도 했다.

당연히 선수들을 보는 눈과 전술은 잘 짜는 감독이지만 선수단에 대한 장악 면에서는 좋지 않은 평가를 받고 있었다.

팀이 잘 나갈 때는 그 부분이 두드러지지 않지만 선수 간에 트러블이 생겼을 때나 팀이 무너지고 있을 때 단점이 확실히 드러나는 감독이기도 했다.

“다음으로 넘어가죠. 머리에서 분석한 것을 토대로 직접 맞춰봐야죠.”

***

베르나베우의 분석실에서 선수들이 모여 있을 때 샨투 감독은 또 다른 회의실에서 코치들과 모여 당장 눈앞에 닥친 파리 생제르맹과의 16강 2차전이 라인업을 두고 고민에 빠져있었다.

“수비가 좋은 로셀로와 넬손을 선발로 써야 합니다. 다득점도 중요하지만 홈경기에서 실점하지 않는 것이 필요합니다.”

“당장 후베이루가 빠지면 모라타의 뒤를 받칠 선수가 없다는 것이 문제 아닙니까. 로셀로가 수비가 좋긴 하지만 공격력이 너무 떨어져요.”

“더구나 로셀로가 부상에서 복귀한 지 얼마 안 됐다는 것도 부담입니다. 차라리 웨아가 더 나을 수도 있어요.”

코치들마다 의견이 다르니 샨투 감독의 머리도 복잡했다.

샨투 감독은 끝이 나지 않을 것 같은 수비라인은 다시 이야기하기로 하고 공격에 대한 라인업을 먼저 끝내기로 결정했다.

“하인스에 대한 의견은?”

“수비가 부족하긴 하지만 다득점이 필요한 경기입니다. 반드시 필요한 선수죠.”

처음 인수가 레알 마드리드에 합류할 때 가장 반긴 것은 샨투 감독이 아니라 코치진이었다.

소튼과 잉글랜드 대표팀에서 이타적인 플레이를 하면서도 찬스가 왔을 때 득점을 해주는 선수가 인수였다.

제왕적 플레이를 했던 시우바가 이적을 선언하고 난 후 시우바와는 다른 성향의 선수, 더구나 이타적 플레이를 할 줄 아는 선수가 온다는 것에 대한 기쁨이었다.

제대로 적응만 한다면 샨투 감독의 성향과도 잘 맞는 선수라는 것에 대한 동의이기도 했다.

“더욱이 4번째 골을 넣을 때 그 감각적인 슈팅은 파리 생제르맹에서도 경계를 해야 할 겁니다.”

첫 골은 팀의 스트라이커인 코프의 차지였고 두 번째, 세 번째 골은 모라타가 넣은 골이었다.

네 번째 골은 인수가 중거리 슛을 했는데 반대편 사이드로 수비들이 몰려 있을 때 페널티 지역 밖에 있던 인수가 프리 상태였고 그것을 본 파라데스가 인수에게 길게 공을 연결했다.

인수가 공을 잡고 스루패스를 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자신을 막는 선수가 없는 것을 알자 공이 떨어지기 전 강하게 찼고 워낙 빨랐던 탓에 골키퍼가 반응도 하지 못하고 골을 내줄 수밖에 없었다.

지난 경기 가장 인상적인 장면을 꼽았을 때 다들 입을 모아 첫 번째로 꼽는 장면이었다.

“그런데 하인스가 수비가 안 된다는 것을 확인한 경기이기도 했지. 당연히 뒤를 받쳐줄 선수가 필요해.”

“물론입니다. 하인스의 전 소속팀인 소튼에서나 잉글랜드 대표팀에서도 그것을 알고 하인스를 폴스 나인에 배치한 것으로 보입니다. 세비야의 후반전처럼 하인스를 폴스 나인에 세우고 좌우 윙과 체인징하며 경기를 풀어나가게 하는 것이 좋아 보입니다. 하인스 뒤를 니실랴와 코디가 지키면 미드필더진은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상대적 약팀일 때는 인수의 뒤를 공격적인 마르시알이나 실레가 맡아도 되겠지만 파리 생제르맹을 상대로 그런 짓을 하다가는 안수 파티에게 탈탈 털릴 위험이 있었다.

안수 파티가 바르셀로나에 있을 때 레알 마드리드에 부임했던 샨투 감독은 안수 파티가 뛰놀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면 얼마나 무서운 선수인지 알았다.

부임 첫해 리그 우승과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하며 더블을 하긴 했지만 안수 파티의 바르셀로나에게 컵대회에서 지며 트레블을 못 했던 기억이 있었다.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던 샨투 감독과 레알 마드리드에 큰 충격을 주며 혼자 4골을 집어넣었던 안수 파티의 모습은 아직도 생생했다.

“니실랴와 코디라. 그럼 모든 공격은 하인스에게 맡긴다는 말이지? 그럼 하인스와 함께 좌우 윙을 맡을 선수는?”

“모라타하고 소아레스가 어떻습니까?”

“파라데스가 아니라 소아레스?”

아르헨티나 출신인 파라데스와 브라질 출신의 소아레스는 똑같이 레알 마드리드의 오른쪽 윙을 맡고 있지만 큰 차이점을 보였다.

파라데스가 빠른 스피드와 돌파를 통해 크로스와 패스에 장점이 있는 선수라면 소아레스는 2:1를 패스를 통한 중앙으로 침투하여 골까지 성공시키는 모라타와 비슷한 성향을 가진 선수였다.

자신의 득점력이 낮아지자 모라타는 은근히 파라데스를 더 선발로 챙겼고 소아레스는 거기에 반발해 이적을 요구하고 있는 상태였다.

이적 시장에 뛰어난 오른쪽 윙어가 없는 것도 없는 것이었지만, 파라데스와 다른 플레이가 필요한 클럽에서 선수를 설득해 올해까지는 레알 마드리드에서 뛰기로 하고 앉혀 놓은 상태였다.

“하인스가 중심을 잘 잡아줄 거라 생각해야죠. 더군다나 다득점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골 결정력이 있는 소아레스가 더 필요한 상황입니다. 파리 생제르맹의 수비를 분산시키는 효과도 있습니다.”

루카스 소아레스는 자신이 전임 감독을 맡고 있던 피오렌티나에서 데리고 있던 선수였다.

레알 마드리드로 옮기며 자신이 영입을 요청한 첫 선수이자 마지막 선수였다.

선수단의 일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자신의 원칙을 깨고 모라타와 기 싸움을 벌인 소아레스를 도와주고 싶었지만 속으로 응원하며 지켜보기만 했던 선수였다.

경기 출전이 늘어나면 더욱 실력이 향상될 선수였기에 이적을 요청했을 때 클럽에서 받아줬으면 했지만 클럽의 설득으로 이적하지 못했을 때 아쉬워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이번 기회에 선발로 내보낸다면 좋은 동기부여가 될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공격진과 미드필더진의 선발까지는 모두 끝났지만 끝까지 과제로 남은 것이 수비진이었다.

그러나 샨투 감독과 코치진은 회의가 끝날 때까지 후베이루와 아랑게스 콤비와 로셀로와 넬손 콤비를 두고 결정하지 못했다.

워낙 장단점이 명확한 선수들이기도 했고 그만큼 파리 생제르맹의 공격력도 레알 마드리드 못지않게 뛰어난 것도 문제였다.

***

“하인스 좀 더 길게 보내도 돼.”

비디오 분석이 끝나고 다시 훈련장에 모인 선수들은 분석한 내용을 토대로 다시 손발을 맞추기 시작했다.

“차라리 한발 늦게 출발하는 것이 나아 보여. 오프사이드 트랩에 걸릴 위험이 높잖아. 매번 라인을 확인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라인에 대한 신경은 써야 해. 그건 코프도 마찬가지고.”

자발적으로 이루어지는 훈련은 파리 생제르맹과의 경기가 있기 전날까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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