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그를 지배하는 축구천재-85화 (85/200)

85화

레알 마드리드와 세비야의 시즌 21라운드의 경기는 세비야의 홈인 에스타디오 라몬 산체스 피스후안에서 열렸다.

라리가의 우승은 1회밖에 없지만 지난 시즌 유로파를 제패하며 7회 우승으로 유로파의 제왕이라는 별명이 있는 세비야였다.

지난 시즌 안수 파티의 이적 이후 부침을 겪고 있던 바르셀로나를 제물 삼아 우승을 노렸지만 발렌시아와 레알 마드리드에게 밀리며 3위를 했기에 이번 시즌은 라리가 우승을 목표로 달렸고 현재까지 2위로 순탄한 행보를 보이고 있었다.

전반기 레알 마드리드와의 원정경기에서 2:2로 비겼기에 홈경기에서 승리를 노리고 있었고 레알 마드리드는 홈경기에서 비겼던 만큼 원정경기서 세비야를 제압하고 확실한 1위를 굳히려는 각오였다.

이런 두 팀의 각오는 전날 열린 미디어 데이에서도 확인됐다.

세비야의 감독인 나바스는 레알 마드리드와의 경기서 반드시 이기고 오만한 생각을 박살 내겠다고 밝혔다.

오만한 생각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리그에 적응하지 못해 두 달 동안 경기에 출전하지 못해 경기감각이 떨어져 있을 인수를 선발로 출전시킬 생각을 했다는 것을 들었다.

레알 마드리드의 샨투 감독 역시 세비야를 잡고 시즌 중반을 도는 지금부터 리그 우승을 위해 치고 나가겠다는 대답을 했다.

나비스 감독의 말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직접 경기에서 확인하라는 말로 말을 아꼈다.

대신 시즌 1위를 달리고 있는데도 선수 장악력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들어 교체 가능성에 대한 질문은 클럽에서 결정할 문제라면서 단호하게 잘랐다.

계속해서 인수에 대한 질문이 나왔지만 샨투 감독은 경기에서 확인하라는 대답 외에는 입을 꾹 다물었다.

그렇게 의문점들이 사라지지 않은 채 각 팀의 선발 라인업이 발표되었고, 레알 마드리드의 예고대로 인수의 이름이 선발 라인업에 있었다.

***

“큰 기대를 받으면서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한 하인스 선수입니다만 두 달 만에 다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그렇죠. 6시즌 동안 레알 마드리드의 에이스였던 시우바가 맨유로 떠나고 새로 하인스를 영입하며 그 자리를 채워줄 것이라 기대했던 선수죠. 레알 마드리드의 선수층이 두꺼워 1위를 달리고 있긴 하지만 세비야, 발렌시아, AT마드리드와 승점 차이가 얼마 나지 않는 것이 바로 에이스의 부재라고 생각합니다. 하인스 선수가 복귀한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죠.”

“며칠 전 영국의 한 블로거가 큰 이슈가 되었습니다. 하인스 선수와 기존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 간의 알력이 있다는 것이었는데요. 그 알력이 마무리되고 하인스 선수가 출장하는 것이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습니다.”

“블로거는 블로거일 뿐이죠. 레알 마드리드에서 내부 알력이 있었다면 선수단이 먼저 동요했겠죠. 리그 1위를 하고 있는 팀에서 내부 알력이라니 생각하기 힘들군요. 그리고 문제가 있었다 하더라도 이제까지 레알 마드리드에서는 그런 선수들을 모두 이적시켜버렸죠. 하인스 선수도 정말 문제가 있었다면 이적을 시켰을 겁니다.”

“그렇게 생각하시는군요. 그럼 오늘 경기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리그 1위와 2위가 만났습니다. 전반기 리그 11라운드에서 만났을 때는 치열한 경기 끝에 2:2 무승부로 승점 1점씩을 나누어 가졌는데요. 오늘 경기는 어떻게 될까요?”

“11라운드와 마찬가지로 치열한 경기가 될 겁니다. 3위인 발렌시아와 4위인 AT마드리드와 겨우 승점 2점, 4점 차이거든요. 양팀 모두 승점 3점이 필요한 경기입니다.”

“그렇다 보니 하인스 선수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어떤 활약을 펼칠까요?”

“미지수입니다. 프리미어리그와 월드컵의 활약을 생각한다면 엄청난 활약을 할 것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해서 보인 경기력은 실망스러웠거든요. 오늘 하인스 선수는 자신의 능력을 증명해야 할 경기가 될 겁니다.”

***

“휴, 힘들었었지.”

인수는 경기를 시작하기 전 입장을 기다리며 제일 앞에 선 주장 알프레도 모라타를 보았다.

처음 스페인에 와 레알 마드리드에 합류했을 때만 해도 소튼에서처럼 모든 선수들과 친하게 지내며 재미있는 축구를 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영국대표팀에 뽑혔을 때도 프리미어리그에서 상대했던 선수들이었지만 같은 팀이라는 소속감이란 것이 있었고 모두 친하게 지낼 수 있었다.

물론 그중에서도 서로 보이지 않은 기 싸움이 있긴 했지만 심한 것은 아니었고.

그래서 레알 마드리드에 와서도 지난 시즌 리버풀 선수들이 느꼈던 감정을 느끼고 싶었다.

결국 그래서 선택한 레알 마드리드였다.

그런데 첫 단추부터 이상했다.

처음 훈련장에 합류하면서 가진 훈련에서 자신에게 오는 패스가 이상했다.

못 잡을 패스는 아니었지만 자신이 받기 편한 패스가 아니라 수비와 경쟁을 시키는 패스였다.

물론 여유롭게 수비를 따돌리고 공을 키핑한 후 레알 마드리드 축구플레이라 생각하고 모라타에게 수비와 경쟁시키는 패스를 날렸다.

팀 훈련에 참여하고 첫 번째로 한 패스를 모라타는 수비수와 경쟁할 생각도 하지 않고 그대로 사이드아웃으로 내보내 버렸다.

다음에도 비슷하지만 모라타에게 좀 더 붙는 패스를 날렸는데도 모라타는 쉽게 그 패스를 포기했고 발밑으로 오는 패스가 아니면 받을 생각이 없어 보였다.

모라타뿐만 아니라 공격라인의 모든 선수가 그런 플레이를 했고 심지어 한 발자국만 움직이면 완벽한 슛찬스가 나는 스루패스를 했는데도 특급 골잡이라 불리는 코프가 그 공을 잡지 않았다.

그 패스까지 무산되자 샨투 감독은 하인스를 경기에서 제외시키고 아직 컨디션을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말하며 개인 훈련을 더 하라는 소리를 들었다.

훈련이 끝난 후 주장인 모라타와 이야기를 해보았지만 스페인어를 모르는 인수로서는 통역을 거칠 수밖에 없었고 모라타는 마드리드에 와서 스페인어도 모르는 아이가 무슨 소리냐는 태도를 보였다.

인수는 그제야 주도권싸움이란 것을 알았고, 바둑으로 치면 33에 침투하는 눈에 뻔히 보이는 수였다.

그러나 33의 수가 그러듯 알고도 당해줘야 하는 짓이었다.

훈련 때에는 몽니를 부릴 수 있겠지만 실전에서는 다를 것이라 생각한 인수는 자신을 낮추고 선수들에게 맞춰주며 실전만을 기다렸다.

프리시즌은 이미 체력훈련을 하며 날아간 상황 리그 첫 경기는 아직 팀에 적응이 안 됐다는 이유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지도 못했다.

리그 두 번째 경기에서는 라인업에는 올랐지만 교체명단에 속했다.

이미 팀이 4:1로 크게 이기고 있던 상황 후반 35분에 라리가에 적응하라며 교체해 투입됐다.

10여분 남은 시간 동안 공간을 여는 패스는 물론 자로 잰 듯 정확히 올린 크로스, 스루패스까지 자신이 가진 장점들을 선수들에게 줬지만 누구 하나 제대로 받아주는 선수가 없었다.

그 경기가 끝나고 집에 돌아와 경기를 복기하면서 레알 마드리드의 생활이 쉽지만은 않겠다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언제 자신이 쉬운 길을 걸었던 적이 있었던가.

유스에서 날리고 있었지만 소튼에서 데뷔할 때만 해도 잡음이 많았다.

국가대표에 뽑힐 때는 그나마 나았지만 그래도 반대하는 이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 모든 불신을 걷어낸 것은 자신이 노력해서였고 그 노력들을 알아준 선수들이 있어서였다.

여기서도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했다.

3번의 리그 경기 동안 주전 선수들과 인수의 호흡이 맞지 않다는 것을 안 샨투 감독은 인수를 이미 16강 진출을 확정지은 챔피언스리그 경기에 내보냈다.

주전 선수들이 모두 빠지고 러시아원정을 간 레알 마드리드는 인수의 1골 2어시스트를 바탕으로 3:0으로 승리하고 돌아왔다.

챔피언스리그에서의 활약으로 다시 리그 경기에 나섰지만 어시스트 하나 기록하지 못하고 후반 20분에 팀 실레와 교체당하고 말았다.

다시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경기에 출전한 인수는 레알 마드리드 이적 후 첫 해트트릭을 기록했지만 리그 경기에서는 활약하지 못하며 리그 경기에는 약하다는 인식을 심어주게 됐다.

그 후 리그 경기에는 출전하지 못하고 레알 마드리드 카스티야에 합류하라는 감독의 지시는 계약에 의거해 자신이 거부했다.

1군에서 버텨야 1군 선수들고 훈련을 할 수 있고 그 훈련에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 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는 동안 인수가 노린 대상은 주장이자 주전 레프트 윙인 모라타였다.

흔치 않은 레알 마드리드 유스 출신으로 20살에 레알 마드리드에서 데뷔한 이후, 가장 먼저 클럽에 합류한 선수가 주장이 된다는 전통에 따라 이번 해 주장을 단 모라타였다.

자로 잰 듯 정확한 패스, 모라타의 움직임에 맞추어 찔러주는 스루패스.

모라타가 무시하려 해도 무시하지 못하는 패스를 했고 패스를 통해 모라타를 길들여갔다.

그러길 세 달.

인수는 드디어 모라타의 인정을 받았고 모라타에 맞추어 나가던 패스는 인수의 패스에 모라타가 움직일 수 있었다.

모라타의 인정을 받은 이후 인수의 플레이는 점점 빛이 났다.

팀 연습경기일 뿐이었지만 인수의 패스를 받은 선수들이 골을 넣었고 인수가 패스한 대로 움직이면 자신의 스텟이 좋아진다는 걸 안 선수들은 이제 먼저 인수에게 접근했다.

물론 반년 동안 죽도록 노력해 얻은 스페인어 실력이 한몫했다.

그렇게 인정받은 인수는 선수들과 에이전트인 랭커리지를 움직여 자신을 경기에 출전시켜달라 압박했고 레알 마드리드와 샨투 감독은 세비야와의 경기에 인수를 내보내기로 한 것이다.

경기장에 들어서기 전 지난 반년이 넘는 시간 동안 노력했던 일들을 생각하니 왜 축구 선수가 자신의 이름값을 높여야 한다는지 알았다.

맨유로 이적한 시우바나 안수 파티는 자신이 겪은 어려움을 겪지 않고 팀에 합류해 경기를 치르고 있었다.

물론 아직 선수들 간의 유기적인 움직임보다는 개인플레이를 통해 경기를 풀어가고 있었지만 그래도 계속해 기회를 받고 있었고 그것이 이름값이자 몸값 때문이라 생각했다.

레알 마드리드에서 뛰는 동안 우승은 물론이고 자신의 이름값을 높이는 데 주력하기로 했다.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해 홈경기에만 출전했고 원정이라고 해봐야 챔피언스 경기에서만 나갔던지라 마드리드를 떠난 것은 처음이었다.

이제야 겨우 팀에 합류한 기분을 느끼며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생겼다.

같은 유럽이라지만 영국과는 전혀 다른 문화와 역사를 가진 스페인이었고 그중 안달루시아에 속한 세비야는 다른 스페인과는 또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었다.

팀 동료들에게 인정을 받기 위해 움직이다 보니 스페인에 와서도 바둑을 제외하고는 여유를 가지고 돌아볼 겨를이 없었다.

그 후 선수들과 손발을 맞추기 위해 연습하다 보니 마드리드도 제대로 돌아보지 못했고 세비야에 와서 처음으로 스페인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그것도 호텔 주변과 차로 경기장까지 가는 도중에 차 안에서 본 것뿐이었지만 영국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한 도시였고 기회가 된다면 천천히 돌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물론 모라타가 레알 마드리드에 적이 많다는 말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지만.

그래도 스페인을 떠나 다른 리그로 가거나 은퇴했을 때는 올 수 있을 거라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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