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그를 지배하는 축구천재-82화 (82/200)

82화

반칙으로 계속 인수를 견제하던 멕시코가 이상하다고 생각한 건 골대에서 30미터 거리에서 반칙을 범했을 때였다.

초반 인수가 뒤에서 경기를 풀어나가려 했을 때는 골대에서 40여 미터 거리에서 반칙이 이루어졌었다.

그러다 인수가 점점 앞으로 나오니 전반 35분이 지날 쯤 한 번에 크로스가 올라올 수 있는 30여 미터 거리에서 반칙을 당하고 있었다.

인수가 앞으로 나오니 잉글랜드의 공격진도 전진했고 공격진에 반칙을 범하면 직접슈팅도 줄 수 있는 거리가 나왔기에 무조건 반칙으로 끊을 수도 없었다.

그런 멕시코 선수들의 생각들은 자신들의 장점인 적극적인 수비를 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이번 월드컵에서 인수가 프리킥으로 골을 넣은 것은 하나뿐이었지만, 기회가 많이 주어진다면 언제든지 골을 넣을 수 있는 선수라는 것은 경기 전 감독에게 누누이 들었던 말이었다.

팽팽했던 경기의 분위기는 멕시코 선수들이 소극적으로 변하며 잉글랜드가 밀어붙이는 경기로 바뀌었다.

“파고들어! 페널티 지역까지 파고들란 말이야!”

인수는 자신의 앞을 가로막은 두 선수를 세워두고 크게 소리를 지르며 선수들을 지휘했다.

인수의 지휘대로 에디는 왼쪽에서 중앙으로, 벨콕은 오른쪽에서 중앙으로, 로즈는 센터백을 끌고 페널티 지역으로 계속 파고들었다.

오버래핑을 해온 핸더슨과 맥과이어가 페널티 지역 바깥에서 흘러나온 공을 기다리고 있으니 멕시코로서는 완전히 수세에 몰릴 수밖에 없었다.

“제길.”

거친 경기가 장점인 멕시코 리그에서 성장해온 선수들은 수세에 몰리자 불같은 성격이 살아났다.

인수의 패스를 받은 에디가 슛을 하기에도, 그렇다고 공격진에 패스하기에도 애매한 위치가 되어 다시 공을 인수에게 돌렸을 때 문제가 생겼다.

뒤에서 들어온 멕시코 선수의 태클.

인수가 미끄러지는 소리를 듣고 훌쩍 뛰어보았지만 발바닥이 스터드에 걸려 쓰러졌다.

발바닥을 완전히 들고 들어온 백태클이었기에 주심의 성향상 레드카드가 나올 수도 있는 상황.

주심의 판정이 길어지자 잉글랜드 선수들이 주심에게 몰려들었다.

잉글랜드 선수들의 항의를 받는 주심은 한걸음 뒤로 물러서 잉글랜드 선수들을 손으로 진정하라는 신호를 한 뒤 부심과 대화를 주고받았다.

한참을 주고받던 주심은 주머니에 손을 넣어 옐로카드를 꺼냈다.

“흥분하지 마.”

“물러서.”

주심의 옐로카드를 본 잉글랜드 선수들이 다시 주심에게 항의를 하려는 모습을 보이자 인수와 케인이 동시에 나섰다.

이미 주심의 판정은 나왔고 여기서 더 항의해봐야 돌아오는 것은 카드밖에 없었다.

“발을 완전히 들고 뒤에서 들어왔는데요. 그쵸.”

“더 이상 항의하면 주장이라도 카드 줄 거야.”

케인이 웃으면서 주심에게 가볍게 잽을 날리자 정색하며 받아치는 주심이었다.

“우리 잉글랜드 선수들은 주심의 판정에 대해 불만 없어요. 그럼 전 이만.”

케인은 단호한 주심의 말에 뒤로 돌았다.

“흥분하지 마. 당사자도 흥분하지 말라잖아. 하인스, 직접 노릴 수 있지?”

페널티 지역 바로 밖이었다.

거리도 충분했고 각도도 직접 노릴 수 있는 위치였다.

“물론이죠.”

“자, 난 골대로 간다. 골 넣고 와.”

잉글랜드 선수들이 흥분하는 것을 보고 골대부터 멕시코 진영 페널티라인까지 뛰어온 케인은 다시 뒤를 돌아 잉글랜드의 골대로 돌아갔다.

인수가 자신이 반칙을 당한 지점에 공을 놓자 주심이 다가와 공을 들어 스프레이로 위치를 다시 지정했다.

“여기야.”

“네.”

주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인수는 공을 다시 돌려받고 주심이 수비벽 위치를 조정하는 동안 스프레이 지점에 공을 차기 편하게 놓았다.

주심이 벽 위치를 조정하는 도중에도 잉글랜드와 멕시코 선수들은 몸싸움을 하며 서로 좋은 위치를 차지하려 했고, 그러다 감정이 격해지자 이번에 주심은 선수들 사이로 뛰어가 진정시키느라 바빴다.

선수들이 주심의 제지로 진정이 되고 나서야 주심은 인수에게 차도 좋다는 휘슬을 불었다.

인수가 잔걸음을 걸으며 마음먹고 찬 공은 수비벽을 살짝 지나 골포스트 반대쪽을 맞고 크게 튀어 올랐다.

리바운드볼을 잡기 위해 양 팀의 선수들이 모두 골문 앞으로 달렸지만 공은 그대로 골포스트를 넘어 골라인을 넘어가고 말았다.

“프리킥을 준다고 다 넣을 수 있는 거 아니잖아. 다들 사리지 마.”

인수에게 반칙을 범해 옐로카드를 받은 멕시코 선수가 소리를 높이자 다시 한번 사기가 오른 멕시코 선수들도 다시 거칠게 나오기 시작했다.

잉글랜드에게 몇 번의 프리킥 찬스가 왔으나 살리지 못하고 전반전은 0:0으로 끝마쳤다.

지면 탈락하는 토너먼트 경기인 8강이었기에 지난 16강전에 출전했던 선수들이 후반전에 하나씩 교체해서 들어왔다.

먼저 기회를 잡은 것은 멕시코였다.

16강전 승리를 이끌고 전반까지 쉬었던 디에고 도밍게스가 후방으로 돌린 안일한 패스를 끊고 드리블에 이은 슛으로 골로 연결했다.

자신이 왜 유럽 리그, 그것도 1부리그라 불리는 분데스리가의 한 팀인 아우크스부르크의 주전 골잡이인지 보여주는 골이었다.

후반 20분에 나온 첫 골은 멕시코 선수들의 사기를 높였다.

산체스 감독도 질 수 없다는 듯 바질을 벨링엄과 교체했다.

지난 조별리그와 16강전에서도 많이 뛰었던 벨링엄이었기에 충분한 휴식을 주고 싶었지만 지면 탈락이기에 어쩔 수 없었다.

벨링엄이 교체되어 들어오면서 인수에게만 집중되었던 멕시코의 수비진은 벨링엄에게까지 신경을 써야 했다.

인수의 패스를 막는다고 해도 벨링엄 역시 인수 못지 않은 패스력을 가진데다 이름값만 놓고 본다면 인수보다 위험한 것은 벨링엄이었다.

특히 큰 경기에서 보여준 것이 많았던 벨링엄이기도 했다.

벨링엄의 투입으로 인수는 자신에게 붙는 수비가 헐거워졌음을 느끼고 더욱 위험지역으로 파고들었다.

아슬아슬한 파울성 플레이가 몇 번이나 있었지만 주심의 휘슬은 불리지 않았고 후반 추가시간이 되었다.

벨링엄의 빠른 패스를 원터치로 에디에게 돌린 인수는 멕시코의 페널티 지역으로 파고들었다.

인수의 패스를 받은 에디 역시 원터치로 후반 교체되어 들어온 슈에게 크로스를 올렸고 슈의 머리에 맞히긴 했지만 멕시코 선수의 등을 맞고 떨어지는 공이었다.

멕시코가 걷어내기만 한다면 사상 처음으로 8강을 넘어 4강으로 갈 수 있는 시점.

끝까지 집중력을 가진 선수는 인수였다.

공이 멕시코 선수의 등에 맞고 떨어지는 것과 동시에 몸을 날리며 공과 함께 멕시코의 골대 안으로 밀고 들어갔다.

주심이 휘슬을 불기 직전 터진 동점골.

잉글랜드의 탈락은 아직이라는 듯 두 팀의 승부는 연장전으로 돌입했다.

연장에 들어서도 찬스는 멕시코가 먼저 얻었다.

후방에서 넘어 온 공을 낚아챈 도밍게스가 단독으로 잉글랜드 진영을 돌파한 후 골까지 성공시켰지만 오프사이드 판정이 났고 잉글랜드 역시 슈가 헤딩으로 골을 넣긴 했지만 수비를 밀쳤다는 판정을 받으며 연장전도 득점 없이 승부차기에 들어갔다.

승부차기에 유독 약한 모습을 보인 잉글랜드 대표팀이었다.

중요한 경기, 그리고 중요한 고비마다 번번이 승부차기에서 져 탈락했던 경험이 있던 잉글랜드에게 승부차기는 부담감으로 다가왔다.

산체스 감독은 이미 승부차기에 대한 구상을 마쳤는지 선수들에게 빠르게 다가왔다.

제발 자신의 이름이 제일 먼저 불리지 않기만을 바라는 잉글랜드 선수들은 산체스 감독의 입으로 시선이 모였다.

“1번 키커. 하인스.”

“감독님.”

“감독. 정말입니까?”

1번 키커의 부담감은 직접 느껴본 선수들만 알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 자리였다.

그런 1번 키커 자리에 신인이나 다름없는 인수의 이름이 불리자 자신의 이름이 불리지 않기만을 바라던 선수들이 깜짝 놀랐다.

“자신 있지? 네가 1번이다.”

처음 자신의 이름이 불려도 상관없다는 생각을 한 인수였지만 막상 자신의 이름이 불리자 엄청나게 부담감으로 다가왔다.

산체스 감독이 자신의 어깨를 두드리며 삼사자 엠블럼을 주먹으로 치자 다시 정신이 들었다.

“꼭 넣겠습니다.”

유스때부터 지금까지 페널티킥은 차보았어도 승부차기는 처음인 인수였지만 페널티킥 때처럼만 차자는 마음으로 심호흡을 했다.

“좋아. 2번 키커는 벨링엄.”

“알겠습니다.”

벨링엄은 인수의 1번 키커 다음이란 말에 호흡을 가다듬고 고개를 끄덕였다.

“3번 브라운, 4번 벨콕, 5번 슈.”

5명 모두 공격진으로 이루어진 명단. 처음 루튼과 후반 교체되어 들어온 카울을 포함시키려 했던 산체스 감독은 공격진을 믿자는 마음으로 모두 공격진으로 이루어진 명단을 제출했다.

선수들의 주장인 케인이 멕시코 주장과 선축을 결정하는 동전 던지기에서 이기며 잉글랜드의 선축이 결정됐다.

센터서클에서부터 천천히 걸어 나간 인수는 주심에게 공을 받고 공으로 자신의 가슴을 몇 번 두드리고 11미터 지점에 공을 위치시켰다.

주심의 휘슬을 들은 인수는 잔걸음으로 공에 접근한 후 크게 발을 휘둘렀다.

부담감이 많았지만 가장 자신 있는 코스와 세기로 찬 공.

빨랫줄처럼 뻗은 공은 멕시코의 골키퍼가 움직인 반대 방향 골포스트를 강타하고 골대로 들어갔다.

“이 미친놈. 그걸 그렇게 세게 차다니.”

“넌 긴장도 안 해?”

“공 찢어지겠다.”

승부차기 1번 키커의 임무를 훌륭하게 마치고 천천히 걸어오는 인수에게 선수들의 찬사가 쏟아졌다.

그러고 나서 멕시코 1번 키커의 슛을 케인이 막아주기만을 바랐다.

멕시코 1번 키커의 슛은 케인이 방향은 읽었지만 생각보다 빨랐기에 막을 수 없었다.

2번 벨링엄과 멕시코 선수들도 모두 성공하고 3번 키커인 에디가 앞으로 나섰다.

“자신 있게 차. 같이 많이 놀았잖아. 그대로만 하면 돼.”

에디 역시 크게 심호흡을 하며 두근대는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노력했다.

연장까지 뛰느라 모든 체력을 다 소모했지만 이 슛만 하고 쓰러진다는 각오로 찬 에디의 공은 골포스트를 강하게 강타했고 땅으로 떨어진 후 골대 밖으로 나왔다.

실축이 염려되는 순간, 리플레이 결과 골이 골대 안으로 들어갔다가 튕겨 나온 것으로 판독되어 골로 인정이 되는 순간이었다.

에디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긴장하고 있다 골로 인정되는 순간 필드에 무릎을 꿇었다.

골로 인정되기 데까지 걸린 시간을 짧았지만 에디에게만은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었고 숨도 쉬지 못한 에디는 결과가 나오자 거칠게 숨을 골랐다.

“잘했어. 인마.”

“잘해 놓고 왜 그래.”

새파랗게 질려있다 선수들의 목소리를 듣고서야 에디는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멕시코 선수가 성공한 이후 벨콕까지 골을 성공시켜 지금까지 모든 선수가 성공한 가운데 멕시코 4번 키커가 앞으로 나섰다.

필드에서 뛰는 선수들뿐만 아니라 경기장에 모인 관중, 그리고 이 경기를 지켜보는 모든 시청자까지 긴장한 가운데, 멕시코 4번 키커는 선취점을 득점한 도밍게스였다.

도밍게스가 찬 공은 골대를 훌쩍 뛰어넘어 대기권을 돌파했고 선취점을 득점했었던 도밍게스는 그대로 필드에 쓰러졌다.

아직 5번 키커가 남았기에 도밍게스는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며 자신의 동료들에게 돌아갔다.

잉글랜드의 5번 키커는 아스널의 주전 스트라이커인 헤리어 슈였다.

인수가 없었다면 이번 시즌 득점왕을 차지했을 슈였기에 잉글랜드는 슈의 성공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잉글랜드 모든 선수들이 성공한 다음 슈가 찬 공은 도밍게스가 찬 공과 똑같은 위치로 날아가 버렸고 잉글랜드 선수들은 모두 허탈해졌다.

반대로 멕시코 선수들은 한 줄기 희망이 남아있는 상태.

멕시코의 마지막 키커는 도밍게스와 함께 유이한 해외파 출신인 루이스 베가였다.

베가는 주심에게 공을 받아 공에 입을 맞춘 후 11미터 거리에 놓고 성호를 그었다.

베가가 공을 찬 후 케인은 오른쪽으로 몸을 날렸고 베가가 찬 공은 느리게 중앙으로 날았다.

이미 몸을 날린 케인이었기에 파넨카킥임을 알았을 때는 모두가 늦은 상황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케인은 한쪽 발을 쭉 뻗었고 발끝에 겨우 공을 맞힐 수 있었다.

케인의 발길에 의해 앞으로 튕겨져 나갔지만 스핀에 의해 다시 골대로 되돌아오는 공.

케인은 넘어진 후 재빨리 일어나 공을 향해 몸을 날렸다.

골라인을 넘어가지 못하고 케인의 손에 멈춰 세워진 공.

정규시간은 물론 연장 30분까지 동점인 상황에서 승부차기로 잉글랜드가 4강진출이 확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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