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그를 지배하는 축구천재-81화 (81/200)

81화

잉글랜드의 8강 진출은 언론뿐만 아니라 축구에 관심이 있는 파워블로그들에게도 화제의 중심이 됐다.

특히 지난 유로에서 예선에서 탈락하며 본선에도 진출하지 못한 것을 두고 잉글랜드 출신 감독만을 고집하는 협회를 비꼬며 시급한 세대교체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이의 블로그가 다시 화제가 됐다.

평소에도 정확한 분석과 신원을 정확히 밝히지는 않았지만 여러 에이전시와 구단들과도 소통을 하는 듯한 글을 써오던 이였다.

물론 멘체스터 유나이티드에 팬심을 드러내는 문장도 많았지만 사실에 대한 이야기는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시각이 많았다.

그렇기에 그의 블로그를 구독하며 기사를 적는 기자까지 있을 정도였다.

그런 그의 블로그에 8강이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새 글이 올라왔다.

***

애들아 형들이 말했었잖아. 잉글랜드 축구가 무너지고 있었던 것은 시스템적인 문제라고.

세대교체도 느리고 전성기가 지났지만 아직도 스타로 받아들여지는 선수들만 모아서 경기를 치르는데 어떻게 이길 생각을 하냐는 거야.

물론 그 선수들이 못한다는 말이 아냐. 분명 그들이 필요한 때도 있어. 다만 좀 더 스마트하고 스피디한 피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하는 거지.

이번 8강전을 봐.

저번 시즌 부상으로 한 시즌을 통째로 날린 벨링엄이 균열을 깨는 플레이를 했잖아.

분명 그런 노련한 선수도 필요해. 하지만 결국 그 균열을 완전히 무너뜨린 것은 하인스와 브라운이었잖아. (솔직히 온다고만 하면 무조건 데려와야지. 일 좀 해라 맨유 보드진아.)

8강에서 멕시코와 붙는데, 분명히 말하는데 벨링엄의 노련함과 하인스의 창의적인 플레이가 바탕이 되면 4강은 틀림없이 갈 수 있어.

그리고 협회에서 산체스 감독을 선임했는데 그때도 말했지만 아주 적임자라고 생각해.

잉글랜드 축구계에 아무 연고도 없는 감독이었잖아. 순전히 실력만을 보고 선수를 선발할 수 있는 적임자였지.

솔직히 이번에 대표로 뽑힌 이들 중 올림픽 대표가 너무 많다는 지적도 많이 들었지만 결국 그 선수들이 해준 결과잖아.

세대교체가 분명 필요한 시점이었단 말이야.

난 대표팀 명단을 보고 산체스 감독에게 박수를 쳤어. (다시 한번 짝짝짝.)

각설하고 난 아직 이 월드컵은 과정이라고 생각해.

다음 유로와 다음 월드컵이 더 나아질 거라 믿으니까 말이야.

아, 그리고 돈 많은 프리미어리그 팀들 말이야. (특히 시티나 첼시가 자금을 모으고 있다는 소문이 들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도 마찬가지고)

꿈들 깨.

하인스와 브라운이 이적할 것이란 소문이 많잖아. 아마 이적할 거야.

그런데 프리미어리그 팀은 아냐.

직접적으로 관련자한테 들은 내용이니까 다들 주머니 꽉 닫아. (유명한 에이전트 중 하나인 랭커리지의 비서가 이렇게 입이 싸니까 자꾸 내가 아는 거잖아.)

하여튼 니들은 아냐. 그리고 리버풀 니들도 양심 좀 챙겨봐.

이제까지 소튼에서 싼값에 선수들 잘 받아서 잘 써먹었잖아.

어떻게 하인스와 브라운도 그렇게 할 생각이었어. 얘네들이 좀 이상해서 그런가 돈을 아무리 많이 준다고 해도 프리미어리그팀은 절대 안 간다고 했대.

그러니까 리버풀 너네도 좀 가만히 있어. 나도 어디로 갈지 궁금하니까. (비서 말로는 아직 소튼과 싸우고 싶은 생각이 없다네. 프리미어리그팀으로 이적하면 소튼과 경기해야 하는데 힘들 것 같다고 했대. 아직 어리잖아.)

들리는 말로는 랭커리지가 스페인에 자주 간다네.

그리고 마지막으로 도대체 어떤 멍청이들이 하인스와 브라운이 한 팀으로 이적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거야?

하인스의 예상 이적료가 최소 5천만 파운드야.(유스를 이제 막 벗어난 애의 이적금이 맞아?) 브라운도 적어도 3천만 파운드고. (애도 미치긴 했어. 하인스 아니었으면 모든 유스 기록 다 갈아치우고 있었을 테니 )

두 선수 합쳐서 8천만파운드 넘게 지출을 해야 하는데. 물론 돈 많은 클럽은 가능하겠지.

그렇지만 그런 팀이 브라운을 필요로 할까? 이미 최상급 윙어들을 보유하고 있을 텐데. 물론 브라운이 좌우 윙 모두 최상급 플레이어이긴 해. 그렇지만 기존에 있던 선수들과 불화를 일으킬 정도냐에 대해서는 의문점이 들지 않아?

두 선수 모두 포텐 면에서는 의심할 여지가 없어. 미리 산다고 생각하면 뭐 그럴 수 있다고 쳐.

그럼 브라운이 벤치맴버나 로테이션을 타야 한다는 말인데 아직 더 성장해야 할 선수가 그걸 받아들일까?

브라운을 위해서라도 그런 결정은 하지 않을 거라 생각해.

아무튼 또 다른 소식이 들리면 알려줄게.

다들 삼사자들의 축구 잘 보고 있으라고.

***

기자들은 블로그에 새 글이 올라오자 바로 속보로 보도했고 블로그의 글에 대한 진실논쟁으로 번졌다.

빅6라고 불리는 팀들 중 자금력이 있는 시티와 첼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실제로 자금을 모으고 있다는 것은 진실이었고, 리버풀도 계속 소튼과 접촉하고 있단 사실이 확인됐다.

두 선수 이적에 관한 모든 협상이 랭커리지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었고 월드컵 전에도 랭커리지가 스페인을 들렀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물론 그 전에도 랭커리지의 비서를 통해 나온 이야기를 자주 올렸던 블로그다 보니 사실을 확인하는 데 그리 큰 시간이 걸리지도 않았다.

인수나 에디를 영입해야 한다고 말하던 프리미어리그의 팬들은 다들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반대로 스페인 클럽들의 팬들은 희망회로를 열심히 굴리고 있었다.

아직 안수 파티의 대체자를 찾지 못해 지난 시즌 8위라는 성적을 받은 바르셀로나나 다시 한번 갈락티코를 보고 싶은 레알 마드리드의 팬들이나 AT마드리드, 발렌시아 등 스페인의 명문팀들도 모두 인수를 원하고 있었다.

이런 소란스런 와중에도 월드컵 8강 경기들이 열리고 있었고 8강 첫째 날 첫 번째 경기는 아르헨티나와 독일의 경기였다.

독일은 적지에서 분전하긴 했지만 일방적인 홈어드벤티지를 가지고 있던 아르헨티나의 선수들은 거침없이 두드렸고 4:3의 스코어로 8강에서 이번 월드컵을 마무리할 수밖에 없었다.

8강의 두 번째 경기인 잉글랜드와 멕시코의 경기는 첫 경기가 끝난 이후 진행됐다.

잉글랜드나 멕시코 모두 16강 경기가 끝나고 4일 만에 치르는 경기였기에 체력적인 부담이 있었는지 16강에 뛰었던 선수들은 벤치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았다.

***

“이제 2038 아르헨티나 월드컵도 중반을 넘어가고 있습니다. 4강 진출팀이 가려지고 나면 4강 경기와 3, 4위전과 결승전만을 남겨두고 있는데요.”

“4강 진출팀도 벌써 한 팀이 결정됐죠. 홈팀이라고 할 수 있는 아르헨티나가 4강의 한 자리를 차지하였습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준우승을 한 후 처음으로 4강 진출에 성공하는 모습입니다.”

“반대로 탈락한 독일은 아쉬울 듯한 결과인데요.”

“아무래도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를 꺾고 우승을 한 독일의 입장에서는 다소 아쉬운 결과임이 분명합니다. 다시 아르헨티나를 맞아 자신있다고 한 독일이었지만 홈어드벤티지는 어쩔 수 없었죠. 독일 선수들이 경기하는 데 꽤 애를 먹었다고 들었습니다.”

“오늘 우리 잉글랜드 대표팀도 멕시코를 상대하는데요. 멕시코에 대해 설명해주시죠.”

“북중미의 왕이라고 불리는 멕시코죠. 11회 연속으로 16강에 진출하면서도 단 한 번도 8강에 진출하지 못했는데 이번 월드컵에서 드디어 8강에 진출했습니다. 12번 만에 8강에 진출을 한 선수들을 국가영웅으로 삼아야 한다는 멕시코 여론도 있다고 하더군요. 북중미의 왕답게 자국 리그의 수준이 매우 높은 팀으로 유명하죠. 이번 월드컵에도 두 명의 에이스를 제외하고는 모두 자국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을 주축으로 선발되었습니다.”

“말씀하신 그 두 명의 에이스가 모두 오늘은 벤치부터 시작하는군요. 16강 우루과이와의 경기에서 엄청난 혈투를 벌인 결과라고 보이는데요. 첫 8강 진출을 위해 많은 것을 희생한 멕시코입니다.”

“멕시코와 우루과이. 정말 팽팽한 싸움이었습니다. 주전들의 체력소모가 많은 경기였는데 그 점은 잉글랜드에게 호재라고 봐야겠죠.”

“우리 잉글랜드도 마찬가지로 아일랜드와 싸우며 주전 선수들의 체력소모가 심했습니다. 그 덕분인지 벤치에서 시작하는 선수들이 많은데요. 우선 잉글랜드 선발 라인업을 살펴보겠습니다. 골키퍼에는 오늘도 제임스 케인이 주장 완장을 차고 선발로 나서게 됩니다. 수비라인은 잭 핸더슨, 벤 포든, 심 루튼, 루크 맥과이어가 나서고 미드필더진은 네이션 케이힐, 메인슨바질, 하인스, 프레스턴 벨콕, 에드워드 브라운이, 최전방에는 스티븐 로즈가 나서게 됩니다. 지난 아일랜드와의 경기에서 풀타임 출장했던 켈레치 카울과 벨링엄, 조던 힐, 헤리어 슈 등이 벤치에서 출발하네요. 하인스와 브라운도 벤치에서 출발하지 않을까 하는 예상이 많았는데 의외로 선발로 출전한 모습입니다.”

“개인기가 뛰어난 멕시코를 상대해야 하기에 스피드로 눌러야 한다는 생각인 거 같습니다. 주전으로 출전하는 미드필더진과 최전방 공격수까지 모두 스피드는 뛰어난 선수들 아니겠습니까? 스피드를 잘 살리기 위해 패스 능력이 좋은 하인스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렇군요. 유럽에서 뛰는 에이스들을 모두 벤치에 앉히고 자국 리그 선수들로만 선발을 구성한 멕시코를 상대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잉글랜드의 선축으로 경기 시작되겠습니다.”

***

산체스 감독은 경기 시작 전 선수들에게 선취점의 중요성을 몇 번이나 강조했다.

조직력이 뛰어나고 선수들의 개인기가 좋은 멕시코였기에 선취점을 내준다면 경기를 끌려다닐 수 있었다.

더군다나 평균적으로 작은 신장에도 불구하고 점프력이 좋고 저돌적인 플레이를 즐겼기에 선취점을 통해 상대의 기를 눌러놓을 필요가 있었다.

이런 산체스 감독의 경기 플랜이 있었지만 경기는 쉽게 풀리지 않았다.

스피드가 좋은 선수들을 전방 배치했지만 맥시코는 과감한 태클과 거친 플레이로 잉글랜드 선수들을 막아섰다.

특히 패스의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는 인수에게는 공의 유무와 상관없이 두 명의 수비가 딱 달라붙었다.

패스를 받기 위해 스피드를 올리면 몸으로 밀어붙여 반칙을 범했기에 전반 30분이 되지도 않았지만 인수에게 가해진 반칙의 숫자만 6개에 달했다.

이 정도의 반칙이면 옐로카드가 나올 법도 했지만 경기의 주심을 맡은 스페인인은 성향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무엇인가가 있어서였는지 카드를 아끼고 있었다.

툭툭.

전반전에만 필드에 구른 횟수만 8번에 달하는 인수의 하얀 유니폼은 잔디 물 때문에 녹색으로 변했다.

“괜찮아?”

에디는 넘어진 인수를 일으켜 세운 뒤 유니폼에 묻은 잔디를 털어주며 물었다.

“응, 괜찮아. 좀 더 앞으로 나서야 하나.”

인수는 반칙을 당하면서 조금씩 멕시코 진영 깊숙이 이동하고 있었다.

“더 심하게 견제할 텐데 괜찮을까?”

“위험지역에서 반칙은 하지 않을 테니까. 차라리 더 들어가는 것이 낫지 않을까?”

에디는 인수의 말을 들으며 벤치를 힐끔거렸다.

선취점의 중요성을 강조한 산체스 감독이었기에 골이 나지 않는 지금 제일 답답한 사람 중의 하나일 텐데도 별다른 움직임이 보이지 않았다.

필드 안에서 일어나는 일은 모두 선수들에게 맡겨두는 스타일의 산체스 감독이었다.

“나도 좀 더 올라갈까?”

에디 역시 멕시코 선수들의 거친 수비에 유니폼이 녹색으로 변해있었지만 인수처럼 집중마크를 당하는 것은 아니었기에 여유가 좀 있었다.

“아니, 우선 내가 좀 더 뚫어 볼게.”

“알았어. 조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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