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그를 지배하는 축구천재-78화 (78/200)

78화

2038 아르헨티나 월드컵은 큰 이변 없이 조별리그 1차전이 끝이 났다.

재미없는 월드컵 1차전이었다는 평이 주를 이뤘지만 그중에서도 큰 주목을 받은 팀이 있었다.

첫 번째, 검은 돌풍을 주도한 나이지리아 대표팀이었다.

그동안 올림픽에서는 금메달을 따는 등 좋은 모습을 보여준 적이 있지만 성인대표팀에서는 16강 이상의 성적을 거둔 적 없는 나이지리아였다.

그러나 레알 마드리드에서 뛰는 세뮤얼 은디디를 필두로 프리미어리그와 분데스리가의 선수들이 모두 출전하며 검은 돌풍을 주도할 것이라 예상했다.

그런 만큼 나이지리아를 비롯하여 프랑스, 일본, 미국까지 속한 G조는 죽음의 조로 관심이 높았다.

그 첫 경기에서 프랑스가 미국을 3:0으로 눌렀고 나이지리아가 일본을 2:1로 이기며 16강 진출의 가능성을 높여 큰 주목을 받았다.

두 번째는 축구계의 변방이었던 아시아의 맹주 한국의 승리였다.

월드컵 직전 평가전에서 영국에 4:1로 지고 난 후 다음 가졌던 세네갈과의 경기에서도 2:2로 무승부를 거두며 16강 진출이 힘들 수도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첫 경기였던 한국과 폴란드와의 경기에서 2:0으로 승리하며 2002년에 있었던 좋은 기억을 떠오르게 만들었다.

브라질과 폴란드, 남아프리카공화국과 한 조를 이루며 16강 진출을 다투어야 했기에 첫 경기에서의 승리는 16강 진출의 전망을 밝게 만들었다.

경기 결과 외적으로 가장 주목을 받았던 것은 바로 인수였다.

인수의 에이전트이자 슈퍼에이전트 중 하나인 랭커리지가 잉글랜드의 1차전에 스페인 에이전트와 함께 직관한 것이 나중에 가서 밝혀지며 큰 주목을 받았다.

인수와 에디 외에도 슈퍼스타를 관리하는 랭커리지였지만 이번 이적시장의 주인공은 인수였다.

18살이라는 적은 나이였지만 프리미어리그의 득점왕이었고 개인기와 스피드, 피지컬도 좋았다.

수비적인 측면에서 많이 약하다는 평가가 많았지만 어느 팀으로 이적하든 단연 주전의 자리는 확보할 것으로 예상한 선수였다.

18살이 되기 전에도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 같은 스페인 팀들이 계속해 러브콜을 보낸 만큼 랭커리지와 스페인 에이전트와의 만남은 인수의 스페인 이적을 짐작케 했다.

그런 언론들의 기사들이 쏟아지는 와중에도 시간은 흘렀고 잉글랜드와 세네갈의 2차전의 아침이 밝았다.

***

“오늘도 축구 하기 좋은 날씨입니다. 1차전에서 사우디아라비아를 크게 이긴 잉글랜드 대표팀이 세네갈을 맞아 어떻게 이기는지 지켜보겠습니다.”

영국의 캐스터는 1차전 승리 이후 중계의 분위기를 더욱 밝게 하려 노력했다.

“산체스 감독은 세네갈과는 좋은 기억이 많이 있습니다. 재미있는 인연인데, 러시아대표팀을 시작으로 국가대표 사령탑을 맡은 이후 4개의 국가대표 사령탑을 지냈고 그때마다 세네갈과 경기를 했었죠. 평가전과 A매치를 통틀어 5번을 만났는데 5번 모두 승리했습니다.”

“만날 때마다 좋은 기억이 있는 팀이 있다는 건 좋은 일이죠. 어제 이걸 찾아낸 기자가 산체스 감독에게 물었더니 자기도 몰랐다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만날 때마다 이겼으니 이번에도 이길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라고 했거든요. 좋은 결과가 기대됩니다.”

“그런 기대를 하며 오늘 잉글랜드 선발 라인업입니다. 불과 5일 전에 경기를 해서인지 선수들이 상당히 많이 바뀌어 있습니다.”

“지난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했던 하인스 선수와 1골 2어시를 했던 브라운 선수가 모두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되어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대신 산체스 감독이 직접 국가대표 은퇴를 번복하게 만든 주드 벨링엄이 선발로 나섰습니다. 부상의 여파가 있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지난 나이지리아와의 평가전에서 그런 불신을 씻어버리는 활약을 보여주었습니다. 그 외에도 차세대 센터백이라고 하는 잭 핸더슨과 벤 포든이 모두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설명하시기 전에 선발 라인업부터 살펴보죠. 골문은 잉글랜드팀의 주장 제임스 케인이 맡겠습니다. 수비라인에 게리 잉스, 루크 맥과이어, 잭 핸더슨, 벤 포든이 뛰고 미드필더진은 조던 힐, 메이슨 바질, 네이션 케이힐, 프레스턴 벨콕이 뛰고 최전방에는 스티븐 로즈와 헤리어 슈가 선발로 나서게 됩니다. 아까 하시려고 했던 이야기 이어주시죠.”

“아무래도 잭 핸더슨과 벤 포든이 나란히 섰다는 점이 재미있습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주전 센터백과 리즈 유나이티드의 주전 센터백으로 서로 자존심 싸움을 했던 선수들이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나란히 서 있습니다. 인터뷰들을 통해 클럽 간의 경기에서는 적이지만 국가대표에서는 동료라는 말을 자주 했었거든요. 차세대 센터백 콤비의 첫 출전이니만큼 어떤 호흡이 나올지 궁금합니다.”

“그 외에도 재미있는 인연들을 가진 선수들이 필드에 나서게 됩니다. 세네갈의 주전 공격수인 부나 압두루의 경우 지금은 유벤투스에서 뛰고 있지만 전 소속팀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였습니다. 주드 벨링엄과 호흡을 맞춘 경험이 있거든요. 비록 프리미어리그에 적응에 실패해 1시즌 만에 세리에A로 유턴하긴 했지만 벨링엄이 그 재능만큼은 진짜라는 이야기를 하며 가장 친한 선수로 꼽은 적이 있거든요. 그런 두 선수가 적으로 필드에서 맞서게 됩니다. 그 외에도 음바에 디아뉴도 아스널의 윙어로 친숙하고 셀리프 샤네도 울버햄튼이 1시즌 만에 프리미어리그로 복귀하는 데 큰 역할을 했던 선수죠.”

“세네갈 선수들도 모두 유럽리그에서 주전으로 뛰는 선수가 많은 만큼 방심할 수 없는 팀입니다. 방금 말씀하셨던 압두루 선수는 유벤투스의 칼날이란 별명으로도 유명하죠. 적의 심장에 비수를 자주 꽂았던 선수입니다. 그만큼 중요한 경기에 좋은 활약을 했습니다.”

“조별리그 2차전이 세네갈의 선공으로 시작되겠습니다.”

***

승리를 자신했던 산체스 감독의 말과는 다르게 첫 골은 세네갈의 부나 압두루의 발에서 터졌다.

잉글랜드의 최전방 공격수인 로즈가 문전을 파고들면서 좋은 기회를 맞았지만 골대를 비껴가며 실점 위기를 넘긴 세네갈은 바로 이어지는 공격에서 오프사이드를 뚫은 압두루의 돌파로 좋은 기회를 만들었고, 디아뉴와의 2:1 패스로 수비를 벗겨내고 골을 만들어냈다.

그 후 잉글랜드도 부상에서 돌아온 벨링엄이 세네갈의 수비를 개인기로 돌파하고 편하게 찔러준 패스를 헤리어 슈가 골로 만들어내며 경기를 팽팽하게 만들었다.

이번 경기를 승리로 만들어 일찌감치 8강을 확정시키고 싶었던 잉글랜드는 후반 초반 에디를 먼저 교체 투입했다.

세네갈도 빠른 선수들이 많았지만 더욱 빠른 에디를 투입하면서 수비진을 교란시키겠다는 산체스 감독의 의도였고 에디는 감독의 기대에 100퍼센트 화답했다.

벨링엄은 세네갈 수비의 후방 빈 공간으로 공을 보냈고 그때마다 에디가 먼저 공을 잡으니 오프사이드라인을 만들며 전진했던 수비들이 뒤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수비진이 뒤로 물러서면서 자연스럽게 오프사이드 라인이 무의미해졌고 로즈와 슈의 활동 범위가 넓어졌다.

산체스 감독은 벨링엄을 뒤로 물리면서 케이힐을 빼주고 인수를 투입했다.

인수는 자신이 직접 골을 노리기보단 벨링엄의 자리에서 공격진을 조율했다.

좌우 윙을 맡고 있던 에디와 바질을 자주 체인지시키면서 수비진을 교란했고, 그때마다 위협적인 스루패스를 성공시키며 세네갈의 골문을 두드렸다.

골키퍼의 선방과 슈의 실수로 골로 연결되지 않자 인수는 에디에게 손짓을 했다.

잉글랜드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상황에서 교체투입되어 패스만 하던 인수였기에 세네갈의 수비도 인수의 패스에 신경을 쓰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인수는 에디와 교차하며 공을 넘기고 세네갈의 수비진 사이로 파고들었다.

인수의 패스에만 신경을 쓰던 수비는 인수가 공없이 돌파하자 반응이 살짝 느렸고, 그 틈을 탄 에디는 인수에게 공을 리턴했다.

최후방 수비들의 신경이 로즈와 슈에게 쏠려있던 순간, 인수를 막는 수비는 없었고 골문이 그대로 노출됐다.

인수는 페널티박스 오른쪽 바깥에서 슛을 시도했고 공은 그대로 반대편 골포스트를 맞고 골대로 사라졌다.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었지만 골이 터지지 않던 상황에서 나온 인수의 중거리골은 분위기를 완전히 가져오게 만들었고 슈의 멀티골과 로즈의 월드컵 첫 번째 골까지 터지며 세네갈을 4:1로 제압했다.

세네갈 입장에서는 가장 난적이었던 포르투갈과 무승부를 거두며 잉글랜드와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경기에서 승리해 조 1위를 바라고 있었다.

아직 포르투갈과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경기가 시작되지 않았지만 포르투갈의 무난한 승리가 예상됐기에 사우디아라비아를 큰 점수차로 이겨야 한다는 부담을 떠안게 됐다.

반면 잉글랜드 입장에서는 조기에 16강을 확정시켰기에 16강에서 맞붙을 팀을 살펴야 했다.

1위를 한다면 A조 2위와 2위를 한다면 A조 1위와 맞붙어야 했다.

A조 1위는 이미 2승을 기록한 아르헨티나가 유력했고, 2위 자리는 2002년 이후 오랜만에 월드컵에 출전한 아일랜드와 16강 진출이 유력했지만 번번이 물먹은 이란이 다투고 있었다.

잉글랜드 입장에서는 어느 팀과 붙어도 경기적으로나 경기 외적으로나 불편한 상대들이었다.

포클랜드 전쟁을 비롯해 신의 손 사건까지 얽힌 아르헨티나나 불편한 이웃인 아일랜드, 정치적이나 종교적으로 적대관계나 다름없는 이란까지, 영국의 언론들은 이제 16강 상대에 대한 예측으로 재미난 장사를 하고 있었다.

***

“축구만 해도 머리 아픈데 정치적인 문제까지 얽혀야 돼?”

산체스 감독은 그간 감독직을 맡으며 경기 외적인 문제까지 얽힌 상대가 얼마나 무서운지 잘 알고 있었다.

러시아 국가대표를 맡았을 때는 피파랭킹에서도 한참 밀리던 우크라이나가 제일 무서운 상대였었다.

그 후에도 각 국가별로 감독직을 맡을 때도 더비전이 제일 힘들었었다.

오랜 역사를 가졌고 영국 외의 나라들은 ‘모든 일은 영국이 문제야.’라고 할 정도로 많은 일에 얽힌 잉글랜드 대표팀은 너무나 많은 더비가 존재했다.

역사 내내 전쟁을 했던 프랑스, 스페인, 독일, 네덜란드, 러시아. 가장 최근에 전쟁을 했던 중동국가들, 아르헨티나, 그리고 바로 이웃에 있는 나라인 아일랜드까지.

“어느 팀과 붙어도 머리 아픈 매치가 될 겁니다.”

“그나마 아일랜드나 이란이 낫지 않아? 홈에서 아르헨티나는····.”

월드컵 우승을 했던 전성기의 모습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지만 선수들 면면으로는 그 어느 나라보다 화려한 팀이 아르헨티나였다.

1차전, 2차전을 소화하며 필드에 나선 선수의 숫자가 총 18명이었고 그 18명 중 15명이 유럽 4대 리그 1부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이었다.

특히 라리가의 두 맹주를 위협하는 아틀란티코 마드리드가 자랑하는 공격 삼각편대가 모두 아르헨티나 대표팀 선수일 정도로 선수들 간의 호흡에도 문제가 없었다.

“그건 그렇죠. 반드시 1위를 해야 한다는 건데.”

2016년 유로 대회에서 우승한 이후 포르투갈 대표팀은 급격히 그 위상을 높여 나갔다.

포르투갈의 불세출의 영웅이었던 한 사람이 은퇴하면서 잠시 부침이 있기도 했지만 주앙 펠릭스를 필두로 정비한 이후 유럽을 제패했다.

그 스쿼드들이 모두 은퇴를 하긴 했지만 아직도 국제대회에서 좋은 기록을 내던 포르투갈을 이기거나 비겨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다.

“이길 수밖에 없잖아. 비긴다고 생각하면 질 수 있으니까.”

산체스 감독과 코치진의 예상대로 A조에서는 아르헨티나가 1위를 차지했고, 2위 자리를 놓고 벌인 단두대 매치에서 아일랜드가 승리하며 4회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여 모두 16강 이상의 성적을 냈다는 기록을 써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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