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8화 〉 067.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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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경기를 쉬었을 뿐인데 인수는 몸이 가볍다고 생각했다.
주심의 휘슬이 불리기 전에도 가볍게 뜀을 뛰며 확인했을 때에도 확실히 몸이 가벼웠다.
더군다나 경기 시작전 미팅에서 랄라나의 말이 있었다.
“오늘 프리시즌 연습게임이라 생각하고 하고 싶은 대로 해봐. 상대는 강등을 피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달려들거야. 공격적인 팀 상대하는 것은 많이 해봤잖아. 다만 부상만은 피해. 알았지.”
랄라나의 말처럼 오늘 망아지처럼 날뛰어볼 생각이었다.
“야. 패스해. 혼자 놀지 말고.”
자신의 일이라면 눈치 100단인 에디가 그런 마음을 알았는지 나지막이 말했다.
“아마 몇 번쯤은 하지 않을까?”
“몇 번?”
“나 오늘 컨디션 최고인가봐. 몸이 가벼워.”
“나도 가볍거든. 하여튼 패스해.”
에디는 주심이 시계를 보며 휘슬을 물자 자리로 돌아가며 다짐시키듯 말하며 돌아갔다.
누구나의 예상처럼 노리치는 초반부터 공격적으로 나왔다.
오늘 경기를 이기면 강등을 면하는 만큼 반드시 이기겠다는 마음이었겠지만 상대인 소튼의 선수들은 긴 휴식을 취하고 정상적인 몸으로 돌아온 선수들이었다.
이미 몇 경기 째 선발로 뛰고 있던 노리치의 선수들의 패스는 날카롭지 못했고 몸이 가벼운 다이어의 태클에 공격이 끊겼다.
태클에 성공한 다이어는 바로 페렌츠에게 공을 넘겼고 페렌츠도 끌지 않고 원터치로 인수에게 공을 넘겨 빠르게 공격을 가져갔다.
“야 막아.”
“둘러 싸.”
노리치의 선수들도 인수가 공을 몰고 자신의 진영 중앙까지 진출하자 순식간에 세 명이 둘러쌓았다.
“어딜.”
“얌전히 내놓으라고.”
노리치의 선수들이 험악한 표정으로 인수를 노려봤지만 인수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전진하는 것을 멈추고 발바닥으로 공을 긁었다.
주변을 빠르게 둘러본 인수는 세 가지의 선택지가 생각났다.
‘가장 쉬운 방법은 파고드는 오른쪽 사이드의 맥킬리에게 넘기는 것. 그다음 쉬운 것은 오른쪽에 수비가 몰려 왼쪽 공간이 비었으니 에디에게 빈 공간으로 길게 차주는 것. 그리고 남은 것은 세 선수를 따돌리는 것.’
뒤로 돌리는 방법도 있었지만 인수는 고려조차 하지 않았다.
그리고 결심한 듯 빠르게 공을 오른발과 왼발 그리고 다시 오른발로 옮기며 전방에 있는 수비의 중심을 무너뜨렸다.
그리고 곧이어 발바닥으로 공을 긁어 발등으로 차올렸다.
둥실 뜬 공은 중심이 무너진 전방의 수비수와 협력수비를 위해 달려들어오는 수비수 키를 넘어 떨어졌고 빠르게 빠져 나온 인수는 공을 잡고 달렸다.
세 명의 수비수를 뚫은 인수의 앞을 막는 수비가 없었고 다시 인수의 앞에는 많은 선택지가 있었다.
‘수비수와 골키퍼 사이에 공을 떨궈 파고드는 후퍼의 머리에 맞추는 것. 퍼스트터치가 좋은 머레이를 믿고 수비수와 경쟁시키는 법. 측면에서 파고드는 에디의 스피드를 믿고 노마크 찬스를 만드는 법 등.’
몇 가지 방법이 있었지만 인수의 고민은 길지 않았고 그대로 발목에 힘을 주어 발등에 공을 실었다.
빨랫줄처럼 뻗어나간 공은 노리치의 오른쪽 골포스트 상단을 맞고 골라인 안으로 떨어졌다.
전반 시작 3분 만에 나온 골.
상대의 공격을 끊고 단 두 번의 패스가 이루어진 후 세 명 사이를 돌파하고 만들어 낸 슈퍼골에 메리즈에 모인 팬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서 환호했다.
“다시 처음부터 하면 돼. 가자.”
강등을 눈앞에 둔 노리치도 만만치 않게 다시 공격적으로 나왔다.
그러나 쉽게 풀리지 않은 경기에 거칠게 나오기 시작했고 공방을 주고 받다 다시 인수가 공을 받자 거친 태클에 반칙이 선언됐다.
주심의 휘슬을 들은 인수는 곧바로 일어서 공을 잔디에 찍고 재빨리 노리치 최종수비수 뒤로 찔러 넣었다.
인수가 찬 공은 이미 달리기 시작한 에디가 있었고 노리치의 골키퍼는 골대를 비우고 나와 에디와 경합했다.
나오지 않아도 에디와 1:1이 되는 상황이었기에 적어도 경합을 해볼 수 있는 방법을 택했지만 결과적으로 최악의 선택이 되고 말았다.
에디는 순식간에 공과의 거리를 좁히며 뛰어나오는 골키퍼의 태클을 피해 칩슛을 쐈고 에디가 찬 공은 골키퍼를 살짝 넘어 골대로 굴러 들어갔다.
“으아아.”
에디는 노리치진영의 중앙에 있던 인수를 향해 뛰었고 서로 부둥켜안았다.
전반 20분만에 2골을 허용한 노리치의 수비수는 골대까지 들어가 공을 빼오는 와중에 세리머리를 진행하는 에디와 인수에게 빨리 경기를 진행하라며 거칠게 말했다.
“그만하고 돌아가.”
“너무 길잖아.”
이제 막 세리머니를 하던 에디가 한마디 쏘아주려 했지만 재빨리 개입한 파바르가 선수들을 말렸다.
“가자. 또 넣어주면 포기하겠지.”
인수도 분해하는 에디의 귓가에 속삭이며 속으로 분을 삼켰다.
강등을 피하려는 노리치 선수들의 마음도 이해갔지만 이제 막 시작한 세리머니를 방해한 행위는 괘씸했다.
노리치의 공세가 계속됐지만 파바르와 비크의 수비를 뚫지는 못했다.
소튼의 공세도 계속됐기에 노리치의 수비들은 더욱 거칠게 나왔고 주심의 휘슬이 멈추지 않았다.
“자제해. 더 하면 경고를 줄거야.”
주심의 경고가 계속됐음에도 노리치 선수들의 플레이는 거칠었고 전반종료 전 페널티라인 바로 밖에서 프리킥을 얻었다.
주심은 스프레이로 공의 위치와 수비의 위치를 지정해주고 난 후 페널티지역에서 몸싸움을 벌이는 선수들을 말렸다.
“다들 진정해.”
주심은 휘슬을 짧게 불며 선수들을 진정시키고 프리킥을 진행하라고 신호를 보냈다.
페널티지역 중앙에서 왼쪽으로 약간 치우친 25미터 지점.
직접 슛을 쏘아도 될 거리였고 크로스를 올려도 될 위치였다.
인수는 주심의 신호를 받고 심호흡을 하고 잔걸음을 뛰며 뛰어와 오른발을 크게 휘둘렀다.
허벅지의 힘이 발등까지 뻗어 제대로 걸린 공은 무회전으로 골대로 날아갔고 골키퍼가 움직일 틈도 없이 골대로 사라졌다.
“전반 45분의 경기가 끝나고 선수들이 라커룸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전반 어떻게 보셨습니까?”
필립은 땀이 흥건한 손을 손수건으로 닦으며 조지를 보았다.
“꼭 이번 시즌 1라운드를 보는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1라운드 왓퍼드전에서 하인스선수가 헤드트릭을 기록하며 6:0의 대승을 거뒀죠. 킥오프 전 하인스선수가 잔 점프를 여러 번 뛰며 미소를 지었는데 컨디션이 좋아서 그런 행동을 한 모양입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하인스의 컨디션이 좋았는지 첫 번째 슛부터 정말 멋진 탈압박 플레이가 나왔습니다.”
“지금 세인트의 감독대행인 랄라나죠. 세인트에서 프리미어리그 데뷔를 하고 리버풀에서 전성기를 맞았던 그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랄라나가 테크니션으로 유명했던 만큼 좁은 지역에서 탈압박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줬죠. 그 모습이 생각나는 움직임이었습니다.”
“하인스선수의 전반 움직임을 보면 드리블 돌파가 상당히 많았습니다. 폴스나인으로 올라가며 드리블돌파가 자주 막히는 모습을 보였는데 오늘 거의 성공하는 모습이었죠?”
“전반에만 벌써 5개의 드리블돌파를 성공했습니다. 작년이었던가요? 프리미어리그에서 드리블돌파를 가장 많이 성공한 선수가 한경기 평균 6.4개를 성공시켰는데 엄청난 수치죠.”
“그에 반해 노리치의 입장에서는 답답하겠습니다.”
인수의 이야기에 조지가 너무 과열되었기에 필립은 빨리 주제를 바꿨다.
“당장 강등이 급한 노리치죠. 세인트와의 경기에서 승리를 하고 본머스를 챔피언쉽으로 보내고 싶었을 텐데 전반 3점의 차이는 너무 커 보이죠. 전반에 보인 세인트의 경기력을 보자면 후반에도 만회하기 힘들어 보입니다.”
소튼TV의 해설을 맡으며 어느덧 소튼의 팬이 되어버린 조지는 행복회로를 돌리며 후반을 상상했다.
“역시 그렇게 보시는군요. 그럼 저희는 전반 하이라이트를 틀어드리고 후반에 찾아오겠습니다. 다들 세인트의 득점 장면들을 보시고 계시죠.”
필립은 마무리맨트를 하며 헤드셋을 벗었다.
“확실히 2경기를 쉰 것이 선수들에게 도움이 된 것 같지?”
“아무래도 그렇지. 그동안 무거워보였던 선수들의 몸이 시즌 초처럼 가벼워보였으니까. 페렌츠의 움직임이 좋아졌어.”
조지는 경기 중에 계속 강조했던 페렌츠의 움직임을 또 다시 칭찬했다.
공격형 미드필드에서 완벽하게 수비형 미드필드로 변신한 이후 전성기를 맞은 모습이었다.
한가지 안타까운 점이라면 이제 계약이 1년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페렌츠를 노리고 있는 팀들이 많았다는 점이었다.
선수들에게 직접 접촉하는 것은 템퍼링에 걸릴 수 있었기에 에이전트쪽으로 접근해오는 팀들의 명단이 나올 정도로 언론들도 관심이 높은 선수였다.
“재계약은 힘들겠지?”
“선수 본인의 의지가 있다면 재계약을 할 수 있겠지만 헝가리의 희망이잖아. 헝가리 언론들이 더 좋은 팀으로 이적해 우승을 노려야 한다는 여론을 만들고 있으니 아마 이적하겠지.”
두 사람은 계약이 얼마남지 않은 소튼의 선수들을 이야기 하며 후반 중계를 준비했다.
“후반에도 전반처럼 맘껏 뛰어. 교체를 제외하고선 코치박스에서 따로 나가는 주문은 없을 테니까.”
랄라나는 하프타임을 맞아 라커룸으로 돌아온 선수들이 휴식을 취하는 모습을 보며 말했다.
선수들이 자유롭게 뛰다보니 중원에 공간이 생겼지만 페렌츠가 적절하게 움직여 커버하면서 큰 위기는 벌어지지 않았다.
페렌츠에서 1차 저지를 당하고 시간을 끌린 노리치의 공격수들이 소튼의 두 센터백을 효율적으로 뚫어내지 못했고 의미없는 중거리슛만 남발했다.
“페렌츠, 괜찮지?”
“2경기를 쉬고 나왔더니 풀타임으로 뛰어도 되겠는데요. 더 뛸 수 있어요.”
“좋아. 다들 힘들면 손을 들어. 언제든 교체해 줄테니. 그럼 후반도 잘하고.”
랄라나는 자신이 할 말만을 하고 선수들이 쉬고 있는 라커룸을 빠져나갔다.
“다들 감독님 말 들었지. 후반에도 이대로만 가자고. 하인스 컨디션 좋을 때 밀어 붙여. 저쪽도 강등당하지 않으려고 아등바등할 테니까. 작년 우리처럼 말이야.”
“노리치한테는 미안한 말이지만 강등전은 마지막 라운드에서 결정되는 것이 맞지. 벌써부터 확정되면 너무 김빠지잖아.”
“그렇지. 그래도 노리치가 공격적으로 나오니까 다들 부상 조심하고 후반에도 잘하자.”
랄라나가 없는 라커룸은 소튼의 주장과 부주장인 파바르와 비크가 선수들을 독려했다.
이미 소튼의 승리는 순위와 무관했지만 그래도 지고 싶은 선수는 없었다.
“자 후반에도 힘내자. 가자.”
후반을 준비하라는 소리를 듣고 인수는 앉았던 의자에서 펄쩍 뛰면서 소리쳤다.
“야야. 라커룸에서 날뛰다 부상당하면 무슨 망신이야. 릴렉스하자.”
인수의 모습을 보며 후퍼가 한소리했지만 어느새 인수는 라커룸을 벗어나 필드로 올라서 있었다.
후반의 공격은 소튼의 선공으로 시작됐다.
후퍼가 센터서클에 있는 공을 인수에게 넘기면서 노리치 진영으로 뛰어 들어가는 것과 동시에 양 사이드에서도 에디와 맥킬리가 뛰어 들어갔다.
“끊어.”
10명의 노리치선수가 모두 진영에 있었지만 인수는 개의치 않고 중앙으로 드리블을 시작했다.
노리치의 선수들이 인수의 공을 뺏기 위해 달려들었지만 전반전의 좋은 컨디션이 유지됐던 인수는 상체를 좌우로 흔드는 것만으로 한명을 제친 후 바로 이어 플립플랩으로 다시 한명을 제쳤다.
순식간에 돌파당한 노리치의 미드필더가 인수의 유니폼이라도 잡기 위해 손을 뻗었지만 인수는 이미 통과한 이후였고 오른쪽으로 달리던 맥킬리에게 공을 넘겼다.
이미 자신의 앞에 수비가 자리 잡고 있었던 맥킬리도 무리하지 않고 다시 인수에게 공을 넘기고 살짝 빠졌고 그 빈 공간을 파고 든 인수는 수비가 몰린 틈을 타 반대편 사이드에 있는 에디에게 길게 패스했다.
인수의 패스는 정확히 에디의 발밑으로 떨어졌고 급하게 노리치의 수비가 에디를 막기 위해 앞으로 나섰지만 이미 크로스가 올라간 이후였다.
에디의 크로스는 어느 누구의 훼방을 받지 않고 다시 반대편 사이드에 있던 맥킬리에게 넘어갔고 맥킬리 역시 자유로운 상태에서 다시 크로스를 올렸지만 빗맞는 바람에 골라인 아웃이 되고 말았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가슴 철렁한 순간을 맞이 했던 노리치였지만 뒤가 없었던 탓에 다시 공세로 나섰지만 어느덧 수비로 전환한 소튼 수비수들에게 허무하게 막히고 말았다.
이미 4경기 째 같은 선발로 뛰고 있던 노리치의 선수들이 후반 중반 이후 급격히 무너지고 인수의 이번시즌 두 번째 헤드트릭과 후퍼의 추가골을 기록하며 5:0으로 제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