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6화 〉 065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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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무승부를 기록한 소튼은 또다른 빅6팀인 시티와의 경기를 위해 맨체스터로 떠났다.
캐러거는 교체명단에서도 주전선수들을 모두 제외하고 순수하게 2군과 유스선수들로 구성된 스쿼드로 시티를 상대했다.
두 줄의 버스를 세우고 키치아의 슈퍼세이브가 몇 번이고 나왔지만 계속 되는 시티의 공세를 모두 막지 못하고 2:0으로 패배하고 소튼으로 돌아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튼의 분위기는 좋았다.
주전들도 긴 리그동안 쌓였던 피로를 풀 수 있었고 소튼의 시즌 목표가 챔피언스리그 진출이 아닌 유로파 진출이었기에 계획대로 승점을 쌓아가는 중이었다.
다만 걱정이라면 최하위가 시즌 초반부터 빠르게 무너지면서 소튼의 예상보다 승점 컷트라인이 올라가고 있다는 점이었다.
전반기에 단 3무만을 기록하고 전패 중이었던 뉴캐슬이 후반기에 들어서도 반등하지 못하고 28라운드까지 1무만을 기록하며 승점 4점으로 역대 최저승점을 기록할 수도 있다는 평가들이 많았다.
또다른 승격팀인 크리스탈 팰리스 역시 전반기 1승 2무로 승점 5점을 기록하고 있었는데 후반기에도 전패를 기록하며 5점이 유지되고 있었다.
두 팀 역시 시즌을 포기한 듯 겨울 이적시장에서 주전 선수들을 모두 팔아 치우며 챔피언쉽으로 떨어졌을 때 다시 올라올 수 있는 선수들을 모으는데 힘을 쓰는 모습이었다.
뉴캐슬과 팰리스가 프리미어리그팀들에게 영양분을 제공하며 최상위권부터 중위권팀들까지 누가 어디까지 올라갈지 모르는 양상을 보이고 있었다.
실제 소튼이 승점 48점으로 5위를 달리고 있었지만 4위인 토트넘과 승점 2점차이에 불과했고 10위인 리즈와는 승점 5점 차이밖에 나지 않았다.
어느 팀이 어느 순위를 기록해 유럽대항전에 나갈 수 있을지 어느 누구도 장담하지 못했다.
“진짜 살 떨리는군. 시즌 시작 전만해도 63점 내외면 유로파에 나갈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승점 자판기가 없을 때 이야기였죠. 이대로라면 70점까지 생각해야 할 것 같습니다.”
“승점 70점? 앞으로 10경기 밖에 남지 않았는데 승점 22점이 더 필요하단 말야?”
역대 최저승점으로 우승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75점으로 우승한 적이 있었다.
그 외에도 70점대에서 우승한 적도 몇 번 있었다.
7위만 하면 되는데도 승점 70점이 필요할지 모른다는 분석에 캐러거의 머리가 더욱 복잡했다.
적어도 7승이 더 필요하다는 이야기였는데 앞으로 상대할 팀도 만만한 팀들이 없었다.
우선 바로 눈앞에 대기하고 있는 팀이 리즈였고 다행히 홈이긴 했지만 리즈도 이번에는 유럽대항전에 나가고자 하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리버풀원정과 왓퍼드, 첼시, 본머스, 뉴캐슬, 팰리스, 스완지, 노리치 마지막으로 번리와의 경기가 남아있었다.
다행이라면 홈경기가 7번이고 원정이 3번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이었지만 한번이라도 삐끗하는 순간 자신이 계획했던 유로파진출은 실패할 수 있는 일정이었다.
이미 강등이 확실시되는 뉴캐슬과 팰리스를 제외하더라도 본머스와 노리치, 번리는 강등권에 위치한 팀이었다.
강등권을 벗어나기 위한 버프는 작년 소튼도 경험해 본 적이 있었기에 얼마나 무서운지 알았다.
더욱이 리즈와 스완지는 소튼과 승점 5점과 4점 차이로 언제든 자신들을 제치고 유로파 진출을 할 수 있는 팀이었다.
“선수들은 좀 어때?”
“성적이 좋은 만큼 분위기는 좋습니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체력적인 부담이 많습니다.”
레쉬포드가 공격진의 모범을 보였고 인수와 에디가 선수들에게 활력을 주는 역할을 했다.
더욱이 소튼에서 오래 활약했던 파바르와 비크가 수비진에게 안정을 가져다주며 새로 유스에서 올라오는 선수들과의 호흡도 점점 좋아지고 있었다.
다만 레쉬포드와, 파바르, 비크의 나이도 적은 편이 아니었고 유스에서 올라온 선수들도 체력적으로 완성된 선수들이 아니었다.
특히 팀의 핵심으로 자리잡은 인수와 에디는 풀시즌을 뛰는 것이 처음이었다.
아직 어렸기에 체력분배가 문제점으로 꼽혔고 충분히 휴식을 주고 있었지만 누적되는 피로는 코치진으로서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다.
더욱이 시즌이 마무리되는 순간이 되면 순위 싸움이 점점 치열해질 것이 분명했기에 경기 중에 부상선수가 나오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었다.
“제발 부상만은 없었으면 좋겠네.”
캐러거는 29라운드 리즈와의 홈경기 스쿼드를 구성하며 조용히 읊조렸다.
리즈와의 대결에서 캐러거는 레쉬포드에게 미드필드의 전권을 맡겼다.
패스의 정확도나 스피드를 보면 인수가 더 나았지만 득점력 또한 인수가 더 나았기에 인수를 전방으로 올리고 필드의 지휘를 맡겼다.
그런 레쉬포드는 경기 초반부터 좌우 사이드를 활용하며 질 높은 패스를 구사하며 캐러거의 믿음에 보답했다.
홈에서는 무적이지만 원정경기에서는 약하다는 평가를 받던 리즈는 이번 소튼과의 원정을 승리로 이끌고 싶었다.
그렇기에 공격의 핵이었던 레쉬포드를 집중마크했고 전반 중반이 지날 무렵 사고가 발생했다.
“오늘 세인트의 공격흐름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습니다. 하인스선수가 전방으로 올라간 후 이런 모습은 오랜만에 보는군요.”
“리그가 후반으로 들어오면서 선수들의 체력이 전반적으로 떨어져 있었던 것이 원인이었지 않나 싶습니다. 현재 승점 48점으로 5위에 랭크되어 있지 않습니까? 그만큼 선수들이 열심히 뛰어 주었기 때문에 이룬 성적이었고 그런 만큼 체력도 많이 떨어져 있었을 겁니다. 그래서 지난 28라운드 시티와의 경기에서 주전 선수들을 모두 소튼에 남겨둔 채 원정을 떠났고 지긴 했지만 주전 선수들의 체력을 보충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죠.”
“말씀하신대로 세인트의 선수들 몸이 아주 가벼워 보입니다. 아직 골은 나지 않고 있지만 결정적인 찬스가 몇 번 있었거든요. 리즈의 수비들이 몸을 던져 막지 않았으면 이미 골이 터지고도 남았습니다.”
“다만 레쉬포드선수에게 공이 너무 몰리네요. 리즈선수들도 레쉬포드선수를 적극적으로 마크하기 시작했거든요.”
“지난 시즌 마지막과 전반기에도 하인스선수가 똑같은 포지션에서 똑같은 플레이를 했었는데요.”
필립은 조지의 우려스러운 말에 인수의 예를 들었다.
더욱이 완성된 레쉬포드와 달리 그때 인수는 리그에 적응도 하지 못한 풋내기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훌륭히 그 역할을 수행했고 소튼을 프리미어리그에 잔류시키는데 1등 공신이 되었다.
지금은 더욱 발전된 모습을 보이면서 득점에 더 집중을 하고 있었고 벌써 시즌 18호 골을 성공시키며 19골의 코룸과 11골을 넣은 후퍼와 함께 득점을 책임지고 있었다.
“레쉬포드선수가 노련한 만큼 리즈의 수비를 잘 흘려내고 있긴 하지만 부상이력이 심했던 선수중에 하나입니다. 2020년대 초반 큰 수술을 두 번이나 하고도 철인처럼 다시 일어나 위대한 선수가 되긴 했지만 수술을 했던 어깨가 계속 문제였거든요. 더욱이 맨유 마지막시즌에는 허리까지 부상을 당하며 회복기간이 오래걸렸습니다. 그 이후 챔피언쉽에서 한 시즌을 모두 소화하며 부상에 큰 문제가 없다고 알렸지만 그래도 신경이 쓰입니다.”
조지는 리즈의 선수들에게 에워쌓여 있는 레쉬포드를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봤다.
위대한 선수 중에 하나였고 잉글랜드를 대표하는 선수였지만 세월의 흐름은 피할 수 없었고 부상 없이 은퇴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그 순간 소튼 후방에서 처리한 공이 미드필드 지역으로 높이 떴고 이미 자리를 잡은 레쉬포드가 높게 점프했다.
그와 동시에 레쉬포드를 마크하던 리즈의 선수도 높이 떠서 경합을 벌이는 도중 중심을 잃고 어깨부터 떨어진 후 쓰러져 일어나지를 못했다.
그 과정을 지켜본 주심이 재빨리 휘슬을 불어 경기를 멈췄고 경기장에 있던 선수들 모두 모여들었다.
떨어지는 자세도 문제였지만 그 부위가 예전에 수술을 했던 부위였다는 것이 더 큰 문제였다.
급히 뛰어온 의료진이 벤치를 향해 더 이상뛸 수 없다는 표시로 엑스자를 그렸고 그 과정을 보던 캐러거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아 레쉬포드선수 떨어지는 자세가 안 좋았는데요.”
“리즈의 펠트선수와 경합을 벌이는 과정에서 충돌이 약간 있었는데 그 과정에서 몸의 중심이 무너진 것 같습니다. 아 의료진이 더 이상 뛸 수 없다는 표시를 보내는데요. 큰 부상이 아니길 바랍니다.”
의료진이 재빨리 레쉬포드를 들것에 옮겼고 지정병원으로 향했다.
레쉬포드가 실려 나가는 도중에 세인트 메리즈에 모인 관중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일어서 박수를 치며 레쉬포드가 큰 부상이 아니길 빌었다.
원정을 온 리즈의 팬들 역시 레쉬포드의 인터뷰에 악감정이 있긴 했지만 잉글랜드를 대표했던 선수였고 경기 중 뜻하지 않은 부상이었기에 모두 동참해 레쉬포드를 응원했다.
캐러거는 레쉬포드가 빠진 자리에 급히 인수를 내리고 후퍼를 전방으로 투입했다.
레쉬포드가 맡고 있던 자리가 소튼의 공격을 시작하는 자리이기도 했고 페렌츠를 올리기에는 리즈의 공격을 1차저지할 선수가 마땅치 않았다.
“다들 정신 차려. 레쉬포드가 실려 나가면서도 꼭 이기라고 했잖아.”
인수는 주심이 떨궈준 공을 리즈의 골라인까지 차며 큰 소리로 소리쳤다.
“가자.”
레쉬포드의 부상으로 인한 심리적 압박은 레쉬포드가 나가면서까지 한 말에 의해 승리의 동기가 됐고 인수의 헤드트릭 어시스트로 3:0으로 승리했다.
“괜찮아요?”
인수는 예전 자신이 누워있었던 병실을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피곤할텐데 쉬지 뭐하러와.”
레쉬포드는 침대에 누워있다 인수의 모습을 보며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켰다.
“누워있어요. 혼자 있으면 심심하잖아요.”
20대 중반에 결혼해 10살짜리 딸과 7살짜리 아들이 부인과 함께 맨체스터에서 지내고 있었다.
처음 맨체스터에서 은퇴할 계획으로 집까지 마련했고 부인 역시 맨체스터에서 일했기에 부상을 알리긴 했지만 아직 도착하지 못하고 있었다.
“책을 보고 있긴 한데 심심하긴 하네.”
레쉬포드는 보던 책을 곱게 접어 머리맡에 있는 탁자에 두었다.
맨유시절부터 은퇴 후 코치를 하겠다고 생각하고 휴식기 중에 코칭 라이센스를 이미 따두었고 캐러거와 함께 코칭을 하며 B급 자격증을 보유한 상태였다.
“어떻데요?”
인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미 나이도 나이였고 한번 당했던 부상부위였기에 레쉬포드의 어깨에는 엄청난 두깨의 붕대가 감겨있었다.
“이번 시즌은 힘들겠지. 아마. 정확한건 에이전트가 와서 이야기 한다고 했는데 시즌 중에 복귀하는 것은 어려울 것 같아.”
벌써 4월이었고 경기도 9경기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처음 부상을 당했을 때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잉글랜드 국가대표팀의 세심한 배려로 완전히 회복한 이후 돌아왔기에 레쉬포드도 이번 시즌 중에 복귀하는 것은 포기했다.
인수도 그런 레쉬포드의 마음을 알았기에 자신이 이 자리에 누워있을 때 배운 바둑이야기와 여자친구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내다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럼 몸조리 잘해요.”
“하인스.”
레쉬포드는 병실을 빠져나가는 인수를 조심스럽게 붙잡았다.
“네가 아직 어리니까 회복력이 빨라. 그래도 체력적인 부담은 어떻게 할 수 없지. 1시즌을 보내면서 모든 경기를 뛸 수는 없으니까.”
인수는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내는 레쉬포드의 말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강팀이 강팀일 수 있는 이유는 뛰어난 선수들이 많아서 이기도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야. 그 선수들의 뒤를 받쳐줄 수 있는 선수들이 있느냐가 그 팀이 강팀인지 약팀인지를 가른다고 생각하거든. 얇은 선수층은 주전선수들에게 부담이고 체력을 더 소모하게 만들어. 그러니까.”
레쉬포드는 잠시 말을 멈췄다.
그러더니 이내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체력관리 잘하고 부상은 체력이 떨어지면 찾아오는 거야. 곧 있으면 월드컵 예선전이니까 아마 너도 불려가겠지. 경기를 뛰는 것도 중요하지만 쉬는 것도 그만큼 더 중요해.”
“알고 있어요. 고마워요.”
인수는 레쉬포드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레쉬포드가 하려고 했던 말도 이해했다.
인수가 병실을 떠나고 난 다음날 레쉬포드는 언론을 통해 은퇴를 선언했다.
마지막까지 자신을 필드에 설 수 있도록 배려해 준 소튼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남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