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3화 〉 062.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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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을 만들어야 하는 아스널과 그런 아스널을 꺾고 순위를 유지하려는 소튼의 경기는 피만 흘리지 않았을 뿐 난투극으로 펼쳐졌다.
젊고 빠르고 리그 최상위급 테크니션을 모아 놓은 아스널 그와 비슷하지만 다른 젊고 빠르고 선 굵은 경기를 하는 소튼이었다.
“절대 공간을 주지마. 페널티라인 근처에서는 뒤를 돌 수 없게 완전히 붙어. 90분 잘하다가 단 한 번 놓치면 실점하는 것이 축구야. 반대로 90분 내내 끌려 다니다 단 한 번의 찬스로 이길 수 있는 것도 축구야.”
“골문 근처에서 상대 공격수를 놓치지 마. 걷어 낼 때 확실히 걷어 내. 반대로 아스널 골문 앞에서는 많이 움직여. 공간을 최대로 만들어. 분명 공격적으로 나올 거야. 빈틈은 만들어 질 수밖에 없어. 알겠지.”
“오버래핑은 자제해. 아니 나가지 마. 수비를 단단히 하고 공간을 내주면 안 돼.”
경기 시작 전 캐러거는 오랜만에 포백을 꺼내들었다.
프리미어리그 유일한 무패우승을 거둔 적 있는 아스널이었지만 그 영광은 오래가지 못했고 이제 빅6라고 불릴 날도 얼마 남지 않아보였다.
그렇기에 오늘 이 경기에서 아스널의 아름다운 패싱축구와 테크니션 축구를 완전히 뭉개버리려고 단단히 준비하고 나온 소튼이었다.
“붙지 마. 패스할 공간만 내주지 마.”
소튼은 처음부터 철저한 지역방어로 나섰다.
아스널이 자랑하는 패싱축구를 통한 스위칭으로 흔들릴 법도 했지만 미드필드 진에서 수비를 조율하는 페렌츠와 최후방 수비를 조율하는 파바르의 지휘는 흔들리지 않았다.
그런 소튼의 수비적인 모습은 전반 20분 동안 점유율 92:8이라는 절대적인 수치로 보여줬다.
한 때 아스널과 한 시즌에 5번 이상 만났던 레쉬포드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소튼 공격의 물꼬를 틀어 막고 있었다.
“자리 바꾸죠. 수비 쪽에 부담이 가겠지만.”
인수는 이번 경기에서 코룸 바로 아래서 경기를 뛰고 있었기에 전반 20분까지 단 한차례도 공에 발을 대지 못하고 있었다.
자존심이 상하긴 했지만 레쉬포드는 인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전성기에는 자신에게 두 명의 수비가 붙어도 개인기와 스피드로 뚫고 나갈 수 있었지만 이미 늙어버린 몸은 자신의 생각처럼 따라주지 못했다.
쉬운 경기였다면 노쇠해진 몸을 인정하고 상대 수비를 견제하며 경기를 풀어나가겠지만 타이트한 압박을 받으니 생각처럼 패스가 되지 않은 레쉬포드였다.
또 한 번의 아스널의 중거리슛이 골대를 벗어나자 벌써 수차례 슛을 맞았던 볼이 길게 차려고 했을 때 파바르가 막았다.
“점유율부터 늘려야 해. 나한테 줘.”
경기 시작 전 계획 된 일이긴 했지만 자신들의 생각보다 일방적으로 밀리고 있었기에 파바르는 후방에서부터 천천히 공을 돌렸다.
이미 최전방까지 압박하던 아스널의 공격수들이 공을 뺏기 위해 달려들었지만 수년 동안 호흡을 맞춘 파바르와 비크는 여유롭게 후방에서 공을 돌리면서 섣불리 전방으로 공을 보내지 않았다.
그런 모습에 미드필드 진까지 전방압박에 나섰고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재빨리 페렌츠에게 공을 넘겼다.
페렌츠 역시 공을 받자마자 전방에 있는 레쉬포드쪽으로 공을 돌렸고 이미 레쉬포드가 뛰던 자리에는 인수가 스위칭을 한 상태였다.
레쉬포드가 인수가 뛰던 자리로 뛰어 들어가자 수비들도 레쉬포드를 따랐고 공을 잡은 인수를 막는 선수가 없었다.
“에디.”
여유롭게 공을 잡은 인수를 막기 위해 에디를 마크하던 수비가 인수에게 붙었고 자연스럽게 왼쪽 공간이 열렸다.
지난 전반기에 아스널의 수비들에게 고생했던 에디는 그때와는 다르다는 듯 골라인까지 공을 몰고 들어갔고 골라인을 따라 골문 쪽으로 접근했다.
그런 에디를 막기 위해 수비가 다가오자 누구 발이라도 맞길 기대하며 골키퍼와 선수들 사이에 빈틈으로 빠르게 공을 굴렸다.
에디의 발에서 공이 떨어지자마자 소튼과 아스널 선수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골문 쪽으로 몸을 날렸고 공은 아스널의 골문 안에서 발견됐다.
“일방적으로 공격을 진행하고 있는 아스널입니다. 전반기에도 두 팀이 만났을 때 소튼의 홈에서 70:30이라는 점유율 차이를 보여줬는데 오늘 경기는 그보다 더한 차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처음 경기장에 나왔을 때부터 소튼 선수들은 하프라인을 넘어갈 생각이 없어 보였거든요. 버스를 세우지는 않았지만 세운 것이나 마찬가지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밥 레비의 중거리 슛. 또 다시 골문을 벗어나고 맙니다. 아스널의 6번째 슈팅도 골문을 벗어나는 군요. 아직까지 단 하나의 유효슈팅을 기록하지 못하고 있는 아스널입니다.”
“지난 올림픽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아스널의 주전으로 자리를 잡은 레비이지만 소튼의 포백을 뚫지 못하고 있습니다. 수비를 끌어내기 위해 중거리슛을 계속 쏘고 있긴 하지만 정확도를 높일 필요가 있습니다.”
“다시 소튼의 공격으로 경기가 재개됩니다. 볼골키퍼 공을 길게 차려다 스로인으로 파바르에게 공을 넘깁니다.”
“볼골키퍼가 공을 차기 전에 파바르선수가 뭐라고 했거든요. 아마 자신에게 공을 넘기라고 한 것 같습니다. 노련한 파바르선수이기에 점유율부터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20분이 넘도록 아스널에게 밀리고 있거든요.”
“소튼의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일까요?”
“소튼의 가장 큰 장점은 노련한 공격진과 젊은 공격진의 조화입니다. 작년까지 그 중심에 하인스가 있었는데 이번 시즌 레쉬포드를 영입하며 하인스의 공격력을 더욱 높이기 위해 하인스를 폴스나인에 기용하면서 재미를 많이 봤거든요. 하인스가 그렇게 날뛰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한 선수가 레쉬포드입니다. 아스널이 그런 레쉬포드를 철저히 막으며 하인스에게 공이 가지 않아요.”
“말씀하시는 순간 후방에서 공을 잡은 페렌츠가 전방으로 공을 넘기고 하인스가 공을 잡습니다. 순간 하인스와 레쉬포드가 스위칭하면서 하인스가 공을 잡았는데 막는 선수가 없습니다.”
“레쉬포드가 전방으로 들어가면서 수비를 끌고 들어갔거든요. 수비도 스위칭을 했어야 하는데 레쉬포드를 막으면서 하인스를 놓쳤습니다.”
“하인스를 막기 위해 수비가 다가오면서 왼쪽 뒷공간이 비었습니다. 하인스의 패스를 받은 브라운이 완전히 비어있는 뒷공간을 완전히 열었습니다. 골라인을 따라 드리블하다 골문 쪽으로 공을 찼습니다. 절묘한 스루패스 아스널의 수비들과 소튼의 공격진이 모두 슬라이딩으로 공으로 몰려듭니다. 공은. 공은 아스널의 골문안에 있습니다. 단 한번의 찬스로 골을 기록하는 소튼입니다. 주심이 경기를 잠시 멈추는군요. 골을 확인하려는 모습입니다. 워낙 많은 선수가 공을 향해 슬라이딩을 했거든요. 이 상황에서 반칙이 있었다고 항의하는 아스널선수들입니다.”
캐스터가 상황을 설명하는 중 준비가 끝났는지 리플레이가 나왔다.
“여기서 브라운선수가 골키퍼와 선수들 사이로 스루패스를 했습니다. 제일 먼저 공을 끊기 위해 슬라이딩을 한 제이백의 발에 걸리지 않고 지나치고 그 다음 슬라이딩을 한 코룸선수의 발도 지나치는군요. 그리고 이어지는 하이드선수의 발 끝에 공이 걸리고 골키퍼가 막을 수 없는 곳으로 굴러갑니다. 하이드선수가 공을 걷어내기 위해 몸을 날렸지만 같은 아스널의 수비인 페른의 몸에 걸리면서 제대로 걷어내지 못했습니다. 그 뒤에 하인스와 레쉬포드가 슬라이딩을 한 모습이 잡히긴 하지만 이미 하이드의 발에 걸려 골대로 들어가는 공입니다. 하이드의 자책골 같은데요.”
“워낙 혼전이었어요. 브라운이 슛을 하기에는 이미 골키퍼가 골문근처에서 각을 좁혔거든요. 브라운선수에게서 나가는 패스를 막기 위해 콜이 가까이 붙었지만 다리 사이로 패스를 했거든요. 크로스가 올라갈 줄 알았던 콜이 발을 높이 든 틈을 놓치지 않고 스루패스를 한 것이 절묘했습니다. 브라운의 스루패스를 막기 위해 다들 몸을 날렸던 혼전상황에서 나왔기에 하이드선수의 실수라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아 주심 VAR을 확인하고 센터서클을 찍습니다. 소튼의 골로 인정됩니다.”
“느린화면으로 봐서도 반칙이라고 볼 수 있는 장면이 없었습니다. 하이드선수의 자책골로 기록되겠군요. 아스널이 지금 성적을 거두고 있는 것이 불안한 수비때문이었는데 이번 경기에서도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말씀하신대로 격렬하게 항의하는 아스널의 선수들에게 주심이 구두로 경고를 주고 있습니다.”
“주심이 VAR로 정확히 확인했거든요. 이미 나온 결과를 인정해야죠. 한 골을 뒤지고 있긴 하지만 경기 주도권 자체는 아스널에 있거든요. 다시 골을 만들기 위해 뛰어야합니다.”
“말씀하신대로 아스널의 주장인 라이트가 선수들을 다독이고 있습니다. 1:0으로 뒤지고 있는 아스널이 다시 센터서클에서부터 공격을 시작합니다.”
아스널의 공세는 그 이후에도 계속됐다.
달라진 점이라면 레쉬포드에게 가해졌던 더블 팀이 인수와 나뉘면서 레쉬포드가 좀 더 편하게 공을 잡을 수 있었다는 점이었다.
레쉬포드가 풀리며 소튼의 점유율이 올라가긴 했지만 전반이 마무리 될 때까지 65:35의 아스널에게 유리한 점유율은 계속됐다.
그렇지만 계속되는 볼의 선방에 아스널의 공세는 무위로 돌아가며 1:0의 점수를 유지한 채 하프타임을 맞이했다.
“좋아. 이대로만 해. 잘하고 있어.”
지난 전반기 8라운드에서 4:0으로 참패를 당했던 캐러거감독은 전반에 뛰었던 선수들을 일일이 격려했다.
상대의 자책골이긴 했지만 이기고 있었고 초반 심각하게 밀렸던 점유율도 서서히 회복되고 있었다.
“레쉬포드. 후반에는 라인을 좀 올려. 페렌츠 버틸 수 있지?”
레쉬포드가 올라가면 자연스럽게 미드필드진을 버티고 있는 페린츠에게 가해지는 압박이 올라갈 것이 분명했다.
그런 압박을 미드필드에서 이겨야 하는 부담이 있었다.
“당연하죠.”
아스널이 골문 앞으로 침입하지 못한 이유가 후방에서 든든히 버티고 있는 파바르와 비크 때문이라면 미드필드진에서 과감하게 돌파하지 못한 이유는 페렌츠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난 시즌 폼이 떨어지며 헝가리의 대표팀에 승선하지 못했지만 이번 시즌 수비형 미드필드로 변신한 이후 다시 대표팀에까지 뽑힌 페렌츠였다.
아직 27살이었기에 이번 시즌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더 큰 클럽으로 이적하여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을 수도 있었기에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좋아. 후반에도 이대로만 하자고.”
하프타임이 끝난 후 의욕적으로 라인을 올린 소튼이었지만 생각처럼 공격이 풀리지 않았다.
의도적으로 인수를 고립시키며 수비수들은 침투하는 공격수들을 철저히 막았다.
인수가 그런 아스널의 수비를 뚫어보기 위해 드리블도 하고 중거리슛도 날렸지만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최우수골키퍼로 선정된 루크의 선방에 막혔다.
그런 와중 아스널은 전반전보다는 효과적으로 소튼의 후방을 괴롭혔다.
파바르와 비크가 버티고 있는 중앙을 무리하게 뚫기보다 도슨과 어빈이 막고 있는 양 사이드에서 올라가는 크로스의 비율이 높아졌고 키가 크고 피지컬이 좋은 중앙수비수덕에 어떻게든 막고는 있었다.
위협적으로 나온 헤더도 볼의 선방으로 막아내며 1:0의 스코어를 유지하며 후반도 40분이 지나 추가시간까지 해도 8분여 남은 시간이었다.
“어빈. 너무 쉽게 크로스하잖아. 더 붙어.”
파바르는 아스널의 공격수를 마크하면서도 사이드 수비를 지시했다.
후반 40분이 넘어가면서 어빈의 체력이 다했는지 아스널의 공격에 너무 쉽게 뚫렸다.
교체해주고 싶어도 지난 2경기를 풀타임으로 뛴 인수와 에디가 교체됐고 전반부터 아스널에게 집중마크당한 레쉬포드를 교체해 주느라 남은 교체카드가 없었다.
어빈이 너무 쉽게 뚫리자 도슨이 어빈을 도와주기 위해 어빈 쪽으로 달리자 도슨이 막고 있는 레비가 비었고 그때 날아온 크로스를 받은 레비가 노마크상태에서 오른발로 가볍게 밀어 동점골을 뽑아냈다.
남겨둔 교체카드 없이 다 써버린 캐러거의 실수이기도 했고 자신이 마크하던 선수를 놓고 다른 쪽을 막기 위해 자리를 비운 도슨의 실수이기도 했다.
승점 3점짜리 경기를 승점 1점으로 마무리하며 아스널과의 23라운드가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