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1화 〉 060.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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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프리미어리그 전반기 19라운드가 모두 끝났습니다. 이미 1월이 되어 겨울이적시장으로 떠들썩하지만 전반기에 대한 평가는 해야겠죠. 우선 프리미어리그의 순위부터 보고 오시죠.”
매치 오브 더 데이의 진행자인 블래터는 특유의 넉살스런 인사로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블래터의 소개와 함께 진행석 뒤의 화면에는 프리미어리그의 순위가 승점-승-무-패-골득실 순으로 표시됐다.
1. 첼시 : 41 – 12 – 5 – 2 – 17
2. 맨체스터유나이티드 : 40 – 12 – 4 –3 – 15
3. 맨체스터시티 : 38 – 11 – 5 – 3 – 25
4. 토트넘 : 36 – 11 – 3 – 5 – 26
5. 소튼 : 33 – 10 – 3 – 6 – 15
6. 리버풀 :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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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본머스 : 11 – 2 – 5 – 12 - -18
19. 크리스탈 팰리스 : 5 – 1 – 2 – 16 - -21
20. 뉴캐슬 : 3 – 0 – 3 – 16 - -36
“리그 순위만 보시고 세부사항을 보시지 않은 분들이 깜짝 놀라셨을 겁니다. 프리미어리그 역사상 전반기에 승수를 기록하지 못한 최초의 팀이 나왔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아마 시즌 전부터 예정되어 있었던 결과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지난 시즌 챔피언쉽에서 최종전까지 경쟁한 끝에 2등으로 승강했던 팀이 뉴캐슬이었고 데드매치라고 불리는 승강전 토너먼트에서 살아남아 올라온 팀이 크리스탈 팰리스거든요. 우승을 했던 스완지도 프리미어리그에 올라와 선수영입에 열을 올렸습니다. 더구나 소튼이. 그래요. 소튼도 선수들을 영입했습니다. 무려 레쉬포드를 말이죠. 그런데 뉴캐슬과 크리스탈 팰리스는 영입을 하지 않았습니다. 아니 시도는 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고 밝혔죠. 리그에 대한 준비가 하나도 되어 있지 않은 채 리그를 맞이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쇼는 목소리를 높이며 뉴캐슬과 크리스탈 팰리스를 맹비난했다.
‘지옥 같은 챔피언쉽에서 살아남은 멤버야.’라고 말하고 싶겠지만 현실적인 벽은 높았다.
리그컵이나 FA컵에서 만나 한 경기는 이길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리그에서 만나는 팀들은 자신보다 약한 상대를 잡아먹는 법을 아는 팀들이었다.
그런 팀들 사이에서 버티기 위해서는 이기는 법을 아는 선수를 새로이 영입하여 스쿼드를 보강해줘야 했지만 그렇지 않은 부작용을 톡톡히 치러내고 있었다.
그런 비슷한 팀으로는 저번 시즌 7위를 기록하며 유로파에 진출한 허더스필드타운이 있었다.
1908년 창단해 사상 처음으로 유럽클럽들과 겨루게 된 허더스필드타운이었다.
1920년대 리그에서 우승했다는 의미로 유니폼에 별 3개를 달고 있긴 했지만 실제적으로 처음 느끼는 희열이었지만 단 한 시즌만에 박살나고 말았다.
유로파리그 조별예선 6경기에서 1무 5패로 처참하게 패한 이후 리그에서도 계속된 패배 덕에 승점 12점에 17위에 머물고 있었다.
뉴캐슬과 크리스탈 팰리스가 겨울이적시장에서도 일직감치 퇴장해 사실상 강등을 확정지었기에 나머지 한자리를 놓고 본머스와, 노리치, 번리, 왓퍼드와 싸우는 중이었다.
지난 시즌 유로파에 진출한 팀이 강등을 당할 수도 있는 위기였다.
“그에 반면 생각지도 못한 팀이 상위권에 진입해 있는데요.”
블래터는 캐릭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아무래도 소튼의 순위가 놀랍죠. 솔직히 순위도 순위이지만 이번 시즌 소튼의 경기력을 보면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케릭은 버튼을 눌러 자료화면을 화면에 띄웠다.
소튼 대 빅6 클럽간의 전반기 경기 결과였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 0:0 무승부
아스널 : 4:0 소튼 패배
첼시 : 2:0 소튼 패배
토트넘 : 1:0 소튼 패배
맨체스터시티 : 3:1 소튼 패배
리버풀 2:0 소튼 패배
“빅6 팀이라고 불리는 여섯 팀에게 소튼의 결과가 1무 5패입니다. 전반기 소튼의 패배가 6번인 것을 생각하면 빅6라고 불리는 팀들을 제외한 나머지 팀과의 경기에서 거의 모든 승점을 기록했는데요. 다시 말하면 버릴 경기는 버리고 취할 경기는 취했다는 뜻이죠. 작년 캐러거감독이 취임했을 때만 해도 의구심이 많았거든요. 작년 시즌 리그에 적응했다는 듯 이번 시즌 캐러거감독이 보이는 용병술은 대단합니다.”
“쇼 위원이 달리 해석을 하신 다면요.”
블래터는 대본대로 캐릭에게서 몸을 쇼에게 돌렸다.
“소튼 선발 라인업을 보면 빅6라고 불리는 팀에 비교해도 될 정도로 안정적인 전력입니다. 그러나 선발 라인업을 받쳐줄 후보선수들이 너무 얇습니다. 캐러거감독도 그걸 알았는지 리그컵과 FA컵을 빠르게 탈락하며 리그에만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너무 얇은 선수층입니다. 더욱이 나이가 많은 수비진을 받쳐줄 젊은 선수인 마운트가 프랑스 리그1팀인 릴로 이적했죠. 아직 이적시장이 닫히지 않은 만큼 얼마나 더 이적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얇은 선수층이 문제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더욱이 유스선수출신들이 많은 소튼 특성상 선수들이 어리죠. 분위기를 탄다는 말인데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는 거죠.”
캐릭의 긴 설명은 소튼 선수들의 라인업과 교차되며 화면에 표시됐기에 쉽게 이해가 갔다.
“캐러거감독도 그런 점에서 레쉬포드선수를 영입했고 내부에서도 레쉬포드선수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더구나 소튼에 긍정적인 면을 찾아보자면 전반기 원정이 많았다면 후반기에는 홈경기가 많죠. 특히 선수들의 체력이 떨어질 수 있는 30라운드 이후에는 원정이 3경기에 홈경기가 6경기입니다. 일정이 소튼에게 웃어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군요. 그럼 전반기 1위인 첼시부터 천천히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먼저 첼시는 ······.”
리즈전과 스완지전을 모두 풀타임 출전한 인수와 에디는 후반기 첫 경기인 아스톤빌라와의 경기에서 휴가를 받았다.
불과 반년도 안된 사이에 각각 2cm와 1.5cm가 자랄 정도로 성장기인 두 선수에게 충분한 휴식과 성장하는 몸에 적응 할 수 있는 기간이 필요했기에 내려진 조치였다.
“정말 이대로 가도 되는 거야?”
에디는 불안한 목소리로 인수에게 물었다.
“오늘 오지 않는다면 이번 시즌 끝날 때까지 삐져있겠다고 했단 말이야. 감당할 수 있어?”
에디는 인수의 말에 고개를 흔들었다.
어렸을 때부터 같이 자란 친구지만 레이는 정말 무서웠다.
필드에서는 여전사였지만 사복을 입는 순간 여우도 그런 여우가 없었다.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하지 않으면 잘 삐지는데다 한다면 하는 성격이란 것을 모를 리 없는 에디였다.
그런 레이가 인수와 에디가 휴가라는 소리를 듣자마자 레딩 표를 두 장 보내왔다.
자신의 선발경기라면서 반드시 오라고 협박하며.
그런 협박에 인수와 에디는 레딩으로 향하는 기차에 올라탔다.
별다른 변장도 없이 올라탄 기차는 순식간에 사인회장으로 변했지만 휴식 중인 선수를 보호해 달라고 부탁하는 소튼팬 덕에 안전하게 레딩에서 내릴 수 있었다.
“다음부터는 그냥 택시타고 오자. 어차피 또 택시를 탔잖아.”
레딩역에서 택시에 올라탄 인수는 기차를 타자고 한 에디에게 투덜거렸다.
“그래도 이럴 때 아니면 언제 기차타겠어. 런던 갈 때도 언제나 차로 갔잖아.”
“하긴 재미있긴 했지.”
사인을 몇 장 해주긴 했지만 처음 타본 기차였기에 인수도 만족했다.
레딩시내를 거쳐 레딩FC의 유스경기장으로 들어섰다.
레딩FC위민은 유스경기장을 함께 사용했기에 인수와 에디에게도 연습경기 때 자주 이용했던 익숙한 유스경기장이었다.
“여기도 오랜만인거 같네.”
“그러게.”
불과 얼마전까지 자신들도 유스였으면서 기본 3만석 이상의 경기장에서 뛰다 5천석밖에 되지 않은 작은 경기장을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작은 경기장이었기에 관중석도 한눈에 들어왔고 인수와 에디를 알아 본 기자들이 앞 다퉈 사진을 찍었다.
인터뷰는 정중히 거절했기에 끈질기게 붙는 기자들은 없었지만 레이의 경기 장면장면마다 인수와 에디의 모습을 찍어대는 통에 경기를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
그렇지만 여자리그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첼시FC위민을 맞아 레이가 2골을 넣는 활약을 하며 3:1로 승리했기에 기분은 최고였다.
여자리그가 점점 발전하며 어느덧 FA여자슈퍼리그에 참여하는 클럽도 20개가 늘어난 상태에서 득점순위 5위에 랭크되어 있는 레이. 발밑도 좋지 않고 그렇다고 달리기가 빠른 것도 아니었지만 어떤 상태에서든 골문으로 슛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이번 시즌 발과 머리는 물론이고 허벅지와 무릎으로 골을 넣은 적도 있었고 심지어 가슴트래핑을 그대로 골로 집어넣었던 적도 있었다.
16살에 불과했지만 여자리그 중 강팀인 레딩에서 주전으로 활약할 수 있는 이유였다.
“하하하. 봤지. 오늘 내가 골 넣은 거.”
인수와 에디가 레딩까지 찾아온 덕분에 외출을 허락받은 레이가 가슴을 내밀며 웃었다.
“봤지. 바로 앞에 수비수가 서투른 드리블로 공을 몰고 가는데 넋 놓고 구경하는 모습.”
에디는 의기양양해 하는 레이의 아픈 점을 꼬집었다.
“그리고 2골을 넣고 세리머니하다 경고 먹는 모습도 봤지. 어떻게 하인스가 있는 쪽으로 뛰어와서 관중석에 올라올 생각을 해. 참 이해할 수가 없어.”
에디는 계속해서 레이를 디스하다 치켜뜬 눈을 보고 깜짝 놀라 입을 다물었다.
“아 맞다. 너희 이적한다는 소리가 있던데.”
레이는 갑자기 뜬금없는 소리를 했다.
“누가?”
“한국에서 기사까지 났다던데. 우승을 바라보고 있는 소튼 유스출신 A선수와 B선수가 이번 겨울이적시장에서 소튼을 떠난 다는 기사.”
실명을 쓰지는 않았지만 기사 내용을 보면 인수와 에디를 말하는 것이라며 정수아가 레이에게 말해줬다.
조그마한 인터넷신문사에서 최초보도를 한 이후 점차 큰 신문사에서 베껴 쓰기를 하더니 대형 포털사이트에 첫 화면에 뜰 정도가 되어버렸다.
평소에도 한국 소식을 자주 찾아보던 정수아가 접속하자마자 발견할 정도였다.
인수는 바로 레이가 말한 포털에 접속한 후 기사를 보고 에이전트인 랭커리지에게 전화했다.
주문한 음식이 모두 세팅이 되고도 한참이 지난 후에 전화를 끊은 인수는 밝은 표정으로 전화를 끊었다.
“역시 에이전트는 큰 곳을 써야 하나봐.”
처음 리차드가 에이전트 일을 봐줄 때에도 딱히 불만은 없었다.
그러나 인수의 인기가 올라가고 영국 내에서는 물론이고 유럽과 아시아에서 일어난 일까지 간단히 처리해 주는 것을 보고 새삼 능력 있는 에이전트를 쓰는 이유를 알았다.
“우리 뉴스가 토픽으로 나오고 있다던데. 레이 참 큰 일 했어.”
랭커리지와 통화하는 중에 레이가 골을 넣고 세리머니로 관중석에 뛰어 올라와 인수와 에디에게 환호성을 지른 것이 인터넷신문들에 토픽으로 트랙픽되고 있었다.
첫 기사가 나온 후 스포츠정신에 어긋나다는 이유로 엘로우카드를 먹었다는 사실과 함께 브리지에게 함께 훈련을 받은 삼인방이라는 타이틀로 기사가 쏟아졌다.
심지어 황색언론에서는 유치한 삼각관계에 관한 소설을 써 놓은 신문이 있었기에 에이전시에서 이미 처리중이라는 말을 들었다.
“나도 거기 들어가면 안 돼? 리차드가 이제 에이전트 안한다고 해서 찾아야 하는데.”
레이는 파스타를 먹다 말고 두 손으로 꽃받침을 해보이며 둘을 바라봤다.
“제발 하지 말라니까. 랭커리지에게 물어봐 줄게.”
에디는 질린다는 표정으로 인상을 찌푸리며 대답했지만 인수는 입가에 미소를 지은 채 레이와 두 눈을 마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