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8화 〉 057.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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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초반부터 그 동안 쉬었던 것이 약이라도 됐는지 인수와 에디는 본머스의 진영을 휩쓸었다.
인수와 에디의 스피드에 본머스선수들은 당황했지만 위험지역이 아닌 곳에서 반칙으로 끊어내며 상대했다.
직접 노리기에는 각도가 좋지 않았기에 세트피스를 노렸지만 본머스선수들도 안전하게 처리하며 특별한 위기 상황을 맞지 않았다.
주도권 자체는 소튼이 가지고 있었지만 본머스도 소튼이 방심하는 순간 카운터를 치기 위해 날카로운 발톱을 숨기고 있었다.
특히 전방으로 한 번에 찔러주는 패스는 최후방 수비수들이 섣불리 라인을 올릴 수 없게 만들었다.
그런 빠른 박자로 공수가 번갈아가며 치열하게 진행됐다.
이제 겨우 전반 18분이 지나고 있었지만 양팀 합쳐 기록한 슈팅이 7개나 된다는 것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진행됐는지 보여줬다.
다만 유효슈팅을 소튼만 2개 기록하며 극도로 낮은 효율을 보여주고 있긴 했지만 워낙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재미있는 경기를 보여주고 있었다.
그런 빠른 경기를 이끌고 있는 것이 패스성공률 100퍼센트를 기록하며 유효슈팅 2개를 모두 만든 인수였다.
“이쪽으로.”
폴스 나인의 위치에 있던 인수지만 때로는 에디와 스위칭을 하고 때로는 맥컬리와 스위칭하는 등 폭 넓게 경기장을 쓰니 본머스의 선수들도 막기 까다로웠다.
그렇다고 공간을 주면 패널티지역 밖에서 중거리슛으로 위협하니 막지 않을 수도 없었다.
“어린 놈이 다람쥐처럼 빨빨거리고 다니네.”
“이렇게 큰 다람쥐 봤어요? 하긴 본머스에서 왔지?”
사우스이스트 햄프셔주에 위치한 소튼은 일찍부터 항구도시로 성장해 큰 발전을 이룬 곳이었다.
반면 사우스웨스트 도싯주에 위치한 본머스는 영국에서도 유명한 휴양지인만큼 바다가 멋진 곳이었지만 그에 못지 않은 녹지가 발달되어 있었다.
그렇기에 도시적 발달은 크게 되지 못한 곳이었기에 영국 남부해안에서는 시골과 같은 취급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영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휴양지인데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본머스대학이 위치한 곳이었기에 시골은 아니었지만.
특히 재정난으로 인해 리그에서 퇴출할 위기에 놓였을 때에 시민들의 자발적 모금으로 리그에 남게 되고 4부리그에서 1부리그까지 승격한 아름다운 드라마가 있는 팀이었다.
재정적 한계가 있어 승강과 강등을 번갈아 당하고 있었지만 지난 시즌 중위권을 기록하며 프리미어리그에 잔류해 있었다.
“이런 애송이가. 검은머리카락이나 밀고 다니라고. 눈앞이 어두워서 잘 안보이니까.”
본머스의 수비는 인수가 발끝으로 공을 돌리며 자신을 유혹하자 달려들지 못하고 이를 악물었다.
이미 자료를 통해 인수의 플레이스타일을 꿰고 있었다.
“아프로머리보다는 나은 거 같은데요. 안 무거워요?”
인수가 자신의 자랑인 금발머리 아프로를 놀리자 순간 몸의 중심이 앞으로 쏠렸다.
순간의 틈을 놓치지 않았던 인수가 중앙으로 치고 나가자 몸의 중심을 잃었던 수비가 따라 붙는 것이 늦었고 패스할 공간이 나왔다.
왼쪽 사이드에서 중앙으로 치고 나오는 에디를 보고 빠르게 찔러준 인수는 다음 플레이를 위해 페널티 지역으로 침입했다.
에디에게 슛찬스를 줄 수 있었기에 중앙에 수비가 빠져나가자 공간이 더욱 넓어졌고 에디가 찔러주는 패스를 받은 인수는 논스톱으로 슛을 성공시켰다.
2주만에 복귀한 두 선수가 홈에서 첫 골을 뽑아내자 메리즈에 가득 찬 관중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선수들과 함께 환호했다.
지난 홈경기 아스널전에서 보였던 답답한 모습들이 모두 사라지고 자신들이 보아왔던 두 선수의 모습에 다들 응원가와 함께 두 손을 높이 들며 인수의 세리머니를 따라했다.
“나한테 좀 달라고.”
“공간을 좀 만들고 그런 소리해. 수비를 주렁주렁 매달고 다니는데 어떻게 패스해.”
오랜만에 터진 홈에서의 득점에 세리머니가 길어지고 주심이 소튼 선수들 곁으로 다가와 돌아갈 것을 지시하고 나서야 경기가 다시 시작될 수 있었다.
선취점을 넣긴 했지만 소튼은 공세의 주도권을 놓지 않았다.
선취점을 내준 본머스는 만회골을 위해 라인을 올렸다 에디에게 돌파를 당해 다시 한 번 위기를 맞았다.
오프사이드트랩을 쓰고 있긴 했지만 절묘하게 코너 깃대까지 흐른 공을 에디가 밖으로 나가기 전에 잡아내며 뒷공간이 완전히 열리고 말았다.
거기에 뛰어 들어가는 인수와 후퍼를 공을 치고 골대 쪽으로 달리는 에디와 함께 막아야 했기에 문전은 혼잡스러웠다.
수비수는 에디에게 슛 공간을 주지 않기 위해 움직였고 그 순간 에디는 페널티아크 쪽으로 공을 흘렸다.
뒤에서 달려오는 레쉬포드가 그대로 본머스의 골문에 꽃아 넣으면서 레쉬포드의 이적 첫 득점과 함께 달아나는 골을 만들었다.
3연패를 끊어내겠다는 소튼의 선수들은 전반 25분 만에 2골을 넣었지만 다시 앞으로 나섰다.
“물러서지마. 앞으로 나가.”
캐러거는 3연패의 설움을 골로 풀어내겠다는 듯 선수들을 독려했다.
자신의 생각대로라면 승점 65점이 유로파 진출에 필요한 승점이었다.
FA컵은 3라운드부터 EFL컵은 2라운드부터 참여하지만 이미 2군선수들과 유스 선수들로 선발 명단을 확정했다.
남은 것은 리그에서의 결과였다.
코치진들끼리는 공유했지만 이번 시즌 소튼에서 최상의 결과를 낸 후 감독직을 랄라나에게 물려준 후 새로운 팀을 찾는 것이 개인적인 목표였다.
이미 벌써부터 자신의 에이전트에 연락을 하는 클럽들이 상당수였다.
그 중에는 유로파리그에 진출해있는 팀도 있을 만큼 이름 없는 미국인 감독에서 벗어나 유럽에서도 이름을 알리는 감독이 되어 있었다.
모든 명성이 자신이 잘해서는 아니었지만 지금보다는 나은 대우로 좋은 팀으로 이적할 수 있을 때 이적 하는 것이 맞았다.
“가. 가. 앞으로 나가.”
이미 2골을 앞서있음에도 무섭게 치고 나오는 소튼을 보며 본머스의 선수들은 뒤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지난 시즌 33라운드에 맞붙어 지긴 했지만 그래도 이길 수 있는 팀이라고 생각했던 소튼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자 본머스의 벤치에서도 답답했는지 감독이 코치박스에 나와 선수들에게 소리를 질러가며 전술을 지시하고 있었다.
이미 소튼의 분위기에 휩쓸려 경기장이 떠나가라 응원가를 불러대는 관중들이었기에 이 경기를 중계하는 방송들도 경기장의 분위기를 생생하게 전했다.
특히 전반이 끝나기 직전 후퍼가 다이빙 헤더로 한 골을 더 기록하자 관중들은 하프타임에 화장실도 가지 않고 후반이 시작할 때까지 응원가를 부르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그런 관중들의 응원에 소튼의 선수들도 흥이 났는지 후반도 쉴 새 없이 몰아쳤고 인수가 한 골을 더 기록하고 에디가 복귀 골을 기록하며 5:0의 대승을 거두었다.
11라운드 AFC본머스와의 경기가 끝난 후 MOM으로 선정된 인수의 인터뷰가 있었다.
그전까지 MOM으로 선정되어도 감독의 인터뷰만 있었을 뿐 인수의 인터뷰는 진행하지 않았지만 이제 공식적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올림픽을 계기로 전국적으로 이름을 알려서인지 언론들이 많이 모였고 특히 한쪽에는 동양계로 보이는 기자들도 모여 있었다.
“첫 MOM인터뷰입니다. 소감이 어떠신가요?”
“팀이 3연패를 당하고 있었는데 부상으로 아무것도 하지 못해 답답했는데 그래도 오늘 이겨서 매우 기쁩니다. 특히 오늘도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을 할아버지, 할머니, 부모님들과 웨인에게 감사드립니다.”
첫 인터뷰이다 보니 단답형의 대답이 나올 수도 있다고 생각했던 기자들은 인수가 의외로 길고 조리 있게 대답하자 질문을 요청하는 기자들이 많아졌다.
감사함을 전했던 브리지에 대한 질문들도 나왔다.
“지난 웨스트햄의 경기에서부터 폴스 나인으로 기용되고 있습니다. 기존 중앙 미드필드와는 다른 포지션인데 적응이 어렵지 않았습니까?”
“감독님께서 기존 제가 맡은 역할에서 좀 더 공격적으로 나가면 된다고 하셔서 크게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상대편 센터백들과 부딪히는 경우가 많은데 가끔 일부러 부딪히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만 아니면 괜찮습니다.”
인수는 오늘 본머스와의 경기에서 전반 자리다툼을 벌이다 수비수의 어깨에 가슴을 부딪친 것을 말하며 아픈 표정을 지었다.
“첫 골을 넣은 후 후퍼선수가 뭐라고 소리치던데 뭐라고 하던가요?”
“자신에게도 골을 넣을 수 있는 공을 달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수비나 떨쳐내고 말하라고 해줬습니다. 유스시절부터 친했던 선수라 자주 그런 소리를 주고받습니다.”
“지난 휴식기에 한국에서 정수아선수와 찍힌 사진이 화재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지금도 연락을 하시나요?”
영국기자들 틈에서 어떻게 질문할 기회를 얻었는지 한국 기자가 손을 들고 한국어로 질문했다.
“레딩에서 뛰는 정수아선수의 연락처를 몰라서요. 다만 친구가 레딩에서 뛰고 있어서 한국에서 만난 것뿐입니다. 그 전에도 이후에도 연락한 적이 없습니다.”
처음 한국기자들을 어떻게 상대해야 하나 랭커리지와 상의했을 때 한국에서도 택배를 보내줄 만큼 팬이 있었기에 한국어로 대답하기로 이야기 된 상태이니 한국어로 대답했다.
영국기자들은 갑자기 한국어로 진행된 인터뷰에 어리둥절하다 간단한 통역을 들은 후 너도 나도 손을 들었다.
“레딩에서 활약하는 레이첼 베일리선수와 어린 시절부터 친하게 지낸 사이로 알고 있습니다. 친구의 활약을 어떻게 보십니까?”
여자리그도 11라운드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레이는 간간히 교체선수로 투입되어 벌써 4골을 넣고 있었다.
16살의 소녀가 활약하는 모습도 있었지만 눈에 띄는 외모가 레이의 유명세에 더해진 감이 있었다.
“서로 격려하고 칭찬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레이의 집이 근처이다보니 에디와 함께 휴식기에 만나 밥을 먹기도 하고요. 잘할 줄은 알고 있었지만 벌써부터 4골을 넣어서 놀라고 있습니다. 우리 중에 가장 뛰어난 스트라이커라고 웨인이 그랬거든요. 잘할 줄 알았습니다.”
이미 오래 진행된 인터뷰에 질문들이 사생활에 가까워지자 소튼 관계자들은 황급히 인터뷰를 끝냈다.
“여자친구라고 말해야지. 왜 애매하게 대답해.”
어느새 인터뷰한 기사를 보았는지 샤워를 마치고 나오자 레이에게 전화가 왔다.
“기사가 벌써 나왔어?”
“당연하지. 오늘 첫 인터뷰라고 인터넷사이트 제일 위에 떴던데. 완전 스타됐던데.”
“스타는 무슨 너도 벌써 4골이나 넣었다고 이제 곧 선발로도 출장한다며.”
인수는 스피커폰으로 바꾸고 머리카락을 털었다.
“응. 기자가 그래?”
“아마 곧 선발로 출장할거라고 하더라고. 웨인한테 코치 받았던 세 명이 모두 프로축구선수가 되었다고.”
“아 웨인이 연락 좀 하고 살라던데. 너랑 에디는 전화도 안한다고.”
인수는 레이의 말을 듣고 웨인을 언제 만났는지 생각했다.
올림픽이 끝나고 파티를 할 때 초대해 보았으니 벌써 한 달이 다 되어 있었다.
“그래도 인터뷰를 할 때마다 꼬박꼬박 불러주잖아. 내일 전화해 봐야겠네.”
“그래. 머리카락 말리고 빨리 쉬어.”
“알았어. 잘 자.”
인수는 휴대폰을 끄려 손가락을 뻗었다.
“그게 끝이야?”
레이의 빽 소리를 듣고 인수는 급하게 손을 걷어들었다.
“꼭 해야 돼?”
“그럼 당연하지. 날마다 하루에 한 번은 하라고 했잖아.”
“사랑해.”
인수는 손가락을 뻗어 휴대폰을 끊음과 동시에 속삭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