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4화 〉 053.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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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과 나이지리아의 경기는 막상막하일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일방적으로 흘렀다.
경기가 시작된 지 3분도 되지 않아 사이드를 돌파한 에디가 정확한 크로스를 올렸고 힐의 머리를 맞은 공은 나이지리아의 수비벽에 막혀 리바운드가 되었다.
리바운드 된 공을 끈질기게 따라붙은 바디가 다시 크로스를 올렸고 다시 한 번 머리에 맞춘 힐이 올림픽에서 첫 득점을 올리게 됐다.
그 후 7분 후에 나이지리아의 반칙으로 얻은 프리킥을 인수가 성공시키면서 추가 득점을 올렸다.
나이지리아도 준결승까지 올라온 상대이니 만큼 바로 반격에 나서 선발 골키퍼로 나온 포텐의 실수를 틈타 한 골을 만회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전반 추가시간에 다시 한 번 인수가 프리킥을 성공시키며 전반이 3:1로 마무리되었다.
전반이 끝나고 라커룸으로 향하는 램파드의 얼굴에 오랜만에 미소가 그려졌다.
항상 무표정하며 무뚝뚝했던 그의 얼굴에 미소가 어울리지는 않았지만 잉글랜드가 오랜 숙원이 자신의 손에서 완성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어제 있었던 결승전은 말 그대로 난투전이었고 그 난투전에서 승리한 팀이나 패배한 팀이나 모든 체력을 다 소모한 경기였다.
그야말로 준결승 1차전에서 두 팀은 끝장승부를 본 셈이었다.
그런 팀을 결승에서 만나는데 전반전에 3:1이라는 스코어로 이기고 있었다.
머리는 진정하라고 공은 둥그니 후반전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고 하는데 얼굴은 그렇지 못했다.
짝.
램파드는 마지막방법으로 두 손을 쫙 펴서 자신의 뺨을 세게 쳤다.
첼시의 선수와 감독으로 그 어렵다는 빅이어도 들어봤고 프리미어리그 우승컵도 들어본 자신이었다.
빨개진 볼이 제 색을 찾아갈 즘 램파드는 라커룸으로 들어섰다.
“아직 후반전이 남았다. 다들 긴장 풀지마.”
“넵.”
“알겠습니다.”
램파드는 대답하는 선수들의 눈빛을 보며 안도했다.
전반전의 스코어에 안심하는 것은 자신뿐이었고 라커룸에서 체력을 회복하고 있던 선수들의 눈빛은 아직 투지가 살아있는 채였다.
물론 라커룸에 들어오자마자 인수가 서로 낄낄대는 선수들에게 한소리를 한 것도 모른 채.
“다들 후반전에도 부탁한다. 이대로 한순간도 고삐 늦추지 말고 알았지.”
“알겠습니다.”
“자 시간 됐다.”
영국대표팀은 선수 코치 할 것 없이 모두 둥글게 원을 만들었다.
“이기러 가자.”
“가자.”
“가자.”
램파드의 선창으로 선수들은 모두 가자를 외치고 난 후 후반전이 펼쳐질 전장으로 향했다.
나이지리아의 선축으로 시작된 후반은 나이지리아의 파상공세로 시작됐다.
전반에 한골을 넣은 만큼 뚫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고 3:1이라는 스코어가 영국을 방심하게 할 수도 있다는 도박수도 있었다.
그러나 나이지리아의 생각만큼 영국은 녹녹치 않았다.
아니 자신들의 파상공세를 그대로 받으며 패스의 길목을 끊으려 하는 모습에 후반 시작 후 3분 동안 이어진 영국진영에서의 공격은 후방으로 공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로즈, 힐 달라붙어. 수비수들이 편하게 공을 못 돌리게 만들어.”
인수는 나이지리아가 후방으로 공을 돌리자 최전방에 나가있는 로즈와 힐에게 빠르게 지시하고 자신도 앞으로 나갔다.
나이지리아는 3장의 와일드카드를 수비가 아닌 공격에 모두 썼다.
경험이 많지 않은 수비수들은 불안했지만 1골을 먹으면 2골을 넣는다는 마음으로 경기에 임했고 그 전략이 통했다.
조별예선과 8강전에서의 승리도 그 3명의 공격수가 모두 골을 넣으며 진출할 수 있었다.
“로즈라고 부르지 말랬지. 스티븐이라고 똑바로 부르라고.”
로즈는 여성스런 자신의 성에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었기에 항상 동료들에게 스티븐이라고만 소개했다.
인터뷰를 할 때에도 언제나 자신의 풀네임을 부르지 말아달라고 요청할 정도이니 그 정도가 심했고 동료들은 그런 로즈를 보며 더 로즈라고 불렀다.
“알았으니까 더 붙어. 저 녀석이 편하게 패스하잖아.”
자신보다 더 어린 인수까지 자신을 로즈라고 부르니 경기 끝나고 보자고 생각하며 이를 악물고 수비를 향해 달렸다.
성인 로즈와 맞지 않게 험악한 인상을 가지고 있던 로즈가 달려드니 수비도 다급해서 골키퍼에게까지 공을 돌렸고 이번엔 힐이 골키퍼를 향해 돌진했다.
힐이 비운 수비는 인수가 달려들어 나이지리아의 골키퍼도 편하게 패스할 수 있는 선수가 없었기에 공을 멀리 차낼 수밖에 없었다.
높이 떠서 날아온 공은 잉글랜드 진영 중앙까지 날아왔고 자리를 잡고 있던 케이힐이 나이지리아의 공격수와의 경합을 이겨내고 머리에 공을 맞춰 레시퍼드에게 패스했다.
미드필드 진영에 영국과 나이지리아의 선수들이 혼재해 있었기에 레시퍼드도 편하게 공을 잡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자신 근처로 온 공을 앞으로 쳐내는 데까지는 성공했다.
레시퍼드가 전방으로 찬 공을 끝까지 따라 붙은 것은 에디였다.
파상공세를 펼치려했던 나이지리아는 공격을 위해 미드필드 진영에 몰려있는 상태였고 수비수들은 인수와 로즈, 힐을 막기 위해 중앙에 몰려있었다.
자연스럽게 사이드가 비어있었고 레시퍼드가 찬 공을 사이드로 끝까지 쫓아간 에디는 공이 아웃되기 전에 가까스로 공을 멈처세울 수 있었다.
아직 자신에게 수비가 붙지 않은 상황. 에디는 그대로 공을 몰고 중앙으로 돌파해 들어가기 시작했다.
나이지리아의 수비가 급하게 에디의 앞을 막아섰지만 가볍게 제치고 골키퍼와 선수들 사이로 강하게 공을 패스했다.
골키퍼가 나와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되는 정도로 날아오는 공에 영국선수 세 명과 나이지리아선수 세 명이 한꺼번에 몸을 날렸다.
치열한 다툼의 승리자는 인수였다.
발끝까지 곧게 뻗어 겨우 공에 닿을 수 있었지만 위력 없이 날아간 공은 그대로 골키퍼의 품에 안겼다.
기습적인 역습에 실점할 위기에 놓였던 나이지리아였지만 공세의 수위를 놓지 않았다.
단판 토너먼트 경기에서 지면 동메달결정전으로 떨어지는 준결승 경기였다.
1996년 미국 애틀랜타올림픽에서 유럽과 남아메리카의 국가가 아닌 곳에서 처음으로 금메달을 땄던 나이지리아였다.
베이징올림픽에서 다시 은메달을 따긴 했지만 그 후 리우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따고 쇠퇴기를 겪다 브리즈번올림픽에서 4강에 올랐지만 메달을 따지 못했다.
이번에는 반드시 결승전에 진출하겠다는 각오를 다진 만큼 선수들의 사기는 사그러들지 않았다.
“다 올라가. 골을 넣어야 이겨.”
영국대표팀의 기습적인 역습으로 미드필드진에 빈 공간이 생긴 것을 본 골키퍼는 길게 공을 던졌다.
안정적인 던지기에 나이지리아 선수들은 다시 공격에 나섰고 슬라이딩을 하느라 미끄러진 인수와 로즈, 힐은 벌떡 일어나 죽어라 자신의 진영으로 뛰었다.
사람이 공보다는 빠를 수 없었기에 한순간 수비수가 적어졌지만 영국에는 최후방에 루튼과 카울이 버티고 있었다.
최정상급의 수비수가 이런 것이라는 표본을 보여주는 듯 여유롭게 수비를 조정해갔고 아직 경험이 부족한 골키퍼인 포텐도 점점 안정감을 찾아갔다.
“침착해. 우리를 뚫지는 못해.”
루튼이 전방에 찔러주는 스루패스를 중간에 걷어내 사이드아웃을 만들고 주변에 소리쳤다.
나이지리아의 공격수가 재빨리 볼보이에게 공을 받아 스로인했지만 마음이 급해서였는지 한쪽발이 바닥에 닿지 않은 채 던졌고 부심은 즉시 스로인파울을 선언했다.
나이지리아의 선수가 거친 눈빛으로 부심을 바라봤지만 이미 선언된 파울은 번복되지 않았고 영국의 스로인으로 다시 경기가 시작됐다.
바즐리는 공을 밟고 있는 나이지리아선수의 공을 뺏어 사이드라인 밖으로 나가 재빨리 공을 던졌다.
그러나 아직 주심이 경기재개를 선언하지 않은 상태여서 전방까지 나갔던 공은 밖으로 내보내고 새로 볼보이에게 공을 받아 들었다.
“침착해. 급할 것 없잖아. 이기고 있는 건 우리야.”
루튼은 나이지리아가 정신없을 때 공격을 이어가려는 바즐리의 생각을 알았지만 공격속도를 조절하라고 주문했다.
상대가 공격속도를 올린다고 영국까지 공격속도를 올릴 이유가 없었다.
이럴 때일수록 침착하게 천천히 공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걸아는 베테랑이 버티고 있었기에 영국의 수비진들도 크게 숨을 쉬면서 마음을 진정시켰다.
후반이 시작하고 25분이 지날 동안 서로 공세를 늦추지 않았지만 유효슈팅을 하나도 기록하지 못할 만큼 수비진에 의해 철저하게 막히고 있었다.
“천천히 해. 급한 건 우리가 아냐. 급한 쪽에서 분명히 실수가 나오게 되어 있어.”
인수는 지금도 하루에 한판은 꼭 두고 있는 바둑을 생각했다.
지고 있는 쪽은 마음이 다급해져 무리한 공격을 하게 되어 있었다.
그게 먹힌다면 한방에 역전을 할 수 있겠지만 그런 판은 얼마 되지 않았고 무리한 공격 때문에 더 큰 격차로 지게 되는 경우가 더 많았다.
물론 한 수에 30초밖에 주어지지 않는 인터넷바둑의 특성상 공격하는 쪽도 수비하는 쪽도 정확한 수를 읽지 못하고 두는 경우가 많았지만.
인수의 외침을 들었는지 전방으로 공을 차려던 케이힐이 카울에게 공을 돌렸다.
노련한 카울이었기에 그 공에 담긴 의미가 무엇인지 모르지 않았고 자신에게 나이지리아의 공격수를 끌어당긴 후 루튼에게 안전하게 패스했다.
그렇게 후방에서 공격수들을 끌어당긴 덕분에 미드필드 지역에 빈 공간이 생겼다.
루튼은 인수를 보며 전방으로 길게 찼다.
루튼의 공을 받은 인수는 전방으로 공을 끄는 척을 하다 수비가 다가오자 다시 후방에 있는 케이힐에게 넘기고 수비를 넘어 전진했다.
케이힐도 인수가 수비를 넘어서는 것을 보고 바로 인수의 전방으로 찔러주었지만 공이 길어 수비가 걷어내기 좋은 위치까지 굴렀다.
케이힐도 뉴케슬에서 촉망받는 유망주였지만 디테일적인 측면에서 아쉬움이 많아 중용되지 못하고 있었다.
이번에도 인수에게 정확히 연결됐다면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었겠지만 공이 길었다.
그렇지만 인수는 수비가 조금이라도 처리하기 어렵게 만들기 위해 포기하지 않고 달렸다.
그런 인수의 모습에 다들 정신을 차렸는지 다들 공을 받기 편한 위치에 있던 선수를 찾아 끈질기게 달라붙었다.
“다들 붙어. 뭐해. 편하게 두지 말라고.”
여유롭게 경기를 살피던 램파드도 인수의 모습을 보고 다시 코칭박스로 나와 소리를 질렀다.
아직 경기가 끝나지 않았고 결과도 나오지 않았다.
전광판의 시계는 아직도 18분이나 남았고 추가시간을 생각하면 적어도 20분 이상 남았다는 말이었다.
그런 영국대표팀에 당황했는지 나이지리아의 수비는 자신도 모르게 후방에 있는 골키퍼에게 공을 돌린다는 것이 짧았다.
수비수는 전방으로 보고 있었고 뒤에 있던 수비수들은 모두 영국선수들에 의해 마크당하고 있던 상황에서 공에 제일 빨리 도착한 건 인수였다.
“고마워.”
골키퍼가 공을 처리하기 위해 앞으로 나온 상황.
인수는 침착하게 공을 멈추지 않고 골키퍼의 키만 넘겼다.
천천히 하늘을 떠가는 공을 골키퍼는 앞에 쏠려있던 무게 중심을 멈추고 다시 골문으로 빠르게 뛰어갔다.
조금만 더 가면 잡을 수 있는 공.
골키퍼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땅에 떨어지는 공을 찍어 눌렀다.
삐익.
주심은 센터서클을 가리키며 골을 선언했다.
골키퍼가 잡았다고 생각했던 공은 이미 라인을 넘어 있었기에 골키퍼는 주먹으로 잔디를 내려치며 자책했다.
3:1의 스코어에서 쐐기를 박는 골이 터지면서 4:1이 되었고 인수는 영국올림픽대표팀 사상 처음으로 헤드트릭을 달성한 선수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