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3화 〉 052.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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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과 브라질은 하프타임 후에도 전반 후반과 똑같은 양상의 경기로 흘러갔다.
분명 하프타임 때 브라질의 감독이 전략을 바꿀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대로 나오는 선수들의 모습을 보며 램파드도 어이가 없었다.
유로2036에 예선탈락을 했고 그 전 월드컵때에도 조별예선에서 탈락하긴 했지만 그래도 명색이 축구 종주국인 잉글랜드였다.
영국대표팀으로 나오긴 했지만 모든 선수가 잉글랜드대표팀이었고 올림픽에 대비해 휴식기에 전술을 훈련을 했다는 기사도 나왔었다.
그럼에도 아무 변화도 없이 그대로 들고 나오는 모습을 보면 아무 자신을 무시하는 듯싶었다.
“하인스. 앞으로 나가. 에디 앞으로 나가고 하인스가 빠져 빈 공간은 바디가 매워.”
램파드는 코칭박스 끝까지 나와 물을 마시기 위해 모여든 선수들에게 빠르게 지시했다.
“재들이 우릴 아주 물로 보나보다. 1:0으로 지고 있으면서 그대로 게임하려고 하다니.”
램파드는 필드에서 루튼을 찾아 손짓으로 불렀다.
“라인 올릴 수 있지? 올려도 수비가 받쳐줘야 해.”
“넵.”
램파드의 말에 간단히 대답하고 루튼은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수비수들을 모았다.
자신이 첼시로 이적했을 때 감독이 램파드였다.
그 후 바로 감독을 사임하고 잉글랜드 연령별대표팀으로 가긴 했지만 그래도 램파드의 말에는 거부할 수 없는 힘이 있었다.
“1차로 라인 10미터만 전진하자. 공간이 많이 벌어지긴 하겠지만 위험하면 반칙으로 끊어 카드 받지 않을 정도로만.”
루튼은 카울과 베리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 골키퍼인 케인에게까지 자신들이 라인을 올린다는 것을 말했다.
라인이 올라가면 그만큼 뒤 공간이 생길 수밖에 없었고 그 뒤 공간은 카울이 커버해야했다.
전반 중반부터 꾹꾹 참으며 라인을 내렸던 영국대표팀이 후반전 5분을 넘는 시점부터 라인을 올리기 시작했다.
투톱을 그대로 유지한 채 하인스가 투톱 바로 아래까지 전진했고 에디가 하인스 뒤를 그리고 하인스가 평소 패스를 하던 자리에 바디가 섰다.
대표팀에서는 바디가 윙으로 뛰고 이긴 하지만 토트넘에서는 중앙 미드필드로 출전하기에 낮선 자리도 아니었다.
그렇게 다시 편성된 영국대표팀은 전반 초반과 같이 무섭게 브라질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화려한 개인기를 선보이는 무대라면 브라질의 선수보다 떨어질지 모르지만 여기는 전장이었다.
브라질의 피지컬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유럽에서 가장 피지컬축구를 하는 잉글랜드와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브라질의 화려한 개인기도 피지컬로 밀어붙이는 영국의 수비에 당황했는지 실수가 나왔지만 어느새 적응했고 돌파를 해냈다.
그러나 영국대표팀은 카드를 받지 않을 만큼의 반칙으로 효과적으로 끊어냈고 전체적으로 라인을 올린 덕분에 위험지역에서 프리킥을 내주는 일도 없었다.
그런 치열한 공방을 10여분을 주고받은 끝에 주도권을 가져온 것은 영국이었다.
바디가 자신의 앞에서 헛다리를 집으며 유혹하는 상대의 공을 슬라이딩 태클로 끊어냈고 바디의 발을 맞은 공은 운이 좋게도 애디쪽으로 흘렀다.
에디는 재빨리 공을 수습하고 벌써 전방으로 뛰기 시작한 인수에게 넘긴 후 자신도 인수의 뒤를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인수는 자신의 앞을 수비가 막아서자 달리는 속도를 늦추지 않고 발뒤꿈치로 에디에게 패스했다.
인수의 뒤를 따라 달리던 에디도 인수가 공을 넘기고 수비를 넘어서자 다시 인수에게 공을 넘겼고 이번에는 중앙이 아닌 수비가 비어있던 페널티코너로 향했다.
공격 4 수비 3의 완벽한 카운터를 맞고 브라질의 수비는 누구를 막아야 할지 방황하다 오늘 공을 넣은 에디쪽으로 한 명이 빠졌다.
인수는 수비가 비자 힐을 앞에 두고 재빨리 방향을 틀었다.
에디와 로즈에게 한 명씩 수비가 붙었고 힐과 인수가 겹치자 안심하고 있었는데 인수가 방향을 틀자 반응이 반박자 느리고 말았다.
그 수비가 자신을 놓친 그 반박자 타이밍에 인수는 자신이 찰 수 있는 가장 강한 슛을 정확하게 골대로 차 넣었다.
브라질의 골키퍼는 강한 슛이 날아올 때 몸이 반응하지도 못하고 공이 날아오는 방향으로 고개만 돌렸다.
제발 골대가 자신을 도와주기만 바라는 것처럼 지켜보다 골대를 맞고 골망을 흔드는 공을 보고 고개를 떨궜다.
“가자.”
인수는 슛을 하자마자 골을 직감하고 코너깃대로 뛰었다.
“야 네가 스트라이커야? 나눠먹자.”
“나한테 밀어주라니까. 혼자 다 하지 말고.”
“하여튼 잘했어.”
영국대표팀의 선수들이 모두 인수에게 안기며 기뻐했다.
전반에 너무 많은 체력을 소모했기에 어쩔 수 없이 펼친 작전이라는 것은 알지만 갖가지 개인기를 펼치며 날뛰는 브라질의 선수들을 막으며 답답했던 마음이 있었다.
그 답답했던 마음을 한 순간에 사라지게 만드는 골이었기에 필드에 있던 선수들은 물론이고 트랙에서 몸을 풀던 선수들까지 몰려들었다.
“자 다시 내려.”
“내려와.”
램파드는 다음 경기를 위해 전반부터 체력소모가 컸던 인수와 에디를 교체하고 다시 문을 걸어잠갔다.
그렇게 영국이 브라질을 누르고 2:0으로 8강 첫 번째 경기가 끝났다.
영국과 브라질의 경기가 끝나고 열린 멕시코와 한국의 경기는 서로 난타전을 펼친 끝에 5:6으로 한국이 승리했다.
2021년 올림픽에서 멕시코에게 6점이나 내주며 8강에서 탈락했던 한국이 15년 후에 다시 8강에서 맞붙어 그때의 아픔을 씻어내는 결과였다.
영국의 도박사이트에서 영국과 브라질이 55:45로 영국이 약간 우세하다는 평가였기에 놀라운 결과가 아니었다.
하지만 멕시코와 한국은 70:30으로 멕시코의 절대 우세를 점쳤기에 이변이라 불리기 충분했다.
그렇게 첫날 경기가 끝이 나고 다음날 영국대표팀과 4강 경기를 펼치게 될 팀이 정해졌다.
두 번째 날 첫 번째 경기는 D조 2위로 통과한 네덜란드가 B조 1위로 통과한 온두라스를 잡으며 남아메리카에서 출전한 세 나라가 모두 8강에서 탈락하는 이변이 만들어졌다.
네덜란드는 8강에서 온두라스를 잡으며 4강에서 한국과 경기를 치르게 됐다.
두 번째 경기는 D조 1위로 통과한 나이지리아가 B조 2위로 통과한 스페인을 잡으며 영국과의 4강 경기를 이루어냈다.
그렇게 8강 네 경기가 마무리되고 소튼은 반가운 A매치 휴식기를 맞았다.
맨유와의 경기를 무승부로 마쳤던 소튼은 그 다음에 이어진 아스톤과의 경기도 무승부를 기록하며 승점 11점이 됐다.
다음에 열릴 번리와의 경기가 올림픽축구 결승전이 끝나고 일주일 후라 인수와 에디의 출장은 무리였기에 캐러거감독을 비롯한 코치진들의 머리를 아프게 만들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월드컵 지역예선 1차전 때문에 2주간의 휴식기가 주어졌다는 것이었다.
소튼에서도 파바르와 도슨, 라이스가 각각 프랑스와 미국, 스코틀랜드로 뽑히긴 했지만 라이스를 제외하고는 주전 멤버가 아니라 체력적인 문제는 없었다.
반면 소튼을 상대하는 번리는 유로파리그 조별예선을 함께 치러야 했기에 체력적인 부담이 소튼보다 크다는 것이었다.
소튼의 코치진들이 고민하며 전략을 짜고 있는 동안에도 시간은 흘렀고 영국과 나이지리아의 4강 경기가 펼쳐지는 날이 되었다.
“여기는 올림픽 축구 4강 2차전이 펼쳐질 올랭피크 드 마르세유의 홈구장 오렌지 벨로드롬입니다. 영국대표팀에게는 조별예선 1차전을 일본과 이곳에서 치루며 좋은 기억이 있는 경기장입니다. 어제는 이곳 마르세유에 많은 비가 내렸는데 오늘은 아주 화창한 날씨로 변하고 저녁노을이 아주 멋지게 펼쳐지고 있습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정들지 않는 프랑스인이지만 프랑스의 풍경은 정말 멋지군요.”
항상 영국인임을 자랑스러워하는 뉴런은 오늘도 프랑스인에 대한 애증을 본능적으로 표현했다.
“하하. 뉴런의 말은 항상 가시가 있어요. 제임스는 오늘 느낌이 좋나요?”
“제 느낌은 언제나 상쾌하죠. 특히나 이런 경기가 펼쳐지기 전에 느낌이 좋아요. 무조건 이길거 같거든요.”
워드프라우스는 특유의 목소리로 인사했다.
“제임스의 기분만큼 오늘도 영국이 좋은 경기를 펼쳤으면 합니다. 영국의 경기를 보기 전 어제 있었던 4강 경기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겠는데요. 어제 네덜란드와 한국의 경기에서 한국이 또 다시 승리했습니다. 어제 경기 어떻게 보셨습니까?”
“한국 역사상 첫 올림픽 결승진출을 이뤄냈습니다. 한국뿐만 아니라 아시아 국가 최초로 결승전에 오르는 기적을 만들어냈습니다. 어제 많은 비가 내리긴 했지만 일정상의 문제로 경기가 진행될 수밖에 없었죠. 네덜란드에게는 비가 원망스러웠을 겁니다. 원하는 패스플레이를 하나도 하지 못했거든요. 반면 한국은 투지가 무엇인지, 전사가 무엇인지를 보여준 한판이었습니다.”
“한국은 런던에서 열렸던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땄던 아시아 축구 강국 중에 하나죠. 우연하게도 제가 묵고 있는 호텔에 토트넘에서 뛰었던 소니가 묵고 있어서 경기가 끝난 후에 가볍게 와인을 마셨는데요. 프리미어리그를 오래 보셨던 분들은 아시겠지만 소니도 국제대회에서 메달을 따서 병역면제를 받았죠. 그런 병역면제를 받기 위해 선수들이 죽을 듯이 뛰었다는 우스개 소리를 하더군요. 물론 국가를 대표해 나온 선수로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말이 더 크긴 했지만요.”
“어제 소니와 술을 마셨군요. 같은 시기에 필드에서 많이 만났던 선수라 더 반가웠을 거 같은데요. 다른 이야기는 없던가요?”
“이번 대회에서 골든슈가 거의 확실시 된다고 평가되는 하인스에 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저에게는 소튼의 후배여서 만난 본적이 있고 소니도 하인스를 만난 적이 있다고 하더군요.”
“아 저번 U-17월드컵 때문에 한국에서 축구협회관계자들과 소니가 소튼을 방문했다는 기사를 본적이 있습니다. 그때 램파드감독이 올림픽대표팀에 선발해서 하인스가 지금 올림픽에 출전하고 있죠.”
“그렇습니다. 그때 당시 하인스와 1시간이 넘게 둘이서 이야기를 했다고 하더라고요. 생각도 바르고 축구에 대한 열정도 넘쳤다고 하더군요. 아직 2년은 더 있어야 두각을 보일 것이라 예상했는데 자신의 생각보다 빨리 두각을 나타내어 놀랬다고 합니다.”
“프리미어리그를 3라운드까지 챙겨보신 분들과 올림픽을 보고 계시는 분들이라면 하인스의 활약에 다들 놀라고 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고작 16살인 선수가 펼치는 플레이에 모두가 숨죽여보고 있지 않습니까?”
“소니도 똑같이 이야기 하더군요. 물론 단점이 없는 선수는 아니지만 그런 단점들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놀라운 활약을 펼치고 있다고요. 때로는 화려한 개인기로 때로는 기본기에 충실한 플레이로, 데드볼에 있어서도 많이 발전해서 더 이상 보여줄 것이 있나 궁금하다고 하더군요.”
“이곳에 모인 많은 기자들이 제임스의 이야기를 들었으면 오늘 제임스의 호텔이 북적이겠군요. 아직도 토트넘의 엠버서더로 활약하고 있는 소니이고 한국이 결승전에 먼저 진출했으니 그 이야기도 하겠죠. 어쩌면 소니가 제임스를 원망하고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영어로 된 중계를 찾아보기 위해 호텔에서 영국위성방송을 보던 한 사내가 마시던 콜라를 뿜었다는 이야기는 다음날 호텔을 청소하는 청소부들의 팁이 늘었다는 이야기와 함께 조용히 회자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