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2화 〉 051.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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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대표팀이 계속 몰아붙이고는 있지만 결정적인 장면에서 자꾸 빗맞으며 득점에 실패하고 있었다.
전반 초반에 득점을 하고 공을 돌리며 체력을 보존하고 싶었던 램파드감독의 생각과는 달리 계속된 압박공격에 영국선수들의 체력은 점점 소모되고 있었다.
“이제 압박을 풀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벌서 20분째 압박하고 있습니다. 선수들이 후반까지 버틸 수 없을 겁니다.”
페헤이라는 램파드에게 조심스럽게 건의했다.
지금도 선수들이 뛴 거리가 표시되는 탭을 쳐다보는 체력코치는 위험하다는 눈짓을 페헤이라에게 보내고 있었다.
겨우 전반 20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하인스는 4Km를 에디는 3.5Km에 육박하고 있었다.
분명한 오버페이스였다.
“아직은 아니야.”
램파드는 페헤이라를 뒤로 한 채 코칭박스 끝까지 나갔다.
“더 밀어붙여. 숨도 못 쉬게 만들란 말이야.”
램파드도 선수들이 버티지 못할 것이라는 것쯤은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여기서 이대로 물러서면 영국의 파상공세에 숨을 죽인 채 묵묵히 받아내던 브라질이 날뛰기 시작할 것이 분명했다.
경기 전 선수들과 이야기 했듯이 한 골을 먼저 만든 다음 수비를 하며 역습을 노리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었다.
그래도 자신 곁에 끝까지 남아줬던 페헤이라의 말도 무시할 수 없었기에 딱 5분만 더 공세를 이어가기로 결정했다.
램파드는 선수들을 한 번 더 독려하고 벤치로 조용히 물러섰다.
인수의 눈빛은 자신이 더 말하지 않아도 자신이 해야 할 플레이를 정확히 이해하고 수행하려는 의지로 충만했다.
인수는 거칠어지는 호흡을 가다듬었다.
영국대표팀의 공격이 자신으로부터 시작되었음을 아는지 브라질의 수비들은 공과 상관없이 집중마크가 들어왔다.
집중마크를 뚫기 위해 너무 뛰어다녀서인지 거칠어진 호흡을 고를 필요가 있었다.
“괜찮아?”
에디는 두 손을 허리에 대고 크게 호흡하는 인수에게 다가왔다.
“넌?”
“아직 버틸 만해. 이 녀석 진짜 끈질기네.”
집중마크를 뚫고 어렵게 패스해준 공을 슬라이딩으로 사이드아웃을 시킨 브라질수비를 가리켰다.
“아.”
전반 내내 에디를 활용했던 인수였다.
그래서인지 브라질의 수비도 오른쪽 사이드보다 왼쪽 사이드에 치중된 모습이었고 반대로 바디쪽의 수비는 헐거워진 모습이었다.
“스로인 받으면 나한테 바로 다이렉트로 넘기고 골라인까지 뛰어볼래? 바디를 활용해보게.”
“다이렉트로 넘기면 패스가 정확하지 않을텐데. 난 네가 아니라고.”
“괜찮아. 내가 받아볼게.”
인수는 패스를 받기 위해 멀어지는 에디를 뒤로 하고 바디에게 약속된 손짓을 보냈다.
바디가 고개를 끄덕이자 인수는 에디의 패스를 기다렸다.
에디가 자신이 없다고 했지만 엉뚱한 방향으로 패스를 차지는 않을 것이라 믿었기에 자신에게 붙는 수비를 견제했다.
주심의 휘슬로 스로인된 공을 받은 에디는 재빨리 인수쪽으로 패스하고 약속된 대로 사이드를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에디의 공이 정확히 오지는 않았지만 발끝으로 어렵지 않게 멈춰 세운 인수는 에디가 달리는 방향을 보고 발을 휘둘렀다.
인수에게 붙은 수비들이 에디쪽으로 시선이 향할 때 정작 인수가 찬 공을 에디가 아닌 오른쪽 사이드라인을 따라 달리는 바디의 발에 떨어졌다.
달리는 속도 그대로 공을 받은 바디는 공을 몰고 골라인까지 간 후 수비가 붙기 전에 페널티아크까지 전진한 인수에게 높이 패스했다.
생각보다 높이 오는 공이었지만 수비의 방해를 뚫고 점프에 성공한 인수는 공의 방향만 바꿔 오프사이드를 뚫고 패널티지역에 들어서는 에디에게 패스했다.
바디가 패스할 때부터 자신에게 패스가 올 것을 안 에디는 끝까지 집중력을 잊지 않고 인수의 패스를 발에 맞췄고 공은 그대로 골망을 통과했다.
“됐어. 됐다고.”
에디는 공이 들어가는 것을 보고 인수에게 다가와 와락 안았다.
“잘했어. 임마. 잘했어.”
인수와 에디가 서로를 안고 있을 때 영국대표팀의 선수들까지 몰려들어 둘을 모두 감싸안기 시작했다.
20분이 넘게 압박을 진행한 탓에 호흡이 거칠어져 있었지만 선제골이 들어가면서 실제적인 피로가 풀릴 리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모든 피로가 사라지는 듯 한 기분을 맛보았다.
세러머니를 가장한 숨고르기는 주심이 주의를 주기 전까지 계속됐다.
“자자. 집중. 골이 들어가고 나서 골을 먹을 확률이 높다는 것은 다들 알지.”
루튼이 제일 뒤에서 앞에서도 들릴 정도로 소리쳤다.
“집중해. 집중”
루튼의 외침에 선수들도 반복해 대답하며 전방에 주심의 휘슬을 기다리는 브라질선수들을 노려보았다.
주심의 휘슬이 불리고 다시 시작된 경기는 초반과는 다른 양상으로 흘렀다.
처음부터 전방압박을 통한 점유율축구를 구사하던 영국대표팀은 어느새 센터서클 너머에 힐과 로즈만을 남기고 모두 영국의 진영으로 돌아왔다.
“다가가지 말고 거리만 지켜. 달려들지 마.”
“공만 돌리게 만들어.”
브라질과의 경기가 확정되고 난 이후 영국대표팀의 코치진은 두 걸음을 강조했다.
두 걸음에서 더 이상 다가가지 않고 길만 막는다.
개인기가 아무리 좋은 선수라도 두 걸음 앞에서 막고 있는 선수를 제치는 건 쉽지 않았다.
그렇다고 공을 끌고 들어간다면 두 걸음을 유지한 선수가 물러나며 그 간격을 유지할 것이고 다른 수비까지 협력하여 패스공간까지 막아설 위험이 높았기에 쉽지 않은 시도였다.
물론 아주 뛰어난 선수라면 그렇게 막아선 두 선수를 모두 제치고 돌파할 수 있겠지만 그런 선수라면 이미 빅클럽에서 높은 몸값을 주고 뛰고 있을 확률이 높았다.
특히 최후방에서 버티고 있는 루튼과 카울은 그런 선수들을 전문적으로 막던 빅클럽의 주전 중앙수비수였다.
브라질 A팀이면 몰라도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은 모두 차출을 거부하고 순수 브라질리그에서 구성된 공격진이 개인기로 뚫기는 무리가 있었다.
“우리 영국대표팀이 한 골을 성공시키고 나서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죠. 브라질이 쉬지않고 공격을 진행합니다.”
영국이 골을 성공시키고 5분도 지나지 않았지만 브라질이 벌써 2번이나 슈팅을 시도했다.
수비진들이 거리를 유지하며 슈팅할 라인을 제대로 내주지 않아 모두 골대를 비켜나며 유효슈팅은 아니었지만 20분까지 슈팅이 단 하나였던 것을 생각하면 주도권이 브라질에게 넘어갔다고 할 수 있었다.
“전반 초반부터 거칠게 압박했던 선수들입니다. 지금쯤 숨을 고를 필요가 있습니다.”
“램파드감독이 노련하다는 것이 여기서 드러나죠. 전반시작하면서부터 23분까지 계속해서 전방압박하며 선수들의 체력소모가 엄청났거든요. 여기서 숨을 고르지 못하면 후반까지 뛸 수 있는 선수가 없을 겁니다. 특히 하인스와 브라운이 뛴 거리를 보면 전반을 모두 뛰었다고 할 정도였거든요.”
“전반 초반 공격을 모두 하인스와 브라운이 주도했다고 볼 수 있는데요.”
“그렇죠. 영국선수들은 공을 잡으면 의도적으로 하인스에게 몰아줬어요. 하인스는 브라운과 콤비를 이루고 1:1패스를 통해 공격을 풀어나갔고요. 브라질의 수비가 두 선수에게 몰렸던 이유가 두 선수의 호흡이 그만큼 대단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정작 골이 시작된 것은 바디선수였는데요.”
“바디가 올린 크로스가 좋긴 했지만 돌파해서 들어가는 바디의 발 밑에 정확히 공을 패스한 건 하인스였죠. 그 전에 브라운이 스로인된 공을 다이렉트로 하인스에게 넘긴 것도 있고 두 선수 모두 바디에게 공이 가자 중앙으로 파고들었는데요. 이미 약속된 플레이였던 것 같습니다. 하인스가 헤더로 페널티지역으로 떨궈준 공을 브라운선수가 마무리했죠.”
“램파드감독이 두 선수를 뽑으면서 두 선수를 뽑은 이유를 경기를 통해 보여주겠다고 했는데 조별예선부터 시작해서 엄청난 활약을 해주고 있습니다.”
“이야기를 하시는 동안 이제 전반도 3분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추가시간이 주어진다고 해도 5분이 채 안될텐데요.”
“축구에서 골은 휘슬을 분 5분과 휘슬이 불리기 전 5분이 가장 많이 터진다고 하죠. 끝까지 집중해야 합니다.”
“말씀하신순간 브라질의 콩테 바즐리에게 공을 뺏깁니다. 바즐리 재빨리 중앙으로 공을 걷어냈는데요. 중앙에는 하인스가 대기하고 있습니다. 바즐리가 걷어낸 공을 따낸 하인스가 주저하지 않고 전방으로 찹니다. 브라질의 두 수비와 로즈를 경쟁시키는 패스인데요.”
잠시 공의 행방을 좇느라 중계가 멈췄다.
“아 공이 살짝 길었나요. 하인스의 패스를 브라질의 골키퍼가 자신의 진영 중앙까지 나와 사이드로 걷어냅니다. 로즈선수의 출발이 빨랐기에 브라질의 수비보다 약간 앞서있었거든요. 브라질 골키퍼가 걷어내지 않았으면 좋은 찬스가 만들어 질 수 있었을 것 같은데요.”
“하인스의 순간판단이 돋보였죠. 바즐리가 걷어낸 공을 지체 없이 찔러준 것이 정말 좋았어요. 비록 골키퍼에게 차단당하기는 했지만 좋은 시도였습니다.”
“우리가 골을 넣은 다음 브라질이 일방적으로 몰아붙이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이런 역습이 나온다면 브라질도 몰아붙일 수만은 없죠.”
“영국의 스로인으로 다시 경기가 시작됩니다. 케이힐이 던져준 공을 바디가 받고 후방으로 공을 돌립니다. 아 그러고 보니 이번 경기에서 영국이 처음으로 후방으로 공을 돌리는 것이 아닙니까?”
“그만큼 일방적으로 밀어붙였고 일방적으로 수비했다는 증거죠. 이제 전반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이대로 경기를 끝내고 싶을 겁니다. 브라질은 추가시간까지 동점을 만들기 위해 더 압박할 것이고요.”
“말씀하신대로 브라질의 최전방 공격수가 수비수들이 공을 돌리고 있음에도 끝까지 쫓아다니고 있습니다. 공격진들이 다가서자 루튼. 안전하게 케인에게 연결하고 다시 케인이 길게 전방으로 찹니다.”
케인이 길게 찬 공은 영국과 브라질선수들이 탁구하듯 헤더로 주고받았고 에디의 헤더를 맞고 사이드아웃이 되었다.
“하하. 하인스선수가 브라운선수에게 다가서면서 뭐라고 하고 있군요.”
“머리가 사각형이냐? 그걸 제대로 못 맞추고 사이드아웃을 시키냐고 하는 듯 한 표정인데요. 듣고 있는 브라운 아주 억울한 표정이네요. 사이드로 나가는 공을 겨우 머리에 맞췄거든요. 브라운의 머리에 맞지 않았어도 사이드아웃 될 공이었죠.”
“제가 소튼의 경기를 하이라이트로만 접해서 그래서인지 두 선수의 활약은 알고 있었습니다만 경기 중에도 이렇게 재미있는 모습들을 보여줄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네요.”
“아니 세인트..아차차 소튼의 경기가 얼마나 재미있는데요. 경기장에 직접 가서 보시면 두 선수가 실제로도 싸우듯 목소리를 높여 서로를 지적하는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이야기를 듣자하니 3살 때부터 지금까지 바로 옆집에서 떨어진 적이 없는 사이라고 하더군요.”
소튼 유스출신으로 소튼에서만 활약했던 워드프라우스는 순간 실수로 소튼을 세인트라 말했지만 급히 말을 바꿔 직접 관전한 경기 중에 있었던 일화를 풀어놓았다.
인수가 패스한 공을 에디가 받지 못해서 인수가 에디에게 한 마리를 했었다.
그리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에디의 패스를 인수가 놓치면서 인수와 에디의 서로 지적하는 목소리가 관중석까지 들릴 정도가 됐던 경기가 있었다.
그 경기를 직접 메리즈 스타디움에서 지켜본 워드프라우스는 그때 있었던 일화를 주심이 전반 종료 휘슬을 불 때까지 열정적으로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