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9화 〉 048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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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 계시는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마틴입니다. 오늘 마르세유의 날씨는 맑음 그 자체입니다. 7시가 다가오는데도 아직 저물지 않은 해가 지중해를 더욱 아름답게 만들고 있습니다.”
“정말 맘에 들지 않는 프랑스지만 이 풍경만은 멋지네요. 지중해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보여주는 마르세유입니다.”
영국과 프랑스는 경쟁과 화합을 반복하며 관계를 쌓아왔다.
섬나라인 영국과 대륙국가인 프랑스는 수많은 전쟁을 하면서도 서로의 이익을 위해 손을 잡기도 하고 다시 전쟁을 하며 현대까지 이어졌다.
두 나라가 손을 잡았을 때는 모두가 불편한 동거라는 말을 썼을 정도였으니 그 감정들은 지금까지 이어져 국민들 사이에도 갈등을 만들었다.
“하하. 이는 뉴런의 개인적인 감정입니다. 오늘 해설에는 항상 옆을 지켜주던 뉴런과 제임스 워드프라우스가 함께하겠습니다.”
소튼의 레전드 제임스 워드프라우스는 2031년에 은퇴해 특유의 능청과 재미로 방송계에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소튼유스출신으로 임대경력도 없이 소튼에서 계속 선수생활을 할 만큼 소튼의 충성적인 워드프라우스였지만 그의 고향은 소튼의 불구대천의 원수 포츠머스였다.
어린 시절 포츠머스FC의 팬이었지만 소튼유스로 입단해 더 많은 주급을 받을 수 있었음에도 소튼을 떠나지 않은 특이한 경력을 가진 선수였다.
특히 데드볼에 있어서 베컴의 후계자라고 불릴 만큼 특별한 재능을 가지고 있었기에 국가대표경력도 화려했다.
은퇴 초반 영국예능방송에 나오던 그를 축구해설로 이끈 곳이 스카이스포츠였고 이번 올림픽에도 스카이스포츠에서 선수출신 해설위원으로 합류했다.
“오늘도 저의 전문적인 해설로 여러분의 귀를 즐겁게 해드리겠습니다. 재미있는 축구해설을 좌우명으로 삼고 있는 워드프라우스입니다.”
“오늘도 역시나 밝으시네요. 오늘 우리 영국팀이 상대할 일본에 대해 설명을 좀 해주시죠.”
“일본은 동아시아의 축구 강국입니다. 체격이 크지는 않지만 준수한 테크니션을 가진 선수들이 많고 조직화된 전술이 강점인 국가입니다. 잘 꾸며진 조직축구로 간결한 패스를 이어가며 득점하는 공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 이후 월드컵 16강에 가끔 이름을 올리고 있어 낮선 이름도 아닙니다만 우리 영국팀이 노려야 할 곳이 있다면요.”
“피지컬적인 약점이 있습니다. 신체조건을 보면 체격적인 면이 떨어지지 않는데도 몸싸움을 싫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몸싸움을 통해 공중 볼을 차지해야하고 세트피스를 많이 노려야합니다. 점유율축구를 하는 일본이기에 적극적인 압박을 통해 쉽게 패스하지 못하게 만들면 쉽게 경기를 가져갈 수 있을 겁니다.”
“그렇군요. 그럼 우리 선수들이 주의해야 할 선수가 있다면요?”
“유럽의 리그들이 시작하면서 와일드카드가 유럽구단에서 뛰는 선수들은 출전하지 못하여 일본 클럽에서 뛰는 선수들만 선발되었습니다. 그렇기에 와일드카드 선수들에 정보는 많지 않은 편입니다. 그러나 23세 이하 선수들을 꼽자면 발렌시아에서 주전은 아니지만 로테이션을 돌며 경험을 쌓은 사카모토와 보흠에서 뛰고 있는 다나카, 헤르타 2군에서 뛰고 있는 스키다 같은 선수들을 주의해야죠. 특히 이누이선수가 키가 커 제공권이 좋거든요. 세트피스나 크로스상황에서 이누이선수를 잘 막아야합니다.”
“그럼 먼저 영국대표팀의 라인업입니다. 골키퍼에 제임스 케인, 심 루튼과 켈레치 카울, 조던 바즐리, 게리 잉스가 수비진을 네이선 케이힐, 하인스, 에드워드 브라운, 대런 바디가 미드필드진을 최전방에 로이 힐선수가 뛰겠습니다.”
“프랭크 램파드감독 수비진은 안정적으로 가져가면서 공격진에 상당히 실험적인 선수들을 기용했습니다. 하인스는 램파드감독이 적극적으로 기용하겠다고 해서 선발에 합류될 것이 확실했지만 브라운이 선발 라인업에 들었다는 것은 일본의 조직력을 스피드로 뚫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 생각해도 될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일본의 선수들도 빠르지만 브라운선수의 스피드는 놀라울 정도거든요. 더군다나 하인스선수와 브라운선수의 호흡은 지난 프리미어리그 세 라운드동안 충분히 보여줬거든요. 이번 경기에서도 그 호흡을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다음은 일본의 선발 라인업입니다. 골키퍼는 사카모토 료이치, 스즈키 마사히로, 나카토모 쿄이치, 나카지마 와타루, 모리타 다케히로가 수비진을 시바사쿠 료, 사카모토 아오, 다나카 세이, 스키다 슈이치, 쇼지 켄이 미드필드진을 최전방에는 이누이 히로시선수입니다.”
“일본도 영국팀과 마찬가지로 4-5-1전술을 들고 나왔습니다. 미드필드진에 힘을 주어 패스로 풀어나가겠다는 전술입니다. 미드필드싸움에서 이기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와 존보다 더 큰 거 같은데.”
에디는 센터서클에서 주심의 휘슬을 기다리는 선수를 보고 인수에게 말을 걸었다.
“이누이라던가. 존 하위버전이야. 비디오분석에서 봤잖아. 헤더만 조심하면 돼. 스피드도 느리고 발밑도 안 좋고.”
“하긴. 아 존이 그립긴 하네.”
“초반에 찔러줄 테니까 공 뺏으면 바로 뛰어. 어차피 짧은 패스위주로 경기를 풀어간다니까 압박하면 뺏을 수 있어.”
“알았어.”
“헤이, 공 뺏으면 무조건 나한테 줘. 알겠지.”
인수는 이미 전술시간에 램파드가 이야기 한 것이지만 선수들에게 다시 주지 시켰다.
“걱정하지 마.”
“우리랑 경기 할 때처럼 해라. 꼭.”
“저런 싸가지 없고 인정머리 없는 놈이 알아서 할 거야.”
“와 인신모독하는 것 좀 봐. 내가 인터뷰제한 풀리면 다 말할 거야. 누구누구 인성 안 좋다고.”
“하하. 미안해. 주심 휘슬 물었다.”
농담을 하며 긴장을 풀던 선수들은 주심이 휘슬을 물자 눈빛이 변했다.
‘새로운 영국대표팀의 시작. 그 시작을 우리가 하는 것이다. 너희들이 영국의 대표다.’
선수들의 귓가에 램파드가 계속 강조했던 말이 들리는 듯 했다.
센터서클에서 선공을 가져간 일본이 후방으로 공을 돌리자 영국 대표팀의 모든 공격진이 일제히 센터서클을 넘어 강하게 압박했다.
‘패스플레이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상대다. 처음부터 강하게 압박해. 쉽게 패스를 하지 못하도록 만들어.’
영국대표팀이 강하게 압박하자 일본의 선수들은 공을 뒤로 물렸고 결국 골키퍼에게까지 연결됐다.
최전방 공격수인 힐이 골키퍼에게 다가서자 급하게 공을 처리하면서 사이드아웃이 되었다.
“빨리. 빨리.”
공이 사이드로 나가자마자 잉스가 볼보이에게 공을 바로 넘겨받아 공격을 이어갔다.
잉스에게 공을 넘겨받은 케이힐은 바로 인수에게 공을 넘겼다.
사이드아웃이 되자마자 일본도 질 수 없다는 듯 미드필드진에서 압박이 들어왔지만 인수는 여유롭게 발바닥으로 공을 굴리며 일본의 진영을 살폈다.
왼쪽사이드에서 시작했기에 오른쪽 사이드가 비긴 했지만 바디 역시 중앙으로 들어와 있는 상태였고 바즐리가 오버래핑을 들어왔지만 이미 수비수가 붙은 상태였다.
“붙어. 붙어.”
일본의 선수들이 하는 말을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너를 막을 확률이 높은 일본의 8번이다. 적당히 빠르고, 적당한 수비력을 가지고 있고, 적당하게 기술이 있어. 무슨 말인 거 같아?’
‘적당하지만 뛰어나지는 않다. 입니까?’
‘그래. 과감하게 1:1을 해. 피지컬이 좋은 편도 아니니 몸으로 밀어 붙여.’
인수는 몸을 돌려 등번호 8번을 달고 있는 다나카에게 붙었다.
상대가 버티려고 힘을 주는 것이 느껴졌지만 가볍게 버티고 상대가 미는 틈을 이용해 몸을 돌렸다.
앞으로 미는 틈을 노렸기에 몇 발자국을 갔을 때 뒤늦게 쫓아오는 소리가 들렸다.
“리턴.”
인수는 다른 선수가 자신을 막아서자 빠르게 힐에게 공을 넘기고 다시 넘겨받았다.
아직 손발이 맞지 않아 우측으로 비켜갔지만 인수는 여유롭게 발끝으로 공을 긁어 소유권을 가져왔다.
“에디.”
한발자국 더 나가 인수의 발이 페널티라인에 걸쳤을 때 중앙을 향해 사이드에서 뛰어오는 에디의 모습이 보였고 수비벽사이로 빠르게 찔러주었다.
에디는 인수의 패스를 바로 슛으로 가져갔고 인수에게 신경이 쏠려있던 일본의 수비들은 에디의 돌파에 이은 슛을 막지 못하고 그대로 공은 골망을 갈랐다.
에디는 공이 골대로 들어가는 것을 확인하고 인수에게 달려와 안겼다.
“이 미친놈아. 골 네가 넣은 거라고. 왜 나한테 오는데.”
에디가 인수에게 안기자 주변에 있던 선수들도 모두 인수에게 달려들었다.
“이 어린놈을. 믿고 있었다고.”
경기시작 5분도 되지 않아 터진 골은 영국이 경기운영을 가져가는데 쉽게 풀어갈 수 있는 열쇠라고 램파드가 강조한 부분이었다.
전반 초반에 영국의 골로 선수들의 멘탈이 흔들릴 것을 염려한 일본의 감독은 부심이 말리는데도 끝까지 사이드라인까지 나와 선수들을 다독였다.
알아듣지는 못하는 말이었지만 소리는 지르지만 다그치는 음성이 아니었기에 좋은 감독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일찌감치 첫 골이 터지고 기세가 오를 대로 오른 영국의 공격진을 막기에는 버거웠다.
“다들 나가.”
센터서클에서 시작된 일본의 공격이 이어졌고 중거리 슛을 가볍게 막은 케인은 크게 소리를 지르며 멀리 찼다.
높게 떠서 멀리 나가는 공은 바디의 머리를 맞고 후방에서 전진 중이던 잉스가 가볍게 차지했다.
잉스는 공을 받자 인수에게 공을 보내고 사이드라인을 따라 전진했다.
일본도 한 번 당해서인지 잉스의 뒤를 따라 수비가 붙었고 공을 받은 인수의 앞에도 두 명이나 붙었다.
인수의 앞에 두 명이 붙었다는 건 수비가 빈 선수가 생겼다는 것이고 인수는 재빨리 수비가 빈 바디에게 공을 넘겼다.
인수에게 붙은 두 명의 수비 중에 한 명이 바디에게 붙었기에 바디도 재빨리 인수에게 공을 넘기고 페널티지역으로 파고들었다.
이미 패널티지역에는 일본의 수비가 많았기에 바디에게 리턴을 포기한 인수는 사이드로 파고드는 에디에게 공을 넘기고 자신도 페널티지역으로 파고들었다.
인수에게 공을 넘겨받은 에디는 멈추지 않고 골에어리어쪽으로 크로스를 올렸다.
수비들이 방해했지만 점프에 성공한 힐이 공을 맞추는 데까지는 성공했지만 공은 골대 위를 훌쩍 넘기고 말았다.
비록 골에는 실패하긴 했지만 문전에서 이어진 패스는 일본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전반 초반부터 이어진 영국의 파상공세는 일본을 점점 수세로 몰았고 전반 20분이 지날 쯤엔 일본을 자신들의 진영에 몰아넣고 일방적으로 두드릴 수 있었다.
원치 않은 텐백을 시전한 일본이었지만 그 덕분인지 영국의 공격도 순탄하지는 않았다.
“뒤로 돌려.”
일본의 진영에 거의 20명의 선수가 모여 있다보니 영국도 빈공간이 보이지 않았고 일본의 수비를 끌어내기 위해 루튼은 공격속도를 조절했다.
루튼과 카울이 뒤에서 공을 돌렸지만 일본의 선수들은 자신들의 진영에서 나오길 포기한 듯 센터서클을 넘어오는 선수가 없었다.
“하인스.”
루튼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카울에게 공을 받고 인수를 불렀다.
“너 중거리 슛 좋던데 때려. 골라인 아웃되면 지들도 나오겠지. 언제까지 지들 진영에 쳐박혀 있지는 않을 거 아냐. 알았지.”
인수가 다가오자 루튼은 가볍게 밀어주며 속삭였다.
전방에서 공격을 조율하던 인수가 센터서클까지 내려왔는데도 달려드는 선수가 없자 인수도 루튼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에디. 가자.”
인수는 가장 믿을 수 있는 파트너인 에디를 불러 드리블 없이 2:1패스를 이어나갔다.
빠른 속도로 치고 나오는 인수와 에디를 막기 위해 일본의 선수들이 나왔지만 인수는 그때마다 에디가 아닌 다른 선수들과 패스를 주고받으며 페널티라인까지 빠르게 치고 나갔다.
“반칙은 안 돼. 슛코스만 주지마.”
일본의 골키퍼는 페널티라인까지 치고나온 인수에게 눈을 떼지 않으면서도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미 일본의 선수들로 꽉 채워진 패널티지역이었고 하얀색 유니폼을 입은 영국의 선수들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인수는 슛코스를 막고 있는 수비를 속이기 위해 발을 번갈아가며 움직임을 유도했지만 일본의 수비는 땅에 뿌리라도 박은 듯 미동조차 없이 인수의 움직임에 따라 상체만 움직였다.
뒤에서도 일본의 수비가 달려들었기에 인수는 공을 뒤로 물리고 페널티아크쪽으로 뛰었다.
인수의 패스를 받은 케이 힐은 페널티아크쪽으로 밀어주었고 인수는 수비들 틈새로 강하게 내질렀다.
인수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던 일본의 골키퍼는 바닥으로 강하게 오는 공을 잡으려고 몸을 숙였지만 빠른 공을 완전히 잡지 못하고 놓쳤고 일본의 수비가 빠르게 밖으로 걷어내려 했지만 힐의 몸을 맞고 밖으로 나가지 않고 페널티라인근처로 떨어졌다.
인수의 슛에 반응했던 수비들이 당황한 사이 인수는 리바운드 된 공을 다시 강하게 찼고 이번에는 골키퍼도 반응하지 못한 채 골망을 가르는 공만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전반 20분만에 2골을 내준 일본은 더욱 위축되었고 전반이 끝나갈 무렵 페널티라인 근처에서 범한 반칙으로 받은 프리킥을 인수가 성공시키면서 전반에만 3:0으로 앞서가는 영국이었다.
후반들어 반전의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공세적으로 나왔지만 중간에 커트당하며 역습으로 힐에게 한골을 더 내준 후 완전히 무너져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