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7화 〉 046.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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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내린 비가 아직도 멈추지 않고 있는 셀허스트 파크입니다. 36-37시즌 3라운드 크리스탈 팰리스대 사우스햄튼의 경기를 보내드리겠습니다.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에 합류한 팰리스는 1라운드 본머스와 무승부를 기록하고 리즈를 상대로는 승리를 기록하며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소튼은 왓퍼드와 뉴캐슬을 모두 잡으며 더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는데요. 컨디션이 좋은 양 팀이 어떤 경기력을 보여줄지 기대가 됩니다.”
“말씀하신대로 양 팀의 분위기가 좋습니다. 팰리스는 저번 시즌 영입한 브로비와 카마빙가가 좋은 모습을 보여주며 2골과 1골을 기록하고 있고, 소튼은 코룸과 하인스, 브라운이 골을 기록하며 승리하고 있습니다. 양 팀 모두 수비가 불안하다는 공통점은 있지만 막강한 공격력으로 불안한 수비를 커버하고 있죠.”
“분위기가 좋은 팰리스이기에 비가 오는 와중에도 셀허스트 파크 2만5천여좌석이 모두 만석입니다. 100년이 넘은 경기장이기에 외관은 엔틱하지만 잔디관리를 잘했기에 선수들이 뛰는데 부담은 없다고 합니다.”
“근 몇 년사이 FA에서 가장 잘한 것이라면 프리미어리그는 물론이고 FA에 소속된 구단의 잔디메뉴얼을 정했다는 겁니다. 잔디 때문에 부상을 당하는 선수들이 줄었어요. 특히 프리미어리그급 구단이 아니면 잔디를 관리하는데 부담을 느끼고 있었는데 그 부분의 매뉴얼과 자금지원이 같이 이루어지면서 전체적인 경기수준까지 올라가고 있습니다.”
“잔디상태가 좋다고 하더라도 비가오는 상황에서는 변수가 많을 것 같습니다. 먼저 원정팀인 소튼의 라인업입니다. 레쉬포드를 영입했다는 오피설이 떴지만 아직 벤치에 앉지 않은 모습입니다. 골키퍼는 볼, 위고 파바르와 빅토리 반 비크, 스티안 린네스가 쓰리백을 서게 됩니다. 딕시 다이어선수와 윌리 어빈이 윙백을 그 위에는 주자크 페렌츠. 하인스, 에드워드 브라운, 빌리 맥킬리가 미드필드진영에 최전방에는 크레이그 후퍼입니다. 케러거 감독이 쓰리백을 들고 나온 모습입니다. 소튼의 경기에서 처음 나온 전술인데 선수들이 어떻게 뛸지도 관심사입니다. 그리고 주 득점원인 코룸이 염좌로 빠진 가운데 후퍼가 최전방에 서게 되었습니다.”
“코룸이 빠진 것이 소튼에게는 악재가 될 수 있겠지만 시즌 초반 하인스의 득점력이 무섭게 올라왔거든요. 모든 공격을 하인스에게 맡기고 브로비와 카마빙가를 막겠다는 생각 같습니다. 소튼의 수비를 이야기할 때 발이 느리다는 말을 하는데 린네스가 투입되면서 발이 느리다고 할 수도 없거든요. 비가 오고 있는 상황이기에 케러거감독의 선택이 좋아 보입니다.”
“이어서 팰리스의 라인업입니다. 오늘도 브리안 브로비와 에두아르도 카마빙가를 투톱으로 내세우고 ······.”
“그라운드볼 조심하고 리바운드 플레이 확실히 해.”
파바르는 팰리스의 선공이 정해지자 선수들에게 다시 한 번 주의를 시켰다.
공격진은 인수가 있었기에 수비진만 다독이면 됐기에 부담이 적었다.
“자자 콜플레이 확실하게 하자고. 다들 목소리 높이고.”
오랜 기간 파트너였기에 파바르와 비크의 호흡은 수비진을 지휘하는데도 거침이 없었다.
“비가오니 확실하게 잡을 자신 없어요. 다만 펀칭이 많을 테니 리바운드 부탁해요.”
처음 볼이 영입되고 골키퍼를 맡았을 때 파바르와 비크에게 눌려있었던 부분이 있었지만 이제는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경기가 시작되고 10분이 넘어가자 선수들 모두 비와 땀으로 온 몸이 흠뻑 젖었다.
“소리 질러. 목소리 높여.”
비 때문인지 양 팀 모두 공격과 수비 양쪽 모두 생각대로 풀리지 않았다.
잔디를 밟을 때마다 스터드에 감기고 공은 물을 먹어 무거웠다.
양 팀 모두 공격을 하고 있었지만 전반 10분까지 유효슈팅은 물론이고 슛을 단 한번도 기록하지 못했다는 것이 경기가 풀리지 않고 있음을 증명했다.
“강하게 차. 평소보다 더 강하게 차란 말이야.”
여름 치곤 많은 비가 오고 있었기에 어느새 경기장 곳곳에 작은 물웅덩이가 생겼고 잔디가 패는 곳이 생겼다.
인수는 팰리스의 공격이 사이드아웃이 되자 눈짓으로 에디와 후퍼를 불렀다.
“수비를 끌어올릴 방법이 없을까?”
인수는 주변에 팰리스의 선수들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조용히 물었다.
2만5천명이 계속해서 팰리스를 응원하는 소리와 빗소리에 묻혀 가까이 있는 두 사람 외에는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어떻게? 전혀 올라올 생각이 없어 보여.”
후퍼도 눈치가 있어서인지 팰리스의 수비진을 보지 않았다.
“계속 답답할 거 같은데. 방법이 보이지 않아.”
인수는 발끝으로 잔디를 거칠게 찼다.
“우선 분위기 좀 더 살피자고.”
소튼의 스로인으로 경기가 시작하려 하자 셋은 빈자리를 찾아 흩어졌다.
“기회는 반드시 오게 되어 있어. 보이지 않는 기회를 만들려고 하지 마. 오는 기회를 놓치지 않으면 되는거야.”
인수가 시시탐탐 기회를 만들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였는지 후방에 있던 파바르가 직접 공을 몰고 인수 근처까지 올라와 공을 넘겨주며 말했다.
‘조급해하지 말자.’
이미 전반 45분이 끝났고 추가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비가 많이 와서인지 서로 거칠게 나갈 생각이 없어서였는지 반칙이 많지 않은 경기였기에 공을 잡고 있으면 주심이 휘슬을 불 시간이었다.
자신도 전광판의 시계를 보았지만 상대 선수들도 전광판의 시계를 봤을 거라 생각했다.
“에디.”
인수는 빠르게 결정했고 에디에서 공을 넘긴 것은 더 빨랐다.
비가오나 눈이오나 항상 주고받던 공이었기에 자신에게 다시 달라는 의지를 담았다.
인수의 의지를 읽었는지 에디 역시 공을 잡고 끌 생각없이 바로 인수에게 리턴한 후 팰리스 진영 깊숙이 뛰었다.
느슨했던 경기가 인수와 에디의 2:1패스를 통한 돌파가 시작되자 분위기가 급격히 바꿨다.
이미 추가시간이 흐르고 있던 상황이었고 비까지 내리고 있었기에 많이 뛰지 않았어도 체력소모가 많았던 상황인지라 팰리스의 선수들이 따라붙는 속도가 느렸다.
다만 이미 텐백을 유지하고 있었기에 수비들의 간격이 촘촘할 정도로 좁았다.
“수비간격 더 좁혀. 구석으로 몰아. 공격수들 페널티지역으로 못 들어가게 해”
경험의 차이인지 전문수비수가 아니었지만 카마빙가가 수비들을 조정해나갔다.
팰리스의 선수들도 이런 상황이 자주 있었는지 카마빙가의 지시로 인수와 에디에게 두 명씩의 선수들이 붙었다.
“에디.”
이럴 때 믿을 수 있는 것은 에디의 발뿐이었고 인수가 할 수 있는 것도 에디가 최대한 받기 쉽게 골라인으로 찔러주는 것뿐이었다.
인수의 기대를 어긋나지 않게 자신에게 붙은 두 명의 수비를 빠른 발로 제친 에디는 인수의 공을 받아 페널티라인까지 전진한 인수에게 넘어지면서까지 넘겼다.
쾅.
에디가 넘겨준 공은 인수가 한가하게 잡고 있을 시간이 없었기에 논스톱으로 골대를 향해 차버렸다.
인수와 골대사이에 수비들이 많았기에 누군지도 모를 선수의 허벅지를 맞고 공의 궤적이 바꿨다.
골키퍼 역시 몸의 중심을 잃었지만 집중력을 잃지 않고 끝까지 쫓아가서 골대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가까스로 쳐내는 것에 성공했다.
툭.
입에서 거친 숨을 내뱉으면서도 끝까지 집중하고 있던 후퍼가 골키퍼가 겨우 걷어낸 공에 넘어지며 발을 갖다 댔다.
비에 젖은 잔디를 구르는 무거운 공은 슬로우모션을 보는 듯이 천천히 굴러 골문 안으로 들어갔다.
후퍼의 프리미어리그의 첫 골이 팰리스 전 전반 추가시간이 터졌다.
“으아아아.”
후퍼는 넘어진 자세 그대로 공중에 두 손을 들고 고함을 질렀다.
소튼에 복귀하면서도 고민이 많았었다.
코룸이라는 강력한 경쟁상대도 있었고 머레이라는 옵션도 있었기에 마음이 무거웠지만 첫 골이 터지자 그 모든 부담감을 고함에 담았다.
그런 마음을 알아서인지 인수와 에디는 누워있는 후퍼의 위로 올라타며 축하를 해주었다.
이미 추가시간도 지나서인지 주심이 다가와 세리머니를 진행하는 선수들을 복귀시키고 바로 전반 종료의 휘슬을 불었다.
“타올 준비 다 됐지. 유니폼이랑 이너웨어는?”
전반의 시간이 끝나가자 라커룸은 더욱 바빠지기 시작했다.
보이지 않은 곳에서 더욱 바쁜 이들이 있기에 선수들은 마음 놓고 싸울 수 있는 것이라 믿는 이들이 비와 땀에 흠뻑 젖어 들어올 선수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주심이 휘슬을 불기 전 모든 준비를 다 하고 선수들이 들어오기 전 라커룸을 빠져나가는 것이 그들의 역할이었다.
오늘도 그들은 자신들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고 선수들이 들어오기 전 라커룸을 빠져나갔다.
“자 타올로 몸 닦고 옷 다 갈아입어. 옷 갈아입으면서 들어.”
케러거는 가까이 있는 타올들을 선수들에게 직접 던져주며 지시했다.
“후반에 상대는 거칠게 나올 거야. 홈에서 지고 싶은 팀은 없으니까. 비가 오는 상태에 거칠게 나오는 상대에게 얌전히 당해주면 우리 체력이 먼저 떨어져.”
“하인스, 에디, 빌리, 후퍼.”
네 사람은 케러거의 부름에 몸을 닦으면서 고개만 돌렸다.
“수비가 올라올 거야. 뒤 공간만 노려. 양쪽 측면을 이용해. 알았지.”
케러거는 네 사람이 고개를 끄덕이자 주변을 둘러보다 목표를 찾았는지 시선을 멈췄다.
“린네스.”
린네스는 몸을 다 닦고 속옷을 갈아입다 케러거의 부름에 몸을 돌렸다.
케러거는 두 눈을 가리는 모습을 취하며 뒤로 돌라며 손짓하자 린네스 역시 재빨리 속옷을 끌어올렸다.
“공격진도 거칠게 나올 거야. 위험지역에서 반칙은 위험해. 슛할 공간만 주지 마. 절대 반칙은 안돼. 알겠지.”
케러거는 계속 고개를 끄덕이는 린네스였지만 몇 번이나 강조하고 다시 고개를 돌리다 멈췄다.
“볼.”
“넵.”
이미 옷을 다 갈아입었는지 벤치에 앉아 쉬고 있다 케러거의 부름에 고개를 들었다.
“공 미끄럽지? 잡기 힘들지? 그래도 잡아. 중거리 슛이 많을 거야. 리바운드를 최대한 도와주겠지만 하나라도 놓치면 바로 들어가. 할 수 있지?”
볼에게도 몇 번을 다짐시킨 케러거는 박수를 치며 선수들의 주의를 환기시켰다.
“이제 45분 남았어. 45분만 더 힘내고 호텔로 돌아가서 따뜻한 물로 샤워해야지. 슬슬 스트레칭 해. 몸 식지않게.”
여름이었지만 내리는 비로 인해 선수들의 몸은 급격히 식었기에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서 근육의 온도롤 올려줄 필요가 있었다.
이미 그것을 알고 있던 선수들은 스스로 스트레칭을 하고 있었지만 멀뚱히 쉬고 있는 선수들도 있었기에 케러거의 지시가 떨어지자 다들 가볍게 스트레칭을 시작했다.
15분의 하프타임.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충분히 휴식을 취한 소튼의 선수들이 필드에 서기 전 둥글게 모였다.
“이제 올라가면 다시 비에 젖을 거야. 휴식을 취했다지만 비오는 날은 더 빨리 체력이 떨어져.”
파바르의 말에 선수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리다고 하지만 이미 15년 이상 축구선수를 해 온 경험이 있었다.
“상대가 급하지 우리가 급한 것 아니잖아. 다들 부상 조심하고 조급하지 말자. 알았지.”
“네. 캡틴.”
전반에 한 골을 넣어서인지 후퍼가 자신있게 대답했다.
“좋아. 가자. 세인트.”
“가자. 세인트.”
소튼의 선수들은 파바르의 선창으로 파이팅을 외치고 비가 내리는 필드로 들어섰다.
모두의 예상대로 팰리스의 선수들은 후반 초반부터 거칠게 나왔다.
전반이 끝나고 옷을 갈아입었는데도 10분이 채 되지 않은 시간에 이미 유니폼은 잔디색으로 물들었다.
시간이 점점 지나고 조급해진 팰리스의 선수들에게 실수가 나오기 시작했다.
더욱이 비가 내려 만들어진 작운 물웅덩이는 수비를 하는 입장에서도 고역이었지만 공격을 하는 입장에서도 고역인 것은 마찬가지였다.
후방에서 전방으로 찔러준 패스가 작은 물웅덩이에 걸려 속도가 줄었고 팰리스의 공격진보다 페렌츠가 걷어낸 것이 한 발 빨랐다.
인수가 들어오기 전 공격을 시작하는 것이 페렌츠였다는 것을 증명하듯 페렌츠가 걷어낸 공은 에디가 달리는 전방으로 정확히 떨어졌다.
“달려.”
에디가 공을 잡자 팰리스의 수비진들은 물론이고 인수와 빌리, 후퍼까지 전방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후반 내내 공격적인 모습을 가져갔기에 수비의 라인이 센터라인 근처까지 올라와 있던 상황에서 스피드가 빠른 에디와 인수, 후퍼가 달리기 시작하자 팰리스의 수비들도 이를 악물고 달렸다.
에디가 받은 공을 중앙으로 침투하는 선수들을 보고 찔렀으나 끝까지 집중한 팰리스의 수비가 걷어내는 것에 성공했다.
하지만 한 번 당한 역습의 기억은 팰리스의 수비진들이 라인을 올리기 힘들게 만들었고 넓어진 공격과 수비의 사이는 소튼의 선수들을 여유롭게 만들었다.
한 번의 역습으로 수비를 주저앉은 소튼은 좀 더 여유있는 모습으로 팰리스의 공격진을 상대했고 두터워진 수비를 뚫지 못하고 후반이 마무리되며 소튼은 리그 3연승을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