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6화 〉 045.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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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 후 2연승을 달린 소튼의 분위기는 팀 선수들은 물론 프론트까지 설레게 했다.
그러나 현장과 직접 소통하는 운영팀이나 감독은 부담감을 느끼고 있었다.
“팰리스전이 끝나면 하인스와 에디가 올림픽을 출전하기 위해 프랑스로 출국합니다. 올림픽 기간 동안 월드컵 조별예선 1차전이 있어 휴식일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최소 2경기에서 3경기는 결장합니다.”
“그래서 고이깅거를 영입하지 않았습니까. 더군다나 2군에 임대를 보내지 않고 경험을 쌓고 있는 선수들이 있고요.”
“그렇다고 고이깅거를 3게임 연속 풀로 출전시킬 수는 없는 거 아닙니까. 물론 4라운드인 맨유와의 경기를 버린다. 그런 선택지도 있긴 합니다. 그런데 그 다음 주가 아스톤 빌라입니다. 그리고 빌라전이 끝나고 2주후에 번리전이 있고요. 이길 수 있는 경기는 이기고 싶습니다.”
캐러거는 강한 어투로 운영팀과 상의했다.
얼마 남지는 않았지만 아직 이적시장은 열려있었다.
더구나 존과 빌리를 이적시키고 남은 금액이 상당했기에 JK에서 원하는 금액을 빼더라도 한 명 정도는 더 영입할 자금은 충분했다.
“욕심이 생긴겁니까?”
운영팀장은 조심스럽게 업무용수첩을 닫았다.
소튼의 운영팀에서만 30년이 넘게 일했기에 프리미어리그에 대해 그리고 다른 팀들이 어떻게 운영되지는지 잘 알았다.
더군다나 JK에서 하는 운영방식은 현장에서 욕심을 내면 선수들은 물론이고 팀을 벼랑 끝까지 몰고 갈 수 있었다.
“욕심을 내면 안 됩니까? 지금 소튼의 전력은 충분히 욕심을 내도 될 만한 상황입니다. 최상위 팀 같은 경우는 챔피언스나 유로파, FA컵, 리그컵을 같이 뛰기 위해 더블스쿼드를 구성해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딱 하나 리그에만 집중하면 욕심을 내도된다고 생각합니다.”
“다들 일보고 있어. 나중에 다시 회의하지.”
케러거의 답을 들은 운영팀장은 캐러거의 눈을 바라보다 팀원들을 모두 내보냈다.
“15-16시즌 레스터시티가 프리미어리그에 동화를 썼죠. 그 동화를 써보고 싶으신 겁니까?”
15-16시즌 레스터의 동화는 프리미어리그의 하위권 팀이나 챔피언십, 리그1에 있는 팀들까지 할 수 있다는 자심감을 심어줬다.
빅6. 아니 당시 빅 5의 삽질도 있었지만 승강을 하고 그 해에 간신히 강등을 면한 팀이 별다른 전력보강도 없이 프리미어리그에서 우승을 해버리는 사고를 쳤다.
맨유, 아스널, 리버풀, 첼시의 빅4가 정립된 후 소튼에서 이적한 앨런 시어러의 활약 덕에 블랙번이 단 한번 우승했을 뿐 빅4가 유지됐다.
만수르에 의해 맨시티가 인수되고 새로이 빅5로 합류 그 빅5의 모든 견제를 뚫고 우승한 레스터시티를 동화라고 부르는 이유였다.
그때는 빅클럽이라 부르지는 않았지만 준수한 활약을 해주는 토트넘이 해리 케인이라는 무기를 들고 3위를 기록하며 레스터의 우승을 도왔지만 이제는 토트넘까지 빅6라고 불리고 있었다.
15-16시즌 이후 빅6라고 불리는 6팀 외에 챔피언스리그를 진출한 프리미어리그 팀은 존재하지 않았다.
“불가능하다는 건 압니다. 그러니 현실적으로 노릴 수 있는 것만 노렸으면 합니다. 우리 팀이 15-16시즌 이후 유럽리그에 참여한 역사가 없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할 수 있습니다. 아니 이번 시즌이 아니면 할 수 없습니다.”
케러거는 이번 시즌이라고 말하는 부분을 특히 강조했다.
유럽의 빅4리그라고 불리는 리그 중 프리미어리그를 제외하면 정식으로 프로로 계약할 수 있는 나이는 18세였다.
인수가 프리미어리그를 떠난다면 다른 리그에서는 유스계약을 해야 한다는 말이었고 그건 인수뿐만 아니라 인수의 에이전시에서도 반대할 것이 뻔했다.
그렇기에 이번 시즌이 지나고 다음시즌 겨울이적시장이 열리면 소튼 역사상 최고액의 이적료를 남기고 떠날 것이 확실했다.
그리고 에디 역시 다음 시즌이 끝나고 여름이적시장이 열리면 인수를 제외하면 최고의 이적료를 남기고 떠날것이라 예상됐다.
그 전에 소튼이 노릴 수 있는 시즌은 이번이 마지막이었다.
“하인스를 빈자리를 채워 줄 선수가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팀의 분위기를 잡아 줄 선수가 필요합니다. 하인스가 잘해주고 있긴 하지만 너무 어려요. 이번에 받은 엘로카드도 하인스가 어리기 때문에 받은 겁니다.”
하고 싶었던 말을 빠르게 쏟아 낸 케러거는 컵에 담긴 물을 한 번에 들이켰다.
“스카우트팀장님 어디 계신지 확인하고 외근 나가지 않으셨으면 회의실로 좀 모셔줘.”
운영팀장은 케러거의 말을 듣고도 한참 생각한 후 인터폰을 들었다.
“잠시 쉬고 계세요. 스카우트팀장님 오시면 다시 이야기하죠.”
다행히 외근을 나가지 않았는지 스카우트팀장이 회의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운영팀장이 30년째 근무하고 있지만 스카우트팀장은 50년이 가까이 소튼에서 근무한 사람이었다.
8살에 소튼 유스로 들어와 2군에서 활약하다 1군을 노리지 못하고 은퇴한 후 유스 코치를 거쳐 스카우트팀으로 일하다 팀장까지 단 소튼의 살아있는 역사였다.
“어서오세요.”
운영팀장은 스카우트팀장이 들어오자 자리를 내주며 케러거가 이야기했던 내용을 간략하게 전했다.
“그러니까 공격진에서 중심을 잡아줄 베테랑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죠?”
스카우트팀장은 자신이 나이도 많고 경력도 오래됐지만 자신의 팀원이 아니면 말을 놓는 법이 없었다.
“그렇습니다.”
“가격은?”
“선수를 찾아보고 들이밀어 봐야죠.”
“그래도 산정할 수 있는 가격은 알아야지. 그래야 들이밀어 보기라도 할 거 아닙니까.”
여름이적 시장 동안 3200만파운드를 남긴 소튼이었다. 그렇지만 그 금액을 모두 쓴다면 단장에게 단번에 거절당할 것이 뻔했다.
“1200만파운드가 한계일 듯합니다.”
“1200만 파운드라.”
스카우트팀장은 멍하니 회의실의 천장을 바라보았다.
그런 스카우트팀장을 바라보는 케러거와 운영팀장의 입도 바싹 말랐다.
“당장 생각나는 이름이 몇 개 있긴 한데. 잠시만 기다려줄 수 있겠소?”
스카우트팀장은 운영팀장이 고개를 끄덕이자 회의실을 나섰다.
“이제부터는 우리 쪽 일이 됐네요. 최대한 협조하겠습니다. 정해지면 연락드리죠.”
운영팀장은 케러거와 악수를 나누고 회의실을 나섰다.
3라운드 크리스탈 팰리스전을 앞두고 소튼에서 영입관련 인터뷰가 있었다.
요 며칠 소튼의 스카우트팀과 운영팀이 움직이고 있다는 보도는 자주 나왔지만 공식기자회견은 처음이었다.
그 자리에는 필 바이슨단장을 비롯 캐러거감독까지 나왔고 중앙에 있는 의자가 비어있었다.
“사우스햄튼이 새로운 선수와 계약했습니다. 이에 대한 발표와 입단식을 겸하겠습니다.”
운영팀장은 웅성거리는 기자들을 조용히 시키며 발표를 이어갔다.
“사우스햄튼에서는 지난 시즌 브리스톨시티 FC에서 뛰던 마커스 레쉬포드선수를 2년 계약으로 영입했습니다.”
운영팀장의 말이 끝나자 기자회견실의 문을 열고 레쉬포드가 들어왔다.
그라운드의 신사라는 별명이 붙은 레쉬포드였다.
사회봉사활동과 축구선수로 3등급 훈장까지 받았고 은퇴 후 2등급 훈장이 확실시 된다는 말이 많았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더 이상 뛸 수 없게 되자 31-32시즌부터 챔피언십의 팀들에서 활약했다가 브리스톨시티가 리그1으로 강등되자 마지막을 보낼 팀을 찾고 있었다.
그런 와중 소튼에서 영입의사를 보이자 나이를 이유로 사양하다 스카우트팀장을 비롯하여 보드진의 간곡한 요청으로 합류를 결정했다.
“안녕하십니까. 레쉬포드입니다.”
말이 필요 없이 얼굴이 명함인 선수였다.
레쉬포드의 인사가 끝나자 필 바이슨단장이 소튼의 유니폼을 레쉬포드에게 건넸다.
당장 빈 등번호가 없어 선수들과 협의해서 원하는 번호로 바꿔주겠다고 했지만 레쉬포드가 정중하게 사양해 16번의 등번호를 받게 되었다.
39살의 나이였지만 현역에 대한 의지로 메디컬검사에서도 무난하게 통과했고 이적시장이 닫히기 3일 전에 사인을 마쳤다.
“이제까지 소튼이 보여준 영입과는 완전히 다른 영입입니다. 무슨 목적이 있는 겁니까?”
“레쉬포드선수는 언제부터 라인업에 올라갈 예정입니까?”
“레쉬포드선수가 소튼에서도 공격수로 활약하게 됩니까?”
“레쉬포드선수가 소튼에서의 역할이 궁금합니다.”
“지난 휴식기동안 유니세프 홍보대사로 임명되셨는데 소튼에서 뛰면서도 계속 활동을 이어가실겁니까?”
“이제까지 뛰던 팀의 연고지에서 빈민들을 위한 활동을 계속 하셨는데 소튼에서도 이어가실겁니까?”
“······.”
축구뿐만 아니라 사회활동도 많이 했던 레쉬포드였기에 기자들은 두서없이 질문을 쏟아내고 있었다.
“질문은 한분씩 해주시기 바랍니다. 먼저 사우스햄튼뉴스의 제니퍼부터······.”
레쉬포드가 소튼에 합류하기까지의 스토리와 앞으로의 기대, 역할등을 모두 전달하고 2시간에 가까운 기자회견이 끝났다.
“레쉬포드가 소튼에 왔다는데 봤어?”
“진짜 영입한거야? 그럼 윙어에 또 경쟁자가 생기는거야?”
“벤치에 앉는 것도 힘들었는데. 레쉬포드까지 합류하면.”
“그래도 레쉬포드잖아. 나 레쉬포드가 유로 2028 스페인과의 준결승에서 결승골을 넣는 것을 보고 소리쳤었어.”
크리스탈 팰리스와의 3차전을 하루 앞두고 있었지만 훈련을 위해 모인 선수들은 집중하지 못하고 레쉬포드의 합류에 관심이 쏠렸다.
프리미어리그의 우승은 물론이고 맨유에서 빅이어까지 들었었던 선수가 자신들과 같은 팀으로 같이 뛴다는 사실이 젊은 선수들을 흥분시켰다.
“확실히 아직 애들이야.”
“그러게. 지금은 자신들이 레쉬포드보다 더 나을 텐데 말이야. 말을 해야 하지 않겠어?”
파바르와 비크는 훈련에 집중하지 못하는 젊은 선수들을 보고 고개를 흔들었다.
파바르와 비크도 리그에서는 물론이고 각각 프랑스와 네덜란드의 대표팀에서 경기를 뛰며 레쉬포드를 상대해 본 적이 있었다.
그때의 레쉬포드는 대단했지만 이제 39살 곧 40을 앞둔 선수였다.
그런 선수에게 밀릴 선수들이 아니었다.
“자자. 정렬.”
파바르는 선수들이 더 동요하기 전에 자신의 앞으로 모았다.
“누가 오던지 우리는 내일 경기를 뛰어야 해. 늙은 애 하나 온다고 집중하지 못하면 선수라고 할 수 있겠어? 레쉬포드가 경기에 합류하려면 아직 한 달은 더 있어야 해. 그 전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해야 하지 않겠어?”
“자 다들 레쉬포드는 알지. 그럼 크리스탈 팰리스에는 누가 있어?”
파바르의 옆에 서 있던 비크는 파바르의 말이 끝나자마자 말을 받아 선수들에게 물었다.
“브리안 브로비.”
“에두아르도 카마빙가.”
“아 카마빙가도 팰리스에 있지?”
챔피언십에서 4시즌 째 허덕이던 팰리스는 과감한 투자로 네덜란드 국가대표 출신의 공격수 브리안 브로비와 프랑스 국가대표 출신인 에두아르도 카마빙가를 영입했다.
전성기는 지난 선수들이었지만 두 선수의 활약덕분에 챔피언십에서 1위로 승강할 수 있었다.
2002년생 동갑인 두 선수는 30대 중반의 나이였지만 놀라운 활약으로 팀을 프리미어리그까지 끌어올렸다.
물론 각각 바르셀로나와 도르트문트시절 겪었던 부상으로 힘들어했지만 아직 2년은 충분히 더 뛸 수 있다는 평가를 들었다.
36-37시즌 승강한 팰리스가 1차전에 무승부를 거두고 2차전에 승리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그래. 팰리스가 이번에 승강했다고 만만해? 당장 내일 어떻게 이길 것인가부터 생각해.”
“넵.”
“그럼 훈련 시작하자.”
파바르와 비크의 말을 들은 선수들은 큰소리로 대답하며 훈련장을 뛰기 시작했다.
“오늘은 날이 아닌가보네요.”
내일 팰리스와의 경기를 앞두고 훈련중이라는 소식에 케러거와 함께 훈련장으로 들어선 레쉬포드는 파바르의 목소리를 듣고 다가가는 걸 멈췄다.
아직 코너를 돌기 전이었기에 선수들의 목소리만 들렸지만 늙은 애란 소리에 발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같이 늙어가는 처지에 너무하네.”
“좀 그렇지. 우리 선수들이 아직 젊어. 특히 공격진은. 코룸이 있긴 하지만 이제 이적 2년차 선수고.”
“운영팀장님이 말씀하신 내용을 이해했어요.”
레쉬포드를 찾아간 스카우트팀장과 운영팀장은 소튼의 젊은 공격진과 선수들에게 경험을 전수해 달라고 요청했다.
선수 한명 영입됐다고 잠깐이라도 동요하는 모습을 보이니 피식 웃음이 나왔다.
처음부터 빅클럽에서 유스생활을 하고 선수로 뛰었던 자신은 이미 팀에 소속된 선수들이 당대 최고의 스타였다.
그런데 자신이 왔다고 동요하는 젊은 선수들을 보니 귀여웠다.
“인사는 내일 팰리스전이 끝나고 회복훈련 때 해야겠네요. 아 하인스하고 브라운은 올림픽대표팀 간다고 했죠? 그 두 사람은 복귀하고 봐야겠어요.”
레쉬포드는 오늘 인사하려는 생각을 포기하고 소튼에서 마련해준 호텔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