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8화 〉 037.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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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만의 한국행은 처음 계획과는 다르게 10일 만에 다시 영국으로 돌아왔다.
리처드와 부모님들에게 맡겨 두었던 새로운 에이전트가 정해지고 에디가 월드컵에 나가기 전에 계약을 하려 정해진 일정이었다.
“아 더 놀고 싶었는데.”
12시간에 걸친 긴 비행이었지만 잠만 자던 레이가 공항을 나서며 처음 한 말이었다.
“와 그렇게 놀았으면서 더 놀고 싶었다고?”
“당연하지. 더 맛있는 것도 많다고 했단 말이야.”
처음 한국에 갈 계획을 짜고 있을 무렵 레이가 들이닥쳐 모든 계획을 백지로 만들어버렸다.
이미 자신들이 인천에 도착해서 히드로공항에 도착할 때까지 모든 일정을 짜두고 안내해 줄 사람이 있다고 했다.
“누가?”
“글쎄. 가서 봐.”
자신하는 모습의 레이를 보고 친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사촌이라는 이름으로 묶여있는 형들에게 안내해 달라고 해야 하나 고민했던 것들을 다 제쳐두었다.
최악의 경우 한 번 본 사이지만 소니에게까지 연락해야 하나 했던 것들까지 모두.
그렇게 도착한 인천공항에는 오밀조밀한 근육이 인상적인 여자가 서있었다.
“처음 보지. 여긴 수아언니.”
“안녕하세요. 정수아라고 합니다.”
정수아의 인사에 가장 빠르게 반응한 사람은 제니퍼였다.
“아 레이한테 이야기는 많이 들었어요. 제니퍼 하에요. 아직 한국어가 서툴러서 영어로도 괜찮죠?”
“아 괜찮습니다.”
“안녕하세요. 하인수라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인수 아빠인 하재일입니다.”
그렇게 만난 정수아는 할아버지와 할머니께 인사를 드리고 난 다음날부터 서울 구석구석을 직접 안내했다.
당연히 레이는 정수아와 죽이 맞아 즐거워하고 있었고 따라다니기만 했던 인수는 공포에 질린 얼굴로 변했지만.
“네가 한국에서 먹은 것도 엄청났는데.”
“엄청나긴 수아언니가 더 맛있는 것도 많다고 다음에 또 오라고 했는데.”
아버지 덕에 인수도 한식을 즐겨 먹었고 레이도 인수의 집에서 한식을 많이 접했기에 수아가 안내한 맛집들을 능숙하게 즐겼다.
물론 한식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유명하다는 일식, 중식, 양식을 가리지 않고 다녔기에 영국의 입맛에 길들어져 있던 두 사람에게는 모든 음식이 맛있었다.
“내년에 다시 가자.”
인수는 레이의 얼굴을 본 순간 내년을 약속했다.
내년에는 큰 이벤트가 없는 이상 에디까지 함께 갈 수 있으니 자신도 더 편할 것이라 생각하며.
“으 내년까지 참아야 하다니, 수아언니한테 영국 들어올 때 맛있는거 많이 가져오라고 해야겠다.”
레이는 입맛을 다시며 아쉬움 그득한 얼굴로 차에 올랐다.
“그래서 재미있었어?”
에디는 에이전트 계약을 위해 만난 자리에서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시험이 끝나자마자 인수와 레이는 한국으로 떠났고 에디는 월드컵을 위한 사전소집이있었다.
세인트 조지 파크에 도착한 에디와 선수들은 램파드감독에 의해 SAS 훈련시설로 끌려갔다.
2박 3일간의 지옥 같은 훈련 후 다시 세인트 조지 파크로 돌아간 선수들은 일주일 동안 훈련을 빙자한 정신교육 후 겨우 휴가를 받을 수 있었다.
인수가 처음 소집되기 전이라고 알았던 에디의 시간이 훈련 중 휴가란걸 처음 안 순간이었다.
“재미는 무슨 목줄에 묶인 개처럼 끌려 다녔어.”
인수는 10일 동안 끌려 다닌 기억이 났는지 얼굴을 잔뜩 찌푸렸다.
“신혼여행 갔다 왔으면서 그렇게 얼굴을 찌푸려.”
에디는 인수의 얼굴을 보고 언제 삐져있었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작년 어머니들과 레이와 함께 런던 뉴 본드 스트리트에 갔을 때 고생했던 표정에서 두 배 더 찌푸린 얼굴이 어떤 상황이었는지 충분히 짐작이 갔다.
“내년에 또 간다니까 그때는 같이 가자.”
“죽으려면 혼자 죽어. 왜 나를 끌어들이려는데.”
에디는 한국에서 맛본 음식들을 또 먹고 싶긴 했지만 인수의 얼굴을 보고 가야 할지 고민했다.
“갈 거잖아. 그렇지? 에디 너도 한국 다시 가고 싶어 했잖아.”
인수와 에디가 티격태격하고 있을 무렵 사무실의 문이 열리고 리처드와 부모님들과 함께 다른 남자들이 들어왔다.
“여긴 너희들의 에이전트를 맡이 줄 토머스 랭커리지다. 다들 이름은 들어본 적 있지?”
리처드가 소개하는 토머스 랭커러지는 시사에 관심이 없는 인수와 에디도 들어본 이름이었다.
귀족의 나라 영국이라고 하면서도 진짜 귀족은 6천만이 넘는 인구를 가진 영국에서도 2천명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그런 귀족 중에서도 세습되는 귀족은 800명이 안됐고 이는 영국에서도 최고의 명예를 누렸다.
그런 이들은 모두 자신이 귀족인 것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살았는데 토머스 랭커러지는 자신에게 세습될 귀족 작위를 거부했다.
귀족의 의무라고 할 수 있는 군복무까지 마치고 난 후에 선언했고 변호사시험을 보고 난 후 자신만의 에이전시를 차렸다.
현재 영국은 물론이고 유럽에서 열손가락 안에 드는 에이전시 중 하나를 운영하고 있는 이가 토머스 랭커러지였다.
“예전부터 만나고 싶었습니다. 토머스 랭커러지라고 합니다.”
랭커러지는 정중하게 인사하며 명함을 꺼내 두 사람에게 건네주었다.
“아. 네. 안녕하세요.”
인수와 에디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인사하고 랭커러지가 내민 명함을 조심스럽게 받았다.
영국에 사는 동안 귀족을 만나는 것은 처음이었다.
더군다나 이렇게 가까이에서 이야기하는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서라고 불러야 하나.”
“바보야 서는 일반 기사를 부를 때 말하는 거고. 로드일걸.”
랭커러지는 두 사람을 보고 흐뭇하게 미소를 지었다.
“이미 귀족가에서 내쳐진 몸이에요. 그러면서 성도 바꿨고. 그냥 편하게 부르면 되요.”
“아 네. 감사합니다.”
“이미 부모님들과 리처드씨에게는 설명했지만 앞으로 저희 에이전시에서 두 분을 케어할 겁니다. 우선 에디군은······.”
“와.”
“와.”
에이전시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온 두 사람은 에디의 방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며 감탄사만 내뱉었다.
“와.”
“와.”
한참을 더 그런 상태였던 두 사람은 동시에 누웠던 몸을 일으켰다.
처음 에이전시의 이름을 듣고 갈때까지만해도 에이전시에 소속된 에이전트를 만나는 것으로 알았다.
그런데 그 에이전시의 대표가 직접 두 사람에게 올 줄은 몰랐고 그 에이전트가 축구계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면 더욱.
“그 분이 우리를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었다고 했어.”
“그래. 더더욱 활약할 수 있는 선수라고 했고.”
“아무생각 하지 말고 축구만 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고 했고.”
“구단하고 협회하고의 일도 다 맡아준다고 했지.”
“우리 잘되는 거 맞지?”
“아마도.”
처음 에이전트다운 에이전트를 만난 두 사람은 밥도 먹지 않고 대화를 이어나갔다.
다른 에이전트도 마찬가지였겠지만 처음 두 사람을 맡은 에이전트가 리처드였다.
그 동안 많은 선수들의 에이전트를 해왔다고 하지만 리처드는 전문 에이전트가 아니었다.
더군다나 10년 동안 현장을 떠나 있으면서 현재의 상황을 전혀 몰랐기에 구단과의 일에만 집중했기에 두 사람이 느끼는 차이는 엄청났다.
“아 맞다. 너 내일 다시 입소한다고 하지 않았어?”
“응. 내일 입소해서 한 달 동안 훈련한 다음 월드컵이 열리는 스페인으로 이동해서 적응훈련하지.”
“나도 다음 주 입소인데. 세인트 조지 파크에서 만날 수 있겠네.”
“와 또 봐야 되네.”
“그래서 싫어?”
“아니 좋아서. 너무 좋아. 이 지겨운 놈아. 근데 다음 주라고? 미리 명복을 빈다. 크레딘힐의 아름다움을 뼛속까지 느껴 봐.”
“설마 우리도 간다고?”
“응. 전통이래.”
어느 순간부터 국가대표가 소집되면 필수적으로 거치된 곳이 크레딘힐이었다.
SAS특수부대의 본부가 있는 곳으로 가서 극기훈련을 하는 것이 전통으로 이어졌다.
처음에는 해병대훈련소에서 하던 훈련이 어느 순간 특수부대에서 하는 것으로 바꿨지만 우승을 하지 못한 협회에서 저지른 일이라는 소문이 돌 뿐 정확한 이유는 아무도 몰랐다.
“갑자기 가기 싫어졌어. 나 안가면 안 되나?”
“어차피 국가대표가 되면 가야하잖아. 국가대표는 4박 5일로 간데. 나도 처음에는 어리둥절했는데 같이 있던 애들이 그러는데 연령이 올라가면 훈련기간이 더 길어진다던데.”
“아. 더 가기 싫어졌다.”
다큐프로그램에서 특수부대의 훈련을 보여주는 프로그램들이 있었다.
처음 특수부대원들이 나왔을 때에는 멋져보였지만 그 사람들이 하는 훈련을 보고서는 소름이 끼쳤다.
사람이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할 수도 없는 훈련을 소화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부상을 당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뜻하지 않은 부상으로 특수부대에서 은퇴하는 사람들이 나오는 장면에서는 다큐를 보는 시청자들이 모두 울었다는 전설의 프로그램이 있었다.
그런 사람들이 훈련하는 곳이 크레딘힐이었다.
“행운을 빈다. 브로. 올림픽대표팀은 3박 4일이래.”
“야 내가 왜 또 여기 와있어?”
에디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크레딘힐로 가는 버스에 앉아있었다.
“왜긴 너도 뽑혔으니까 그렇지.”
“난 분명 월드컵에 대비해서 훈련하고 있어야 하는데.”
크레딘힐로 가는 버스는 다들 긴장감에 쌓여 조용했기에 에디와 인수의 목소리가 울렸다.
인수를 제외하고는 연령별 대표팀을 거쳤기에 한두 번은 크레딘힐의 경험이 있었다.
그렇기에 다들 긴장하며 조용했는데 이질적인 목소리가 램파드의 귀에 들렸다.
처음 인수만 데려가려고 했던 올림픽대표팀이었지만 소튼의 리그 38라운드 브렌트포트와의 경기를 보고 에디를 추가로 합류시키겠다고 마음먹었다.
아직 다 자라지 않은 에디였지만 전후반 90분을 모두 소화한데다 거칠게 나오던 브렌트포트에 맞서 끝까지 뛰었다는 점에 가산점을 부여했다.
물론 아직 최종명단이 발표된 것은 아니기에 더 지켜볼 생각을 했다.
“에드워드. 이번 훈련이 끝나면 다시 U-17로 갈거야. 거기서 대회 끝나면 다시 올림픽대표팀으로 올지 안 올지는 너에게 달렸고.”
“알겠습니다.”
에디도 램파드가 자신에게 기회를 주는 것임을 알기에 얌전히 대답하고 입을 다물었다.
그렇게 도착한 크레딘힐에는 이미 올림픽대표팀을 맞이할 준비가 끝나 있었다.
처음 축구협회에서 부대로 연락이 왔을 때 담당자는 망설였었다.
그 전까지 해병대 훈련캠프에서 진행했던 것으로 기사를 통해 접했었다.
그러나 이곳의 훈련장은 해병대에서 진행하는 훈련캠프와는 전혀 다른 전문적이고 난이도도 높았기에 몸값 높은 프로축구선수를 훈련생으로 받는 것을 생각하기 어려웠다.
그런 담당자의 고민은 축구에 미친 사령관의 지시로 바로 긍정의 대답을 협회로 보냈다.
다만 훈련 중 부상을 당하면 부대에 아무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첫 번째 훈련을 했고 그 해 잉글랜드축구팀은 유로 결승전에 올랐다.
비록 아쉽게 네덜란드에게 우승컵을 내주긴 했지만 협회에서는 군대식 훈련이 통한다는 증거라고 생각했기에 두 번째, 세 번째 계속 훈련을 진행해왔다.
처음 국가대표의 훈련으로 시작했던 것이 점점 연령별 대표팀까지 확대됐고 이제는 잉글랜드 축구대표팀의 전통처럼 이어졌다.
“다들 잘 오셨습니다. 각자 주어진 옷으로 갈아입고 이곳에 정확히 20분 후까지 집합합니다.”
계급장도 붙어 있지 않는 모자를 쓴 군인의 말이 끝나자마자 선수들은 자신의 이름이 써져있는 옷을 집어 들고 막사로 뛰어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