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그를 지배하는 축구천재-37화 (37/200)

〈 37화 〉 036.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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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36리그가 끝나고 선수들에게는 휴가가 주어졌다.

38라운드가 끝난 다음날 소튼은 선수단을 공식 해산했고 다음 시즌이 시작하기 전 7월 중순까지의 긴 휴가였다.

물론 선수마다 개인적인 시간을 보내는가 하면 구단에서 요청하는 공식 일정을 소화하기도 했고 개인훈련을 이어가는 선수들도 있었다.

그런 계획들은 선수들과 에이전트간의 협의를 통해 이루어지지만 인수에게 그런 스케줄을 관리해 줄 에이전트는 없었다.

아니 리처드라는 인격적으로 훌륭한 에이전트가 있긴 했지만 체계적인 스케줄을 관리 할 만한 인력이 부족했기에 새로운 에이전트를 찾는 것도 인수가 해야 할 일이었다.

“그런데 너희는 왜 여기 있어?”

인수는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있다 복잡한 머리를 식히려 노트북으로 바둑사이트에 접속해 바둑을 두었다.

시즌 중에도 일주일에 두세 번은 대국을 했기에 9단을 유지하고 있었고 여름 휴식기에는 하루에 한번은 대국을 가지기로 결심했었다.

물론 기회가 닿아야 하겠지만 프로들에게도 지도대국을 받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지만 쉽게 오는 기회가 아니었다.

그렇게 바둑을 두고 있을 때 에디와 레이가 찾아왔는지 침대에 기대어 이야기하고 있었다.

“왜 있긴. 같이 밥 먹으려고 왔지. 아직 밥 안 먹었지. 가자.”

에디는 고개를 든 인수의 어깨를 쳤다.

그동안 컴퓨터에서 새로운 대국신청이 왔지만 친구들을 위해 거절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래. 가자. 그런데 넌 발이 왜 그래?”

인수는 짧은 반바지를 입은 레이의 긴 다리 끝에 붕대가 감겨 있는 것을 보고 놀라 물었다.

“감긴 붕대 보면 몰라? 다쳤지. 크크크.”

“넌 친구가 다쳤다는데 웃고 있어? 어쩌다 다쳤는데?”

인수는 레이의 곁으로 다가가 ‘부축해줄까?’, ‘조심하지 그랬어.’, ‘아프지는 않아?’라고 빠르게 물었다.

레이도 그런 인수가 싫지 않았기에 괜찮다고 하면서도 부축을 받았다.

“에휴. 짝 없는 사람 서러워서 살겠어? 게임기 받다가 놓쳐서 다쳤는데도 저렇게 챙겨주는 남편도 있고.”

“그러게 내가 그렇게 소개시켜줬는데 다 차였잖아. 잘하지 그랬어.”

레이는 빈정대는 에디의 엉덩이를 찼다.

“다 맘에 안 들었어. 그리고 차인 거 아냐. 내가 찬 거지.”

“에구. 그랬어요? 그래서 미첼한테 에프터 신청했다가 대차게 까였어요? 참 잘 찼어요. 그리고 아가사도······.”

“그만. 그만해. 내가졌어. 내가 잘못했어.”

레이는 에디에게 간단하게 항복 선언을 받고 의기양양하게 고개를 치켜들었다.

“그런데 너 대표팀 소집된다고 하지 않았어?”

“남편도 다리 다쳐서 대표팀이 취소됐는데 와이프도 마찬가지지.”

레이에게 물었던 답은 에디에게서 나왔다.

“수아언니가 여필종부라고 했어. 당연한 거래.”

레이는 레딩에서 뛰고 있는 정수아와 많이 친해졌는지 전화를 할 때도 정수아의 이야기를 많이 했다.

“여필종부가 뭐야? 하인스 넌 알아?”

에디는 처음 듣는 한국어가 낯선지 어색한 발음으로 따라해 보고 인수에게 물었다.

“몰라. 여필종부? 여자 뭐 그런 이야기인가.”

“에헴. 부인은 남편을 따라간다. 뭐 그런 뜻이래. 부부는 서로 닮는다. 뭐 그런 종류의 말이래. 한국어에는 재미있는 말이 많은 것 같아.”

인수와 에디는 좋은 뜻이라고 하니 그런 가부다 하고 넘어갔다.

“아 그리고 한국은 치안이 너무 좋데. 카페에 지갑하고 핸드폰, 노트북을 놓고 화장실을 가도 되고 한 시간을 나갔다 와도 그대로 있데. 하인스 정말 그래?”

“나라고 뭐 알겠어? 한국에 가도 겨우 할아버지집에만 갔다 오는데. 궁금하면 같이 가보자.”

“그래. 올해도 가지?”

“몰라. 아마 가지 않을까? 매년 여름에 갔다 왔으니까.”

“야 니들끼리 이야기는 둘만 있을 때 하라고.”

어느새 대화에서 소외된 에디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너도 같이 가.”

“안 돼. 에디는 월드컵에 나가야 하는 귀한 몸이라고. 여름에 시간 없어.”

인수는 레이의 말을 단호하게 잘랐다.

“그래. 난 월드컵이나 나갈 테니 너희는 신혼여행이나 갔다 오라고.”

“이 형님이 다 너를 위해 하는 말이잖아. 나는 아직 가보지도 못한 대표팀도 가고 부럽다.”

“우리 하인스는 올림픽대표팀 가잖아. 언제 가는데?”

“밥 먹자. 배고파. 아빠가 식당으로 오래. 고생했다고 맛있는 거 해준댔어.”

에디는 말이 길어지자 대화를 끊었다.

“그래. 오랜만에 아저씨 밥 좀 먹어보자.”

인수는 다음을 기약하고 레이를 부축하며 택시에 올랐다.

오늘도 만석인 폴앤에니에 들어선 세 사람은 입구에 걸린 사진을 보고 깜짝 놀랐다.

입구에 들어서는 오른쪽은 에디가 땀을 흘리며 뛰어가는 생생한 사진이 왼쪽은 인수가 손가락을 올리며 공을 잡고 있는 사진이 크게 걸려있었다.

구단 라커룸에 가는 길에 걸린 사진만큼이나 큰 크기였기에 놀라움을 넘어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부끄러웠다.

“이 녀석들. 왔어? 어때? 멋지지.”

에디의 아버지인 폴은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세 사람과 두 사진을 번갈아보았다.

“아빠. 이거 뭐에요?”

에디는 부끄러운지 고개를 들지도 못하고 손가락질로 자신의 사진을 가리켰다.

“단골손님 중에 프리랜서 사진기자가 있는데 엄청나게 잘 찍힌 사진이 있다고 하잖아. 그래서 내가 일주일간 런치를 대접하는 대가로 받았지. 하인스도 잘 안다고 하니 저 사진까지 주더라고. 그래서 바로 걸었지.”

폴앤에니의 런치를 생각하면 상당히 비싼 값을 주고 산 사진이었지만 폴은 스스로 만족했다.

“창피하잖아요.”

“창피하긴 들어오는 사람마다 다 물어봐서 내 아들이고 아들 친구라고 자랑하는데 다들 단골이 되겠다고 하던데. 말 나온 김에 사진에 사인이라도 하자. 너희 사인 있지?”

인수와 에디는 나중을 위해서 어린 치기에 사인을 만들고 연습을 한 적이 있었다.

그 후 되도록 팬들과 만나지 말라고 하여 연습한 것이 소용없었지만.

“있긴 있어요.”

“무슨 사인이야. 배고파. 밥 줘요.”

“좋아. 사인하면 내가 특제 랍스터버터구이 해주마. 어때?”

폴의 말에 인수는 당장 사인펜을 달라고 요청했다.

뒤에 가만히 서있던 레이도 에디의 등을 두드리며 사인을 하라는 무언의 압력을 넣었다.

“폴앤에린의 특제 랍스터버터구이면 100장도 해 드릴 수 있어요. 헤헤.”

폴앤에린에서 가장 비싸면서도 잘 팔리는 메뉴. 자주 가는 식당이었지만 실제로 먹어본 것은 두어 번 밖에 없었기에 인수는 군침을 흘리며 사인했다.

“야, 주방에 가서 빵 좀 더 받아오면 안돼?”

벌써 3번이나 받아 온 빵이었지만 이미 바닥이 난지 오래였다.

“설거지 안 해도 될 정도로 반짝이는데 뭘 더 찍어먹겠다고 빵을 달라고 해.”

“여기 오일 묻어 있잖아. 빵으로 싹싹 긁어 먹어야지. 무려 랍스터버터구이에서 흘러나온 오일인데.”

“그래. 빨리 가져와. 빨리.”

인수에 이어 레이까지 에디를 재촉했다.

한창 크는 나이이기도 했고 셋 다 축구를 하기에 먹는 양이 많았다.

“그래. 아직 배부르지도 않는데 더 먹어야지.”

에디는 주방으로 가서 커다란 바구니에 빵을 가득 담고 빵에 바를 수 있는 버터와 소스들을 움큼 들고 왔다.

세 명은 바닥에 묻은 오일까지 빵으로 싹싹 긁어 먹고 나서야 의자에 기대앉았다.

“아 배부르다.”

“그러게 배부르네. 이제 뛰어야 하나.”

“그래야지. 먹은 양을 생각해보니 오늘은 하루 종일 뛰어야 할 수도 있겠는걸.”

식사 후 잠시 쉬었다가 운동하는 것은 브리지가 항상 강조했었다.

아무리 피곤하더라도 밥 먹고 눕지 말고 반드시 30분 후에는 러닝을 하도록 버릇을 들였다.

“레이. 뛸 수 있어?”

인수는 레이의 발목을 감은 붕대를 보고 물었다.

“천천히라면? 러닝은 지금도 하고 있으니까.”

이미 회복하고 붕대를 풀고 다녀도 됐지만 인수에게 보여주기 위해 붕대를 묶고 나왔기에 레이는 씩 웃으며 대답했다.

“그럼 30분 후까지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모이자. 오랜만에 같이 뛰네.”

레이가 레딩으로 가고 난 후 함께 러닝을 한 기억이 몇 번 되지 않았다.

레이가 주말마다 집에 오긴 했지만 주말에는 거의 시합이 있어 잠시 얼굴을 보는 것이 다였다.

“그래. 그럼 나부터 내릴게. 옷 갈아입고 너희들 집으로 갈게.”

레이는 택시에서 내려 집으로 들어갔다.

“빨리 나와라.”

곧이어 도착한 둘은 서로의 집으로 천천히 들어간 후 재빨리 방으로 올라가 옷을 갈아입었다.

“1등.”

“내가 1등.”

거의 동시에 현관문을 열고 나온 둘은 서로 1등이라며 다퉜다.

“아직도 애냐. 너희 이제 프리미어리그의 선수라고. 품위를 지켜.”

어느새 도착했는지 레이가 가벼운 차림으로 둘의 앞에 나타났다.

“오늘은 서로 경쟁하지 마. 천천히 뛰는 거야. 따라해. 천천히 뛰자.”

“천천히 뛰자.”

“천천히 뛰자.”

“경쟁이 아니다.”

“경쟁이 아니다.”

“경쟁이 아니다.”

“좋아. 그럼 가자.”

레이는 둘에게 단단히 다짐을 받고 앞서 뛰었다.

둘에게 맡겨 두었다가는 러닝이 아니라 스프린트가 되어 버리니 레이가 따라갈 수 없었다.

더군다나 다리를 다치고 난 후 러닝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달리기가 빠른 두 사람을 쫓아가기 힘들었다.

“저렇게 뛰는 것도 오랜만에 보네.”

“꼬맹이였던 애들이 어느새 커서 세인트의 주전이 되어 있어.”

“하인스, 에디, 레이. 돌아가는 길에 들려. 사과잼 나눠 주마.”

소튼 교외에 있는 전원마을이다보니 마을에 거주하는 주민 대부분이 은퇴한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이 많았다.

그래서인지 점심을 먹고 햇볕에 나와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자신들이 어렸을 적부터 응원해 주던 분이어서 모두 안면이 있었다.

“감사합니다. 운동 끝나고 들릴게요.”

“앞보고 뛰어. 넘어질랴.”

“네. 감사합니다.”

한참을 뛰던 아이들은 반환점인 브리지의 집에 도착했다.

소튼의 작은 마을이라고 하지만 전부 전원단지로 구성되어 있어 마당이 넓은 집들이었기에 인수의 집에서 브리지의 집까지의 거리도 한참이었다.

“웨인.”

“웨인 뭐해요?”

인수와 아이들이 정원을 지나 문을 직접 두드리니 그때서야 곱슬머리를 긁적이며 브리지가 나왔다.

“점심시간이 훌쩍 넘었는데 아직까지 자고 있었어요? 또 게임했죠?”

레이는 기름기 가득한 브리지의 머리카락을 보고 얼굴을 찌푸렸다.

“레딩에 있어야 할 네가 여기 왜 있어. 아직 학기 안끝났잖아.”

“오늘 일요일이라구요. 요일도 잊어버리고 살아요?”

“네가 내 마누라야? 마누라도 안하는 잔소리를 왜 너한테 들어야 되는데.”

런던에서 사업을 하는 프랭키덕에 원하는 홀아비생활을 하고 있는 브리지였다.

“저번에 프랭키가 웨인을 좀 잘 살펴달라고 했다고요. 막중한 임무를 받은 나한테 그럴래요? 전화할까요?”

런던에서 여성의류사업을 하던 프랭키도 세 아이들을 귀여워해 레이에게는 옷도 자주 보내주고 있었다.

“아냐. 아냐.”

브리지는 핸드폰을 꺼내려는 레이의 손을 막았다.

“그런데 오늘 웬일이야. 훈련하는 날 아니잖아.”

“점심을 너무 거하게 먹어서 러닝 중이었죠. 보면 알잖아요.”

“그래. 니들 맘대로 뛰고 난 더 자마.”

브리지는 더 이상 귀찮게 하지 말라는 듯 문을 쾅 닫고 집으로 들어갔다.

“그냥 가자.”

세 사람은 왔던 길을 그대로 돌아 각자의 집으로 향했다.

“어 아빠가 이 시간에 집에 웬일이세요? 무슨 일 있어요?”

집으로 돌아와 샤워를 하고 나오니 주말도 없이 늦게 퇴근하던 재일이 소파에 앉아있었다.

“인수야 여기 앉아 봐.”

재일은 인수가 씻고 나오길 기다렸는지 아직 식지 않는 커피를 앞에 두고 인수를 불렀다.

재니퍼도 재일의 옆에 앉아 있었기에 인수도 두 사람을 마주보고 조심스럽게 앉았다.

“아빠 오늘부로 은퇴하기로 했다.”

재일은 목소리를 나지막하게 깔고 선언했다.

“은퇴라뇨? 망했어요?”

인수도 재일이 사업을 크게 하고 있다는 건 알았다.

그렇기에 자신이 이렇게 좋은 집에서 하고 싶던 축구를 마음껏 하도록 지원할 수 있었다.

“망하다니. 아 나. 너는 이 아빠가 망했으면 좋겠어?”

“애는 아빠한테 망했냐니. 무슨 말을 그렇게 해.”

“아니 그렇잖아요. 아직 은퇴할 나이도 되지 않았는데 갑자기 은퇴한다고 하니까 그렇죠. 그리고 이제 아빠 망해도 되요. 나 이제 돈 벌어요. 엄마한테 통장 있으니까 그걸로 먹고 살 수 있어요.”

인수는 의기양양하게 대답했다.

“어휴. 됐다. 그냥 내가 사업하는 지분을 전부 힐에게 넘겼어. 이제 네 말대로 너도 돈을 버니까 난 네 엄마랑 여행도 다니고 네 경기도 보고 그러려고. 집을 자주 비우긴 하겠지만 너도 다 컸으니 괜찮지?”

“네? 아빠하고 엄마 인생 사시면야 좋죠. 근데 힐 아저씨는 괜찮데요?”

“뭐 모르는 사람에게 넘기는 것보다는 ······. 그것보다 학교는 언제까지 다녀야 하는 거야?”

처음 힐과 은퇴문제를 상의했을 때 힐의 반발은 엄청 났다.

스코틀랜드에서 회사를 다닐 생각이었던 힐을 소튼까지 끌고 내려왔으면 책임을 져야 하는 거 아니냐는 말부터 네가 빠지면 개발에 차질이 온다는 말까지.

힐을 설득하는데 들어간 시간만 한 달이 넘게 걸렸고 이제 모든 처리가 끝나 인수에게 말을 했다.

“다음 주에 졸업시험을 봐요. 그리고 나면 학교에 더 이상 나가지 않아도 되요. 6월 중순에 있을 졸업식에는 참석해야겠지만요.”

“그럼 졸업시험 끝나면 한국에 들어갈까? 이번에는 좀 오래 있었으면 하는데.”

“레이가 같이 가도 되요? 에디는 한국을 가봤지만 이번에는 월드컵 때문에 같이 못가고 레이는 같이 가고 싶어 해요.”

“그래? 상관없지. 제시하고 연락해서 허락하면 같이 가는 걸로.”

제니퍼는 레이와 같이 간다는 말에 레이의 엄마가 허락만 하면 같이 가도 좋다고 했다.

“아 그리고 아빠. 리처드씨가 연락 좀 해달라고 하던데요. 에이전트 문제로 상의 드릴 것이 있데요.”

“알았다. 올라가서 쉬어.”

“네. 바둑 몇 판만 두고 잘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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