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그를 지배하는 축구천재-36화 (36/200)

〈 36화 〉 035.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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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패스였어.”

코룸은 골라인을 벗어나는 공을 보고 아쉬워했지만 이내 마음을 추스르고 인수에게 다가왔다.

스트라이커라고 하지만 모든 패스를 골로 연결할 수 없는 법이었다.

“또 패스해 줄게요.”

인수 역시 누구보다 안타까워하고 있을 코룸의 마음을 알았기에 담담하게 대답했다.

초반에 모든 것을 걸었던 브렌트포트를 완전히 무너뜨릴 수도 있는 찬스였기에 소튼의 선수들 표정에서 진한 아쉬움이 묻어났다.

“자자. 힘내요. 또 하나 만들면 돼.”

인수는 브렌트포트의 빠른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힘차게 외치며 뒤로 물러섰다.

소튼의 선수들은 지금 가장 아쉬워할 사람이 격려하자 아쉬웠던 표정이 사라지고 전투적으로 변했다.

상대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욱 거칠게 나왔지만 그래봐야 강등을 앞둔 팀이었다.

우리는 우리의 플레이만 하면 됐다.

“하나 더 가자.”

어느새 분위기에 휩쓸린 에디가 어린티를 못 벗은 목소리로 크게 소리쳤다.

에디의 목소리는 메리즈를 꽉 채운 관중석까지 전달됐고 관중석에서는 ‘원모어 보이. 원모어 보이’라는 구호가 널리 퍼졌다.

“꼬맹이 네 별명이 원모어 보이가 되겠는데.”

존은 경기장을 가득 매운 원모어 보이라는 소리에 에디에게 다가와 조용히 속삭였다.

“바보 존. 조용해. 경기 끝나고 보자.”

에디는 바로 대꾸하려고 했지만 브렌트포트의 골키퍼가 수비수에게 공을 연결하는 것을 보고 자신의 자리로 뛰어갔다.

“천천히 정확하게 밀어붙여. 아직 0대0이야. 아직 살아 있잖아. 죽을 듯이 뛰어.”

브렌트포트의 감독은 사이드라인까지 나와 선수들을 독려했다.

부심이 다가와 막지 않았더라면 경기가 끝날 때까지 서서 독려할 분위기였다.

“천천히 가자. 감독님 말대로 우리 아직 살아 있잖아. 빈자리를 찾아 들어가.”

챔피언십 우승보다 어렵다는 6등을 기록하고 토너먼트를 통해 프리미어리그로 승강한 팀의 선수들답게 투지가 살아있었다.

빈자리를 찾아 활발하게 움직이는 선수들을 쫓아다니다보니 자연스럽게 빈공간이 발생했고 브렌트포트의 공격진들은 이 틈을 놓치지 않았다.

“린네스 나가지마. 자리 지켜.”

미콜레코는 빈 공간에 브렌트포트의 선수가 침입하자 반응적으로 나가려고 하는 린네스를 붙잡았다.

저 자리에서 무서운 것은 중거리슛보다 페널티라인으로 침입할 상대 공격수였으며 스루패스나 로빙패스였다.

아직 경험이 부족한 린네스에게 모든 것을 가르쳐줄 수는 없었고 적극적인 움직임을 자제시키는 것이 최선이었다.

“8번이 침입할 수도 있어. 8번 마크해. 알았지.”

미콜레코가 전부 가르쳐주지 못한 것은 파트너로 나온 파바르의 몫이었다.

이제 30대가 되어버린 나이 탓인지 전 경기 출장이 부담스러웠다.

이는 오랜 파트너였던 비크도 마찬가지였기에 누군가가 자신들의 뒤를 받쳐주어야 했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선수가 린네스였기에 파바르와 비크는 훈련 때마다 같이 붙어 경험을 전수했다.

“반칙 조심해.”

지난 두 경기 린네스가 위험지역에서 한 반칙만 5개였다.

그 중 한 개는 페널티킥이었기에 반칙을 조심시켰다.

“네.”

린네스의 대답을 들은 파바르는 자신이 맡아야 하는 선수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비록 공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지만 언제든지 위험지역으로 침투해 골을 넣을 수 있는 선수였다.

삑.

모두 자신이 맡은 선수들에게 집중하고 있을 때 주심이 짧게 휘슬을 불었다.

순간 모든 선수들의 시선이 주심이 뛰어가는 곳으로 몰렸고 그 자리에는 린네스에게 걸려 넘어진 브렌트포트의 선수가 보였다.

페널티아크 오른쪽. 골대에서 약간 멀어 보이긴 했지만 충분히 위험지역이었다.

“괜찮아. 스크린 짜. 충분히 막을 수 있는 거리야.”

피드백은 경기가 끝난 후에 해도 충분했다.

미콜레코는 두 손을 입에 모으고 선수들을 일일이 움직여 스크린을 조정했다.

브렌트포트의 선수들도 소튼의 스크린을 어깨로 밀며 자리를 잡으려했지만 소튼의 선수들은 꿋꿋이 버텼다.

텅.

주심의 휘슬과 함께 찬 공은 미콜레코의 손이 닫지 않는 곳으로 날았지만 골포스트를 맞고 크게 포물선을 그리며 관중석으로 들어갔다.

“급할 것 없잖아. 천천히 가.”

미콜레코는 볼보이가 던져주는 공을 일부러 놓친 후 천천히 공을 주우며 소리쳤다.

의도적으로 행하는 시간끌기였지만 아직 전반전이었고 허용범위 내의 플레이였다.

양 팀이 모두 결정적인 찬스를 놓치고 경기가 진행됐지만 득점 없이 전반이 종료됐다.

“아직 체력은 충분하지. 오늘 우리의 목표가 뭐야.”

“이기는 겁니다.”

“반드시 이겨야죠.”

하프타임 라커룸으로 돌아온 브렌트포트 선수들은 편하게 앉은 채 감독의 말에 경청했다.

프리미어리그에 잔류하느냐 그렇지 않으면 다시 챔피언십으로 떨어지냐에 따라 중계권수입의 격차는 엄청났다.

강등되고 나서도 3년간 보조금이 주어진다고 하지만 언제 다시 프리미어리그에 올라갈 수 있을지 알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브렌트포트의 구단주는 이번 경기 승리 시 거액의 보너스를 약속했었다.

“그런데 그렇게 신사적으로 게임해?”

전반 소튼의 반칙 수는 6개, 브렌트포트의 반칙 수는 4개에 불과했다.

소튼의 반칙이 많지만 중요한 순간마다 적절하게 반칙으로 흐름을 끊어 준 것이 아직 0:0의 스코어를 유지하게 만들었다.

반면 브렌트포트의 반칙은 롱볼로 넘어오는 공을 잡기 위해 자리를 잡다 저지른 반칙들이었기에 신사적으로 게임한 것은 아니었다.

“시즌 마지막경기야. 이번 라운드에서 엘로카드를 받는다고 해서 페널티가 없어. 최선을 다해. 최선을 다 하면 이길 수 있어.”

선수들은 감독의 말에 주먹을 쥐었다.

“경기 종료 휘슬이 불리면 그때 가서 눕자. 그때까지는 죽어라고 뛰자고.”

경기 시작 전 기도를 맡았던 험프가 다시 한 번 선수들의 전의를 불태웠다.

“다들 오늘 미콜레코의 마지막 경기인 것은 알고 있지. 웃으면서 보내줘야지.”

캐러거는 전반을 마치고 라커룸으로 돌아온 선수들의 체력을 보충시켰다.

“미콜레코. 웃으면서 가야지. 후반도 잘 부탁한다.”

“네 감독.”

“존. 위치를 잡으면 밀리지 마. 너보다 다 작은 애들이잖아. 허리를 낮추고 밀리지 마. 버텨. 알았지.”

“알겠습니다.”

“에디. 파고들어. 오프 더 볼 상황에서 너보다 빠른 사람은 없어. 그럼 오프 더 볼 상황에서 한발만 더 움직여. 상대 골문쪽으로 알았지.”

“네.”

“하인스.. 전반전에 네가 때린 슈팅의 숫자가 몇 개인지 알지? 0개야. 충분히 능력 있잖아. 보이면 그냥 때려.”

“넵.”

“코룸. 이번 게임에서 20호 골을 기록하고 싶은 마음은 아는데 팀 승리가 먼저잖아. 무슨 말인지 알지?”

코룸은 캐러거의 말에 고개만 끄덕였다.

캐러거는 선수 하나하나에게 그들이 해야 할 플레이를 주지시키고 마지막으로 린네스 앞에 섰다.

“린네스. 어깨 펴. 아직 경험하는 중이잖아. 네 실수쯤은 충분히 감안하고 짠 엔트리야. 자신 있게 플레이해. 다만 조금만 침착하게. 알겠지?”

“네.”

린네스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자식. 힘내. 자신감있게 하라고. 다들 다시 필드로 돌아갈 준비 하자.”

캐러거는 린네스의 어깨를 두드려주고 라커를 나섰다.

“린네스.”

인수는 풀죽어있던 린네스의 어깨를 감싸고 불렀다.

“어? 왜?”

“이거 아무에게도 가르쳐주지 않고 너한테만 알려주는 건데.”

린네스는 인수가 조용히 속삭이며 말하자 고개를 더 숙이며 라커룸 구석으로 향했다.

“손바닥 펴봐.”

인수는 린네스의 손을 잡아당겨 손바닥을 폈다.

“한국에 있는 우리 할아버지가 알려준 방법인데. 이렇게 글을 써서 먹는 시늉을 해봐. 세 번 정도.”

“이게 무슨 글자야?”

린네스는 생전 처음 보는 글자를 적는 인수를 어리둥절한 얼굴로 쳐다보았다.

“한글이야. 한국에서 쓰는 글자. 참는다는 뜻인데 이걸 쓰고 먹는 시늉을 하는 걸 세 번 정도 하면 화가 참아진데.”

할아버지가 알려준 글자는 한문이었지만 인수도 그 글자를 쓸 수 없었기에 친숙한 한글로 써주었다.

쓰기에 어렵지도 않은 글자였기에 몇 번 연습해 본 린네스도 곧 잘 따라썼다.

“이거 효과는 있는 거 맞아?”

“당연하지. 우리 할아버지가 알려준 거라니까.”

“알았어. 지금부터 해볼게.”

린네스는 급하게 글자를 쓰고 입으로 삼키는 시늉을 세 번 했다.

“경기 중에도 틈날 때마다 해. 참는다는 뜻을 꼭 되뇌면서 써서 먹어야 해. 알았지.”

“응.”

15분의 하프타임은 지쳐있던 선수들에게 충분하지는 않지만 다시 뛸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다만 뜨겁게 달아올랐던 몸이 식어 다시 예열할 시간은 필요했기에 싱거울 수도 있는 초반이 지나갔다.

후반 선공을 가져갔던 브렌트포트의 공격이 패스미스로 사이드아웃이 되었고 인수는 전반 초반과 같이 가볍게 공을 돌리며 감각을 끌어올렸다.

“하인스선수를 중심으로 세인트의 모든 선수가 공을 만집니다. 하인스선수를 중심으로 패스를 주고받고 있습니다.”

“현명한 선택 같습니다. 브렌트포트의 선수들이 하프타임 후 감각이 올라오지 않았을 때 무리한 패스플레이를 진행하다 허무하게 소유권을 넘겨주었거든요. 천천히 공을 돌리면서 감각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습니다. 더구나 브렌트포트는 급하거든요. 이번 세인트와의 경기에서 무조건 이겨야 강등을 피할 수 있으니 시간이 흐를수록 초조한 것은 브렌트포트입니다.”

조지는 필드를 보며 자연스럽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소튼의 선수구성에서 베테랑이라 부를 수 있는 선수는 골키퍼를 맡고 있는 미콜레코와 중앙수비수인 파바르와 비크정도였다.

이번 시즌 영입한 코룸과 마크, 빌리가 20대 중후반이었지만 이적생의 한계가 있었다.

그 외에는 거의 20대 초반으로 구성되어 있는 아주 젊은 팀이 소튼이었기에 분위기에 상당히 민감했다.

그런 선수들을 다독이며 분위기를 조율하고 있는 선수가 이제 프리미어리그 데뷔 4개월 차 16살의 인수였다.

“하인스선수 빌리 맥킨리선수 앞으로 공을 찔러줍니다. 브렌트포트의 수비진이 빌리선수를 놓쳤거든요. 빌리 앞으로 나가면서 중앙을 봅니다. 코룸선수와 존선수에게 밀착수비가 붙어 있거든요. 다른 선수들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 선택을 합니다. 그런 빌리에게 수비가 다가옵니다. 뒤로 돌리는 선택을 하는······. 빌리선수의 백패스가 너무 길었어요. 공을 가로채는 스퀄. 스퀄이 달립니다.”

“하인스선수가 빌리선수를 받쳐주기 위해 전진해 있던 상황이었거든요. 빌리선수 너무 급했어요. 주변을 살폈어야 했는데 큰 실수가 나옵니다. 스퀄선수도 빠르고 득점력도 있는 선수거든요.”

“공격 숫자는 셋인데 수비는 둘밖에 없어요. 소튼의 선수들이 복귀하지 못했습니다. 브렌트포트의 완벽한 카운터찬스입니다. 스퀄 오른쪽에 다비드선수에게 패스. 린네스선수 다비드선수의 앞을 막습니다. 린네스 저게 뭐하는거죠? 다비드선수를 눈앞에 두고 손을 자꾸 입으로 가져갑니다. 입술이 간지러운 건가요? 그래도 플레이에 집중해야죠.”

빌리는 린네스가 전반에 했던 실수를 잊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데 린네스가 손바닥을 자꾸 입으로 가져가는 모습을 보고 어리둥절했지만 자신의 역할인 중계를 잊지 않았다.

“다비드선수가 전진하는 만큼 린네스선수도 후진하면서 슛 공간을 내주고 있지 않습니다. 패스를 조심해야 할텐데요. 중앙의 스퀄선수는 파바르선수가 막고 있고 왼쪽은 어느새 달려온 에드워드선수가 막고 있습니다. 에드워드선수 빠른 발을 이용해 수비까지 가담해주고 있습니다. 다비드선수 중앙으로 공을. 아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있던 린네스의 발 끝에 걸립니다. 린네스의 발끝을 맞고 튄 공을 하인스선수가 잡습니다.”

“아 린네스선수 침착하게 잘했습니다. 끝까지 달려들지 않고 대치한 결과가 좋았습니다. 여기서 뚫렸더라면 실점과도 연결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죠.”

“하인스선수 달리기 시작합니다. 두 선수 사이를 뚫고 몸으로 밀어 붙입니다. 카운터에 나섰던 브렌트포트의 선수들이 황급히 복귀하고 있지만 하인스선수 빠릅니다. 다시 막아서는 선수를 오른발 아웃사이드로 돌려 벗겨냅니다. 다시 들어오는 태클을 점프로 뛰어 넘고 어느새 패널티라인까지 전진합니다. 앞에 수비를 두고 그대로 슛. 아. 수비의 발을 맞고 골포스트를 살짝 비켜갑니다.”

“정말 좋은 시도였는데요. 이제와 생각하면 한 번 더 접고 마지막 수비까지 속였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그래도 과감하게 때린 중거리슛이 좋았죠. 이번 경기에서 하인스선수의 첫 슛 아닙니까?”

“아 그렇네요. 하인스선수 전반에 슛을 하나도 기록하지 못했죠. 이번이 첫 번째 슈팅입니다.”

“저런 능력을 가진 선수가 더 과감하게 슈팅을 시도 해야죠. 물론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긴 합니다.”

조지는 인수의 나이를 생각하고 재빨리 칭찬했다.

“주심이 시계를 보기 시작합니다. 양 팀다 좋은 기회가 몇 번 있었지만 다 골로 연결되지는 못했습니다. 브렌트포트의 선수들 끝까지 뛰려고 하는데 다리가 움직이지 않는 모습입니다. 안타깝습니다. 정말 열심히 뛰었는데요.”

“브렌트포트의 선수들은 정말 사력을 다했죠. 그에 맞선 우리 세인트의 선수들도 최선을 다했습니다. 후반에 교체 된 선수들만이 뛰어 다니고 있어요. 그만큼 체력소모를 많이 했다는 거죠.”

후반 45분의 시간이 다 지나고 추가시간도 끝나가자 주심이 휘슬을 길게 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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