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그를 지배하는 축구천재-35화 (35/200)

〈 35화 〉 034.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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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려?”

인수는 굳은 에디의 손을 꽉 잡고 안아주었다.

플레이어 에스코트를 맡은 유스선수들이 신기하듯 보고 있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괜찮아. 뭐하는 짓이야.”

에디는 부끄러운 듯 인수를 떼어내면서도 굳은 얼굴이 풀리지 않았다.

“꼬맹이.”

“뭐······. 아 주장.”

에디는 자신을 꼬맹이라고 부를 만한 이가 존밖에 없었으니 퉁명스럽게 대답하려다 자신을 부른 이가 미콜레코였음을 알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자신이 처음 소튼 유스에 들어왔을 때에도 소튼의 골문을 지키고 있었고 처음 플레이어 에스코트를 맡아 메리즈에 입장할 때에도 주장완장을 차고 있던 사람이었다.

“입장에서 필드에 서면 크게 심호흡을 하고 고개를 둘러 팬들을 봐. 그 사람들이 모두 너를 응원하는 사람들이야.”

“네?”

처음 미콜레코를 만났던 생각에 잠겨있던 에디는 말을 제대로 듣지 못했기에 멍청하게 되물었다.

“악. 뭔 짓이야.”

인수는 오랜만에 주장이 멋진 말을 했는데도 집중하지 못하고 되물은 에디의 엉덩이를 발로 걷어찼다.

“그냥 딱 올라가. 그리고 고개를 돌려서 주변을 살펴. 팬들이 너를 위해 2시간동안 자리에 앉지도 않고 노래를 불러줄 거야. 그리고 넌 그들의 응원에 보답하면 된다고 말씀하시잖아.”

“아. 알았어. 고마워요. 주장.”

미콜레코는 자신의 말에 한참을 덧붙인 인수의 말에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까지는 자신이 주장 완장을 차고 있고 다음시즌에는 위고가 주장을 하겠지만 그 다음에는 소튼 역사상 최연소 주장이 나올 수도 있을 거라 생각했다.

물론 그때까지 인수가 소튼에 남아있어야 한다는 전재가 따랐지만.

“오늘 나의 두 다리에 힘을 주시고 나의 두 눈에 적의 골문만을 보이게 하소서. 세포하나하나에 숨어있는 모든 힘을 오늘 쏟게 하시어 적을 이길 힘을 주소서.”

소튼의 분위기는 새로운 경기가 시작된다는 약간의 흥분과 긴장이 번갈이 존재했다면 브렌트포트의 분위기는 정반대였다.

작년 챔피언쉽에서 6위을 한 후 플레이오프를 거쳐 어렵사리 프리미어리그로 옮겨왔었다.

리그 초반 챔피언쉽에서 1위와 2위로 올라온 두 팀이 돌풍을 일으키며 프리미어리그에 안정적으로 안착한 반면 브렌트포트는 쉽지 않은 한해를 보냈었다.

박싱데이 전만 하더라도 무난하게 안착할 듯한 경기력이었지만 박싱데이의 일정은 겪어보지 못한 살인적인 일정이었다.

주전선수들이 피로로 인해 하나 둘 부상을 당하며 강등 될 위기까지 놓였다.

상대는 유스선수들을 기용하며 다음시즌을 준비하는 소튼이었기에 자신들이 죽을 듯이 뛰면 이길 수 있는 상대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방심하지 않는다는 마음으로 성직자라는 별명이 붙은 험프의 기도로 전의를 다졌다.

“자 입장.”

프리미어리그 38라운드는 동시에 진행됐기에 주심은 축구협회의 일정에 맞춰 필드에 입장했다.

“드디어 리그 38라운드 경기를 위해 선수들이 입장하고 있습니다. 아직 경기가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채팅창이 폭발하네요. 여러분 진정하십시오. 여긴 세인트를 편파중계하는 사이트입니다. 물론 이곳에 오신 분들이 모두 세인트를 응원하시는 건 알고 있습니다.”

편파중계팀이 실시간으로 소통하기 위해 띄워놓은 채팅창은 번리와 왓퍼드의 팬들까지 입장하여 온갖 욕설이 도배되고 있었다.

시즌 마지막 중요한 경기인데 에디와 린네스같은 선수를 내보낸 캐러거감독에 대한 욕설이었다.

번리와 왓퍼드의 경기결과에 상관없이 브렌트포트가 진다면 잔류가 확정되는 상황이었기에 온갖 어그로가 소튼의 채팅방에 몰린 결과였다.

더군다나 기존 소튼의 팬들이 왜 자신의 팀을 욕 하냐며 합세했기에 채팅창은 더욱 악질적으로 변하고 있었다.

“너무 심한 욕설을 하신 분들은 강제 퇴장을 시키도록 하겠습니다. 세인트에 대한 매너를 지켜주시기 바랍니다.”

필립은 어지러운 채팅창을 제작진에게 맡겨버리고 입장하는 선수들을 보았다.

멀리서 봐도 아직 어려보이는 소튼의 선수들. 그리고 굳어있는 표정으로 입장하고 있는 에디의 얼굴이 보였다.

반면 브렌트포트의 선수들의 눈빛은 전쟁에 나가는 전사들처럼 모든 것을 잡아먹을 듯 했다.

제작진이 채팅방을 정리하고 있을 무렵 소튼의 선공이 정해지고 주심의 시작 휘슬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꼬맹이. 하인스가 공을 잡으면 왼쪽 사이드로 죽을 듯이 뛰어. 공이 너에게 오지 않아도 뛰어. 알았지.”

코룸은 센터서클에서 주심의 휘슬을 기다리며 에디를 손짓해 불러 지시했다.

“네? 알았어요.”

에디는 코룸의 지시에 갸우뚱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플레이하면 인수가 어떻게든 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삐익.

통제실과 오랫동안 이야기를 주고받던 주심은 한참 후에서나 길게 휘슬을 불러 경기를 시작했다.

프리미어리그에 소속된 10개 구장에서 동시에 리그 38라운드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센터서클에서 발바닥으로 공을 누르고 있던 존은 코룸에게 가볍게 공을 밀어주고 전방을 향해 달렸다.

코룸 역시 후방에 위치해있던 인수에게 다시 공을 밀어주고 전방으로 몸을 움직였다.

인수가 공을 받았을 때 이미 브렌트포트의 공격진은 인수에게 달라붙었다.

“이크.”

인수는 오른발로 받았던 공을 왼발로 옮기는 것만으로 가볍게 피했다.

공을 뺏기 위해 공격적으로 달려드는 상대 선수들을 보며 천천히 공을 돌리려던 생각을 접고 직접 공을 몰고 브렌트포트의 진영으로 들어갔다.

이미 왼쪽 사이드라인 끝까지 뛰었던 에디는 자신에게 공이 오지 않고 인수가 공을 잡고 있자 다시 호흡을 다듬고 뒤로 물러섰다.

처음 긴장했던 몸은 최고 속도로 달렸기 때문인지 주변이 눈에 들어왔다.

에디는 코룸이 자신을 바라보자 고맙다는 몸짓을 하며 경기에 집중했다.

인수는 공을 살살 달래며 경기장의 상황을 살폈다.

처음부터 체력을 모두 쏟아 붓겠다는 듯 선수 하나하나에 모두 대인방어의 모습을 보였다.

물론 자신에게도 전담 마크가 귀찮게 달라붙었다.

“모든 패스는 나한테 해요.”

인수는 왓슨에게 패스를 하고 빈 공간을 찾아 뛰었다.

인수의 요청대로 왓슨도 자신에게 수비가 붙기 전 빈 공간을 찾아갔던 인수에게 다시 패스를 돌렸다.

이제부터는 인수의 체력이 먼저 떨어지느냐 아니면 브렌트포트에서 체력의 부담감을 이기지 못하고 대인방어를 포기하느냐의 싸움이었다.

“다시 나한테 줘요.”

인수는 왓슨의 패스를 받고 자신에게 붙는 수비를 피해 여유롭게 볼을 키핑하며 시간을 끌다 비교적 자유로운 움직임을 보여주던 린네스에게 공을 돌렸다.

린네스도 자신의 발밑으로 정확하게 떨어지는 공을 잡고 수비가 달려오는 모습을 여유롭게 보다 인수에게 공을 돌렸다.

린네스의 패스가 약간 부정확했지만 인수는 가볍게 공을 소유하며 고개를 돌려 다른 선수를 찾았다.

인수에게서 어빈으로, 다시 인수에게 온 공이 도슨에게 도슨이 다시 인수에게 공을 패스하고 최전방에서 기회를 보던 존과 코룸을 제외한 모든 선수들과 패스를 주고받았다.

어떤 위치에 있던 정확하게 발밑으로 떨궈주는 인수의 패스와 자신의 패스가 약간 부정확하더라도 여유롭게 잡아주는 인수와의 믿음의 축구였다.

수비들도 패스의 길목을 막기 위해 노력했지만 빈자리를 찾아다니며 공을 받는 인수의 스피드에 눌려 커트하지 못했다.

경기가 시작된 지 10분이 지났지만 공격할 모습은 보이지 않고 공을 돌리는 소튼의 선수들때문인지 브렌트포트의 선수들의 인내심에도 한계가 왔다.

“너 선수 맡아. 뭐하는 짓이야.”

인수와 가까이 서 있던 에디를 마크하던 선수가 에디를 버리고 인수에게 다가왔다.

인수에게 두 명의 수비가 붙자 여유로워진 에디가 인수의 사인을 받고 전방으로 뛰었다.

스피드만으로 따지면 필드에 있는 누구보다 빠른 에디가 작정하고 달리니 막을 수 있는 선수가 없었다.

그때 에디의 전방으로 인수가 길게 공을 찼다.

녹색필드를 가로지르며 빠르게 지나가는 흰색의 둥근 공은 에디가 최고 속도에 다다랐을 때 에디의 발밑에 안착했다.

“돌아와. 뭐해.”

브렌트포트의 골키퍼는 멍하니 스쳐가는 공을 보던 선수들을 재빨리 불렀다.

에디가 공을 몰고 골라인근처까지 내려와 골문을 향할 때 인수도 재빨리 마크를 떨궈내고 페널티아크라인부근으로 뛰었다.

이미 존과 코룸이 페널티지역으로 들어가 있는 상태에서 인수까지 침입을 시도하자 브렌트포트의 수비들은 에디를 막을 수도 인수를 막을 수도 없었다.

“23번은 뒤에 맡고 24번을 막아.”

정신을 차리고 있던 골키퍼가 재빨리 수비를 조정했지만 에디는 수비가 붙기 전 재빨리 인수에게 패스했다.

에디에게 공을 받은 인수는 단 한 번의 터치로 수비를 저치고 바로 슛을 노릴 수도 있었지만 전방에 있던 코룸에게 스루패스를 밀어주었다.

공의 방향만 바꿔놓아도 골망을 가를 수 있는 패스였지만 코룸이 돌려놓은 공은 골대를 빗겨 골라인을 벗어났다.

“하인스선수 왓슨선수에게 백패스. 다시 하인스선수가 공을 받습니다. 하인스선수 푸치린선수가 다가오자 다시 린네스선수에게 공을 돌립니다. 린네스선수 다시 공을 하인스선수에게 아 공이 기나요? 하인스선수 뛰어서 공을 소유합니다. 그리고 다시 푸치린선수가 다가오자 어빈선수에게 패스. 어빈선수 다시 하인스선수에게 패스합니다. 하인스선수를 중심으로 모든 선수가 공을 주고받고 있습니다.”

“브렌트포트가 상당히 무리하고 있거든요. 초반부터 뒤가 없는 전술인 대인방어를 펼치고 있습니다. 하인스선수가 자신의 장기인 볼키핑을 통해 브렌트포트 선수들의 체력을 소모시키고 있습니다. 정확한 패스를 할 수 있는 자신감, 어떤 패스든지 소유할 수 있다는 자신감, 절대 공을 뺏기지 않는다는 자신감이 없으면 할 수 없는 플레이를 하인스선수가 하고 있습니다.”

“4개월 전에 처음 필드에 섰을 때 백패스를 하지 않았던 하인스선수인데요. 이제는 자연스럽게 모든 선수들에게 정확하게 패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때는 아직 호흡이 맞지 않아 캐러거감독이 막았기 때문이죠. 이런 식으로 패스를 주고받을 수 있다면 브렌트포트의 감독도 다른 작전을 생각해야죠. 그렇지 않아도 체력소모가 많은 경기에서 대인수비로 전 후반을 소화할 수 없을 테니까요.”

“벌써 전반이 시작한지 11분이 지나고 있는데 브렌트포트의 선수들은 단 한 번도 볼터치를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경기도 정말 드문데요. 아. 그래서인지 브라운선수를 마크하던 선수가 하인스선수에게 다가옵니다. 하인스선수를 더블마크하는 브렌트포트. 브라운선수 브렌트포트의 진영 깊숙히 뜁니다. 필드를 가로지르는 하인스선수의 패스가 정확하게 브라운선수 앞에 떨어집니다. 뛰는 속도를 줄이지도 않고 공을 소유한 브라운선수 브렌트포트의 골라인까지 아무 방해 없이 나아갑니다.”

순식간에 벌어진 상황에 엄청나게 올라가던 채팅창도 어느 순간 멈췄다.

“브라운선수 골라인근처에서 어느 샌가 페널티아크까지 달려온 하인스선수에게 패스. 하인스선수 브라운선수의 패스를 살짝 돌려놓으면서 자신에게 붙은 수비를 벗겨냅니다.”

“하인스선수 열렸죠. 때려야죠.”

조용히 상황을 지켜보던 조지는 수비를 벗겨내 골문까지 활짝 열린 것을 보고 크게 외쳤다.

“하인스선수 골문 앞에 있던 코룸선수에게 스루패스. 공이 지나가지만 아무도 막지 못하고 코룸선수 발을 대······. 아 아깝습니다. 코룸선수의 발에 맞았지만 골대를 살짝 비켜갑니다.”

“뒤늦게 하는 말이지만 하인스선수가 바로 때렸으면 어땠을까합니다. 중거리슛 능력을 가지고 있는 선수거든요. 더군다나 골문까지 활짝 열렸는데 코룸선수에게 양보했습니다. 하인스선수가 슛을 하지 못한 상황이 있었겠지만 여기서는 슛을 때렸어야 하는 아쉬움이 남네요.”

코룸의 슛이 골라인아웃이 되자 채팅창은 다시 시끄럽게 도배되었다.

재작진은 욕을 하는 유저들을 강제 퇴장 시키느라 바빴다.

하나하나 강퇴를 하며 경기도 보지 못하게 만드는 유저들을 욕하면서.

‘나도 경기보고 싶단 말이야. 매너채팅 좀 하자.’

재작진의 소리없는 외침이 전해지지도 않는 듯 완벽한 찬스에서 골을 넣지 못한 코룸을 욕하는 글들이 도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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