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3화 〉 032.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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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점을 내준 레스터시티는 더 이상 수비적으로 나오지 않았다.
“막아. 뒤로 물러서지 말라고. 왜 자꾸 뒤로 물러서서 공간을 내줘.”
레스터시티가 공격적으로 변하니 미콜레코 역시 바빠졌다.
도브비크가 아닌 빌리가 윙을 맡고 있을 때에는 수비적인 역할도 도와주었지만 도브비크는 자동문처럼 자연스럽게 문을 열어줬다.
더군다나 인수 역시 수비적인 측면을 기대하기 어려웠기에 존의 활동반경이 넓어졌다.
레스터시티의 공격이 골라인아웃이 되자 존이 다시 최전방을 향해 뛰었다.
“헉. 헉. 야. 너도 수비 좀 해. 힘들어 죽겠다.”
“나도 한다고 하고 있어.”
인수는 헉헉 거리는 존을 보며 조심스럽게 대꾸했다.
“야 한다고 하는 게 자동문이야. 그냥 스파이라고 해.”
“쓸데없는 소리 말고 앞으로 가. 골 넣어야지.”
코룸은 조용히 지나쳐가려다 존의 어깨를 쳤다.
“저 녀석이 있으니까 네가 골을 넣는 거야. 감사해야지.”
“우리가 골을 넣으니까 저 녀석이 어시스트를 ······.”
존은 코룸의 말에 반박하다 매서운 눈초리를 받고 전방으로 향했다.
“쉽게 풀리는 법이 없네.”
인수는 후반도 10분이 넘어가는 시계를 보고 고개를 흔들며 주변을 살폈다.
레스터시티의 맹공이 시작되자 자리를 잡지 못하고 이리저리 뛰어다녔던 도브비크는 체력에 한계에 다다른 것이 눈에 보였다.
소튼에서 뛰는 3년 동안 서브자원으로 활용됐기에 풀타임을 뛰는 것이 오랜만이라 생긴 문제였다.
“하인스.”
인수는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드니 공이 자신의 앞까지 와있었다.
“에구. 미안해.”
인수는 자신을 지나치려고 하는 공을 발을 뻗어 멈춰 세우고 사과했다.
다른 생각을 하는 사이 공을 놓친다면 바로 역습을 당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집중해. 저기 캐러거의 눈이 벌게져 있는 것이 안보여?”
비크의 말을 들은 인수가 벤치를 살피자 자신을 향해 고래고래 소리치는 캐러거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인수는 살짝 손을 들고 레스터시티의 진영으로 천천히 공을 몰았다.
도브비크가 완전히 나가떨어지기 전에 빠르게 동점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공격을 위해 자신이 있던 위치까지 올라온 어빈과 패스를 주고받으며 수비를 끌어내자 도브비크가 움직여 빈공간을 만들어냈다.
“도브.”
인수는 크게 소리쳐 부르며 도브비크를 향해 패스했다.
충분한 체력이 있다면 안정적으로 공을 멈추고 키핑할 수 있었겠지만 인수의 예상보다 더 떨어진 체력이 문제였다.
도브비크의 발을 맞고 크게 튄 공은 수비에게 넘어가고 레스터시티의 역습이 전개됐다.
“돌아와.”
어빈은 도브비크를 도와주기 위해 상당히 전진해 있었기에 뒷공간이 완전히 비어있음을 알고 뒤로 돌아 죽어라 뛰었다.
어빈의 외침과 함께 필드에 있던 선수들은 역습을 진행하기 위해 또는 역습을 막기 위해 죽을 듯이 필드를 뛰었다.
현재 소튼의 진영에 들어와 있던 이는 레스터시티의 공격진 셋, 소튼의 수비진 셋이었다.
그나마 소튼의 수비진에는 죽을 듯이 뛰어온 인수가 있었기에 수비가 둘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위고 오른쪽, 비크 왼쪽, 사람만 막아. 하인스 대치만 해. 달려들지 말고 대치만 해.”
미콜레코는 공에서 눈을 떼지 않고 재빨리 수비를 나누었다.
시간을 조금만 지체시킬 수 있다면 레스터시티의 공격진보다 도슨과 어빈이 복귀하는 시간이 더 빠를 터였다.
처음 빠르게 진행시키려 했던 역습이었지만 인수가 자신의 앞을 막아서고 수비들이 자리를 잡자 레스터시티는 공을 뒤로 돌렸다.
레스터시티의 공격진은 이미 늦었다는 판단이었기에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인수의 반응은 빨랐다.
전반 소튼이 안일한 패스로 2실점을 했듯 어느 팀이든 안일한 패스는 역습으로 점수를 뺏길 각오를 해야 했다.
선수들도 알고 있는 사실이었고 경기에 들어가기 전 코치진으로부터 누누이 들었던 내용이지만 막상 경기 중 한 두 번은 나왔다.
인수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공을 돌리는 레스터시티의 수비진에게 붙었고 인수가 수비진에 붙은 순간 코룸과 존 역시 다른 수비들을 마크했다.
“이크.”
여유롭게 공을 돌리던 수비진은 인수가 달려든 것을 보고 당황했고 공을 주기 위해 동료를 찾았지만 이미 소튼의 공격진에 의해 마크당하고 있었다.
당황한 수비는 골키퍼에 공을 찼지만 약했다.
“이 멍청이가.”
애매한 거리에 떨어진 공.
인수가 수비를 비켜 공을 향해 달리자 반칙으로 끊기 위해 손을 내밀어 유니폼을 잡았지만 인수는 거칠게 털어내며 계속 달렸다.
수비의 악력에 유니폼이 찢어졌지만 달리는 인수를 막을 수는 없었다.
골키퍼 역시 공을 걷어내기 위해 달려오고 있었기에 당장이라도 두 선수가 충돌할 수도 있는 위기였지만 한명은 골을 넣기 위해, 다른 이는 골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빠르게 역습으로 이어가는 레스터시티입니다. 공격 셋, 수비 셋. 소튼의 위기입니다.”
“위기일수록 침착해야죠. 역시 노장 미콜레코선수가 수비들을 안정시킵니다.”
“수비가 안정되자 공을 뒤로 돌리는 레스터시티입니다. 자칫 도망가는 점수를 내줄 수도 있는 소튼이었는데요. 위험한 상황이었습니다.”
“생각보다 도브비크선수의 체력이 많이 떨어져 있었나봅니다. 충분히 받을 수 있는 패스를 한 하인스선수였고 당연히 받아야 할 공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터치를 제대로 하지 못한 모습이었죠. 그로인해 위험한 상황을 맞은 소튼이었습니다.”
“어. 하인스선수 달립니다. 샤선수에게 완전히 붙은 하인스선수입니다. 샤선수가 줄 곳을 찾고 있지만 줄곳이 보이지 않습니다.”
“이럴 때에는 안전하게 처리해야죠. 침착하게 밖으로 걷어내야 합니다.”
“샤선수 후방으로 골키퍼에게 공을 넘기는 것을 선택합니다. 하지만 골키퍼와는 상당히 거리가 있어보이는데요. 하인스선수 다시 한 번 뛰기 시작합니다. 샤선수가 하인스선수의 유니폼을 잡았지만 힘으로 이겨내네요. 샤선수에게는 유니폼 조각만을 남겨두고 공을 향해 달리는 하인스선수입니다. 그와 동시에 루빈골키퍼도 달려 나옵니다. 거리는 루빈골키퍼가 가깝지만 하인스선수가 더 빠른데요. 두 선수 충돌합니다.”
캐스터는 인수와 골키퍼가 충돌하자 중계를 잊고 필드를 보았다.
공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보이지 않고 골키퍼에게 발이 걸린 인수가 손을 짚고 앞으로 돌아 멈춰 섰다.
“두 선수 부딪혔지만 큰 부상은 없는 모양입니다. 하인스선수는 앞으로 돌아 공중제비를 보여주는군요. 체조선수라고해도 충분할 정도입니다. 루빈골키퍼도 큰 부상이 없는지 일어섰지만 공은 보이지 않습니다.”
순간 관중석이 웅성거리더니 레스터시티의 팬들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골입니다. 두 선수의 사이에 있던 공이 레스터시티의 골문 안에 들어가 있습니다.”
필드에는 인수가 골을 확인하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었다.
“느린화면으로 다시 보시죠. 샤선수가 후방으로 공을 돌리는 것이 짧았죠. 그 순간 하인스선수가 공을 향해 달려갑니다. 루빈골키퍼도 늦지 않게 뛰어 나오지만 공은 두 선수사이에 멈춰섭니다. 그리고 두 선수가 충돌하기 직전 하인스선수가 먼저 공을 차는군요. 루빈골키퍼가 슬라이딩을 하느라 벌어진 왼쪽 겨드랑이를 통과해 골문으로 향합니다. 그리고 충돌하는 순간 하인스선수 버티지 않고 그대로 루빈골키퍼를 넘어 잔디에 손을 짚고 공중제비를 도는군요.”
“하인스선수의 어머니가 체조선수였다는 것은 유명한 이야기죠. 그 피가 그대로 이어졌나보군요. 축구선수가 아니라 체조선수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유연한 움직임이었습니다.”
“루빈골키퍼 골문으로 가면서 발목을 계속 돌려보고 있습니다. 느린화면에서는 하인스선수가 루빈골키퍼를 뛰어 넘었다고 보이는데 충돌이 있었나봅니다. 하인스선수는 세리머니를 마치고 자신의 진영으로 돌아가고 있네요.”
“골을 넣은 덕분에 나온 아드레날린이 고통을 감소시킬 수도 있죠. 아직 어린선수이기 때문에 감독이 잘 체크해야 합니다.”
“소튼의 벤치가 바빠지기 시작하는군요. 감독이 직접 부심에게 다가가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캐러거감독이 프리미어리그에서 첫 시즌을 보내고 있습니다. 처음 미국인감독이 프리미어리그에 선임된 경우가 있긴 했지만 크게 두각을 보이는 경우가 없었죠. 캐러거감독도 최하위를 기록했을 때 미국인감독의 한계라는 표현을 자주 나왔는데 강등권을 거의 벗어난 지금 믿어보자는 의견들도 나오고 있습니다.”
***
“저런 바보가.”
캐러거감독은 그렇게 조심하라고 했는데도 위험한 플레이를 하는 인수에게 놀라 사이드라인까지 뛰어나갔다.
다행히 공중제비를 하며 안정된 착지를 하자 안심이 되었지만 자칫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던 행동이었기에 항상 주의를 주었었다.
선수가 플레이에 집중하다보면 감독이 했던 말들을 잊는 경우가 있었지만 부상을 당하고 난 이후 후회하는 것은 소용이 없었다.
“페렌츠 준비되어 있지?”
후반이 들어서고 도브비크의 체력이 떨어진 것을 확인한 캐러거는 빌리와 페렌츠, 마크의 몸을 풀도록 지시했었다.
경기상황에 따라 도브비크대신 수비적인 선수를 투입하느냐, 공격적인 선수를 투입하느냐 결정을 하지 못했기에 여러 선수를 준비했었다.
마침 이런 상황이 되니 그 결정이 옳은 판단이 됐었다.
“네. 그런데 감독님 골인데요.”
“뭐?”
“하인스가 골을 넣었다고요.”
“어?”
인수의 충돌에 신경을 쓰고 선수교체를 준비했던지라 주심이 선언한 골을 보지 못한 캐러거였다.
“그래서. 뭐. 교체준비부터 해. 위험한 플레이에 대한 책임은 져야지. 페렌츠는 하인스가 위치한 자리보다 더 밑으로 내려가라고 해.”
캐러거는 올라가는 입 꼬리를 감추고 진지하게 대꾸했다.
“알겠습니다. 페렌츠에게 지시해 놓겠습니다. 아 그런데 도브비크는 어떻게 할까요? 피지컬코치는 이미 한계라고 하는데요.”
“빌리 준비하고 있지? 빌리하고 교체해. 같이 하면 되겠네.”
“알겠습니다. 부심한테 명단 넘기고 올게요.”
“잠시만.”
캐러거는 교체명단을 작성하여 부심에게 가려하는 수석코치를 잡았다.
“내가 직접 갈게.”
캐러거는 수석코치의 손에서 명단을 뺏어 부심에게 다가갔다.
‘이대로 벤치로 돌아가면 웃어버릴 거 같단 말이야. 그 상황에서 골을 넣다니. 예스.’
인수의 플레이에 대해 걱정하느라 골이 들어갔음에도 세리머니도 하지 못했던 캐러거는 부심에게 다가가며 속으로 골을 즐겼다.
***
“하인스, 너 교체인데.”
공이 사이드라인 밖으로 나가고 인수가 스로인된 공을 받기 위해 자리를 잡으려 하자 존이 다가왔다.
“내가? 오늘 나 풀타임인데. 장난해?”
인수는 존의 말에 화를 내며 부심이 있는 쪽을 보았다.
“어?”
부심이 들고 있던 전광판에는 자신의 등번호인 23번이 떠 있었다.
“왜 교체지. 나 풀타임이라고 했는데.”
이미 자신과 교체가 될 페렌츠가 부심 옆에서 점프를 하면서 대기하고 있었기에 인수는 가까운 사이드라인 밖으로 나가 벤치로 돌아갔다.
“수고했어.”
“하인스 수고했다.”
벤치로 돌아온 인수는 코치들과 선수들의 격려를 들으며 캐러거에게 다가갔다.
“위험한 플레이였어. 라커로 들어가서 간단한 검사부터 해. 마사지하고. 도브 너도.”
캐러거는 인수가 다가오자 퉁명스럽게 지시했다.
“알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