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그를 지배하는 축구천재-30화 (30/200)

〈 30화 〉 029.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h‍‍t‍‍‎‎tp‍s‎‎:‍‍//t‍.‎‎me‎‎/‍N‍‍o‎‎‎‎ve‍lPor‎‎t‍a‎‎l

“오늘은 세인트 메리스 스타디움에 대단한 손님이 오셨습니다.”

경기 시작에 앞서 장내 아나운서가 마이크를 들었다.

“토트넘의 엠버서더이자 프리미어리그 슈퍼소니가 메리스에 찾아왔습니다.

영국 왕실관계자나 팀 엠버서더가 경기장을 찾으면 경기장을 찾은 팬들에게 소개했다.

타팀의 엠버서더가 경기장을 찾는 일도 드물었고 이렇게 장내 아나운서가 소개하는 일은 더욱 드물었지만 소튼의 팬들은 프리미어리그의 레전드를 위해 박수를 쳤다.

은퇴한지 4년밖에 되지 않은데다 10년 넘게 프리미어리그를 빛내 주었던 선수에 대한 예우였다.

“하. 이 정도였어?”

필립은 일어서 박수를 치고 있던 조지를 보며 중얼거렸다.

축구 캐스터를 하고 있긴 했지만 미국인이었던 그는 축구보다 미식축구와 야구를 더 좋아했다.

그 전에도 축구 캐스터를 했었지만 미국리그였지 다른 리그에는 관심이 없었던지라 소니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정말 대단했어. 특히 자신의 페널티라인에서부터 시작해서 단독드리블로 7명을 제치고 득점한 골은 내 인생 최고의 장면이었지.”

축구해설 전문가로 미국의 축구리그뿐만 아니라 전 세계 축구를 즐겨보던 조지는 우상과도 같은 이를 직접 본다는 감격에 젖어있었다.

“패널티라인부터? 거의 80미터는 되겠는데. 단독드리블로 골을 넣었다고? 만화야?”

필립은 조지의 말을 듣고 경기장을 보았다.

멀리서 봐도 엄청난 크기의 경기장이었다.

패널티라인부터 골대까지 눈으로 훑던 그는 참았던 숨을 몰아쉬며 조지를 보았다.

“정확한 거리는 나오지 않았어. 그 드리블이 직선이 아니었거든. 그래도 확실한건 70미터는 넘는 거리였지. 단 12초 만에 돌파해서 골을 넣었다고.”

“12초? 공을 드리블하면서 70미터를 넘는 거리를 12초 만에 돌파했다는 말이야? 크레이지한 선수였네.”

“뭐 그뿐 아니라 독일리그에서 뛰다 프리미어리그로 이적한 후 수많은 이적문의에도 불구하고 토트넘에서 은퇴할 때까지 뛰었어. 그 덕에 우승커리어는 없었지만 그래도 세계 최고의 활약을 했음은 아무도 부정할 수 없지. 그래서 별명도 슈퍼소니고. 그 슈퍼소닉 알지? 거기서 나온 별명이야.”

피디의 사인을 받은 필립은 잡담을 멈췄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제 좀 여유롭게 방송을 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세인트가 강등권에서 거의 벗어났거든요. 정말 세달 전까지는 살얼음을 걷는 기분이었는데 이제 좀 웃을 여유가 생겼습니다.”

필립은 자신의 멘트에 환호해주는 채팅을 보며 빙그레 웃었다.

“오늘 34라운드는 세인트대 토트넘의 경기가 치러지겠습니다. 그 시작에 앞서 메리스에 손님이 오셨는데요. 토트넘의 레전드이자 엠버서더인 슈퍼소니가 관중석에 자리해 있습니다.”

필립의 멘트와 함께 전광판에 자신의 모습이 비치자 소니가 일어나 허리를 숙이며 인사하는 모습이 잡혔다.

“소니가 세인트의 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군요. 2019년 12월 번리전에서의 골로 슈퍼스타에 올랐던 선수죠. 그 후에도 토트넘에서 활약하며 수많은 개인상을 받았던 선수였고 그 일은 시청자여러분께서 더 잘 아시겠죠. 소니가 메리스에 방문한 목적이 무엇일까요?”

“지금 사우스햄튼에 대한민국 U-17대표팀이 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훈련하는 선수들을 응원하기 위해 방문했다고 합니다. 어제는 하인스선수와 한 시간이 넘게 이야기를 했다고 하죠. 어떤 이야기가 오고갔는지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분위기가 아주 좋았다고 합니다.”

“하인스선수의 대표팀 문제가 나오지 않았냐는 채팅이 많은데요.”

“하인스선수가 세인트 운영팀에 말하기로는 대표팀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하인스선수가 U-17월드컵에는 불참을 결정했고 잉글랜드 올림픽대표팀에 선발됐다고 램파드감독이 발표했죠. 올해는 삼사자군단에서 하인스선수를 볼 수 있습니다.”

“아 말씀하시는 도중에 양 팀의 라인업이 나오고 있습니다. 토트넘에서는 유로파리그의 영향이 있는지 최상의 라인업은 아니죠. 주전 스트라이커인 이리야토프가 빠졌고 미드필드지역에서도 마셔와 트리거가 빠졌죠. 그렇지만 세리단감독은 18년 동안 세인트에 지지 않았다는 자신감의 인터뷰를 했죠.”

“18년 동안 세인트는 15무 25패를 당하고 있습니다. 캐러거감독은 그 연패의 사슬을 끊어내겠다고 인터뷰했죠. 그런 세인트는 최상의 라인업을 들고 나왔습니다. 특이한 점이라면 3주간 출장하지 못했던 마크가 돌아왔음에도 존선수가 선발 예고되어 있습니다.”

“지난 3경기에서 활약을 했던 존 에딩선수죠. 큰 키를 이용한 플레이가 인상적이었는데요.”

“마크의 어처구니없는 부상으로 2군에서 급하게 올린 선수죠. 원래는 이번 시즌이 끝난 후 존은 임대를 보내기로 구단 내부에서 결정되어 있던 상황이라고 합니다. 급하게 올릴 수밖에 없던 선수가 보여준 활약은 대단했죠.”

“양 팀의 선수들이 입장하고 있습니다. 세인트 선수들의 얼굴이 밝아 보입니다.”

“아무래도 어제 있었던 브라이턴의 경기결과도 한 이유겠죠. 강등을 확정지은 울버햄튼과 2:2로 비겨 승점 5점 차이를 유지하고 있거든요. 브라이턴이 순위를 끌어올리고 있긴 하지만 17등에 위치한 브라이튼과 16위의 세인트하고는 느껴지는 부담감이 다르죠.”

“그렇겠군요. 토트넘의 선축으로 경기가 시작됩니다.”

***

“야 사람을 봐. 사람.”

미콜레코는 다급한 목소리로 수비들의 위치를 조정했다.

토트넘의 공격수들은 소튼의 수비가 붙어도 침착하게 빗겨내며 공간만 보이면 슛을 쐈다.

이번에도 파바르와 비크가 붙었음에도 여유롭게 공을 다루고 있었다.

"슛 코스만 막아. 공을 외곽으로 돌리게 해.”

미콜레코가 소리를 높이며 공에 집중하며 지시하지만 외곽이라고 해서 안전한 것은 아니었다.

토트넘의 양 윙은 위치를 바꾸어가며 도슨과 어빈을 벗겨내고는 정확하게 센터링을 올렸다.

경기 초반 계속되는 센터링에 공격수인 존까지 페널티에어리어에서 헤딩으로 수비하고 있을 지경이었다.

미콜레코가 수비들의 위치와 공격수를 번갈아보고 있을 때 토트넘의 최전방에서 가볍게 흘린 공이 페널티아크 후방으로 이어졌고 바로 중거리 슛이 나왔다.

미콜레코는 공이 오는 방향을 읽고 몸을 날렸지만 손가락에 걸리는 느낌은 없었다.

공은 골포스트를 살짝 비켜가 골라인아웃이 되어 소튼의 소유로 바뀌었다.

“휴.”

미콜레코는 볼보이에게 공을 받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전반 40분이 지나가는 동안 몸을 날리며 막은 횟수는 기억도 나지 않았다.

파상공세.

그 네 글자가 어울리는 토트넘의 공격이었고 선방을 한 횟수도 여러 번이었지만 자신을 통과해 골로 들어간 숫자도 벌써 세 번이었다.

***

“토리페르선수 여유롭게 드리블을 하고 있습니다. 파바르와 비크가 양쪽에서 막고 있습니다만 계속 뚫리네요.”

“토리페르선수가 안티코에게 밀려 주전으로 출전하지 못하고 있지만 만만한 선수는 아닙니다. 남미선수답게 몸싸움에도 능하고 드리블능력이 좋아요. 중심이 잘 잡혀있어 어떤 상황에서도 슛이나 패스를 할 수 있는 선수입니다.”

조지가 토리페르의 움직임을 보고 있을 때 후방에서 페널티아크로 달려오는 선수가 보였다.

“아 후방으로 내주는 패스를 조심해야 합니다. 파칸월콧이 달려듭니다. 중거리 슛 능력이 있는 선수에요.”

“아 다행입니다. 파칸월콧의 슛이 골포스트를 살짝 비켜갑니다. 미콜레코선수가 벌써 몇 번째 몸을 날리는 건가요. 미콜레코선수가 최선을 다해 골문을 막고는 있지만 모든 공을 막을 수는 없죠. 3:0의 스코어가 유지되고 있습니다.”

“전반 초반 왼쪽에서 올라오는 센터링에 의한 실점이 뼈아픈 세인트입니다. 똑같은 패턴에 2실점이나 했거든요. 그렇기에 최전방에서 하인스선수의 패스를 받아줘야 할 존선수가 세인트 골문 앞에 있을 수밖에 없었어요. 솔베그선수의 센터링에 라비어선수의 헤딩슛으로 2실점을 하니 라비어선수를 막기 위해 존선수를 내렸거든요. 존선수가 수비진으로 빠지자 토트넘에서는 코룸선수를 철저하게 막고 있어요. 하인스선수가 중거리 슛 두 개를 쏴봤지만 전부 산티아고골키퍼의 선방에 막혔습니다. 지금 이런 상황에서 믿을 수 있는 방법이 하인스선수의 중거리 슛밖에 없다는 사실이 안타깝습니다.”

“캐러거감독도 답답한 듯 사이드라인에 준비해둔 물을 들이키네요.”

“우선 전반 남은 시간에 한골이라도 만회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지금 자막으로 나가고 있지만 토트넘이 10위권 이하의 팀에게 무승부를 가장 많이 기록한 빅6입니다. 그것도 모두 전반에 앞서고 있다가 후반에 무너져서 동점을 만들어 준 경기들이었거든요. 3점 이상의 차이가 나면 모두 승리했지만 2점 차이에서는 동점을 내주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세인트로서는 어떻게든 한골을 만회해야 합니다.”

“해설위원님의 말처럼 우선 한 골을 넣는데 집중해야겠습니다. 이번에도 하인스선수 센터서클을 넘어 세인트의 진영까지 내려와 공을 잡습니다. 오늘 특히 이런 모습이 많이 보이고 있습니다.”

“하인스선수는 최전방 2선에서 활약하는 선수입니다. 볼 배급이 좋아 2.5선에서도 충분히 쓸 수 있지만 중거리 슛을 살리기 위해서는 앞에서 활약해주어야 하는데 2선으로의 패스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못하니 자꾸 내려오는 겁니다. 토트넘의 수비도 하인스선수가 2선에서 공을 받으면 압박이 들어오지만 2.5선에서 공을 잡는 것은 거의 무시하고 있어요. 그만큼 연구가 잘 되었습니다.”

“말씀하시는 순간 하인스선수가 공을 몰고 가면서 존선수와 바로 옆에서 패스를 주고받았습니다. 30cm도 되지 않는 거리에서 세 번이나 패스를 주고받았는데 무슨 의미일까요?”

“존선수가 하인스선수에게 공을 넘겨 준 후 최전방으로 뛰어 들어가고 있지 않습니까? 하인스선수가 전광판을 힐끔 보는 것이 느껴졌는데 남은 시간을 확인하고 마지막공격을 하기 위함인 듯합니다.”

***

“존. 왜 자꾸 후방에 있어. 여기가 네 자리야?”

인수는 후방까지 내려와있는 존에게 다가가 패스를 넘기며 말을 걸었다.

“감독님이 내려오라고 했잖아.”

“그래도. 공격할 때에는 네가 앞에 있어줘야지. 그래야 내가 공을 띄워주지. 네가 없으니까 공을 띄울 수가 없잖아.”

“그렇지? 내가 없으니까 공격이 안 되는 거지? 역시 내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잖아.”

“그러니까 좀 앞으로 가라고.”

인수는 존에게 공을 넘겨받으며 존의 어깨를 쳤다.

“알았어.”

존은 헤헤거리며 최전방으로 뛰었다.

“단순한 자식. 이러면 코룸에 대한 경계도 좀 풀리겠지. 패스 한번만 잘하면 돼.”

인수는 존이 최전방에 서자 토트넘의 수비들이 이동하는 것을 보고 천천히 공을 몰고 앞으로 나섰다.

이미 전광판의 시계는 멈췄고 부심이 선언한 1분의 추가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어차피 이번 공격이 끝나기 전에는 휘슬이 불리지 않아. 침착하고 천천히. 천천히. 정확하게.’

인수는 속으로 주문을 외우며 신중하게 토트넘의 수비를 살폈다.

이미 추가시간도 거의 끝나가는 상황이라 모든 선수들이 토트넘의 진영에 몰려있어 숨 쉴 공간도 보이지 않았다.

‘침착하게 발바닥으로 공의 움직임을 느껴. 공을 발바닥으로 컨트롤하면서 네가 나가고자하는 방향으로 굴려. 발목을 움직여서 공을 차는 것이 아니라 발가락으로 공을 찬다는 느낌으로.’

인수는 랄라나가 가르쳐준 드리블의 기본을 되뇌며 선수들의 움직임에 집중했다.

자신을 막아서는 토트넘의 선수들을 제치며 손을 드는 동시에 살짝 열린 틈을 향해 강하게 찼다.

“리바운드.”

정확히 발등에 걸치는 느낌은 있었지만 원했던 방향은 아니었다.

인수의 목소리를 들은 모든 선수들이 너나 할 것 없이 토트넘의 골문 앞에 모였다.

텅.

인수의 예상대로 골키퍼의 손을 벗어나긴 했지만 골포스트 상단을 맞고 높이 떠올랐다.

“내꺼야.”

“비켜.”

양 팀의 선수들은 넘어져있는 골키퍼는 신경도 쓰지 않고 높이 떠오른 볼만 집중했다.

“내보내. 내보내야돼.”

“밀어 넣어.”

“못 넣으면 레이 불러온다.”

존은 자신의 유니폼을 잡는 손길이 느껴졌지만 눈을 질끈 감고 뛰어 올랐다.

무엇인가가 코에 닫는 느낌.

그리고 코에서 흐르는 무엇인가를 손가락으로 확인하려고 할 때 소튼의 선수들이 뛰어들었다.

“그래. 넣을 줄 알았어.”

“이 행운의 사나이 같은 놈.”

존은 손에 묻은 것은 확인도 하지 않고 토트넘의 골대 안에 공이 들어가 있는 것을 확인하고 두 손을 번쩍 들었다.

“내가 존이야. 내가 존이라고.”

선수들은 코피가 흐르는 존의 처치를 위해 사이드라인 밖으로 내보내고 소튼의 진영으로 돌아왔다.

주심은 소튼의 골을 선언하고 이어서 바로 전반 종료를 알리는 휘슬을 길게 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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