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화 〉 027.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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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영국이야?”
“영국은 항상 비가 오고 우중충한 거 아니었어? 날씨 너무 좋은데. 우산도 큰 거 챙겨왔는데.”
“그러기에 일찍 감치 검색을 해와야지. 사우스햄튼은 날씨가 좋데. 좀 춥긴 하네.”
소튼의 4월 날씨는 한낮에도 15도를 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대신 흐린 날보다 맑은 날이 더 많았기에 반팔을 입고 다니는 사람도 볼 수 있을 정도로 살기는 좋은 곳이었다.
그런 소튼의 훈련장 스테플우드에 두 대의 버스가 도착하고 동양인들이 나타났다.
“아 한 시간 동안 버스에 있었더니 멀미하는 거 같아. 영국의 버스가 더 흔들리나?”
“버스가 다 똑같지. 무슨 영국의 버스라고 더 흔들리겠어? 잡담하지 말고 집합하래.”
U-17월드컵을 대비해 영국으로 한 달 동안 전지훈련을 온 한국대표팀이 소튼에 도착했다.
“소튼에 뛰고 있는 애 하나가 합류한다고 하지 않았어? 잘 뛰던데.”
한국에서도 프리미어리그의 전 경기를 시청할 수 있었기에 인수의 활약은 TV를 통해 본 사람이 있었다.
한국선수들이 뛰고 있을 때처럼의 높은 시청률은 아니었지만.
“그래봐야 겨우 강등권에서 뛰고 있는 거잖아. 꼴지팀에서 뛰는 애가 잘해봤자지.”
“더군다나 영국올림픽대표팀에 합류한다고 발표했잖아. 영국대표팀에서 뛰는 애가 무슨 한국대표팀이야.”
소튼과 램파드의 오랜 줄다리기 끝에 9월에 열리게 될 올림픽 대표팀에 합류하는 것으로 결정되고 발표까지 났다.
“그래도 해외에서 뛰고 싶은데.”
“그럴 거면 저기 완우나 성찬이한테 잘 보여. 지금은 영국보다 스페인이지.”
“아니면 독일에서 뛰고 있는 병찬이형한테 잘 보이던지. 병찬이형 에이전트가 그렇게 유능하다던데.”
선수들은 각기 다른 생각을 말하며 코치들 앞으로 정렬했다.
누가 말하지 않았지만 줄과 열을 맞추어 섰다.
다만 스페인에서 넘어 온 이완우와 정성찬만이 자연스럽게 풀어진 모습이었다.
“편하게 들어. 지금부터 방 배정을 해 줄 테니 짐부터 풀어. 1층은 감독님과 우리 코치들의 숙소고 2충부터는 너희들 방이야. 오다가 봤을 테지만 주변에 아무것도 없어. 훈련장 밖으로 나가봤자 들판만 헤매다 다시 돌아와야 해. 그러니까 나갈 생각은 하지 마.”
소튼의 훈련장은 스테플우드라는 소튼 교외에 있었다.
세인트 메리즈 스타디움까지 꽤 먼 거리였고 주변에 들판밖에 없었기에 선수들의 불만이 높았지만 오히려 유스들은 마음 놓고 훈련할 수 있는 이점도 있었다.
“알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인수는 스테플우드 1군 훈련장에서 훈련을 하다 한국팀이 훈련을 시작했다는 소리를 듣고 통역과 같이 넘어왔다.
같은 스테플우드라고 하더라도 1군 훈련장을 한국팀이 사용하고 있는 연습장에서 꽤 먼 거리에 있었기에 사용인들을 위해 마련한 전기카트를 타고 이동했다.
“어서와. 아. 반말해도 되지?”
한국대표팀을 맡은 이정우감독은 손을 내밀었다.
“아 물론입니다. 그리고 제가 한국말이 익숙하지 않아서.”
이정우감독은 영국식버터발음이 섞인 인수의 한국말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태어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영국에서 컸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이쪽 훈련은 오늘부터 합류할 수 있나?”
“합류라뇨?”
인수는 눈을 크게 뜨고 통역을 바라보았다.
통역이 감독의 말을 영어로 번역해주자 자신이 아는 합류라는 단어가 맞는다는 걸 알았다.
“아직 팀이 강등권인 상황에서 팀 훈련에 집중하고 대표팀에는 나중에 합류하는 것으로 연락받았습니다.”
인수의 말은 통역을 통해 이감독에게 전달됐다.
“오늘부터 합류하지 않는다고? 강등권?”
소튼이 강등권인 것은 이정우감독도 알고 있었다.
그래도 인수가 합류하는 것으로 알고 어떻게 지도해야 할지 모든 계획을 세우고 영국으로 건너왔다.
영국 올림픽대표팀으로 발탁됐다는 소식을 들었기에 기술을 잘 가르쳐 A팀은 한국대표팀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라는 협회장의 당부를 들었기에 더욱 조급했다.
“네. 오늘부터 훈련이라는 소리를 듣고 인사를 하고 오라고 해서 왔습니다.”
통역을 통해 인수의 이야기를 들은 감독은 한숨을 내쉬었다.
“알았어. 내가 지원팀하고 다시 이야기를 해 볼 테니 나중에 보자.”
인수가 돌아가자 이정우감독은 이를 박박 갈았다.
“쓸모없는 지원팀같으니. 모든 문제가 해결됐다며. 당장 협회장이 중요하게 말한 하인수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으면서 무슨 해결이야. 당장 지원팀 불러와.”
스템플우드의 숙소에는 코치진과 선수들의 숙소밖에 없었다.
다른 관리를 도와줄 인원들은 소튼에 있는 호텔에서 숙식을 하며 훈련장으로 와야 했기에 지원팀의 인원들이 오는 동안 선수들을 굴리며 화를 풀고 있었다.
“어찌어찌해서 회복은 다 됐는데.”
브라이튼과의 경기를 승리로 장식하고 강등권에서 한발 비켜난 소튼은 꿀 같은 2주간의 A매치 휴가를 얻었다.
국가의 A팀이 한명도 없던 2주간의 휴식은 과부하가 걸려있던 소튼의 주전에게 나머지 경기를 풀어나갈 수 있는 힘을 주었다.
더군다나 남은 일정 역시 중간 중간 배치된 A매치 때문에 여유있는 운영을 가져가도 충분했다.
“하인스를 한국대표팀에 뺏겼으면 큰일 날 뻔 했습니다.”
“그러게 대표팀에서 왔다는 지원팀 사람들도 끈질기더군. 일주일의 절반은 한국대표팀과 훈련할 수 있도록 해달라니. 절대 안 되지.”
거리가 멀긴 했지만 같은 공간에 있는 훈련장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오다가다 훈련장면을 모두 보았다.
더군다나 지원팀과 같이 온 코치들이 내민 인수의 훈련계획을 보고 절대 안된다고 못을 박았다.
인수는 랄라나와 함께 자신에게 맞는 기술들을 익혀 나가는 중이었다.
그런 인수에게 기술훈련만 일주일에 4일을 시킨다는 훈련계획은 랄라나가 알면 거품을 물고 반대할 계획이었다.
“한국이면 아시아에서 강팀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아직도 강압적인 훈련이라니.”
“효과가 빠르잖아. 짧은 시간에 조직력을 만들기 좋은 훈련이고. 선수의 성장보다는 팀이 우선인거지.”
한국대표팀과 소튼유스의 연습경기가 있다는 소리에 휴식삼아 관전을 갔었다.
정교한 조직력과 근성이 돋보이는 팀이었다.
거기에 스페인에서 왔다는 두 명은 좋은 자질을 보였다.
그러나 그 뿐이었기에 특별한 점은 볼 수 없었다.
랄라나의 요청으로 오랜만에 유스팀에서 발을 맞춘 인수의 움직임이 더 좋았다.
전반에는 소튼유스로 후반에는 한국대표팀으로 뛰었는데 후반에는 특별한 점을 보이지 못한 채 경기가 끝나고 말았다.
“잘 세팅된 디너요리에 메인만 생뚱맞은 느낌이더군요.”
“램파드감독이 하인스를 U-17대표팀에 뽑지 않은 이유라고 할 수 있지. 그 동안 잘 조직해 놓은 팀이 한 명으로 인해 다시 조직해야 하니까 말이야. 특히 잉글랜드대표팀은 2년이나 만들어 놓은 팀이잖아. 우승을 위해서 말이야.”
“그래도 하인스와 에드워드의 호흡은 정말 좋더군요. 마지막 리그경기에 에드워드가 출전할 것을 대비해 미리 1군으로 올려 훈련을 했으면 합니다.”
전반 소튼유스에서 뛰는 하인스의 모습은 리그에서 뛰는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선수 하나하나를 자신의 말처럼 움직여가며 모든 것을 조율하며 공격을 이어갔다.
끝까지 따라 붙는 한국대표팀에 의해 소튼유스가 위축되지만 않았어도 큰 점수가 날 수 있는 흐름이었다.
“결국 하인스가 선수들을 어떻게 휘어잡냐가 문제군. 램파드도 고민이 많겠어.”
다른 이에게 알리지는 않았지만 연습경기를 램파드와 함께 관전했다.
소튼과의 협의가 있어 전반만 보고 갔지만 떠나는 얼굴에서 많은 고민이 느껴졌다.
“그것보다 오늘 경기에서 골키퍼 보셨어요?”
“크리스 블럼이었던가?”
캐러거는 유스팀의 자료를 넘기며 골키퍼를 찾았다.
“하인스가 공격라인을 조정한다면 블럼이란 애는 수비라인을 조정하더군요. 경기를 보는 능력이 탁월하더라고요. 발밑도 좋아서 하인스로 이어지는 공격라인을 만들어주고요.”
평균 105m 길이의 필드.
축구경기장을 가장 폭 넓게 보는 선수, 필드 안에서 유일하게 손을 쓸 수 있는 포지션이 골키퍼였다.
경기장의 분위기와 선수들의 위치, 공이 올 코스, 공격이 시작되는 빌드업 등 골키퍼의 중요성은 너무나 많았다.
“전반에는 거의 스위퍼처럼 나왔지. 후반에 하인스가 상대팀으로 넘어가니 미친듯한 선방을 보여주고. 관심있어?”
“관심이야 있죠. 아직 많이 어리긴 하지만요. 다른 포지션보다 경험이 중요하니까요. 아마 몇 년은 임대생활을 해야겠죠.”
“그래. 네 손에 들어올 아이도 아니니 나중에 생각해. 지금 당장 중요한건 번리와의 원정이야.”
시즌 31라운드지만 강등권이 확정된 팀이 아직 없었다.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는 울버햄튼도 자력으로 강등권을 탈출 할 수 있었다.
“남은 경기 중 빅6와의 경기는 34라운드에 토트넘밖에 남지 않았어요. 원정경기가 더 많이 남긴 했지만.”
소튼은 31라운드이 번리, 32라운드 허더스필드, 33라운드 본머스, 34라운드 토트넘, 35라운드 레스터시티, 36라운드 카디프, 37라운드 노리치, 38라운드로 브렌트포트와의 경기를 남겨두고 있었다.
그중 순위권경쟁을 하는 팀은 챔스 진출권을 놓고 다투는 토트넘과 유로파리그에 희망이 남아있는 레스터시티, 허더스필드 정도였다.
반대로 강등권을 놓고 치열하게 다투는 팀은 번리와 시즌 마지막경기인 브렌트포트와의 경기밖에 남아있지 않았기에 비교적 여유가 있었다.
“노리치와의 경기 전에 강등권을 완전히 벗어났으면 하는 바램인데.”
캐거러는 남은 일정을 살펴보며 속이 쓰렸는지 약병에서 약을 꺼내 씹어삼켰다.
쓴맛이 강한 약이었지만 프리미어리그의 감독을 하며 그 쓴맛에 중독되어 있었다.
“하필이면 이 중요한 시기에 마크가 다치다니.”
긴 휴식기에 체력을 회복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기에 선수단에게 휴가를 준 것이 불운이었을까.
주전 레프트윙인 마크 라이스가 집에서 황당한 사고를 당했다.
게임을 하려 조이스틱을 잡기위해 손을 뻗다 그만 어깨 인대가 늘어나고 말았다.
초기 조치를 잘했기에 큰 부상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3주간은 출장하기 힘들다는 의사소견이 있었다.
이번 시즌 전 공격수들이 팀을 떠나며 긴급하게 영입했지만 30라운드까지 전 경기 출장하면서 팀 운영에 숨통을 틔어주던 선수였다.
“당장 2군에서 올릴 만한 선수들의 목록입니다.”
캐러거는 선수들의 프로필이 적힌 파일을 넘기다 멈췄다.
“존 에딩. 18세입니다. 하인스와 같이 발을 많이 맞춘 선수라고 합니다. 타켓형 스트라이커로 헤딩과 공중볼 경합에 강점이 있습니다. 약한 피지컬 때문에 공중볼 경합에서 프리킥을 많이 얻어냅니다. 아 약하다는 말은 아직 어린 나이이기 때문에 몸을 다 만들지 못했다는 말입니다. 피지컬코치들의 말에 의하면 2년 정도면 단단한 몸이 될 거랍니다.”
“소튼 유치원소리 듣겠군.”
캐거러는 이미 존을 올려 시험해 보기로 결정했다.
자신이 원하는 윙플레이어가 아니지만 타켓형 스트라이커도 장점이 많았다.
코룸과는 다른 스타일로 코룸에게 몰린 수비를 분산시켜 줄 수도 있을 거 같았다.
“오늘 합류하라고 하겠습니다.”
“드디어 내가 왔도다. 하인스 어서 와서 나를 맞이하라.”
존은 꿈에 그리던 1군 훈련장에 들어서자 두 팔을 벌리며 소리를 높였다.
“저 멀대는 뭐야.”
“하인스 아는 애야?”
1군 훈련장에서 가볍게 몸을 풀던 선수들은 못 보던 선수가 시끄럽게 등장하자 고개를 돌렸다.
“아 저 잘난 척 대왕. 설마 마크 대신 올라온 게 너야?”
인수는 주변에 굴러다니던 공을 존에게 강하게 찼다.
“이 정도 공격은 이 몸을 어떻게 할 수 없지.”
존은 인수가 강하게 찬 공이 얼굴로 날아오자 손을 휘둘러 가볍게 멀리 쳐냈다.
“네가 골키퍼야? 손을 쓰다니.”
“머리를 쓰게 하려면 더 높이 찼어야지. 그래야 멋지게 점프해서 머리에 맞출텐데.”
“됐다. 와서 인사나 해.”
인수는 존의 어깨를 잡고 선수들 앞으로 데려갔다.
“존 에딩입니다. 18살입니다.”
존은 막상 소튼의 선수들 앞에 서니 공손하게 인사했다.
“저 멀대 포지션이 어디야? 삐쩍 말라서 수비 쪽은 아닐테고.”
“타켓형 스트라이커에요. 유스에서도 그렇고 2군에서도 스트라이커로 뛰고있다고 들었어요.”
“저 몸으로 스트라이커라고? 몸싸움이 돼?”
축구선수치고는 마른 체형을 가지고 있던 존이있었기에 선수들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바라봤다.
“그래도 2미터에 가까운 신장에 점프력도 좋아서 그냥 갖다 맞추기 좋더라구요.”
“그냥 맞추다니 뛰어난 내가 맞춰서 뛰는 건데요.”
존은 인수에게 버럭대다 선수들의 눈초리에 소리를 죽였다.
“그래도 재미있는 애에요.”
인수는 기가 죽은 존의 머리를 흐트러뜨리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