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화 〉 025.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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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튼과 램파드 사이에 소통이 진행되는 도중에도 리그는 계속됐다.
27라운드에서 승리를 해 승점 20점이 된 소튼의 분위기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지만 28라운드에서 상대한 맨체스터시티와 29라운드에서 상대한 아스널은 격차가 나는 상대였다.
“시청자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아니. 죄송합니다. 안녕하시지 못하겠군요. 저도 그렇습니다. 그렇지만 오늘도 리그 30라운드 브라이튼 앤 호브 알비온 대 세인트의 경기로 찾아왔습니다. 오늘도 해설은 조지와 함께 하겠습니다.”
2주전만 해도 강등권에서 벗어나 있던 소튼은 28라운드와 29라운드를 모두 패하면서 다시 강등권인 18위에 위치해있었다.
“세인트는 시티와의 경기에서 4:0, 아스널과의 경기에서 3:1로 패하고 말았는데요. 오늘은 브라이튼과의 경기입니다. 오늘 이기면 브라이튼을 다시 강등권으로 보내고 세인트는 한 단계 올라설 수 있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세인트의 입장에서 지난 두 경기는 매우 아쉬웠습니다. 시티와의 경기에서 하인스선수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교체됐죠. 시티는 하인스선수를 막은 것은 아니라 하인스선수를 받쳐줄 선수들을 봉쇄했던 것이 하나의 득점도 올리지 못하고 진 것의 원인이 되었습니다. 아스널전에서도 하나의 도움을 올리긴 했지만 억지로 만든 득점이었거든요. 이 문제를 어떻게 풀었나가 이 경기를 보는 재미일 듯합니다.”
“하인스선수에 대해 이야기 하셨으니 하인스선수에 대해 더 자세히 이야기 해주시죠.”
조지는 미리 준비되지 않은 멘트를 날린 필립을 날카롭게 쏘아보고 이야기를 이었다.
“하인스선수는 전형적인 공격형미드필드입니다. 축구가 점점 세분화되고 조직화되면서 살아남기 힘든 포지션인데 지난 두 경기가 그런 전형을 보여줬죠. 그렇다고 하인스선수가 필요 없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이번 시즌 세인트에서 골을 만들어 줄 선수가 없었습니다. 코룸선수가 11골을 넣고 있긴 하지만 대부분 코룸선수가 직접 우겨 넣은 골이죠. 그러나 울버햄튼전과 아스날전에서 넣은 골은 하인스선수가 만들어 준 골이에요. 탈압박이 좋은 것은 아니지만 빠른 스피드를 가졌고, 볼을 키핑하는 능력도 좋고, 패스 능력도 좋고, 트래핑도 너무나 뛰어납니다. 이 능력보다 더 뛰어난 건 위치선정이죠. 세인트선수들과 이야기하면 자신이 공을 잡고 경기장을 보면 하인스선수가 보인다고 합니다.”
“하인스선수가 보인다고요?”
“오프 더 볼이 왜 중요한지 아실 겁니다. 하인스선수는 경기 내내 움직이면서 공간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시청자여러분들은 잘 모르실 수 있겠지만 경기 내내 움직이고 있죠. 울버햄튼전에서 하인스선수를 마크하던 프랭크 쇼선수가 하인스선수가 교체되자 같이 교체되던 상황을 생각해보세요. 프랭크선수는 올 시즌 울버햄튼에서 가장 많은 경기시간을 가진 노장입니다. 그만큼 체력관리를 잘한다는 말이죠. 그런데 하인스선수를 밀착마크하고 더 이상 경기를 뛰지 못하고 교체됐죠. 세인트가 울버햄튼전에서 이길 수 있었던 이유입니다. 반대로 시티와 아스널은 하인스선수를 막지 않고 주변을 틀어막았죠. 아스널전에서는 세 명 사이를 돌파하는 슈퍼플레이로 어시스트를 기록할 수 있었지만 그 이후 존재감이 없었죠.”
조지는 빠르게 이야기하며 목이 탔는지 준비해놨던 음료를 모두 마셨다.
“네. 하인스선수가 그렇게 뛰어다닌다면 체력도 충분할 것 같은데 왜 시간제한을 걸었을까요?”
“하인스선수의 시간제한은 에이전트측에서 요청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직 어린 선수이기 때문이겠죠. 실제로 하인스선수와 이야기하면 90분을 뛸 체력은 있다고 자신있게 말합니다. 그러나 에이전트는 육체적인 면이 아니라 정신적인 면을 이야기하더군요. 확실히 일리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군요. 세인트의 숙제는 하인스선수를 어떻게 활용할까 인가요?”
“그 문제는 세인트뿐만 아니라 하인스선수를 맡을 모든 감독이 고민할 문제겠죠.”
조지는 ‘빅6로 간다면 더더욱 활용할 방법이 많아질 겁니다.’ 라는 말을 아꼈다.
그도 알고 있었고 이 TV를 보고 있는 소튼의 팬들도 알고 있었다.
언젠가 인수가 소튼에 큰돈을 남기고 이적할 것이라는.
소튼대 브라이튼의 30라운드는 브라이튼의 선공으로 시작되었다.
브라이튼 역시 강등위기에 있었기에 소튼과의 경기에 승점 3점을 노렸다.
그 선봉에는 전성기 시절 토트넘의 선봉장을 맡았던 아일랜드 출신의 트로이 패럿이있었다.
토트넘 유스에서 성장하고 원클럽맨으로 전성기를 보내다 30대가 되어 기량이 떨어지자 브라이튼으로 이적한 선수였다.
마음은 아직 더 뛸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었지만 팀은 강등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기에 마음이 무거웠다.
“올라와. 나한테 달란 말이야.”
브라이튼의 선수들이 대부분 20대 초반인지라 경험 많은 패럿을 영입하여 중심을 잡아줄길 원했다.
패럿이 시즌 17골을 넣으며 선전하긴 했지만 혼자서 이길 수 있는 경기는 없었다.
브라이튼의 두 센터백을 제외하면 모두 소튼의 진영에 들어와 있었지만 패럿으로의 패스공간은 쉽사리 열리지 않았다.
후방에서 의미없는 패스만 이어지자 왓슨은 센스 있게 슬라이딩으로 패스를 끊었다.
흘러나간 공을 잡은 브랜드는 이미 뛰고 있는 인수에게 길게 패스했다.
“하인스 잡아.”
인수가 뛰는 것을 본 코룸 역시 전방으로 뛰기 시작했다.
브랜드의 패스는 브라이튼의 진영 우측 코너부근으로 흘렀고 인수는 골라인아웃되기 전에 공을 멈출 수 있었다.
“킹 9번 마크해. 페리 넌 슛코스만 막아. 달려들지 마. 나머지는 알아서 할게.”
브라이튼의 골키퍼는 빠르게 수비를 지정해주고 인수를 노려봤다.
인수를 마크하는 페리는 골키퍼의 말처럼 일정거리를 두고 슛코스만 막았다.
지난 시티와 아스널의 전에서 두 팀이 인수를 봉쇄하는 방법이었다.
“칫.”
이미 코룸은 두 명의 수비수에 갇혀있었고 나머지 선수는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더구나 브라이튼의 수비들은 거의 다 돌아왔기에 최선은 코너킥을 만드는 방법밖에 없었다.
빠르게 결심한 인수는 몸을 골라인 밖으로 이동해 왼발 아웃사이드로 골라인을 따라 천천히 골대 쪽으로 이동했다.
“달려들지 마. 달려들지 마.”
골키퍼가 움찔거리는 페리에게 계속 주문했지만 인수가 페널티라인 근처까지 다가오자 참지 못하고 태클로 볼을 걷어냈다.
삑.
부심이 깃발로 코너를 찍자 주심이 휘슬을 불어 코너킥을 선언했다.
분명 공이 인수의 몸에 맞는 것을 본 페리가 항의해 봤지만 골라인 바깥임을 확인했던 부심은 재차 깃발로 코너를 찍었다.
‘받아 줄 사람이 없네. 어휴.’
인수는 크게 한숨을 내쉬며 천천히 코너로 걸음을 옮겼다.
“하인스선수 빠른 발을 이용해서 공을 멈춰 세웠습니다. 역시 빠르네요. 그런데 패스 할 곳이 없습니다.”
“하인스선수 공을 잡고 살짝 고개를 들었거든요. 그때 이미 주변을 파악했을 겁니다. 코룸선수는 두 명의 수비수에 막혀있었고 세인트의 공격수들보다 브라이튼의 수비수들이 먼저 자리를 잡았어요.”
“하인스선수 라인 밖으로 나가서 천천히 골대로 나아갑니다. 밖으로 나간 것 아닙니까?”
“아 왼발 아웃사이드로 라인을 물고 있어요. 공이 라인을 나가지 않으면 아웃이 아니에요. 상대 선수가 달려들지 않으니 달려들게 만드는 겁니다. 워낙 빠르게 진행된 속공이었기에 브라이튼의 수비들이 페리선수를 도와 협공할 틈이 안 나왔거든요.”
“페리선수 슬라이딩 태클 공을 걷어냅니다. 공이 하인스선수의 몸에 맞았지만 부심이 코너킥을 선언하네요.”
“골라인 밖에서 맞았어요. 당연히 코너킥이죠. 부심이 잘 봤습니다. 확실히 똑똑한 선수에요. 도와줄 선수가 없었기에 최선이 코너킥이었어요. 밖으로 다시 치고 나갔더라면 브라이튼의 수비에 협공을 당했을 겁니다. 판단도 좋네요.”
“브라이튼 입장에서는 잘 막았다고 봐야죠. 패스가 좀 더 중앙으로 흘렀다면 골키퍼와 1:1 상황까지 만들어졌을 테니.”
“처음 공이 떨어진 곳이 애매했어요. 골키퍼가 주력에 자신 있다면 뛰어 나와 처리했겠지만 하인스선수가 빠르잖아요. 판단하기 쉽지 않았을 겁니다. 세인트 입장에서는 패스가 좀 더 정확했더라면 아쉬움이 있습니다.”
경기가 멈추고 코너킥을 준비하는 그 짧은 시간 필립과 조지는 오디오가 빌 시간이 없이 빠르게 대화를 주고받았다.
시청자가 많아지니 소튼에서도 두 사람에게 좋은 중계석을 마련해 주어 필드가 한 눈에 내려다 보였다.
푸른 잔디를 보던 필립은 제작진의 신호를 받고 실시간 채팅이 올라가는 화면으로 눈을 돌렸다.
“지금 세인트의 한 팬 분께서 하인스선수의 대표팀 승선에 관한 질문을 주셨는데요.”
필립은 소튼의 홍보팀에서 전해 준 자료를 눈으로 빠르게 살폈다.
“소튼의 공식적인 입장은 아직 밝힐 만한 내용이 없다는 겁니다. 이번 브라이튼과의 경기가 끝나면 한국에서 U-17대표팀이 입국하고 한 달 뒤에 잉글랜드 U-17대표팀과의 친선경기에 출전한다는 거 까지는 확정된 상황인 것 같습니다. 램파드감독이 하인스선수의 차출을 요청했다고 하는데 아직 세부적인 조건이 맞지 않아 대화중이라고 합니다. 잉글랜드국적과 한국국적을 모두 가지고 있는 하인스선수인 만큼 신중해 보입니다.”
“역시 채팅창에는 잉글랜드대표팀을 선택해 달라는 글이 많네요. 간혹가다 소튼에 남아...”
조지는 무심코 채팅창을 읽다 입을 다물었다.
“네. 하인스선수는 코너킥을 차기 위해 준비하고 있고 양 팀의 선수들은 골대에 서로 얽혀있습니다. 브라이튼 선수들의 머리가 확실하게 보이네요. 키가 정말 큰 선수들이 많은 브라이튼입니다.”
필립이 빠르게 필드의 상황으로 눈을 돌리자 조지는 살았다는 표정으로 해설을 이어갔다.
“브라이튼 팀의 특징이죠. 각 리그에서 유망주들을 수집하거나 임대하여 경기에 내보냅니다. 지난 시즌에도 강등권이었기에 큰맘을 먹고 패럿을 영입했지만 큰 효과를 보고 있지는 못하죠.”
“선수들이 모두 자리를 잡고 주심이 휘슬을 붑니다. 하인스선수 특유의 잔걸음과 함께 코너킥을 찹니다. 어. 어. 골인. 골이에요. 골. 뭐죠?”
“하하. 하인스선수 대단하네요. 왼발로 직접 골대를 노렸어요. 코너킥 전에 너무나도 치열하게 자리잡기 싸움을 해서 골키퍼도 직접 슈팅을 쏠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어요. 왼쪽 골포스트에서 수비하던 선수가 뛰어봤지만 그대로 그물을 출렁입니다.”
“지금 느린화면으로 보고 있는데 하인스선수의 눈빛은 세인트 선수들을 향하고 있습니다. 골대쪽은 보고 있지도 않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확한 킥으로 골키퍼를 속이고 골인됩니다. 하인스선수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번쩍 듭니다. 세인트의 마법사 하인스선수입니다.”
필립은 인수의 원더골에 고래고래 소리를 높였다.
캐러거는 인수가 찬 코너킥이 골인 되자 손을 번쩍 들었다.
경기 초반 선제득점이 중요한 경기에서 인수의 골이 터져 자신도 모르게 필드가까이 다가갔다.
“정말 대단하네요. 처음 하인스를 경기에 출전시키라고 했을 때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는데. 배꼽 보여요.”
자신과 함께 소튼으로 넘어와 수석코치를 맡고 있던 검프 주니어가 흥분한 캐러거를 자제시켰다.
“아직 리그 안 끝났어. 이대로 강등당하고 쫓겨나나 했는데.”
손을 번쩍 들었을 때 코트와 상의가 벌어지고 셔츠가 올라갔던 지라 황급히 다듬었다.
“감독님 말대로 아직 리그가 남았죠. 그리고 아직은 강등권입니다.”
“그러게. 자리 잡아. 아직 초반이야. 얼마든지 골이 터질 수 있는 경기야.”
이미 경기 전 라커룸에서 한골로는 승부가 나지 않을 경기임을 선수들에게 여러 번 강조했다.
그렇기에 수시로 사이드라인에 붙어 수비위치를 조절해주고 있었다.
“도슨, 어빈 앞으로 더 나와. 너무 물러났어. 다들 목소리 높이고.”
“어빈 앞으로 나와. 더 앞에서 자리 잡아.”
캐러거의 주문을 들은 선수들이 목소리를 높이며 서로를 독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