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화 〉 024.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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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튼은 돈을 많이 들고 온 대한축구협회의 관계자들에게 세인트 마리나 스타디움의 방을 내어주었다.
회의실로도 쓰는 방이었기에 축구협회에서 나온 7명이 모두 들어와 있음에도 좁아 보이지 않았다.
축구협회의 사람들이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을 때 리처드가 인수와 함께 들어왔다.
“반갑습니다. 하인수선수.”
대한축구협회의 관계자가 정중하게 인사를 건넸지만 리처드가 인수를 막아섰다.
“제가 한국어를 몰라서 이 방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대화를 영어로 하죠.”
관계자는 리처드의 말에 인상이 살짝 찌푸려졌지만 이내 다시 웃는 표정을 지었다.
“한국인은 한국어가 편해서 말이죠.”
“한국인이시니 그러시겠죠. 그러나 제가 한국어을 알지 못하네요.”
“하인수선수하고는 한국어로 대화하고 싶은데요.”
대표로 나서서 말하던 관계자는 인수를 바라보면서 웃었다.
“제가 원활하게 소통할 만큼 한국어를 잘하는 것이 아니라서 죄송합니다.”
한국어로 된 책을 읽고 한국에서도 혼자 다닐 만큼 능숙하게 사용하던 한국어였다.
하지만 미리 리처드와 상의한 만큼 영어로 정중하게 거절했다.
“칫.”
대표로 나서던 이의 얼굴이 완전히 일그러지자 뒤에서 있던 사내가 앞으로 나섰며 명함을 건넸다.
“안녕하세요. 대한축구협회 지원팀장인 김형우라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하인스의 에이전트를 맡고 있는 리처드 미어스라고 합니다.”
애들의 에이전트를 오래 할 생각이 없던 리처드는 자신의 변호사 명함을 건넸다.
“하인수선수의 아버지인 하재일씨와는 민영고 동기동창입니다. 영국에 왔을 때 인사를 하고 싶었지만 내일 스페인으로 이동해야 해서. 경기가 막 끝난 하인수선수를 지금 보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김형수는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학연, 지연, 혈연이면 대한민국에서 통하지 않는 것이 없었기에 하재일과의 학연을 먼저 말했다.
물론 동기동창이라고 하지만 학교에서는 본 기억도 없었고 얼굴도 기억나지 않았다.
그냥 같은 학년에서 학교를 다녔다는 것뿐이었다.
“말씀하신대로 하인스선수가 피곤하니 본론으로 들어가죠.”
리처드는 하인스에게 의자를 빼주고 자신도 앉으며 머리를 모은 손에 기댔다.
“그러시죠. 저희가 간단하게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유니폼에 23번의 등번호와 영문으로 인수 하라고 적혀있었다.
“대한민국 대표팀의 유니폼입니다. 아직 대표팀의 선수선발이 끝나지 않아 번호는 임시로 넣었습니다. 그리고 몇 가지 대표팀기념품입니다.”
유니폼 아래에는 대한민국 대표팀의 스카프와 타올, 대표선수들의 사인이 든 축구공이 있었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아직 선수선발이 끝나지 않았다고?”
“네. 몇 번의 평가전이 끝난 후 6월에 최종명단이 발표될 예정입니다. 7월에 U-17월드컵에 나가야 하니까요.”
김형수는 침묵에 빠져있는 두 사람에게 다시 말을 했다.
“물론 최종명단 선발은 공정하게 이루어질 것입니다.”
“그럼 잉글랜드대표팀과의 경기가 끝난 이후에 어떤 대표팀에서 뛰게 될지 모르겠네요.”
“하하. 하인수선수의 능력이면 6월에 선발되겠죠. 구단에서 말하기로는 아직 영국대표팀에서는 연락이 오지 않았다고 하던데요.”
김형우는 크게 웃었다.
대표팀선발은 전적으로 협회에서 선발했다.
아무리 뛰어난 선수라고 해도 협회에 밉보이면 승선할 수 없는 것이 국가대표였다.
인수가 잉글랜드대표팀을 선택할 수도 있었지만 여론을 이용한다면 협회가 욕먹을 일은 없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잉글랜드와의 평가전에만 합류하는 것으로 알겠습니다.”
리처드와 인수는 대한축구협회의 관계자를 뒤로하고 방에서 나왔다.
=양발의마법사, 하인스 소튼에 승점 3점을 안기다.=
=검은머리소년 위기의 소튼을 구하다.=
=소튼 하인스덕에 시즌 최초로 강등권을 벗어나다.=
=오른발로 한골, 왼발로 한골. 프리미어리그 최연소 득점 기록을 세우다.=
=하인스, U-17월드컵에 한국대표팀으로 나가나?=
다음날 잉글랜드의 스포츠 신문들은 일제히 인수를 타이틀로 내세웠다.
29년만에 깨진 최연소득점자.
전 기록자였던 제임스 본이 잠깐 반짝한 것에 비해 첫 경기에서 어시스트를 기록했을 뿐 아니라 첼시와 같은 강팀과의 경기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였다.
더욱이 승점이 급한 소튼에 3점을 선물해주는 활약을 펼쳤다.
미래의 프리미어의 스타로 성장할 재목이었기에 파급력이 컸다.
거기에 더욱 불을 지른 것이 대표팀문제였다.
“골치 아프군.”
잉글랜드 연령별 대표팀을 모두 맡고 있던 램파드는 머리를 감싸 쥐었다.
프랭크 램파드.
첼시의 레전드이자 첼시를 직접 이끌며 수없이 많은 트로피를 들어 올린 살아있는 전설이었다.
“그냥 뽑으면 되지 않습니까. 어차피 뽑으려고 했고요.”
첼시시절부터 램파드와 파트너를 이루었던 페헤이라가 왜 고민하냐는 듯 말했다.
이미 14살 시절부터 연령별 대표팀에 부르려고 했었다.
그러나 인수가 부상을 당해 탈락하고 그 후에 부르려고 했지만 U-17의 선수들과 실력 차이가 너무 심했다.
“양떼무리에 사자를 풀어놓을 수는 없잖아.”
“그러는 분이 에드워드와 리드는 데리고 있으시네요.”
연령별 대표팀 내부에서는 에드워드와 리드를 U-21 유럽대항전팀으로 선발하고 U-17에서는 제외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지만 램파드가 묵살하는 중이었다.
“애들도 우승하는 맛을 느껴야 하지 않겠어? 잉글랜드 대표팀의 문제는 우승 경험이 없다는 거야. 연령별 대표팀에서라도 우승 경험을 해야지.”
“그러니 하인스를 선발하자고요. 여기에.”
페헤이라는 들고 있던 서류 중 하나를 빼 램파드에게 건넸다.
“U-23 올림픽대표팀?”
“네. 올 9월에 열릴 올림픽대표팀 감독으로 님께서 선정되셨어요. U-21까지 맡은 지 2개월만에 말이죠.”
“아 협회놈들.”
기록적인 더위가 십년이 넘게 이어지자 IOC는 하계올림픽을 9월에 개최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그에 맞추어 각 국의 협회에서도 대표팀을 선발하는 것에 대해 부담감이 늘었다.
시즌이 시작한 후 초반 순위경쟁이 치열할 시기가 9월이었기에 모든 시즌이 끝나고 열렸던 예전 올림픽에 비해 선수선발에 어려움이 많았다.
더군다나 A팀이 아닌 대회는 차출을 허락할 필요가 없었기에 구단에서도 꺼리는 분위기였다.
그렇기에 잉글랜드축구협회에서는 명성이 높은 이에게 감독을 맡기기로 하고 물색하던 중 이미 연령별 감독을 맡고 있는 램파드에게 몰아주자고 했다.
“첼시감독을 그만두면서 은퇴하려고 했던 사람을 연령별 대표팀 감독만 맡아달라고 사정해서 맡았더니 이제는 올림픽까지 맡으라고? 나 사퇴한다고 기자회견 할 거야.”
“올림픽도 연령별 대표팀이잖아요. 그리고 이미 기자들은 협회로 달려오고 있어요. 올림픽대표팀 감독 선정 건으로 협회에서 기자회견한다고 했거든요.”
“그 중요한 일을 왜 본인하고 이야기도 안해.”
“대리인하고 이야기 했잖아요.”
“내가 대리인이 어디 있어?”
첼시 감독을 그만두고 의퇴를 결심했을 때 에이전트계약도 해지했던 램파드였다.
“저 있잖아요. 제가 가서 들었죠.”
“아. 나. 네놈이 감독하라고.”
램파드는 첼시시절부터 수석코치로 데리고 있던 페헤리아를 추천하려고 했었다.
“나 포루투칼로 가야 되요.”
“그 말 언제까지 할 거야. 벌써 10년째야.”
램파드는 말로만 갈거다 해놓고 런던에 집사고 교외에 별장까지 사놓은 페헤리아를 노려봤다.
“감독님 은퇴하면 가야죠. 님이 편해요.”
“어휴. 하여튼 소튼에 연락해. 내가 찾아간다고.”
“아. 아파요.”
램파드가 골치를 썩고 있을 때 회복훈련을 마친 인수는 브리지의 집에 있었다.
“아프라고 하는 거야. 참아.”
40분밖에 뛰지 않은 경기였지만 인수의 허벅지는 검푸른 멍으로 가득했다.
곳곳에 든 멍을 브리지가 둥근 막대를 이용해 주무르고 있었다.
“그리고 되지도 않은 드리블하지 말라고 했지. 기지도 못하는 놈이 사포와 플립 플랫이라니.”
“자꾸 열 받게 하잖아요. 이 멍들 다 그놈이 만든 거라고요.”
“축구한다는 놈이 이 정도 멍은 항상 달고 사는 거지. 네가 다행히 뚫어서 문제없었지 그렇지 않으면 큰 부상 입을 수도 있었어.”
브리지는 페퍼가 백태클 했을 때 큰 일이 나는 줄 알았다.
“나처럼 가르쳐 주는 것만 해. 라 크로케타만 해도 충분한데.”
인수가 브리지의 집에 있단 소리를 들은 에디도 뒤늦게 찾아왔었다.
사이드라인을 잘 활용하는 장점을 살리기 위해 랄라나는 에디에게 흔히 팬텀 드리블이라고 불리는 라 크로케타만 가르쳤다.
“코나와 베인을 불러서 훈련시켜요. 에디는 오늘도 놀아요.”
인수는 없는 공을 만들어 발을 휘젓는 에디를 꼴 보기 싫어 투덜거렸다.
“아니 무슨. 코나와 베인도 쉬어야지. 그리고 나 안 놀아. 너 상처 봐주고 있잖아.”
멀찌감치 떨어져있던 에디는 코나와 베인이라는 말에 황급히 인수의 곁으로 다가와 허벅지의 멍을 손가락으로 쿡쿡 쑤셨다.
“아파. 찌르지 말라고.”
인수가 에디의 손을 쳐내자 브리지도 둥근 막대를 한쪽에 던졌다.
“요즘 소튼 내부에서 에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고 하던데.”
“누가요? 리차드가요?”
에디 역시 자신의 에이전트인 리차드가 소튼 내부의 소식을 브리지에게도 전하는 것을 알았다.
“응. 네 생일이 5월 17일이지.”
“네.”
“어린 녀석. 아 내가 어린애하고 친구하고 있다니.”
“시답지 않은 소리는 그만하고 리차드가 뭐라고 했어요?”
에디는 생일이야기만 나오면 항상 나오던 이야기였기에 손을 저어 말리고 브리지의 입에 집중했다.
“시즌 마지막 경기가 브렌트포드하고 홈경기인건 알지?”
인수와 에디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리그의 일정은 시즌이 시작하기 전에 모두 발표되었다.
특별한 일이 생기지 않는 한 일정대로 마무리되는 것이 보통이었다.
이번 시즌은 5월 17일 브렌트포드와 홈경기로 마무리되는 소튼의 일정이었다.
“설마 에디를 브렌트포드전에 내보내려는 움직임이 있어요? 안되는데.”
“뭐가 안 돼. 내가 출전할 수도 있지. 너만 출전하라는 법은 없잖아.”
“야야. 내가 16세 3일에 출전했어. 근데 네가 그 날 출전하면 내 기록이 깨지잖아.”
“겨우 그거 때문에 안 된다는 거야? 와 그때 내가 다리를 완전히 부러뜨렸어야 했어.”
“내가 그때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아? 와. 진짜 너무하네. 다시는 패스 안 해준다.”
브리지는 또 다시 둘의 말싸움이 시작하자 부엌으로 가 컵에 물을 받아와 두 사람에게 뿌렸다.
“차갑잖아요.”
“어푸, 웨인 왜 그래요.”
웨인은 빈 컵을 탁자위에 두고 다시 소파에 앉았다.
“내가 너희를 왜 가르쳤는지 한심해서 그런다. 이런 애들이 뭐가 좋다고 다치고 오면 주물러주고 그러는지.”
“에이 우리가 웨인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잖아요.”
두 사람은 브리지가 소파에 누운 듯 앉자 가까이 다가가 팔과 다리를 나누어 주무르기 시작했다.
레이까지 있었으면 레이가 머리를 주무르겠지만 레이가 없었기에 머리가 비었다.
“이제 징그러워 인마. 다 커서 뭐하는 거야. 이제 너희들도 프로니까 오지 마.”
“에이 우리가 항상 인터뷰할 때에 웨인 이름을 불러주잖아요. 계속 부르려면 와야죠. 안 그래?”
“당연하지. 우리가 아니면 누가 웨인의 이름을 불러주겠어.”
“그만해. 하여튼······.”
브리지가 두 사람을 말리고 말을 이어갈 때 전화가 울렸다.
“어. 어. 그래요? 직접 온다고요? 알겠어요.”
두 사람은 브리지가 존댓말을 쓰며 대화 할 사람이 리처드뿐임을 알았기에 조용히 대화가 끝나길 기다렸다.
“뭐래요?”
“램파드가 소튼에 온다네.”
“감독님이요?”
U-17국가대표였던 에디가 먼저 반응했다.
“응. 이번엔 직접 행차하신다고 연락이 왔데. 정확히 하인스를 지목하면서.”
런던에는 수많은 클럽들이 있었고 그 클럽들은 서로 런던의 왕을 자처하고 있었다.
그 전쟁을 종결시킨 팀은 첼시였고 왕조를 만드는 기틀을 세운 이가 프랭크 램파드였다.
브리지도 한 축을 담당하긴 했지만 존 테리와의 악연에 떠났었다.
“하인스와 같이 대표팀에서 뛸 수 있는 거예요? 너 한국대표팀으로 가는 거 아냐? 드디어 그 뭐 같은 벤의 패스를 받지 않아도 되는 건가. 아 하인스의 패스가 얼마나 그리웠는데.”
에디가 혼자 흥분하여 중얼거리고 있을 때 인수는 다른 생각에 잠겨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