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화 〉 023.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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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인스선수 공중에서 크게 떨어졌습니다. 다행히 머리가 먼저 떨어진 것이 아닌 듯 보이는데요.”
“머리가 먼저 떨어지지 않는 것은 다행이지만 고의 같았거든요. 페퍼선수가 하인스선수에게 계속 반칙을 하는 장면들이 나왔는데 계속 버텼었죠. 그래서 페퍼선수가 화가 나 있던 상태같았는데요.”
“네 마침 리플레이 장면이 나오네요. 아 페퍼선수가 공중경합 전에 하인스선수의 가슴을 살짝 보는 것 같은데요. 그리고 뛰어 올라 팔꿈치로 하인스선수의 가슴을 칩니다. VAR판독에서 고의라고 생각되면 바로 퇴장도 가능한 반칙입니다.”
소튼TV에서 리플레이가 나오자 메리즈에 모여 있던 소튼의 팬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페퍼에게 손가락질을 해대기 시작했다.
“너 죽고 싶어?”
“어디서 하인스를 건드려. 오늘 집에 가기 싫어?”
이런 관중들의 분위기는 주심이 엘로우카드를 빼들자 더욱 가열됐다.
“저게 어떻게 엘로우카드야. 빨간색이 나와야지.”
“주심 너 눈 삐었어. 전반 내내 고의로 반칙했는데 어떻게 엘로우카드야.”
주심의 노란색 카드를 본 관중들은 더욱 흥분하여 손에 들고 있던 맥주컵을 경기장으로 던지기 시작했다.
영국축구협회에서 경기장에 반입할 수 있는 유리나 플라스틱을 모두 금지했기에 경기장에 쓸 수 있는 컵은 종이컵뿐이었다.
환경보호단체에서 종이컵 사용에 대해 반대했지만 위험할 수도 있다는 의견이 많아 철저한 재활용을 약속했다.
삑. 삑. 삑.
경기장에 대기하고 있던 경찰들은 관중들이 종이컵을 던지기 시작하자 몸과 곤봉으로 막아봤지만 경기장에 떨어지는 종이컵은 줄어들지 않았다.
“후.”
주심이 스프레이로 표시 한 지점에 공을 둔 인수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경기장 라인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라인 안쪽에 떨어진 종이컵을 하나하나 수거하기 시작했다.
“경기장에서는 흥분하지 마.”
“경기장에서 화가 나는 일이 있으면 시간을 끌면서 정리해. 그래야 시야가 넓어져.”
브리지의 주선으로 만난 레전드들이 똑같이 해 준 조언이었다.
‘후. 후. 후.’
심호흡을 하며 종이컵을 줍자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혔다.
“하인스 위험해. 아직 유리병이나 플라스틱컵을 몰래 들여오는 사람들이 있어.”
제일 가까이 있던 어빈이 막았지만 하인스는 개의치 않고 줍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경찰에 의해서도 막아지지 않았던 종이컵 투척은 하인스가 줍기 시작하자 그 양이 점점 줄어들었다.
더 이상 경기장에 투척되는 종이컵이 없자 초조하게 서있던 볼보이들과 선수들까지 다가와 정리하자 금세 녹색의 필드만이 남았다.
“고맙습니다.”
인수는 정리가 다 끝나자 관중석을 향해 감사의 표현을 하고 뒤로 돌아서자 웨스트햄의 골대 좌측 상단이 보였다.
너무나도 잘 보이는지라 종이컵을 주우며 진정시켰던 마음이 다시 두근거렸다.
페널티지역에서 왼쪽으로 5m정도 벗어난 지역.
골대까지는 직선거리로 25미터 정도였다.
좀 멀긴 하지만 직접 노리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시작해도 되겠지?”
주심은 수비벽을 다시 지정해주고 떨어져서 휘슬을 불기 전 인수에게 물었다.
인수는 두근대는 마음에 대답을 하지 않고 고개만 살짝 끄덕였다.
잔걸음을 디딘 인수는 오른발을 힘차게 내저어 인사이드로 감아 찼다.
“위험한 행동인데. 특별히 말리지 않네.”
“그러게요. 관중들이 흥분해 있는데 가까이 다가서다니. 그래도 라인을 넘지 않은 것이 기특하지만요.”
“그래도 그 덕에 관중들의 난동이 멈췄으니 다행이지. 저 녀석이 프리킥도 차는 모양인데.”
분석관들은 인수의 행동 하나 하나를 모두 기록했다.
한국 출신 선수들이 없었던 지라 프리미어리그의 분석은 그들의 일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쌓여 있던 자료들도 없었다.
“첼시와의 경기에서는 코너킥을 차더라고요. 왼발로 차던데. 이번에는 왼발로 프리킥하기 힘든 위치인데.”
분석관들은 경기가 재개될 분위기가 느껴지자 입을 다물었다.
뻥.
차르르.
인수가 찬 공은 웨스트햄의 수비벽을 살짝 넘어 골대를 향했다.
미리 방향을 읽은 설리번이 손을 쭉 뻗었지만 손끝을 스친 공은 좌측상단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 미친놈.”
“나 죽여. 이 자식아.”
웨스트햄의 선수들과 뒤섞여 리바운드를 준비하던 소튼의 선수들은 공이 골대 안으로 들어가자 인수에게 뛰어와 넘어뜨렸다.
“아파요. 나 아프다고요.”
인수는 선수들에게 덮쳐진 후 처절하게 외쳐봤지만 그럴수록 선수들의 무게는 더해만 갔다.
“주심이 수비벽을 다시 정해주고 있네요. 이제 곧 경기가 재개될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페퍼선수에게 마크 당하던 하인스선수가 웨스트햄진영 깊숙이 들어가 있었거든요. 페퍼선수가 안전지역이라 생각하고 거친 반칙을 했을 텐데 골대에서 불과 25미터 정도 되어 보이는 지점입니다.”
필립은 마침 골대와 골의 거리가 그래픽으로 나타나자 빠르게 읽었다.
“정확히 25.6미터네요. 페널티아크 오른쪽이구요. 직접 노리고 찰 수 있는 거리죠?”
“그렇습니다. 오른발 인사이드로 감아 찰 수 있는 위치입니다. 아주 좋은 위치에서 프리킥을 얻은 세인트입니다. 프리킥은 하인스선수가 차나요?”
“첼시와의 경기에서도 하인스선수가 코너킥을 찼는데 전담키커로 지정됐나봅니다. 공 주변에는 하인스선수밖에 없습니다.”
“아. 첼시와의 경기에서는 왼발로 찼는데 지금 위치에서는 왼발로 차기 좋지 않은 위치인데요.”
조지가 프리킥 위치를 분석하고 있을 때 인수가 잔걸음을 뛰었다.
“하인스선수 오른발 인사이드로 슛. 골인. 골입니다. 수비벽을 넘은 공이 골키퍼를 스치고 골망을 흔듭니다. 전반 19분 하인스선수의 골로 세인트가 1:0으로 앞서갑니다.”
“아 제가 말한 대로 오른발 인사이드로 감아찼어요. 하인스선수 대단하네요. 정확하게 감아 차 골인시킵니다. 지금 느린화면이 나오고 있는데요. 멋진 프리킥 골입니다.”
“하인스선수 세리머니도 하지 못한 채 선수들에게 덮쳐지네요. 아. 하인스선수 첫 골 아닙니까?”
“그렇네요. 하인스선수 첫 골을 기록합니다. 잠시만요. 제임스 본 선수가 16세 271일만에 첫 골을 기록했는데 하인스선수가 그 기록을 깹니다. 하인스선수 16세 23일이거든요. 2005년에 세워진 기록이 29년 만에 깨지게됩니다.”
“프리미어리그의 새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습니다. 대단합니다.”
“퉤.”
페퍼는 거칠게 침을 내뱉었다.
분노가 앞서 위험지역인 줄 모르고 반칙을 했다.
골인시킬 줄은 몰랐기에 마음 한 구석이 더 뒤틀렸다.
“신경쓰지 마. 겨우 한 골일 뿐이야.”
에투가 다가와 다독여줬지만 쉽게 진정되지 않았다.
다만 이미 엘로우카드를 한 장 적립했기에 다시 적립하는 반칙은 피해야했다.
“계속 반칙 할거에요?”
페퍼는 엘로우카드를 받았음에도 자잘한 반칙을 멈추지 않았다.
“우선 네가 무너져야 소튼도 무너질 거 같거든. 우리가 이기려면 네가 무너져야해.”
웨스트햄의 거친 플레이로 위축된 플레이를 하던 소튼이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페퍼는 소튼의 기를 죽일 필요를 느꼈고 그 키가 인수임을 알았다.
“그렇다고 계속 반칙하면 참지 않아요.”
인수는 자신에게 넘어온 공을 살살 몰며 웨스트햄의 진영으로 전진했다.
‘드리블은 없어. 패스할 공간만 내주지 않으면 돼.’
페퍼는 미리 받았던 분석지를 통해 인수가 드리블하지 않음을 알았다.
그렇기에 자세를 낮추고 패스할 공간만 막았다.
‘아저씨 나도 화낼 줄 안다고요.’
인수는 속으로 크게 외치며 발바닥에 있던 공을 오른쪽 장딴지로 옮긴 후 뒤꿈치를 이용해 페퍼의 키를 넘겼다.
“사포?”
페퍼는 생각지도 않았던 사포를 당하자 잠시 멍했다 자신을 스치고 지나는 인수를 뒤따랐다.
“이 새끼가 겁도 없이 사포를 해.”
뒤돌아 인수를 따르며 전방을 보니 페널티라인까지 공간이 텅 비어있었다.
사포를 당한데다 공간까지 비어있자 인수의 뒤쪽에서 몸을 날려 공을 향해 태클을 걸었다.
백태클이 깊어 인수의 발을 스쳤지만 용케 넘어지지 않고 계속 달렸다.
주심은 휘슬을 입에 가져갔다 인수가 공을 달고 달리는 것을 보고 양손을 앞으로 쭉 뻗어 인플레이를 선언했다.
“막아. 막으라고.”
인수를 오로지 테피에게 맡겨두었던 웨스트햄의 수비수가 황급히 인수의 앞을 막았다.
인수는 침착하게 수비수를 마주선 후 오른발 발바닥을 이용해 공을 굴리다 왼쪽으로 꺽었다.
“플립 플랩?”
인수가 드리블을 하지 못한다는 정보를 가지고 있던 수비수는 반응이 한 박자 늦고 말았다.
페널티라인에서 한 박자 늦은 수비는 인수의 눈에 골대가 노출됐다.
“짜증나게 하지 말라고.”
인수는 페티에게 당했던 그 분노를 왼발에 잔뜩 실은 채 휘둘렀다.
차르륵.
삑.
주심이 휘슬을 불며 손으로 센터라인을 가리켰다.
인수가 백태클을 당하고 3초도 되지 않은 시간에 만들어낸 결과가 골이었다.
웨스트햄을 상대로 불안한 1:0의 리드를 이어가다 2:0을 만드는 추가골.
그것도 두 골다 인수가 혼자서 만들어 낸 골이었다.
인수는 이번엔 잊지 않고 유스시절부터 자신의 세리머니였던 무릎으로 미끄러져 두 손을 하늘을 향해 치켜들며 소리 질렀다.
“으아아.”
“이 미친놈.”
“와 미친새끼 너 혼자 다 해먹어.”
“죽어.”
인수가 세리머니를 진행하고 있을 때 소튼의 선수들은 인수를 깔아뭉갰다.
“하인스선수 페퍼선수를 마주섭니다. 페퍼선수가 엘로우카드를 먹긴 했지만 하인스선수의 분은 풀리지 않았을 거거든요.”
“네. 고의적인 반칙을 당한 하인스선수 분하겠지만 침착해야합니다. 한 골을 넣긴 했지만 아직 불안한 한 점차 리드입니다.”
“하인스선수가 아직 많은 경기를 치룬 것은 아니지만 드리블을 하지 않거든요. 가끔 치고 달리며 상대 선수를 제치기도 하지만 기술을 사용한 적은 앞 선 두 경기에서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캐러거감독의 말에 의하면 하인스선수가 드리블기술을 배우지 않았다고 합니다.”
“아니 어린 아이들도 거리에서 공을 차며 따라하는 것이 프로선수들의 드리블기술 아닙니까?”
필립은 목소리를 높이며 따지 듯 물었다.
“보통은 다 그런 식으로 기술을 처음 접하죠. 그러나 하인스선수는 아주 어렸을 적부터 철저하게 기본기 위주로 훈련을 받았다고 합니다. 웨인 브리지가 그랬고 아담 랄라나가 그랬다는 군요. 볼트래핑과 발바닥을 이용한 볼 키핑, 패스, 슛 등 정말 기본만 지금까지 가르쳤다고 합니다.”
“아니. 하인스선수 분명 유스경기도 뛰었잖아요. 그것도 엄청난 기록을 내며.”
“그렇죠. 그게 다 기본기만······. 아니 하인스선수 사포로 페퍼를 제칩니다.”
조지가 하인스를 칭찬하고 있을 때 사포를 사용해 페퍼를 제쳤다.
“하인스선수 사포를 사용해 페퍼의 압박에서 벗어납니다. 정확한 기술은 아니었지만 사포처럼 보였는데요. 페퍼를 제치고 달리기 시작하는 하인스선수.”
“사포가 아주 어려운 기술이거든요. 동작도 크고 상대가 알아차리기도 쉬워요. 성공하기 힘든 기술인데 당하는 선수 입장에서는 더러운 기분이 든다고 합니다.”
“페퍼선수 순간 당황한 모습이었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하인스선수의 뒤를 쫓아갑니다. 하인선수 공을 달고 달리는 스피드 또한 일품 아닙니까. 페퍼선수 따라가지 못합니다. 억. 페퍼선수 태클.”
“백태클입니다. 하인스선수의 발을 걸었어요. 이미 경고가 한 장 있는 만큼 위험한 플레이를 자제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백태클을 합니다.”
“하인스선수 순간 중심이 무너졌지만 버티고 계속 달립니다. 주심 반칙으로 경기를 끊지 않고 인플레이를 선언합니다.”
“당연합니다. 페퍼선수를 제침으로 웨스트햄의 수비진이 텅 비었거든요. 센터백이 황급히 막아보지만 코룸선수의 수비가 얇아졌습니다. 페널티라인까지 거침없이 드리블한 하인스선수가 코룸선수에게 패스할 경로가 열렸다는 거죠.”
“하인스선수 패스할 틈을 찾고 있는 걸까요? 아닙니다. 뭐죠?”
“플립 플랩입니다. 하인스선수 플립 플랩으로 수비수를 속입니다.”
“수비수를 속이고 슛 코스가 열립니다. 골인.”
“대단하네요. 두 경기에서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던 기술로 두 선수를 제친 후 골을 기록합니다. 더군다나 이번에는 왼발이에요. 코너킥을 왼발로 찬 적이 있었지만 골을 왼발로 기록합니다.”
“첫 골에서는 하지 못했던 세리머니를 합니다. 저것이 하인스선수의 세리머니일까요? 유스경기를 보지 못해서 모르겠지만 멋지네요. 아 주심 페퍼선수를 향해 다가갑니다. 페퍼선수 자신의 운명을 알고 있다는 듯 고개를 숙이고 있네요. 역시 엘로우카드를 꺼낸 후 레드카드까지 뽑아듭니다.”
“위험한 태클이었죠. 백태클은 주심의 성향에 따라 바로 퇴장까지 시킬 수 있죠. 2:0으로 지고 있는 웨스트햄의 입장에서는 또 다른 악재네요.”
“미친. 페렌츠 바로 투입해도 되겠어?”
캐러거는 페퍼가 퇴장당하자 체력코치에게 물었다.
“아뇨. 아직 몸도 풀지 않았습니다. 후반까지는 준비시킬 수 있습니다.”
“아니. 느려. 추가시간까지 해도 7분밖에 남지 않았으니 페렌츠 준비시켜. 몸은 필드에서 풀라고 하고.”
캐러거는 인수가 사포를 사용했을 때부터 교체를 생각했다.
페퍼가 백태클을 할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지만 사포를 사용한 순간 웨스트햄의 선수들이 인수를 집중 견제할 것이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무지막지한 웨스트햄의 선수들의 손에서 인수를 구해주는 것 뿐이었다.
케러거의 곁으로 페렌츠가 다가왔다.
웨스트햄의 선수들이 인수를 노려보기 시작하자 순식간에 경기장의 분위기가 바꿨다.
“부탁해.”
페렌츠 역시 프리미어리그에서 수년 째 구른 선수였기에 감독의 말을 알아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하인수가 교체되니 경기장의 분위기가 죽어버렸네요.”
한국에서 온 분석관들은 후반이 시작되고 나서 의미 없는 공방만 주고받는 경기에 흥미를 잃었다.
“하인수의 플레이는 충분히 봤으니 됐어. 프리킥도 놀라웠지만 사포와 플립 플랩으로 선수를 제친 후에 슛이라니.”
“그것도 오른발과 왼발을 모두 사용해서 말이죠. 꼭 토트넘의 누구를 보는 듯 하네요.”
대한민국 출신의 마지막 프리미어리거였던 슈퍼소니.
오른발과 왼발을 모두 사용하면서 토트넘을 빅6로 만드는 기틀을 세웠던 선수였다.
다른 리그와 팀으로 계속해서 이적 이슈가 나왔지만 끝까지 토트넘에 남았었다.
그덕에 우승컵다운 우승컵을 들어본 일이 없었지만 은퇴 인터뷰에서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던 선수였다.
“양발을 사용한다는 점을 제외하면 비슷한 점도 없는데요. 체격도 다르고 플레이스타일도 달라요.”
“그래도 한국인이잖아. 그거면 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