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화 〉 018.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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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일 뿐이야. 다시 만들어가.”
울버햄튼의 감독인 루루 비투리아는 테크니컬 에어리어 밖까지 나와 선수들을 다독였다.
대기심이 다가와 주의를 줄 때까지 계속해서 선수들을 다그쳤다.
“제길. 저 녀석 자료 좀 줘.”
전반기 10라운드에 만났을 때 코룸의 미친 활약으로 경기를 놓친 이후 연패에 빠져 19위에 랭크되어 있었다.
이번 소튼전을 계기로 다시 승점을 쌓아 강등권을 벗어난다는 계획이었는데 선취점을 빼앗긴 것은 큰 충격이었다.
처음 라인업에서 인수의 이름을 보았을 때 비투리아는 쉽게 이길 것이라 예상했었다.
그래서 기용할 수 있는 선수들 중 가장 공격적인 선수들로만 라인업을 구성했다.
초반 15분 동안 소튼을 밀어 붙일 때만 해도 자신의 계획이 맞아 떨어졌었다.
“여기 있습니다. 주로 U-18에 출전했고 U-23에 두 경기 출전했습니다.”
비투리아는 탭을 건네받고 기록들을 빠르게 넘기고 스카우트들의 평가를 보았다.
“볼 키핑이 좋고, 시야가 넓고, 패스가 좋다. 중거리 슈팅력이 있고, 방향전환이 좋다? 수비가 서툴지만 끈기가 있다. 다만 경험이 적어 실제 경기에서의 활약은 미지수라고? U-23에서 3년 정도 경험이 쌓아야 한다는 평가군.”
비투리아는 다시 필드에 뛰고 있는 인수를 보았다.
수비가 약하다는 평가는 맞는지 자기 범위 안에 공이 오는데도 달려들지 않고 선수만을 막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스카우트들의 공통된 의견이랍니다.”
“그래. 사고가 난 것뿐이야. 빠르게 정비하고 동점골을 넣으면 다시 분위기를 가져올 수 있어.”
경기는 비투리아감독의 생각대로는 풀리지 않았다.
양 팀 모두 강등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만큼 경기력이 올라오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음에도 롱볼축구로 일관하고 있는 울버햄튼이었다.
“선수들이 쉽사리 스루패스를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개들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지만 롱볼축구를 하고 있거든요. 세인트의 선수들이 키가 작지 않기에 선수들을 놓치지 않고 있습니다.”
“롱볼축구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제공권을 제압해야 하거든요. 그것이 아니라면 위치선정을 통한 리바운드 볼을 차지해야 하는데 울버햄튼의 선수들이 제공권 자체를 제압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세인트의 선수들은 전방으로 걷어내는 것만 급급하지만 이미 역습을 당한 경험이 있는 울버햄튼은 전방에 나와 있는 하인스선수와 코룸선수를 막고 있어 같은 양상이 계속 반복되고 있습니다.”
“다시 센터링. 브루스선수 헤딩. 골대를 벗어나고 맙니다. 오랜만에 브루스선수가 헤딩을 통해 슛을 해봤지만 공중에 뜨고 마네요.”
“빅토르 반 비크선수가 놓치지 않았어요. 브루스선수와 같이 떠 주니 자세가 흐트러져 정확히 맞추지 못했거든요. 미콜레코골키퍼 여기서 천천히 경기를 조율해야 합니다. 울버햄튼의 수비진이 얇긴 하지만 세인트의 공격진이 없어요. 윙어인 마크 라이스와 빌리 맥킬리선수가 모두 수비 깊숙이 내려와있는 상태입니다. 천천히 만들어 나가야죠.”
해설의 말을 들었는지 미콜레코가 안전하게 공을 던져주었다.
울버햄튼의 공격진이 달려 들어보지만 공을 잡은 파바르는 안전하게 도슨에게 연결하고 다시 돌려받으며 전방압박을 벗어났다.
파바르는 빅토르와 공을 주고받으며 오랜만에 울버햄튼 진영으로 넘어간 소튼의 선수들을 보았을 때 자신에게 달려드는 브루스를 보며 급하게 전방으로 공을 걷어냈다.
“꼬마야 여긴 네가 놀 곳이 아니야.”
후방에서 넘어오는 공을 보며 위치를 잡았던 인수는 강하게 어깨를 부딪치는 울버햄튼의 선수를 보았다.
“축구는 힘으로 하는 것이 아니랬어요.”
인수는 수비수를 등지며 강하게 넘어온 공을 발바닥으로 지켰다.
상대 진영에서 길게 넘어온 공을 단번에 발바닥으로 지킨 인수를 보며 놀랬지만 디오고는 인수가 돌지 못하게 몸을 부딪쳤다.
“찢어진 눈으로 위치를 잘 보네.”
“여기 카메라 많아요. 인종차별로 처벌당하고 싶어요?”
“카메라에 우리 목소리까지 들리는 것은 아니잖아. 노란원숭아.”
디오고는 입술을 거의 움직이지 않고 인수를 조롱했다.
경기장에 카메라가 늘어나고 선수들의 입술을 읽어 인종차별을 잡아낸다고 하지만 선수들은 그것을 피해 트래쉬토크를 즐겼다.
“자꾸 그러면 상대하기 싫잖아요.”
인수는 미리 보아두었던 상대의 위치와 공격을 하기 위해 올라오는 라이트백인 윌리의 앞으로 강하게 패스했다.
윌리가 돌파하려고 했지만 수비에 막혀 공을 뒤로 돌렸고 그 공은 다시 인수의 발로 돌아왔다.
인수의 발에 다시 공이 돌아오자 디오고가 다시 다가와 마주섰다.
“앞에서 보니 더 노란원숭이처럼 생겼네.”
“피부는 내가 하얀걸요.”
인수가 발바닥으로 공을 몰며 다가오자 디오고는 더욱 거세게 어깨를 부딪쳤다.
“앞으로는 못가. 뒤로 가라고.”
디오고는 어깨를 밀치며 실수인 듯 무릎으로 허벅지를 찼다.
어린 녀석에게 이런 방식은 쓰고 싶지 않았지만 당장 승점 3점을 따지 못하면 비투리아의 입에서 불이 뿜어져 나올 것이기에.
“보내줘요. 가고 싶어요.”
인수가 리듬을 타듯 말을 하며 발바닥으로 디오고 오른쪽으로 공을 밀었다.
별다른 개인기가 없었기에 공을 빼내고 순간스피드로 수비를 따돌리려고 했다.
그런 인수의 움직임을 읽은 디오고는 오른발을 쭉 내밀어 공을 차단했지만 흘러나온 공은 뒤에 대기하고 있던 팝이 이어받았다.
“하인스 받아.”
흘러나온 공을 받은 팝은 디오고가 넘어진 사이 앞으로 치고 나가는 인수에게 공을 밀어주었다.
“고마워요.”
인수는 팝에게 넘겨받은 공을 바로 전방에 침투하던 레프트윙인 마크에게 밀어주었고 마크는 바로 슛으로 가져가봤지만 골대 오른쪽으로 크게 벗어났다.
마크는 머리 위로 박수를 치며 인수에게 엄지를 들어보였다.
처음 훈련장에 나와 전방으로 뿌리던 패스들은 진짜였다.
다만 시간이 지나고 경기가 이어질수록 자잘한 단점들과 버릇들로 인해 막히겠지만 적어도 이번 경기 내에서 막힐 일은 없었다.
“우리보다 선수들이 하인스를 더 믿는가 보네요.”
인수를 선발 라인업에 넣기 전까지 넣어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하던 코치스테프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경기를 지켜봤다.
단장의 강압이 있긴 했지만 마지막까지 이름을 적지 못하다 라인업제출시간이 다 돼서야 적었던 이름이었다.
경기를 망치는 것도 걱정이었지만 인수의 걱정이 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었다.
“생각보다 잘 뛰네.”
캐러거는 인수의 움직임에 합격점을 주었다.
“하인스 이번 경기에서 딱 두 가지만 주의해.”
경기가 시작되기 전 캐러거는 인수를 따로 불렀다.
“하나는 절대 백패스는 하지 마. 다른 하나는 힘들면 언제든지 손을 들어.”
캐러거는 아직 인수와 선수들간의 유대가 이뤄지지 않았음을 걱정했다.
패스가 정확하다는 평가는 믿었지만 백패스가 끊길 경우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기 쉬웠다.
강등권간의 경기였기에 위험상황 하나하나가 만들어내는 변수가 너무나 컸다.
“넵. 알겠습니다. 그런데 손을 들기 전까지 계속 뛰는 건가요?”
인수는 정색하며 대답을 한 이후 다시 장난스럽게 되물었다.
“그건 네 에이전트하고 이야기 해. 네 에이전트가 후반 20분 전에 반드시 교체하라고 계약서에 명시했으니.”
캐러거는 계약서의 내용도 내용이었지만 인수의 움직임에 따라 전반 초반에 교체를 하려고 마음먹고 있었다.
그렇기에 미리 페렌츠를 준비시켜놨지만 첫 골이 들어간 이후 벤치로 불러들였다.
“마크 라이스의 슛 이후에 경기가 소강상태로 접어들며 전반도 추가시간 1분만 남겨두고 있습니다.”
울버햄튼은 첫 골을 먹은 이후에도 공격적으로 밀어 붙였지만 마크의 슛 이후에는 공격적으로 나가지 못했다.
언제든 뛰어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는 코룸도 문제였지만 역습상황을 대비해 인수에게도 마크를 붙인지라 양팀 모두 공격을 풀어나갈 방향을 찾지 못한 채 전반이 끝났다.
“전반이 마무리되었습니다. 어떻게 보셨습니까? 조지.”
“세인트의 입장에서는 전반은 성공적이었습니다. 특히 우려했던 하인스선수의 움직임이 좋았습니다. 후반에는 큰 움직임은 없었지만 울버햄튼의 수비진이 공격적으로 나오지 못한 이유가 하인스선수 때문이었거든요.”
“그렇습니다. 세인트가 1:0으로 앞선 채 전반이 마무리되었습니다. 저희는 잠시 후에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필립은 마이크가 켜진 것을 확인하고 헤드셋을 벗었다.
“생각보다 잘하는데.”
“잘하는 정도가 아냐. 미친놈이 나왔어.”
조지는 자신이 적은 종이를 확인하며 말을 이었다.
“전반에 12번의 패스를 했는데 100퍼센트 성공했어. 그것도 백패스는 하나도 없이 전부 전방으로 패스한 것이. 3번 돌파를 시도했는데 1번 실패했고 실패한 다음 바로 패스를 받아 전방에 킬패스를 날렸어. 어지간한 실수는 신경도 쓰지 않는 듯 말이야.”
“후반에도 기대해 봐도 좋아?”
“후반에는 힘들겠지. 울버햄튼이 하인스를 마크하고 나섰어. 그럼 받쳐주는 선수가 있어야 하는데 보이지가 않아. 아직 선수들 간의 호흡이 맞지 않다는 말이겠지. 압박 잘하는 선수가 마크만 한다면 전반처럼 활약하기는 쉽지 않겠지. 울버햄튼이 멍청하게 나온다면 몰라도.”
15분간의 하프타임이 끝난 후 인수는 다시 경기장에 섰다. 가볍게 몸을 풀며 하프타임에 있었던 일을 생각했다.
“하인스 넌 여기까지야.”
전반이 끝나고 처음 감독이 불러 말을 했을 때 교체가 생각났다.
“더 뛸 수 있습니다.”
“당연히 더 뛰어야지. 앉아서 들어.”
캐러거는 발끈 일어서는 인수를 자리에 안내하며 말을 이었다.
“저쪽에서 하프타임 동안 너에 대해 어떻게 할까 고민하겠지. 그런데 쉽게 결정하지는 못할거야. 나라도 그럴테니. 그럼 널 어떻게 해야 할까?”
캐러거는 흥미로운 눈으로 인수를 바라봤다.
유스팀에서 넘겨준 자료를 보면 축구머리가 있는 선수였다.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알 수도 있을 터였다.
“전반 후반과 같이 절 경기에서 제외시키려 할까요?”
하인스는 전반 후반부터 자신에게 전담마크가 들어왔다는 걸 느꼈다.
처음 디오고가 막을 때에는 어찌어찌 뚫을 만 한 공간이 보였다.
그러나 디오고가 아닌 프랭크 쇼로 바뀌자 쉽게 공간이 나지 않았다.
캐러거가 말한 대로 후방패스를 하지 않다보니 공을 가지고 있는 시간이 늘어났고 패스할 공간도 보이지 않았다.
“그래. 전반과 같이 프랭크가 널 막으려 할 거야. 너한테서 나간 패스가 위협적이었으니 널 막겠지. 그런데 문제는 프랭크가 울버햄튼 공격의 시작점이란 것이지. 그것도 아주 노장의.”
프랭크 마스는 이제 35살이었다. 그만큼 노련했지만 체력적인 문제가 있었다.
“다른 사람이 붙으면 네 맘대로 날뛰어. 하지만 프랭크가 붙는다면 네가 제외된 만큼 프랭크까지 제외시켜.”
울버햄튼의 선수진 중 디오고도 나쁘지 않은 대인마크수비를 할 줄 알았다.
체력도 좋았고 순발력도 있고 근성도 있었다.
그런데 인수가 번번이 뚫어내자 프랭크가 디오고 대신 마크가 들어왔던 것이다.
“프랭크가 저한테 온 이후 울버햄튼의 공격이 무뎌졌는데 후반에도 그럴까요?”
“대안이 있으면 다른 사람을 붙이겠지. 그럼 네 마음대로 날뛰면 돼.”
“알겠습니다.”
소튼의 공격으로 후반이 시작되자 자신에게 프랭크가 다가왔다.
“오셨어요. 아저씨.”
인수는 앞으로 달려 나갈듯 허리를 숙이며 반갑게 인사했다.
“천천히 뛰자고. 그러다가 금방 퍼져.”
프랭크는 뛰어갈 듯 보이는 인수의 옆에 붙어 인수가 달려갈 코스를 막았다.
“공을 받으려면 뛰어 나가야죠. 천천히 하면 공을 안준다고요.”
그 말을 남기고 인수가 울버햄튼 진영으로 뛰어나가자 프랭크도 인수의 곁이 붙어 같이 뛰었다.
인수가 들어오며 소튼의 공격코스가 늘어난 것일 뿐 인수를 막으면 소튼의 공격도 단조로웠다.
자신이 없다면 공격이 무뎌지겠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소튼의 수비진을 뚫을 것이라 믿었기에 인수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후반 20분 동안 내내 뛰어다니자 인수와 프랭크 모두 거친 숨을 내쉴 정도로 지쳤고 소튼은 인수를 페렌츠와 교체시켰다.
울버햄튼은 프랭크가 다시 공격의 물꼬를 터주길 기대했지만 20분 동안 내내 뛰어 다니던 프랭크 역시 교체할 수밖에 없었다.
소튼은 인수와 프랭크가 모두 나가자 수비를 강화하는 교체를 했고 귀중한 승점 3점을 가져올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