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화 〉 016.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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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
인수의 에어전트인 리처드 미어슨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
“도대체 말이 되는 소리입니까? 16세 계약을 한 당일 1군 로스터에 올리겠다니.”
미어슨은 인수의 프로계약을 위해 단장실로 불렀을 때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인수가 아무리 유스에서 잘한다고 하지만 유스일 뿐이었다.
첫 프로계약은 통상 운영팀장선에서 이뤄지는 것이 보통이었고 단장실에서 단장까지 참석하는 경우는 없었다.
“U-18에서 하인스선수가 보여주는 경기력이 있지 않습니까. 그냥 1군 경기를 경험시켜 주기 위해서 로스터를 등록하는 것뿐입니다. 다시 2군에서 뛰게 할 것입니다.”
리처드는 방안의 분위기를 조심스럽게 살폈다.
주로 이야기하는 것은 JK에서 데려왔다던 경영팀장이었고 맞장구를 치는 사람은 단장이었다.
정작 운영팀장은 아무말도 없이 복잡한 눈빛으로 인수를 바라만 보고 있었다.
“마침 25인 로스터중에 부상으로 빈자리가 생겼습니다. 그 빈자리에 하인스선수를 기용하겠다는 겁니다.”
프리미어리그 25인 로스터의 룰은 약간 복잡하다.
시즌이 시작하기 전에 각 팀은 25인 로스터를 제출하게 되어 있고 그 중 홈그로운 선수를 반드시 9명을 포함해야 했다.
원래 8명이었던 규정이 강화되었다.
그리고 25인 로스터를 운영중 부상으로 대체선수가 필요할 경우 21세 이하의 소속선수를 자유롭게 쓸 수 있었다.
물론 겨울이적시장이 있었다.
그렇기에 이적시장이 닫히면 다시 로스터를 제출하기에 한 시즌에 두 번의 로스터를 제출해야했다.
“잠시만 우리 선수와 이야기를 좀 나눠도 되겠습니까?”
리처드는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빈 회의실을 안내해드리죠.”
인수는 아무 말 없이 생각에 잠긴 리처드를 기다렸다. 이윽고 박수를 치며 고개를 든 리처드가 인수를 바라봤다.
“어때?”
“1군? 아니면 주급? 계약기간?”
리처드는 인수의 말에 펼쳐놓았던 계약서를 엎었다.
“우선 1군 로스터에 대한 이야기해보자. 만약 1군 로스터에 들어 뛴다고 하면 이 계약서는 다시 바꿔야하니까.”
“나쁘지는 않아요. 좌절할 수도 있지만 제가 그리 쉽게 좌절할 성격은 아니잖아요. 통하지 않으면 더 연습해서 올라오면 되요.”
“뛰고 싶다는 말이지?”
리처드는 핸드폰을 들어 누군가에게 전화했다.
“어. 나야. 지금 세인트 내부 분위기가 어때? 어차피 강등권이라 분위기가 안좋다는 것은 알고 있지. 선수들 분위기 말고 보드진. 특히 경영진에 대한 분위기.”
리처드는 상대방의 말에 호응해주며 고개를 끄덕이며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다시 다른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하. 저 리처드입니다. 네. 세인트에서 인수를 1군 경기에 출전시키고 싶어 하는 군요. 네. 인수는 한 번 뛰고 싶다고 하구요.”
리처드는 계약에 대한 전권을 받긴 했지만 아직 미성년자인지라 재일에게 다시 확인받았다.
“간단하게 이야기하는 방법이 있고, 복잡하게 이야기하는 방법이 있어. 어떤 방법으로 이야기할까?”
“간단하게 해줘요. 복잡하게 설명해봐야 못알아들을거 같거든요.”
“하는 너의 선택을 존중한다고 했고 넌 1군에서 뛰어보고 싶다고 했지?”
인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경험일 거 같아요.”
“조금이라도 오래 산 난 반대하고 싶지만 네가 뛰고 싶다면 반대하지 않으마.”
리처드는 펜을 꺼내어 계약서에 줄을 긋기 시작했다.
“우선 이 계약서는 네가 U-23에서 뛴다면 모를까 1군에 출전한다면 우습게보고 있다는 거지. 지금 세인트는 시한폭탄을 안고 있어. 그 시한폭탄을 해체하는 열쇠로 너를 선택한 거 같아.”
“복잡한 이야기는 리처드에게 맡길게요. 리처드가 협상해줘요.”
리처드는 거칠게 계약서를 집어들었다.
“좋아. 이제부터는 어른들의 정치이야기가 될거야. 넌 저기 소파에서 쉬고 있어. 길어질 거 같으면 전화할테니 그때는 아니다. 잠시만.”
리처드는 자신의 회사로 전화해 인수를 집까지 데려다주게 했다.
“집에 가 있어. 네가 뛰고 싶다고 했으니 아마 모레 울버햄튼전에 출전할 수 있어. 웨인 녀석한테 부탁해 놓을 테니 어떻게 뛰어야 할지 상의해.”
“하인스선수는 어디가고?”
경영팀장은 리처드가 혼자 들어오자 깜짝 놀란 눈으로 물었다.
“리처드, 전투모드로 들어오신 거네요. 은퇴하신다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 운영팀장은 다시 들어온 리처드를 친근하게 불렀다.
“소튼에서 유명한 에이전트셨죠. 소튼 유스들 중 상당수가 리처드에게 도움을 받았고요. 제가 운영팀에 막 입사했을 때에도 에이전트셨어요.”
“뭐 친한 아이가 하도 부탁을 하니 들어줘야지. 마지막이야. 또 은퇴를 번복하고 싶진 않거든.”
“각오해야겠군요.”
두 사람의 이야기를 조용히 듣고 있던 필은 많은 에이전트를 상대해봐서인지 바로 정신을 차렸다.
“하인스선수가 없는 것을 보면 계약서를 다시 검토하자고 하시는건가요?”
“물론이죠. 전 제 선수가 정당한 평가를 받기 원하거든요.”
“분명 첫 계약으로는 최고의 계약서를 보냈다고 생각합니다만.”
필은 상대의 반응에 길어질 것을 예상했는지 비서에게 다시 음료를 부탁하고 소파에 편하게 앉았다.
“유스 아니 2군계약으로 치면 좋은 내용이었죠.”
리처드는 필이 시킨 음료가 들어오고 나서도 한참 후에 대답했다.
“그럼 마음에 들지 않는 내용이 있으신가요?”
“1군 출전에 대한 내용을 추가했으면 좋겠군요.”
“출전수당과 골 수당, 어시스트 수당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리처드는 경영팀장의 말을 듣고 조용히 음료를 마셨다.
“리처드, 1군 운영에 대한 조율은 할 수 없어요. 잘 아시잖아요.”
느긋한 리처드의 태도에 운영팀장이 나섰다.
“운영에 대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선수보호에 대한 이야기죠.”
“우리는 하인스선수를 울버햄튼과의 경기에 선발출전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리처드는 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말에 다 알고 있다는 듯 표시하는 리처드를 보고 고개를 돌려 운영팀장을 불렀다.
“소튼 내부의 일은 여기 있는 모두보다 잘 알고 있을 겁니다. 소튼에서 30년 이상 에이전트로 활동했으니 말이죠.”
“내부의 일이 새고 있다는 말이잖아. 도대체 누가?”
“누구냐고 물어봐도 소튼 관계자 모두라고 할까요?”
운영팀장은 필과 귓속말을 주고받다 리처드를 쳐다보았다.
자신이 소튼 운영팀에 들어오기 전부터 유명한 세인트 팬이었다.
소튼 유스들이 구단에 불이익을 받자 미래가 창창했던 변호사에서 에이전트로 방향을 튼 사람이었다.
소튼 유스들이 잘 나가기 시작하면서 일급 에이전트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소튼에 남았을 정도로 애정이 깊은 사람이었다.
15년 전에 에이전트를 은퇴하고 세인트 팬으로 남겠다고 선언했다가 돌연 10년 전 하인스와 에디의 에이전트를 맡아왔었다.
“많은 걸 바라지 않습니다. 다만 출전시간을 조율해 주시죠. 1군 경기에 출전할 경우 40분 출장으로 말이죠. 기한은 이번 시즌동안.”
필은 머리를 세차게 굴리며 경영팀장을 보았다.
“선발로 출전한 경기를 40분만 뛰게 할 감독은 없습니다. 우리가 평가하기엔 하인스선수는 한 경기에 80분 이상을 뛸 수 있는 체력을 가졌다고 생각합니다.”
경영팀장은 필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반론했다. 후반 10분을 남기고 출장시키는 것만으로는 스포트라이트를 끌어오기 부족했다.
그렇기에 선발출장을 시키는 것으로 내부결론을 낸 상황이었다.
“미어슨 에이전트도 아시겠지만 40분을 명시할 수는 없습니다. 경기운영은 감독이 하는 것이니까요. 더욱이 경기 상황에 따라 선수기용이 달라지니 말이죠.”
단장실에 모여있던 사람들은 같은 내용을 반복하며 줄다리기를 하다 1군 출전에 대한 것은 에이전트와 상의할 수 있다는 말을 명시한 채 끝냈다.
“1군 경기에 출전한다고? 정말이야?”
인수의 가족뿐만 아니라 에디와 에디의 가족까지 계약을 마치고 돌아올 인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응. 리처드씨가 웨인에게 연락해 놓는다고 했는데 경기에 대한 플랜을 미리 짜 놓으래. 나가봐야 후반에 잠깐 나갈텐데 플랜까지 짜야 하나?”
“아직까지 1군하고 호흡을 맞춰본 적도 없잖아. 그런데 갑자기 1군에 뛴다고? U-23이야 가끔 올라갔지만 1군은 처음이잖아.”
“자세한 내용은 에이전트님이 연락을 주셔야 아는 거지. 웨인 왔어요?”
인수가 도중에 돌아와 에디와 이야기를 하는 도중 브리지가 집으로 왔다.
“리처드 영감님한테 들었는데 1군 경기에 출전할 거 같다며. 들은 적 있어?”
“아뇨. 전혀. 저도 리처드씨한테 오늘 처음 들은 이야기에요.”
“이런 미친놈들. 영감님이면 그런 미친 짓을 용납하지 않았을텐데. 네가 뛴다고 했어?”
브리지도 처음 소튼과 계약할 때 리처드의 도움을 받았었다.
소튼에서 얼마 뛰지 않고 첼시로 이적할 때 조건없이 에이전트를 해지해주어 거물급 에이전트를 선임할 수 있었다.
아이들을 은퇴한 리처드에게 소개한 이도 브리지였다.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서요. 어차피 못하면 바로 2군이나 U-18로 내려온다고 해서.”
“됐다. 우선 차에 타. 다들 나중에 봬요. 우선 이녀석을 먼저 챙겨야 할 것 같아서요.”
브리지는 모여 있던 가족들에게 급하게 인사하고 자신의 차에 태워 스태플우드로 향했다.
브리지가 먼저 연락을 해놔서인지 스태플우드에는 1군 감독인 캐러거와 코치들이 모여있었다.
“어서오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케러거라고 합니다.”
케러거는 자신이 감독이긴 했지만 연상인데다 스타플레이어 출신인 브리지를 반갑게 맞이했다.
“흠흠. 안녕하세요.”
반갑게 맞이하는 코치진이 어색했는지 브리지가 헛기침을 하며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하인스선수 훈련장을 지나가다 몇 번 본적은 있지만 정식으로 인사하는 건 처음이지?”
“네. 훈련장에서 몇 번 뵌 적은 있지만 정식으로 인사하는 것은 처음이네요.”
케러거는 두 사람을 안내해 감독실로 들어왔다.
“그렇지 않아도 계약이 끝나면 바로 부르려고 했는데 이렇게 왔네요.”
이미 단장에게 선발출전을 고려하라는 부탁 아닌 명령을 들었다.
분명 들리는 말은 부탁이었지만 명령이나 다름없었다.
그렇기에 인수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코치들과 이미 전략을 짜 논 후였다.
“당장 이틀 후에 경기인데 호흡도 맞춰보지 않고 출전시킬 생각입니까? 전해 듣기론 선발출장도 생각하라던데.”
“선발출장이요?”
인수는 깜짝 놀란 눈으로 브리지와 케러거를 번갈아보았다.
지금까지 1군 경기에 출전한다면 이전에 뛰었던 16세 선수들처럼 후반 시간끌기용으로 잠깐 출장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선발출장에 대한 이야기는 생각해본 적도 없었다.
“그래서 오늘 오후에 선수들과 인사하고 전술훈련을 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하인스선수는 최대한 프리롤을 부여하려고 합니다.”
“16살 처음 출전하는 경기에 프리롤이라니 말이 되는 소리입니까?”
브리지의 버럭에 케러거도 동감했지만 내색할 수는 없었다.
자신의 목숨 줄은 단장인 필이 쥐고 있었다.
“유스경기에서 하인스선수에게 부여된 위치도 프리롤에 가깝지 않습니까. 오후 훈련을 보고 최대한 맞춰서 전술을 짤 예정입니다.”
브리지도 전술에 대해 말할 처지가 아니었기에 오후 훈련을 봐주며 당장 고칠 수 있는 점만 지적했다.
이미 인수가 훈련장에 있다는 연락을 받은 필과 리처드는 훈련장까지 찾아와 계약서에 서명을 받았고 프리미어리그 첫출전이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