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화 〉 015.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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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뭐가 문제입니까?”
JK에 의해 단장으로 임명된 필 콜린스는 회의장에 모인 사람들에게 소리쳤다.
이미 MLS에서 성공한 경영인이었던 필은 프리미어리그에서도 성공할 자신이 있었다.
물론 필이 생각하는 성공이란 JK에게 큰 이득을 주어 보너스를 두둑히 받는 것이었지만.
“전체적으로 다 문제입니다. 이미 시즌 시작 때부터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이러면 버틸 수 없다고.”
보드진의 가장 선임이었던 운영팀장이 반론했다.
“이적 시장에서 주전 골게터였던 페페 아낭이 팀을 떠났습니다. 곧이어 프랑크 바두와 보니 파티가 팀을 떠났죠. 최전방 공격수와 허리를 바치던 미드필드진에 구멍이 생겼죠. 거기에 서브자원이었던 케빈 조르쉬와 키건 모렐도 이적시켰죠. 거기서 생긴 이적료가 1억2천만파운드입니다. 그 1억2천만파운드중에 80프로만 선수영입을 위해 쓰자고 했는데 단장님은 예비비로 남겨야 한다며 6천만파운드만 지출을 결정했고 겨우 공격수 하나와 미드필더 2명만을 영입했죠. 프리미어리그는 다른 리그와는 달리 경기 일정이 빡빡합니다. 서브자원이 없는 상태에서 계속해서 경기를 뛰었으니 좋은 성적이 나올 리가 없죠.”
35-36시즌의 박싱데이가 다가오는데 소튼은 승점 10점으로 20위를 기록하고 있었다.
물론 17위가 15점이었기에 선수자원만 충분하다면 강등은 면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다면 2003-04시즌 이후 처음으로 강등할 수도 있었다.
“강등은 안 됩니다.”
이미 남은 6천만파운드는 이런 저런 명목으로 주주들에게 분배하고 남은 돈은 2천만파운드도 남지 않았다.
프리미어사무국에서 감사를 실시했지만 JK의 경영팀은 프로중에 프로였기에 흔적을 남기지도 않았지만 끝까지 파고 든다면 흔적이 발견될 수도 있었다.
“캐러거 감독. 강등만은 피해야 합니다. 어떤 지원이 필요하십니까?”
필은 자신이 데려온 캐러거를 불렀다.
브루노 캐러거.
MLS에서 성공한 감독 중에 하나였다.
약팀이었던 올랜도를 3년간 맡으면서 동부리그에서도 항상 중위권을 기록해왔다.
특별한 스타플레이어가 없어도 흑자를 낼 수 있는 성적을 만들어왔다.
축구의 변방이라고 불렸던 미국의 프로팀에서 프리미어리그 팀 감독을 할 수 있다는 욕심에 팀을 맡았지만 MLS와는 전혀 다른 리그였다.
지원을 해준다고 하지만 선수를 사줄 돈이 없다는 건 잘 알고 있었다.
“선수가 필요합니다. 경기의 중심을 잡아줄 선수가 필요합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선수가 필요했기에 조심스럽게 말했다.
“프리미어리그 규정에 맞는 선수가 있습니까?”
프리미어리그는 선수수급에 있어 일정한 기준을 제시했다.
리그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는 핑계로 비자지급규정도 복잡했다.
“당장 겨울이적시장에서 중심을 잡아줄 선수면 적어도 4천만파운드는 필요합니다. 비EU국가의 선수들은 전무하구요.”
보드진은 이미 파악해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준비한 자료를 필에게 넘겼다.
잉글랜드선수는 소튼에서는 감당하지 못했다.
취업비자를 위해 영입 후 임대로 해결할 수도 있었지만 당장 소튼에서 뛸 선수가 필요했기에 이 방법도 쓰지 못했다.
결국 EU국가에서 영입해야 하는데 영입자금이 4천만파운드는 필요했다.
“4천만파운드? 장난합니까? 우리 선수들 중에 가장 비싸게 영입한 데이비드 코룸도 2천만파운드입니다. 그런데 그 두 배가 필요하다구요?”
데이비드 코룸은 페페가 떠나고 필요해진 골게터로 영입된 가나 출신의 공격수였다.
리그앙의 클레르몽에서 뛰던 공격수를 영입하기 위한 이적금액이 2천만파운드였다.
코룸이 활약해주어 승점 10점을 쌓을 수 있었기에 성공적인 영입이라 평가되었다.
“지금 프리미어리그 강등권에 있는 대부분의 팀이 공격형 미드필드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그 부분을 제일 잘 알고 있는 이들이 바로 에이전트죠. 이미 에이전트에서는 자기들 선수들을 이적시킬 금액을 책정해 통보했습니다.”
필이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경영팀장을 바라보았지만 경영팀장은 고개만 가만히 저었다.
“이적시장이 열리려면 시간이 남았습니다. 좀 더 고민한 이후에 다시 이야기하죠.”
필은 피곤한 표정으로 회의실을 나갔다.
소튼의 보드진이 고민하고 있을 때에도 박싱데이는 시작됐고 소튼은 3경기 중 겨우 한 경기를 비겨 승점 1점을 획득했다.
시즌 절반을 넘어 후반기가 시작됐음에도 강등권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소튼의 팬들이 경영진을 비난하고 나섰다.
소튼의 팬들은 프리미어리그에서 강등당하고 챔피언십에서까지 강등당해 리그1에서 7년 만에 겨우 프리미어리그에 복귀한 역사를 기억하고 있었다.
물론 리그1에서 프리미어리그까지 백투백승격을 해 엄청난 감동을 안겨준 팀이었지만 다시 강등당하는 꼴은 보고있을 수 없었다.
꽝구단주가 엄청난 욕을 먹으면서도 직접적인 시위가 없었던 것은 프리미어리그에 잘 안착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구단주가 바뀌자마자 강등권에서 놀고 있는 팀의 성적은 소튼의 팬들이 참지 못하게 만들었다.
“하루하루가 지옥이구만.”
팀은 단장사무실까지 들리는 팬들의 외침에 고개를 흔들었다.
“여기 창문을 방음으로 달았는데도 이렇게 크게 들리는 군요.”
팀의 요청으로 사무실에 도착해 차를 마시던 경영팀장은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JK로 스카웃되기 전 가장 오래 근무했던 곳이 필라델피아였다.
그곳에서 미식축구팀과 야구팀의 경영지원팀으로 근무했었기에 이정도의 비난은 포기한지 오래였다.
이겨도 욕을 먹고 지면 난동을 피우는 필라델피아의 특성상 포기하면 편했다.
“이적시장에서 쓸 수 있는 돈이 얼마입니까?”
필은 JK로부터 이번에 강등할 경우 소튼을 매각한다는 방침을 듣고 마음이 급해졌다.
경영팀에서 잘 처리하긴 했지만 1년 만에 매각할 경우 프리미어리그 사무국에서는 강도 높은 조사가 나올 확률이 높았다.
1년도 되지 않아 4천만파운드를 분배한 정황이 나온다면 구속을 피할 길이 없었다.
JK에서도 자신을 버리는 패로 쓰고 프리미어리그와 협상할 것이 분명했다.
“2천만파운드정도? 이곳저곳에서 아낀다고 해도 2200만파운드정도겠죠. 추가로 몇 명을 이적시킨다면 모를까?”
이적시킨다는 말에 고개를 번쩍 들었다.
“이적시킬만한 선수가 있을까요?”
필은 소튼이 보유한 모든 선수가 기록된 탭을 들고 한 장 한 장 넘겼다.
“팔 수 있는 선수를 넘겨도 얼마 되지 않겠죠. 주전선수를 팔수는 없으니까요.”
필은 거칠게 탭을 던졌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이오. 이미 이적시장은 열렸고 모든 팀에서 선수들을 구하고 있어요. 저번에는 4천만파운드를 원했지만 이미 4300만파운드가 필요하다는 소리를 하고 있어요.”
이제 막 이적시장이 열렸다.
각 팀에서 공격적으로 영입을 원하는 바람에 소튼이 필요한 선수는 이미 4300만 파운드로 올라있었다.
“차라리 영웅을 만들죠.”
“영웅?”
“사람들은 영웅에 환호하죠. 그런 영웅을 만드는 겁니다.”
경영팀장은 필이 던진 탭을 집어 익숙한 손놀림으로 자신이 원하는 선수를 찾았다.
“인수 하. 등록명 하인스. U-18에서 뛰고 있는 선수입니다.”
유스에 대한 관심이 없던 필은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앞으로 일주일 후면 16세가 되죠.”
“그래서요?”
“프리미어리그는 16세가 되면 정식으로 프로계약을 할 수 있습니다.”
필은 그 정도는 알고 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경영팀장은 탭을 눌러 세부기록을 표시하여 필에게 넘겼다.
“지금까지 치러진 21경기 중 17경기를 선발로 출장했습니다. 14골과 23개의 어시스트를 하면서 리그를 박살내고 있죠. 2경기는 U-23에 출전했고요. 거기서는 1골과 3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했습니다.”
“U-18 유스팀이 리그에서 잘 나가고 있다는 건 보고받아서 알고 있습니다.”
필은 유스팀의 내용은 서류로만 보고받았다. JK에게 실적을 보이는 건 경기내용이 아니라 돈이었기에 유스팀은 소튼에서 유지하고 있는 보드진에게 위임한지 오래였다.
“이 선수를 계약하자마자 1군에 투입하는 겁니다.”
경영팀장은 소파에 편하게 기대어 앉으며 말했다.
“잠깐.”
필은 경영팀장에게 손을 내밀어 말을 막으며 핸드폰으로 검색을 시작했다.
“풀럼의 하비 엘리엇이 16세 30일이군요. 계약하자마자 출전시키면 최연소기록은 소튼의 선수가 기록하게 되겠군요.”
“그렇죠. 더군다나 이 선수가 골이나 어시스트를 기록하게 된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필은 경영팀장의 말을 듣고 검색을 계속했다.
“16세 271일에 최연소득점을 기록했으니 이번 시즌에 골을 넣는다면 당연히 이 기록도 깰 수 있겠군요.”
“소튼의 영웅이 탄생하는 거죠. 더군다나 지금 우리가 필요한 공격형 미드필더입니다. 2천만파운드를 지출하지 않고도 선수를 수급할 수 있습니다.”
경영팀장은 씩하고 웃었다.
영웅이 탄생하는 순간 팬들의 비난은 영웅에 대한 환호로 바뀔 거라 예상했다.
“그래봐야 강등을 한다면 JK에서 매각을 진행할텐데.”
“이미 그 계획은 미루도록 보고서를 올렸습니다. U-18이 상승세에 있는 것은 하인스선수의 능력이 아니죠. 전반적으로 U-18선수들이 황금기에 있습니다. 이 선수들이 프로계약을 하고 2군으로 진출하고 있죠. 매각보다 이 선수들까지 모두 이적시켜 이적금을 챙기는 것이 이익입니다.”
필은 유소년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의 목록과 기록들을 다시 살폈다.
“운영팀에서 찬성할까요?”
소튼의 운영팀은 만만찮은 상대였다.
특히 처음 계약할 때부터 유스에 관한 권한을 운영팀에 위임한다고 구두계약을 했기에 운영팀의 찬성이 필요했다.
“자기들도 지금 상황이 어려운 것을 알고 있을 겁니다. 내일 회의에서 이야기를 해보죠. 서포트하겠습니다.”
“말도 되지 않는 소리 하지 마십시오.”
필이 말을 꺼내자마자 운영팀장은 버럭 소리를 지르며 일어섰다.
“프로계약을 한다고 하지만 아직 어린 선수입니다. U-23도 아니고 1군에 올리겠다니 도대체 팀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겁니까?”
“팀장님 잠시 진정해보세요.”
운영팀장이 회의책상을 내려치며 흥분하자 경영팀장이 조용히 진정시켰다.
“지금 팀장님이 원한 선수가 4500만파운드로 하루 밤에 200만파운드가 올랐어요. 또 협상을 하다보면 5천만 파운드까지 오르겠죠. 과연 이 돈을 지출할 만한 선수입니까?”
경영팀장의 말에 운영팀장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당장 팀이 필요한 선수였기에 원했을 뿐 운영팀에서는 4천만파운드도 오버페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대체 선수들을 찾아보고는 있지만 이미 다른 팀과 계약직전이거나 취업비자가 나올 확률이 없는 선수들뿐이었다.
“그렇다고 이제 막 프로계약을 한 선수를 1군에 뛰게 할 수는 없습니다.”
“이거보세요. 이미 U-18에서 14골과 23개의 어시스트를 한 선수입니다. U-18에 있을만한 선수가 아니라는 거죠. 그럼 U-23에 올려야 하는데 거기서도 이미 잘 한 기록이 있는 선수입니다. 이미 잘하고 있는 선수이기에 1군 경험을 쌓게 해주자는 겁니다. 1군의 경험이 얼마나 소중한지 팀장님도 잘 알고 있을 거 아닙니까.”
“그렇지만 이른 나이에 1군에 올렸다가 망가진 선수들이 한둘입니까? 하인스는 더 경험을 쌓게 한 후 다음 시즌 후반에 1군에 올릴 예정이었습니다. 그때 올려 충분한 경험을 쌓게 한 후 소튼의 코어가 될 선수란 말입니다.”
운영팀장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계속 반대했다.
“팀장님이 말하는 코어가 될 선수에게 1군에서의 경험을 주자는 말입니다. 이런 기록을 내고 있는 선수를 다시 U-18에 보낼 수는 없지 않습니까.”
필은 경영팀장과 함께 운영팀장을 압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