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그를 지배하는 축구천재-13화 (13/200)

〈 13화 〉 012.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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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악.”

사우스햄튼 종합병원에 아직 어둠이 깔려있을 때 인수는 비명과 함께 잠에서 깨었다.

벌써 부상을 당하고 일주일이 지났지만 꿈에서 그 장면이 계속 떠올랐다.

의사와도 상담을 해봤지만 특별한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었다.

이런 인수가 걱정된 제니퍼는 병원에 남아 있으려 했지만 혼자가 편하다는 인수의 말에 밤에는 집으로 돌아갔다.

잠에서 깨어버린 후라 스텐드에 불을 켜고 재일이 가져다 준 책을 꺼냈다.

의사가 움직여도 좋다는 말을 듣고 재활시설로 갔지만 오전 30분 오후 30분의 훈련밖에 할 수 없었다.

과학적인 트레이닝 방법이라면서 설명해줬지만 시간이 너무 많이 남는다는 것이 불만이었다.

그러다 발견한 책이 재미있는 바둑이었다.

이야기도 재미있었고 바둑이란 게임이 어려우면서 재미있었다.

작은 바둑알이 놓아질 때마다 변화하는 상황을 설명하면서도 선수들의 심리까지 묘사해서 풀어놨기에 보는 내내 긴장감도 주었다.

“아빠, 아빠가 가져다 준 책 중에 바둑의 길잡이란 책이 있던데요.”

인수는 처음 책을 발견하고 몇 장을 읽다 재일에게 전화했다.

한글로 되어 있었고 간간히 자신도 모르는 단어들이 많았었다.

“아 그 책이 거기 끼어있었어? 서재에서 막 주워 담았거든. 바둑이라고 체스와 비슷한 종류의 게임이야. 물론 체스보다 규칙은 간단하지만 훨씬 복잡해.”

재일도 고등학교 때 잠시 취미를 가졌을 뿐 영국에 오고서부터는 전혀 보지 않았던 책이었다.

“모르는 단어도 많아요. 한문도 많던데.”

“바둑이 중국에서 유래해서 그렇지. 지금이야 고라는 단어로 알려져 있지만 본래는 중국에서 유래했어. 뭐 그래도 세계에서 가장 잘하는 나라를 꼽으라면 한국이겠지만.”

“바둑을 배우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

인수의 질문을 받은 재일은 잠시 머뭇거렸다.

바둑이란 게임의 진입장벽은 상당히 높았다.

자신 역시 경험했고 결국 포기한 게임이 바둑이었다.

“우선 내가 찾아보고 문자로 알려줄게. 몇 가지 사이트와 동영상들을 봐.”

모든 스포츠 중에 가장 동적인 축구를 즐기던 아들이 가장 정적인 바둑에 관심을 가졌다는 것에 놀라웠다.

오랜만에 아들이 한 부탁이었기에 한국에 있는 친구들에게 연락해 몇 가지 사이트의 주소를 받아 인수에게 넘겼다.

인수는 재일이 알려준 사이트에 접속했다.

현재 진행되고 있다는 바둑대회가 있었기에 처음으로 바둑을 시청했다.

인수가 접속한 영상에는 큰 화면과 여러 개의 작은 화면이 분할되어 나왔다.

그 동안 본 영상으로 큰 화면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대국이었고 작은 화면은 선수들의 모습과 해설자들의 모습이었다.

“펑신의 고민이 길어지네요. 착수를 하지 못하고 벌써 30분이 흘렀습니다.”

“어려운 수이긴 하죠. 조우진 8단이 상당히 어려운 문제를 냈습니다. 간단히 지금 상황을 보면 눈에 보이는 수는 A입니다. 양쪽 대마를 갈라 치는 수이기도 하고 양쪽 대마를 모두 미생으로 만들 수 있거든요. 그런데 쉽사리 놓지 못하는 것은 근거가 미약해서입니다. A에 놨을 때 살려서 나온다면 최고이지만 만약 잡힌다면 바둑은 여기서 끝나는 거죠.”

해설자들은 다른 화면으로 여러 가지 수를 보여주며 상황을 설명했다.

“그렇다고 A를 놓지 않는다고 하면 대책이 없어요. 느슨하게 드는 순간 양쪽 대마가 이어지며 모두 집으로 변하는 거죠. 이미 조우진 8단이 1승을 하고 있는 상황이기 이번 대국에서 지면 우승을 내주게 됩니다. 15년 전에 중국이 모든 세계대회를 전부 우승한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 조우진 8단이 우승하게 되면 한국이 세계대회를 모두 우승하게 됩니다. 중국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겠죠. 특히나 저번 L대회에서 우승해 특별승단해 8단이 된 조우진 8단은 이번에 우승하면 다시 특별승단으로 9단이 되는 거죠. 17살에 9단이 되는 대기록을 가지게 됩니다.”

“어. 이게 뭔가요? 펑신이 한발 물러섰습니다. 살아나오는 수를 찾아내지 못했다는 거죠?”

“인공지능이 찾아낸 가장 최적의 수이긴 하지만 이 수로 승부는 80프로 이상 조우진 8단에게 넘어갔습니다.”

인수는 한참 나오던 방송을 껐다.

“어렵네.”

며칠 찾아본 바둑 커뮤니티에서는 프로기사들은 사람이 아니라는 소리가 많았다.

단 한수도 어려운데 적어도 수십 수를 내다보고 두었다.

그것도 한 가지가 아니라 여러 가지

방법으로. 프로기사들이 두는 것을 보고서는 바둑을 배우기 어렵다고 생각한 인수는 기초부터 다시 배워나갔다.

인수가 바둑을 배우고 직접 두기 시작하면서 좋은 점이 생겼다.

바로 밤에 악몽을 더 이상 꾸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대신 꿈에서도 바둑을 두었다는 점이 달랐지만.

그리고 몰라보게 집중력이 올라갔다.

병실에 누가 왔다가도 모를 만큼 바둑에 빠져들었고 이는 운동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에디 그때 왜 태클을 했어?”

에디는 학교에서 내준 숙제와 필기를 가지고 매일 병실로 찾아왔다.

그러던 어느 날 인수는 한참 고민하더니 에디에게 말을 걸었다.

“아 하인스, 내가 잘못했어. 내가 실수한거야.”

에디는 아직 그날을 떠올리기도 싫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지만 인수가 다시 물었다.

“아니. 그것이 아니고 네가 태클을 한 이유가 있을 거 아냐. 너도 뭔가를 생각했으니 태클을 했겠지?”

에디는 인수가 진지하게 다시 묻는 것을 보며 조심스럽게 이어나갔다.

“하인스 네가 보통 패스가 오면 트래핑을 하잖아. 네 트래핑은 에릭도 칭찬했을 만큼 정확하고 그리고 나서 공을 네 발 밑에 두고 선수들을 살피지.”

인수는 에디의 말을 듣고 자신의 습관들을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네가 발로 트래핑을 하고 공이 떨어질 위치에 태클을 했던 거야. 공을 걷어내려고.”

“그러니까 네가 나를 너무 잘 아니까. 네가 생각할 때는 공을 트래핑하고 키핑하는 습관이 있다고 말하는 거잖아.”

에디는 인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난 네가 뒤에서 쫓아오는 숨소리를 들었어. 그래서 공을 바로 처리했고 너에게 늦었다는 말을 하려고 고개를 돌렸는데 네가 미끄러져 들어온거고.”

“그래? 난 네가 왜 고개를 돌리나 궁금했는데 놀리려고 그랬던 거야?”

“그건 중요하지 않아.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인수는 더 이상 악몽을 꾸지 않자 그 상황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본적이 있었다.

자신이 공을 차고 난 후 피할 시간이 있었던 것 같았다.

그리고 에디가 최선을 다해 발을 접던 모습도 떠올랐다.

“모르겠어. 난 피하려고 했는데 이미 미끄러지고 있어서 피하지 못했지. 허리를 좀 더 틀었으면 피할 수 있었을텐데.”

에디 역시 그 상황에 대해 많이 고민했었다.

그리고 허리가 좀 더 버텨주었더라면 인수의 발을 피할 수 있었으리 생각했다.

“분명 나도 점프를 했더라면 충돌을 피할 수 있었을 거야.”

“그런데 갑자기 그건 왜 물었어?”

“어떻게 하면 다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는거지. 누워있는 것이 너무 심심해. 덕분에 바둑이란 좋은 게임을 알았지만.”

“그게 뭐가 재미있다고 그래. 머리만 아프던데.”

에디도 인수가 바둑을 시작하고 나서 공부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복잡한 상황이 연속되자 바로 꺼버리고 관심을 끊었다.

“재미있어. 하여튼 오늘도 와줘서 고마워.”

“그래. 내일도 과제 가지고 올게.”

“바둑이나 한판 둬야겠다.”

인수는 커뮤니티에서 알아낸 정보로 대국할 수 있는 사이트로 접속했다.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접속해 있었기에 빠르게 대국이 잡혔다.

빈 바둑판에 빠르게 돌이 채워져 나갔다.

생각할 시간이 5분밖에 주어지지 않았기에 길어봐야 20분정도였다.

연속으로 4판을 두고 나니 한 시간이 훌쩍 지나있었고 언제 오셨는지 엄마가 사과를 깎고 있었다.

“언제 오셨어요?”

인수는 제니퍼가 밀어준 사과를 씹으며 물었다.

“10분전쯤?”

‘아 내 대마가 한참 사활에 걸려 고민을 하고 있을 때 오셨나? 결국 살리지 못하고 졌지만.’

“아 죄송해요. 바둑을 두다보면 너무 집중을 해서.”

“아니야. 이제 아프지는 않아?”

제니퍼는 딱딱하게 굳은 깁스를 쓰다듬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괜찮다. 괜찮다.’ 생각하지만 볼 때마다 속이 상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괜찮아요. 처음에는 운동할 때 조금 신경쓰였지만 이제 편안해요. 다리가 좀 무겁긴 하지만 모래주머니 찼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 에디는 왔다 갔나보네.”

“필기한 거 또 한가득 가져왔어요. 알아보기 힘들지만 그래도 착하잖아요. 학교에서 일도 자주 알려주고요. 아. 에디 U-18로 콜업된데요.”

원래라면 인수가 먼저 콜업이 예정되어 있고 에디는 3주 후 대륙간대회가 끝난 다음에 콜업이 예정되어 있었다.

인수의 부상으로 에디가 먼저 콜업되는 것으로 바뀐 결과였다.

“그래? 잘됐구나. 이제 곧 대회에 나간다고 하지 않았어?”

“그 덕에 콜업 휴가도 가지 못한다고 입이 나와 있더라고요. U-18에서 일주일간 훈련을 하고 바로 소집되어 10일정도 훈련한다고 해요.”

제니퍼는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아?”

“뭐 괜찮아요. 웨인이 그랬잖아요. 축구선수라면 부상을 무서워해서는 안된다고. 그리고 부상당한 이후에 참고 뛰려고 하면 더 안된다고. 마지막으로 부상당한 이후에 완전히 회복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했어요.”

“브리지씨에게 정말 감사한 일이야. 돈도 받지 않으시고.”

제니퍼와 에린은 몇 번이나 브리지에게 돈을 주려고 했지만 그때마다 번번이 거절당했다. 그 돈으로 아이들에게 맛있는 것 사주고 건강하게 키워달라면서.

선수시절에 번 돈도 많았고 지금 와이프가 돈을 더 잘 벌고 있었기에 부족함이 없는 브리지였다.

“심심하지 않아서 좋다고 했잖아요. 우리가 훌륭한 선수가 되어서 인터뷰를 할 때마다 자기 이름을 불러달라고 했으니.”

“그래. 항상 브리지씨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지. 그런데 그 게임은 재미있어?”

아직 노트북을 끄지 않아 바둑사이트의 대기실이 그대로 보였다.

“재미있어요. 어려우니까 더 재미있어요. 생각도 많아지고 집중력도 올라가고. 코치가 운동할 때 집중력이 더 올라갔다고 놀라워했거든요.”

인수는 제니퍼를 보고 씩 웃었다.

“훈련은 좀 어때?”

“지루해요. 진짜 진짜 지루해요. 그래도 잘 받아야 빨리 회복한다고 했으니 열심히 받고 있어요.”

인수는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그래도 잘받아야지. 그리고 잘생긴 얼굴 일그러뜨리지 마. 엄마가 잘생기게 낳아줬는데 못생겨지잖아.”

제니퍼는 인수의 얼굴을 일일이 펴주었다.

“아 레이는 아직도 날마다 전화 와?”

“뭐 그렇죠. 날마다 전화와서 하루 있었던 이야기를 다 해요. 날마다 학교 갔다가 훈련하는 똑같은 일상인데도 날마다 한다니까요.”

“그래도 너 심심할까봐 그러는 거야. 착하잖아.”

“착하죠. 예쁘고 착해요.”

“오올. 아들. 엄마보다 예뻐?”

“에이 그건 아니고요. 하여튼 피곤해서 오늘은 일찍 잘래요. 엄마도 들어가세요.”

인수는 빨개진 얼굴을 이불로 뒤집어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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