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화 〉 010.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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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 힘들지? 몇 분이래?”
후반전이 시작된다는 소리에 라커에서 나와 필드를 향하며 인수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쉬는 동안 심박수는 회복됐는지 많이 안정되어 있었지만 힘든 기색은 사라지지 않았다.
“15분. 나와 콜 모두 15분.”
“피에르와 리야드지?”
인수는 한쪽에서 몸을 풀고 있는 둘을 바라보았다.
“15분동안 대쉬는 몇 번이나 할 수 있어?”
“3번? 4번? 아니면 그것도 안 될 수도 있고. 해보게?”
“콜, 잠시만.”
인수는 멀직히 걸어가던 콜을 불렀다.
“15분동안 대쉬 몇 번 가능해?”
“2번 정도? 3번은 무리일 듯 해.”
에디와 콜은 냉정하게 자신의 몸을 파악하며 대답했다.
이미 회복코치와 이야기도 했고 남은 시간 체력 분배도 신경써야했다.
“후반에는 시티 놈들도 좀 올라오겠지?”
“그래도 포백은 남지 않을까? 에디와 내가 휘저어놔서 후방 오픈공간을 신경쓰던데.”
“너희가 나가기 전까지는 포백라인을 유지할거라고? 그럴수도 있겠네. 그래도 미드필드진과 수비진의 사이는 벌어지겠지?”
“제대로 휘저어보자고? 15분까지 버티기 힘들텐데.”
“그러니까 10분까지는 버티고 마지막 5분만 해보자. 어때?”
두말할 필요도 없는 에디는 물론이고 콜 역시 U-8에서부터 호흡을 맞춰온 사이였다.
“저쪽 양 윙은 얼마 못버틸 거야. 전반에 너무 많이 뛰었어. 아무리 결승이라고 하지만 체력이 바닥난 선수는 교체하겠지. 오래 버텨봐야 20분이야. 우리는 그 두 녀석이 나가고 난 이후부터 라인을 올린다.”
상대적으로 발이 느린 시티의 수비진이었다.
무리해서 라인을 올렸다가는 뒤 공간을 그대로 내줄 위험이 있었다.
“저쪽 윙어들은 분명 너희들의 체력을 같이 빼려고 하겠지. 저 두 윙을 빼면 교체맴버는 발이 빠르지 않아. 너희는 체력을 아끼면서 해. 너희 네 명이 모두 서로를 도와준다는 마음으로 알겠지?”
“넵.”
“좋아. 너희들은 최강의 방패야.”
수비코치가 시티의 네 수비수의 사기를 올렸다.
“자자. 공격이 강한 팀은 승리하겠지만 우승은 수비가 강한 팀이 하는 법이야. 우리 시티가 작년에 우승할 수 있었던 이유지. 가자.”
시티의 헤드코치는 크게 박수를 치며 선수들을 내보냈다.
“전반이 끝나기 전에 하인스선수의 멋진 중거리슛이 터졌습니다. 오른쪽 페널티코너에서 왼쪽포스트를 정확히 노리고 찬 공이었죠. 이로서 후반은 좀 편하게 지켜볼 수 있을거 같습니다. 후반은 어떻게 진행될까요?”
“아무래도 시티는 우리 세인트의 후방을 노리겠죠. 맨체스터리그에서도 그렇고 이번 대회에서도 그렇고 시티는 세트피스에 강한 팀입니다. 후방 공간패스이후 수비의 반칙을 노리거나 코너킥을 노릴 것이라 예상되는군요. 알다시피 세인트의 수비진은 공격적입니다. 리그에서도 대회에서도 경기마다 점수를 주지 않은 경기가 몇 경기 되지 않았어요. 물론 크리스 블럼선수의 선방으로 많은 점수를 준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불안하지 않은 것은 아니거든요. 후반 이른 시간에 추가점을 내면 더욱 편해겠지만 시티가 반격을 한다고 쉽지 않은 경기가 되겠죠.”
“네. 아주 당연한 이야기를 길게 해주셨습니다. 그럼 소튼으로서는 라인을 내려야 하지 않을까요?”
“농담이시죠? 라인을 내리는 순간 웰블던에 원정와 있는 세인트의 팬들이 랄라나를 향해 돌격할지도 모릅니다. 무식한 스토크의 무식함과는 다른 세련된 스피릿이 세인트에 내재해 있습니다. 이를 가장 잘 계승한 감독이 랄라나죠.”
“농담이었죠. 자 우리 세인트의 어린 선수들이 후반에는 어떤 모습을 보일지 보시지요.”
삐익.
소튼의 공격으로 시작된 후반.
처음 필드에 나올 때만 해도 시작하자마자 에디와 콜, 존까지 모두 빠르게 침투해 공격을 해볼까도 했지만 시티 수비수들의 눈빛은 이미 집중하고 있는 상태였다.
괜한 시도로 역습의 기회만 줄 수 있어 후방으로 공을 돌렸다.
시티의 공격수 두 명만이 소튼의 진영으로 넘어왔을 뿐 미드필드진까지 모두 센터서클을 쉽사리 넘어오지 않았다.
다만 언제든지 소튼의 진영으로 한 번에 넘어올 모습을 보였다.
“자 콜플레이 확실하게 하고. 천천히. 천천히.”
인수는 소튼 진영의 중앙까지 내려와 공을 넘겨받았다.
멀리 보이는 시티의 윙백들은 움직일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철저하게 존을 설정하고 에디와 톰이 존에 들어왔을 때만 마크했다.
소튼의 수비진에서 몇 번을 터치가 있고 난 후 다시 공이 인수의 발로 돌아왔지만 미드필더 한명만이 넘어왔을 뿐 시티의 진영에는 빈 공간도 보이지 않았다.
‘상당히 조심스럽게 풀어가는군. 역시.’
소튼도 그렇지만 시티도 경험이 많은 팀이었다.
영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유스가 잘 갖춰진 팀을 꼽으라고 하면 언제나 한손가락 안에 드는 팀이었다.
아니 소튼이 그런 수준까지 올라가기 전에 이미 시티는 순위권에 있던 팀이었다. 거기서 나오는 노하우는 무시할 수 없었다.
‘치고 나가야 할까?’
인수는 공을 키핑하며 소튼의 벤치를 보았다.
랄라나도 생각처럼 경기가 풀리지 않아서인지 코치들과 계속 의견을 주고받고 있었다.
주전 선수였던 에디와 콜, 후보선수인 피에르와 리야드의 차이는 분명했다.
장단점이 있긴 하지만 적진을 헤집어놓을 수 있는 스피드를 가진 건 에디와 콜이었다.
반면 윙임에도 피에르와 리야드는 수비의 역할이 더 컸다.
피에르와 리야드가 투입되면 상대적으로 발이 빠른 상대의 윙백들이 움직일 것이 뻔했다.
인수가 생각을 정리하며 수비에게 공을 돌리는 순간 상대의 미드필더가 수비에게 달려들었다.
“제이쿱, 이리.”
상대의 빠른 반응에 급하게 패스를 돌려서인지 공은 정확히 가지 못하고 상대 공격수에게 넘어갔다.
“사람 봐. 사람을 막아.”
크리스는 공격수 발에 있는 공을 노려보며 수비수들의 위치를 조정했다. 수비는 5명, 공격수는 4명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
“반칙은 안돼. 공의 진로만 막아.”
랄라나도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 사이드라인까지 나와 지시했다.
시티의 공격진도 오랜만에 나온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침착하게 공격을 진행했지만 공격을 위한 팀원들보다 수비수들이 먼저 복귀하는 상황이었기에 급하게 처리하다 왼쪽 골포스트를 지나가는 슛을 쐈다.
“침착하게 하자. 침착하게. 서로 말 많이 하고 주변에서도 같이 도와줘.”
크리스는 천천히 몸을 움직여 밖으로 나간 공을 주워왔다.
크리스의 움직임은 굼떴고 상대방의 항의가 이어지자 주심도 크리스에게 구두로 주의를 주었다.
주심의 주의에 크리스는 빠르게 공을 놓고 수비에게 밀어주었다.
‘후방에서 공을 돌리는 것도 위험해. 한 번에 바로 골을 헌납할 수 있어. 좀 더 나가자.’
인수는 수비들의 라인을 내리라는 지시를 내리고 미드필드의 진형을 센터라인까지 올렸다.
수비와 미드필드간의 중간에 큰 공간이 생겼다.
전반전에는 공격진에서 많은 움직였으니 후반에는 수비진에서 많이 움직여야 했다.
“자. 하나만 더 하자.”
인수는 후방 대신 전방에 있던 에디에게 패스하고 앞으로 나갔다.
에디에서 다시 인수에게 인수에서 다시 콜에게 그리고 콜이 다시 인수에게 패스하니 소튼의 진형은 시티의 진영 중심까지 진출했다.
존은 이미 패널티아크에서 상대 수비수에게 둘러싸였고 바로 후방에는 인수의 뒤에 있던 미드필드진이 이미 진출했다.
‘뺏기면 바로 역습이겠군.’
인수는 좁은 공간에서 패스를 주고받으며 수비를 끌어내려했다.
위험한 패널티존 안에 소튼의 선수들이 움직이자 존에 가해졌던 압박이 느슨해졌다.
에디와 콜이 수비수들을 끌고 들어가준 덕에 오프사이드라인도 깨져있었기에 존의 머리를 노리고 센터링을 올렸다.
“존.”
시티의 수비진의 키도 컸지만 적어도 이마하나는 더 큰 존.
인수의 움직임을 보고 이미 타이밍을 보고 있었기에 높이 뛰어올랐다.
시티의 수비가 방해했지만 공에 맞추는 것에는 성공했다.
리바운드 된 공은 페널티존 안에 있던 콜에게 연결되고 슛할 각이 보이지 않았지만 강하게 내질렀다.
콜의 슛을 손바닥으로 튕겨낸 골키퍼는 다시 공을 잡기 위해 찾았지만 이미 거기에는 준비하고 있던 에디가 있었고 가볍게 공을 밀어 넣었다.
삑.
후반 10분경 한 골을 추가한 소튼은 안정감을 되찾았고 시티의 파상공세를 막아내고 창단 첫 우승을 거두었다.
“다음 달 대륙 간 대회에 선발해야겠지?”
일본축구협회에서 제안한 대륙 간 유소년시합이 내년에 영국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아직 공식적으로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잉글랜드 유소년대표팀과 일본, 미국, 브라질까지 4개 팀으로 예정되었다.
4개팀이라 대륙간대회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었지만 자금을 대는 일본측에서 명칭에 대한 강력한 요청이 있었다.
“17세대회이긴 하지만 내년의 17세 월드컵예선을 대비한 선수를 선발하기로 했으니 충분히 가능합니다. 14살이긴 해도 국제경기 경험도 쌓아야죠.”
“그럼 사우스햄튼에 공식으로 제한하기로 하지. 하는 김에 양쪽 윙도 같이 부르지. 지난 대회들에서 경험부족이 얼마나 뼈저린건지 알지 않았나.”
영국축구협회는 소튼의 보드진에 선수차출공문을 보냈다.
****
소튼 유스로서는 첫 우승과 함께 연령별 대표까지 승선하는 겹겹사가 생겼다.
보드진은 우승선물로 유스팀 전원에게 보너스와 일주일간의 휴가를 주었다.
“집합.”
인수는 일주일동안 쉬고 나온 선수들을 모두 불렀다.
U-15에 소속된 총 24명의 선수들이 인수의 주변으로 모였다.
“우승은 이미 지나간 일이야. 당장 다음 주에 포츠머스 놈들을 만나.”
인수는 결승전이 끝난 직후 U-18로 콜업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당장 다음 주에 있을 포츠머스와의 더비전이 예정되어있었기에 그 경기가 끝난 이후에 콜업하는 것으로 변경되었다.
랄라나는 훈련장으로 나오다 선수들이 모두 모여있는 것을 보며 박수를 쳤다.
“다음 주 포츠머스와 경기가 있다. 하인스의 U-15 마지막 경기이니만큼 최선을 다하자.”
“네.”
“다들 몸은 다 풀었을테니 가볍게 연습경기나 하자. 팀은 하인스와 에디가 나누고 연습경기이니 만큼 다들 몸조심하고.”
랄라나는 평상시와 다름없이 선수들을 나누고 연습경기의 주심을 맡기 위해 휘슬을 목에 걸었다.
“기분에 취하지 말고 일주일만에 경기니만큼 전후반 30분에 하프타임 10분. 선공은 에디팀. 다들 다치지 않게 조심하자.”
인수가 이끄는 팀은 블루색의 조끼를 입고 에디의 팀은 레드색의 조끼를 입었다.
아직 우승의 흥분이 남아있던 덕에 랄라나는 휘슬을 자주 불며 경기의 흐름을 조절했다.
인수의 돌파에 이은 왼쪽 공간패스가 콜에게 이어졌다.
수비들이 콜에게 다가가기도 전에 콜은 센터링을 올렸고 헤딩으로 선취점을 올렸다.
연습게임이니만큼 추가시간은 주어지지 않았고 서로의 팀이 모여 훈련장에서 하프타임을 가졌다.
“하인스 막기 힘들지?”
“응.”
“그냥 패스할 공간만 내주지 마. 은근 돌파 잘해. 드리블은 못하니까.”
에디의 지적을 받은 리야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후반에는 우리도 공격을 해보자고.”
에디는 자신의 팀을 다독이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레드팀의 선공으로 시작된 후반은 에디의 지시에 의해 전원 라인을 끌어올렸다.
후방부터 시작된 빌드업에 블루팀의 수비가 허둥대자 존은 코너라인까지 나와 공을 끌었다.
발밑기술이 좋지 않았던 존이었기에 드리블이 길었고 그 공은 후방을 맡고 있던 에몽에 의해 차단당했다.
“하인스.”
에몽은 평소와 같이 끊은 공을 전방을 향해 달리던 인수에게 연결했다.
후방이 완전히 비어있었기에 인수는 빠르게 달려 공을 쫓았다. 뒤에서 들리는 숨소리.
‘따라잡히겠는데.’
인수는 공을 잡지 않고 다이렉트로 반대편 사이드로 공을 연결했다.
에디는 인수가 평소 플레이하던대로 트래핑을 할 것이라 생각했다.
인수가 가장 잘 하는 것이 공격의 흐름을 조절하는 것이었기에 트래핑의 순간을 노려 몸을 날렸다.
연습게임이긴 했지만 지기는 싫었다.
에디는 자신의 몸이 날아가는 순간 인수가 다이렉트로 공을 처리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미 몸은 인수가 공을 처리할것이라 생각하는 곳으로 날아가고 있었고 거기에는 공 대신 인수의 발이 있었다.
“안돼.”
에디는 비명을 지르며 최대한 몸을 틀어봤지만 이미 자신의 발이 인수의 발을 치고 난 이후였다.
“악.”
인수는 비명과 함께 발목을 잡으며 쓰러졌다.
공포에 젖은 에디의 얼굴이 보였지만 고통에 의해 정신이 이미 나가있었다.
급하게 뛰어들어온 의료진이 인수의 발목을 보았지만 랄라나에게 고개를 흔들고 구급차를 요청했다.
“다행히 완전 파열은 피했습니다. 여기 보면 발목을 연결하고 있는 인대가 있는데 이 인대가 부분적으로 파열되어 있습니다. 내시경을 통해 봉합수술을 할 예정입니다.”
사우스햄튼 대학병원의 교수는 발목을 찍은 엑스레이를 보며 자신의 방에 가득 찬 사람들에게 설명했다.
인수의 부모와 외조부모, 랄라나와 보드진의 일부까지 좁지 않은 방이었음에도 가득 차 보였다.
“그럼 어떻게 되는 겁니까?”
재일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교수에게 묻자 제니퍼가 재일의 손을 가볍게 쥐었다.
“완전히 찢어진 것도 아니고 부분파열이니 괜찮아. 치료만 잘하면 운동을 해도 괜찮을 거야.”
체조선수의 부상을 많이 봐왔던 제니퍼는 교수의 말을 듣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재일을 다독였다.
“다행이네. 그럼 수술은 언제?”
“바로 시작할 예정입니다. 아직 어린 아이고 어릴수록 회복도 빠르니까요. 더군다나 주변 인대나 뼈는 아무 이상 없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부탁드립니다. 교수님.”
교수가 가볍게 인사를 하고 방을 빠져나가자 랄라나와 보드진이 다가왔다.
“죄송합니다. 제 부주의 때문에.”
랄라나는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아닙니다. 운동하다 다칠 수 있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저 역시 많이 다쳤구요.”
재일은 옥스퍼드에 재학하면서 럭비를 했었다.
축구보다 더 많이 부딪히는 운동이다보니 훈련중이나 시합중에 부상을 입는 선수도 많았다.
제니퍼 역시 체조를 하며 많이 다쳤기에 마음이 아팠지만 이해 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에디는요?”
재일은 자신보다 더 걱정하고 있을 에디를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