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화 〉 009.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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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츠머스와의 경기에서 승리한 소튼 U-15는 거침이 없었다.
가을리그를 전승으로 우승하고 겨울리그까지 전승을 기록했다.
그 동안 16살이 되어 프로계약으로 많은 선수가 빠지고 프로계약을 하지 못한 유스 선수는 각자의 길을 찾아 나섰지만 U-15팀은 인수를 중심으로 재편됐다.
“이번에는 다르다는 걸 보여줘야 해.”
사우스-웨스트리그를 우승하고 영국의 웸블던에서 열리게 되는 U-15대회 출전권을 획득한 소튼이었다.
그동안 수없이 나갔던 대회였지만 우승을 한 적은 없었다.
유스 명문으로 꼽히는 맨체스터의 두 팀, 토트넘, 웨스트햄, 에버튼 등 수많은 우승팀들이 있었다.
“이번에는 다르다는 것을 보여줘야지.”
잉글랜드와 웨일즈 리그에서 우승하고 시드를 받은 14개의 팀이 토너먼트를 통해 우승팀을 결정한다.
영국축구협회에서 정식으로 진행하는 1년에 한 번 있는 대회였다.
“협회에서 이번 대회에 잉글랜드 17세대표팀 헤드코치와 코치진을 모두 보낸다고 하더군요.”
“지들도 급한거지. 세상에 잉글랜드가 3개 대회를 연속으로 예선탈락하다니. 아무리 17세대회였다고 하지만 협회를 처음부터 다 갈아엎어야지.”
“그래서 이번에는 15세를 위주로 선발한다고 합니다. 내년 16살이 되면 예선전을 치루고 내후년 17세대회를 치룬다는 계획으로.”
“15살에서 17살까지면 성장격차가 너무 나지 않겠어? 잘하는 애들이라고 하더라도 무너지는 애들이 나올텐데.”
“그건 협회에서 알아서 하겠죠.”
영국축구협회라고 하더라도 꽉 막힌 사람들만 있지는 않았다.
선출출신과 감독출신의 인사를 외부이사로 임명하고 상당한 권한도 주었다.
다만 그들도 모두 구시대의 인물이라 경직된 사고를 가지고 있다고 비평을 받았지만.
“그것보다는 우리의 성적이 더 중요해. 보드진에서는 어떻게 판단하고 있어?”
“거기는 이번 대회에 신경 쓸 틈이 없겠죠. 미스터 꽝이 드디어 구단을 팔겠다고 했으니. 새로운 구단주와의 협상을 준비하고 있겠죠.”
미스터 꽝이라고 불리는 왕청진은 중국계 미국인이었다.
스포츠산업이 돈이 된다고 하니 당시 매물로 나와있던 소튼 FC의 지분 92%를 매입하고 구단주가 되었다.
오로지 돈을 보고 산 구단이었기에 영국축구협회가 허용하는 최대치를 자신의 배당으로 챙기고 있었다.
그러길 7년 고령이 되어버린 왕청진은 유산을 정리하며 소튼 FC도 매물로 내놓았다.
2011-12시즌에 프리미어리그에 승격한 이후 계속 리그에서 중위권이상에 머물던 팀이었기에 구단가치도 그만큼 올라있었다.
축구에 투자하기 시작한 미국의 사모펀드 몇 곳과 아시아의 부호, 미국의 스포츠그룹 등 몇 개의 회사가 노리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지만 아직 정식으로 협상된 곳은 없었다.
“머리 아픈 일은 보드진에 맡기면 돼. 우리는 이번 대회에나 신경 쓰자고.”
랄라나는 대회에 참여하는 13개의 팀 전력분석지와 영상을 돌려보며 소튼의 전략을 세워나갔다.
“소튼 TV를 사랑해주시는 세인트의 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여긴 윔블던입니다.”
소튼 U-15는 12년 만에 결승전에 올랐다. 구단이 매물로 나온 덕에 정신이 없었던 보드진은 세인트 팬들의 요청으로 윔블던에서 인터넷으로 중계하기로 결정하고 협회에 기부금을 전달하고 결승전에 대한 중계권을 사들였다.
물론 그 금액은 세인트 팬에게 환수할 예정이었기에 부담도 없었다.
“저번 대회의 준우승팀인 웨스트햄을 5:1로 크게 이긴 우리 세인트의 선수들입니다. 강력한 우승후보로 결승에서 작년 우승팀인 맨체스터 시티를 만났는데요. 어떻게 보십니까?”
“최전방 공격수로 존 피터를 세우고 하인스, 에드워드 브라운, 콜 판 데이의 미드필드진 공격력으로 다른 팀을 모두 이겨왔습니다. 특히, 하인스선수는 중앙에서 경기를 조율하고 빠른 패스와 정확한 중거리슈팅으로 모든 경기에서 득점과 어시스트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존 피터 선수가 준결승까지 3경기 2골인 반면 하인스 선수는 3경기 4골 3어시스트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하인스 선수를 도와주는 윙어인 에드워드 브라운, 콜 판 데이선수 역시 주목해야 하겠죠. 반면 시티는 단단한 수비를 바탕으로 하는 팀입니다. 3경기에서 불과 1골밖에 내주지 않았어요. 매 경기 실점을 이어가는 세인트와는 다른 모습니다. 창과 방패의 경기가 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경기의 해설을 맡은 이는 이미 적어왔는지 긴 내용의 설명을 빠르게 마쳤다.
“지금 이 결승전은 영국축구협회의 관계자들도 많이 지켜보고 있다고 합니다. 3개대회 연속 예선탈락에다 특히 이번 예선에서는 너무 무기력했거든요. 협회의 발표에서도 유스의 성장에 더욱 신경을 쓴다고 했으니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제 막 선수들의 입장이 시작됩니다.”
삐익.
주심의 긴 휘슬과 함께 시작한 결승전. 시티의 공격으로 시작됐다.
이번 대회를 통해 하인스의 이름은 영국축구협회에서도 주목을 하기 시작했다.
아직 14살의 어린 나이지만 176cm 71kg의 몸을 가지고 있었고 축구기술과 머리도 좋았다. 문제는 한국국적과 영국국적을 모두 가지고 있는 이중국적자라는 것.
한국선수들이 뛰었던 리그에서 한국축구협회와 많은 트러블이 있었기에 하인스가 한국국적을 포기하게 만드는 것을 생각했다.
“역시 잘하는 군.”
수비가 가까이 오면 원터치로 상대수비를 제치고 상대의 수비진형을 흩트렸고, 상대가 멀리서 견제하면 빠른 패스로 코너의 윙을 이용했다.
코너의 윙에게 수비가 몰리면 페널티아크까지 파고드는 모습까지.
시티의 수비수들 역시 완성된 조직력으로 적절하게 막고 있었기에 아직 0:0의 스코어로 경기가 진행됐다.
영국축구협회의 관계자들은 서로 의견을 주고받으며 경기를 지켜봤다.
“막아봐.”
인수는 빠르게 패스된 공을 발밑에 가둬두고 정면의 수비수를 도발했다.
자신이 몇 번 말을 걸어보았지만 경기 내내 입을 꾹 다물고 잡아먹을 듯한 눈빛을 보내는 상대였다.
그럼에도 번번이 뚫려 화가 많이 나 보였지만 저 수비 때문에 스코어가 아직 0:0이었다.
인수는 발바닥으로 공을 굴리며 필드를 살폈지만 빈틈이 보이지 않았다.
소튼의 공격수들이 활발하게 움직이는데도 시티의 수비진은 효과적으로 마크했다.
“칫.”
인수는 어이없었지만 시티의 수비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다리를 움직여 앞으로 나가자 자세를 낮추는 수비를 보고 뒤꿈치를 이용해 공을 띄웠다.
순식간에 치고 나가는 인수의 진행을 막아보았지만 이미 늦었고 인수와의 거리는 벌써 4발자국이 넘게 차이났다.
“드리블도 하는군요.”
“드리블이라기보다는 그냥 공을 쳐놓고 달리는거죠. 아직 발밑기술만큼 드리블이 익숙하지는 않아 보여요.”
“그래도 발밑이 좋은 선수라 금방 배울 거 같긴 하군요.”
인수는 순식간에 시티 진영의 가운데로 치고 들어갔다.
“넌 이 녀석 맡아 내가 나간다.”
시티의 센터백들은 인수가 패스 할 수 있는 선수들을 모두 마크하고 인수의 진행방향을 막아섰다.
그 순간 존이 페널티아크 밖으로 빠졌고 에디와 콜이 동시에 페널티에어리어로 뛰어 들어왔다.
갑작스런 움직임에도 시티의 수비수들은 잘 따라오긴 했지만 인수의 패스가 한 발 빨랐다.
빠르게 패스를 바은 콜이 에디에게 짧게 패스했고 에디는 골포스트 안쪽을 꿰뚫었다.
소튼의 선수들이 모여들다 선심이 깃발을 들어 올린 것을 보았다.
인수는 선심의 깃발을 보고 선수들을 진정시킨 후 주심에게 다가갔다.
“VAR체크 부탁드립니다.”
영국축구협회의 정식 경기였기에 골 체크를 위한 VAR는 물론이고 반칙상황과 오프사이드 상황에서의 VAR의 체크가 가능했다.
주심은 인수의 항의를 받아들이고 비디오판독실로 향했다.
잠시 후 비디오판독실에서 나온 주심은 에디의 오프사이드를 인정했다.
공이 콜의 발을 떠난 순간 에디가 상대수비보다 반발자국 앞에 나와있었다.
“아쉽습니다. 에드워드선수가 살짝 앞서 있었어요. 시티의 수비진이 의도적으로 오프사이드트랙을 쓰지는 않았지만 운이 좋았다고 봐야겠죠.”
“시티의 수비를 완벽하게 허물어뜨리는 공격이 나왔는데 말이죠. 존 피터선수가 중앙수비수를 달고 빠져나온 공간에 윙이었던 콜 판 데이선수와 에드워드 브라운선수가 잘 파고들었습니다. 거기에 하인스선수가 콜선수의 발에 정확히 가져다주었구요. 이미 나온 판정은 어쩔 수 없지만 다시 이런 찬스가 있겠죠.”
소튼TV의 캐스터와 해설진이 안타까워하고 있는 웰블던에서는 환호와 탄식이 번갈이 터졌다.
“자자. 다시 가자.”
랄라나는 라인까지 나와 선수들을 다독였다.
경기 중 가장 힘이 빠지는 순간이란걸 경험적으로도 잘 알고 있었기에 선수들을 계속해서 독려했다.
“괜찮아. 다시 가면 돼. 에디 잘했어. 콜도 잘하고, 존도 다시 가자.”
인수는 고개를 숙이고 있던 에디를 다독이며 콜과 존의 어깨도 두드려주었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수비수들까지 들리게 외쳤다.
“어차피 뚫리게 되어 있어. 다시 가보자.”
인수가 선수들을 다독이는 동안 시티의 콜키퍼는 빠르게 공을 찼다.
갑자기 치고 나오는 시티의 선수들을 황급히 막아서보지만 아직 회복되지 않은 소튼의 선수들은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을 만들어주었다.
그리고 시티의 공격수가 슛을 한 순간 소튼의 골키퍼가 몸을 날려 공을 밖으로 쳐냈다.
“자자. 집중하자. 집중.”
크리스는 날렸던 몸을 일으키며 두꺼운 장갑을 낀 손으로 박수를 쳤다.
“크리스. 너무 잘난 척하잖아? 느림보면서.”
“아니 충분히 잘난 척해도 돼. 막았잖아.”
“자자 잠담은 나중에 하고 사람을 봐. 놓치지 말고.”
“골키퍼도 반응속도가 좋네요.”
“소튼의 실점이 많아서 골키퍼의 탓인가 했는데 공격적인 축구를 하다 보니 수비의 숫자가 부족해서인지 모르겠네요. 뒷공간이 자주 열려요. 그에 반해 시티의 수비는 안정적이군요.”
“하인스선수가 개인기가 드리블도 많이 투박하고 아쉽네요. 트래핑이나 키핑은 수준급인데 반해서.”
“아직 어리니까요. 사우스햄튼의 유스철학에 맞는 선수잖아요.”
축구협회의 관계자들은 선수들의 움직임에 눈을 떼지 않고 서로의 의견을 나누었다.
전반전을 마무리해야 할 시점. 브리지가 항상 강조했던 집중력이 가장 떨어지는 시간대였다.
인수는 다시 발로 공을 몸 밖까지 밀며 수비를 유혹했다.
‘먹음직스럽잖아. 들어와. 채갈수 있을 거 같아 보이지 않아?’
인수는 눈을 상대의 눈동자와 어깨를 번갈아가며 살폈다. 자신에게 달려드는 순간을 노렸다.
‘이제 3분도 남지 않았다고’
인수의 눈이 전광판의 시계를 힐끔거리는 순간 상대의 어깨가 숙여지며 공을 노리고 다가왔다.
“어딜.”
인수는 발끝으로 공을 차올리며 상대의 좌측으로 돌아나갔다.
수비수는 자신을 놓치지 않기 위해 테클로 진로를 막아보았지만 인수는 가볍게 점프로 피해냈다.
“달려.”
시티의 수비는 전반전의 존의 움직임에 속아 골찬스를 주었기에 쉽사리 달려들지 않고 거리를 벌려 슛과 패스의 길을 차단하려고 했다.
“사람을 봐. 9번 오케이. 다들 놓치지 마.”
시티의 수비는 서로가 마크하는 선수를 부르며 독려했다.
결승전까지 최소한의 실점으로 올라온 팀답게 수비전술이 능숙했다.
‘쉽지 않겠는데. 뒤에는 그 녀석이 달려오고 있을 테고. 내가 나가야하나?’
인수는 생각과 동시에 아크에서 오른쪽 페널트에어리어 외곽으로 달렸다.
에디는 인수가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을 보며 아크방향으로 수비를 끌고 들어갔다.
‘딱 한 번이야.’
인수는 에디가 골키퍼의 눈을 가리는 순간을 노려 왼쪽 포스트쪽을 향해 발을 휘둘렀다.
평소 연습때에도 10번 시도하면 2-3번밖에 성공하지 못했던 슛이었지만 느낌이 좋았다.
텅. 챠르르.
둥근 공이 골키퍼의 손을 피해 왼쪽 포스트를 맞고 그물에 걸렸다.
삑.
“으아아.”
인수는 제자리에 서서 두 팔을 넓게 펼쳤다.
“됐어. 이제 시티도 수비적으로만 나오지는 않을테지. 생각보다 골이 늦었지만 그래도 들어갔으니 됐어.”
랄라나는 부심이 잔여시간 1분이라는 표지판을 들자 벤치에 앉았다.
전반 내내 선수들이 뛰는 것을 보며 소리 질러서인지 피곤이 밀려왔다.
“선수들은 어때?”
랄라나는 회복코치가 테블릿과 선수들을 번갈아보며 안타깝다는 표정을 짓는 것을 보고 물었다.
“이미 에디와 콜이 7km를 넘게 뛰었습니다. 에디의 골이 오프사이드가 되니 자제하라고 해도 더 뛰었습니다. 전반 후반의 20분 동안 뛴 거리가 4km에 육박합니다. 하인스도 많이 뛰었지만 아직 가용범위 안이고 나머지는 괜찮습니다.”
“후반 20분이면 교체가 필요하다는 건가?”
“아뇨. 15분이면 아슬아슬합니다. 심박수도 많이 올랐고.”
“흠.”
랄라나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팀의 핵심은 주장인 인수지만 에디와 콜이 인수의 패스를 받아주고 패스와 센터링을 이어가는 것이 공격의 흐름이었다.
물론 타켓팅이 되어주는 존도 있었지만 오픈되는 공간에 침투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에디와 콜의 플레이도 중요했다.
“우선 피에르와 리야드까지 준비시켜. U-18에 뺏긴 선수들이 아쉽게 느껴지는군.”
“이번 대회가 끝나면 하인스와 에디도 콜업 대상자입니다만.”
삐익.
“라커로 들어가자고. 에디와 콜을 최대한 회복시키는 것을 중점으로. 알겠지.”
랄라나는 고개를 흔들며 라커로 통하는 통로로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