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그를 지배하는 축구천재-7화 (7/200)

〈 7화 〉 006.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h‎‎t‍t‎‎p‍s‍‍:‍‎‎/‎‎‍/t.‍‍m‎‎e/‍‎‎‎‎N‎‎o‎‎velP‍o‍rtal

“벌써 월반이라고?”

브리지는 커피와 오렌지쥬스를 내놓으며 놀란 듯이 물었다.

친구인 트레비를 통해 소튼의 상황은 자주 듣고 있었다.

겨울이적시장에서 소튼 1군에서 3명의 선수가 이적했다.

그리고 즉시전력감이라고 평가받던 유스 한명의 이적했기에 자금은 충분히 쌓아두고 있었다.

그렇기에 3명의 선수보다는 못하지만 그래도 순위를 유지할 수 있는 전력을 라리가와 에레디비시에서 영입을 추진했고 성사직전이었다는 소리까지 들었다.

그러나 비행기를 타기 전 그 선수들은 소튼행 비행기가 아닌 프라이브루크행 비행기를 탔다.

분데스리가에서 강등 위기에 놓여있던 SC 프라이브루크에서 하이잭킹을 해갔다.

더군다나 즉시전력감이라고 평가 받던 유스가 이적한 곳도 SC 프라이브루크였기에 소튼의 보드진이 뒷목을 잡기 충분했다.

그래도 리그는 계속됐고 부족한 선수는 2군과 U-18에서 콜업했다.

당연히 2군과 U-18에서도 콜업이 이어졌고 그 여파는 U-12인 인수에게까지 미쳤다.

분명 인수의 능력이라면 U-15 월반이 가능했다.

다만 지금이 아니라 내년이길 바랐던 것이 브리지였다.

“제가 월반했다니까 이상해요?”

인수는 안타까운 표정을 짓는 브리지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니. 너 정도면 충분하지. 아직도 성장중이기도 하고 15살 아니 16살 애들하고도 놓고 봐도 충분히 활약할 수 있을거야. 아직은 더 많이 배워야 하지만.”

“그래서 웨인이 가르쳐주고 있잖아요. 내가 아는 최고의 코치.”

브리지는 인수의 너스레에 빙그레 웃었다.

처음 보았을 때부터 친화력이 좋았던 아이였다.

그렇기에 평소 연락을 하지 않던 예전 동료들과도 연락했고 그 덕에 자신도 많이 밝아졌다.

“좋아. 그런데 일주일 휴가는 뭐야?”

인수는 엄마에게 했던 설명을 브리지에게 다시 한 번 전했다.

“세상 많이 좋아졌어. 일주일 휴가지? 학교도 안간다고? 운동은 거르면 안돼. 내일부터 훈련복 가지고 집으로 와.”

“내일부터 웨인의 집으로요?”

인수는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브리지는 훈련 장소에 따라 천사와 악마로 나눴다.

자신의 집에서 하는 훈련은 천사지만 브리지의 집에서 하는 훈련은 악마였다.

아직 어렸던 자신들의 몸에 자신의 몸으로 부딪히면서 ‘아직 어린 꼬맹이.’, ‘가서 엄마 젖이나 먹고 와.’, ‘고작 이것밖에 안되냐.’등의 온갖 말을 하며 괴롭혔다.

나쁜 사람이 아니었기에 참을 수 있었지만 처음 당했을 때는 에디와 레이첼이 울기까지 했다.

***

“자 이 영상을 봐.”

아침식사 후 브리지의 집으로 향하던 인수의 발걸음은 무거웠다.

악마의 훈련을 잘 이겨내야지 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그만큼 스트레스도 받았다.

그렇게 도작한 인수를 맞이한 건 훈련복을 입은 브리지가 아니라 평상복을 입고 노트북과 프로젝트를 놓고 씨름하는 브리지였다.

“영상이요?”

“응. 지네딘 지단. 알지?”

“전 프랑스 국가대표 감독이었고, 레알 마드리드의 감독이었고, 월드컵 결승전에서 공과 상관없이 상대를 박치기해서 퇴장당한 사람이요.”

잉글랜드가 월드컵 우승을 한 번 할 때, 프랑스는 레알 마드리드의 감독이었던 지단을 국가대표 감독으로 선임해 유로와 월드컵에서 다시 한 번 우승을 일궈냈다.

“그래. 지단은 감독으로서 커리어도 훌륭하지만 선수로서도 커리어가 화려했지. 세리어A는 물론이고 라리가, 챔피언스리그, 유로, 월드컵에서 모두 우승과 MVP를 했던 선수였어. 단점이라면 좀 지랄맞다는 거?”

“지랄 맞아요?”

“응 지랄맞아. 월드컵 본선에서 두 번이나 레드카드를 받았고 엘로우카드도 제일 많이 받았을거야. 월드컵에서 그 정도니 리그경기에서는 두말할 필요도 없겠지. 대신 플레이자체는 엄청났어. 우선 영상을 봐.”

브리지가 노트북의 영상을 재생하자 프로젝트에서 지단의 플레이가 재생됐다.

수비를 뒤에 두고 가슴트래핑으로 수비의 벽을 넘긴 다음 돌아나와 바로 슛을 쏘는 영상과 공중에 떠 날아오는 공을 뒤꿈치로 바로 앞에 떨구고 드리블을 이어가는 영상, 발바닥을 이용해 상대를 농락하는 영상들이 나왔다.

“와.”

처음 지단의 선수시절의 플레이를 보며 인수의 입이 벌어졌다.

선수생활을 하며 다양한 축구 경기를 접했다.

퍼스트터치가 훌륭한 선수, 드리블이 좋은 선수, 슛이 좋은 선수들을 많이 봤지만 하이라이트로 뽑아놓은 지단의 영상은 모든 플레이가 멋졌다.

“하일라이트라 그래. 훌륭한 선수이긴 하지만 지금도 이 정도 하는 선수는 한두 명정도 있으니까. 다음 영상을 볼까?”

브리지는 입이 벌어져있던 인수의 턱을 다물어주며 다음 영상을 재생했다.

2006년 독일월드컵 당시 결승전에서 지단이 마테라치의 가슴을 머리로 박는 영상이 반복해서 나왔다.

워낙 유명한 영상이었기에 인수도 몇 번 본적이 있었다.

곧이어 영상을 멈춘 브리지는 인수의 앞 소파에 앉았다.

“상대선수는 마르코 마테라치. 이탈리아의 수비수출신이지. 플레이가 지저분하긴 했짐나 헤딩 능력도 좋아서 골도 많이 넣었고. 자 그럼 지랄맞은 지단이 왜 마테라치의 가슴을 머리로 박았을까?”

“플레이가 지저분했다면서요. 지단에게 반칙을 많이 해서 그런거 아닐까요?”

지단의 박치기 장면은 유명했지만 오랜시간이 지난 지금은 왜 지단이 박치기 했는지는 모르는 사람이 많았다.

“마테라치의 플레이가 지저분하긴 했지만 월드컵, 그것도 결승 무대에서 퇴장당할 반칙을 저지를정도는 아니지 않을까?”

“그럼 왜 박았는데요?”

“트레쉬토크.”

“트레쉬토크요?”

“응 마테라치가 지단의 누이를 창녀라고 모욕했거든. 차라리 지단이 이탈리아어를 몰랐다면 모를까. 세리에A에서 오래 뛴 덕에 그 단어를 들었고 박치기 했다고 나중에 밝혔지. 마테라치도 처음에 부정하다가 인정했고.”

“와 쓰레기네요.”

인수는 고개를 흔들며 중얼거렸다.

“아니. 축구에서는 있을 수 있는 일이지. 90분동안 서로 몸을 부딪치는 게 직업이야. 상대를 잘 막아야하고 막으려고 선수의 맨탈을 건드는거지.”

“그게 정상적인 플레이라구요?”

브리지는 인수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다음 영상을 틀었다.

동양계로 보이는 선수가 백테클 이후 상대선수의 발을 밟아 퇴장당하는 영상, 흑인선수가 공중볼 싸움에서 상대의 턱을 쳐 경고를 받는 장면, 공과 상관없이 무릎으로 상대방의 허벅지를 차 VAR판독 이후 퇴장당하는 모습 등 순식간에 십여개의 영상이 흘렀다.

“이 영상들의 공통점이 뭔지 알겠어?”

영상이 끝나자 노트북을 덮은 브리지가 물었다.

인수는 손으로 머리를 잡으며 영상들을 하나하나 돌이켰다. 전부 동양계선수들, 흑인선수들, 아랍계선수들이 나온 영상들이었다.

“인종차별이요?”

수십 년 동안 피파에서는 인종차별에 강력하게 대응했다.

그러나 뿌리깊은 인종차별은 사라지지 않았고 지금도 심심치 않게 신문의 사회면을 장식하고 있었다.

“그래. 지금 당한 선수들은 모두 경기가 끝난 이후 상대방이 자신에게 인종차별을 했다며 항의했지만 화면에 잡히지 않았고 VAR판독을 해도 증거가 없어 항의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경우야.”

피파의 규정에 의해 사후VAR판독을 실시해 인종차별을 한 정황이 발견되면 많은 벌금과 함께 출전정지의 징계를 내리고 있었다.

그렇지만 선수들도 교묘하게 트레쉬토크를 통해 상대 선수의 맨탈을 박살내는 것도 경기의 일부였다.

자신 역시 그런 트레쉬토크를 즐겨 사용했었다.

“선수와 선수사이의 트레쉬토크만 있는 것이 아니야. 원정을 가면 관중들까지 사용하지. 수만명의 사람들이 모여서 응원가를 부르고 네가 하는 플레이 하나하나 다 욕을 하면 안들릴수가 없거든.”

“그럼 어떻게 해야 해요?”

인수는 브리지쪽으로 다가갔다.

지금은 그런 녀석들이 없지만 검은머리카락으로 놀림을 당한 적이 있었다.

처음 학교에 갔을 때는 챙챙챙이라는 소리도 들었고.

“뭘?”

“그런 소리를 들으면서도 저렇게 행동하지 않으려면요.”

“없어.”

브리지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는 인수에게 손가락을 흔들었다.

“없어. 성격이 둔탱이 같은 놈들은 신경쓰지 않을거지. 그런데 운동선수가 둔탱이 같은 성격을 가졌다? 그건 성장할 수 있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해. 내가 뛰었던 팀메이트중에서 성격이 둔탱이 같은 놈들은 하나도 없었거든.”

브리지는 아이들에게 이야기할 때 자신이 경험한 일을 사실대로 전달하는 것에 노력했다.

피파에서 인정해주는 정식 코치수업은 받지 않았지만 트레비에게 많은 것을 배웠다.

그중에 선수들이 경험했던 일은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가장 큰 동기부여가 됐다.

“경기 중에 귀를 닫고 살수도 없지. 다른 종목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축구는 콜플레이가 중요하거든.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EPST(경기력측정시스템-활동량, 뛴거리, 심박수, 최고속도를 실시간으로 측정할 수 있는 시스템)에 마이크를 달면 되지 않아요?”

“기각. 예전에 한번 나왔던 이야기지. 그러나 선수들 측에서 적극적으로 거부했어. 여러 가지 이유가 있으니 그건 이뤄질 수 없는 이야기.”

“그럼요?”

“몰라. 그러나 내가 그동안 살면서 한 가지 알게 된 것이 있어.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는 것!”

브리지는 악마같은 웃음을 지었다.

***

“형님, 오랜만입니다.”

벌써 50대가 된 브리지.

레딩에서 은퇴 후 몸관리를 해왔지만 슬슬 벅차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기에 친했던 후배 코나를 불렀다.

리그1이나 리그2에서도 뛰지 못한 5부리거였지만 작년까지 현역이었던 선수였다.

186cm 85kg이나 되는 피지컬 발과 방향전환이 느리고 거친 입 때문에 상위리그는 가지 못했지만 5부리그에서는 주목받던 선수였다.

비록 나이 때문에 은퇴했지만 꾸준히 운동을 해와서인지 현역 때의 몸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 녀석입니까?”

자신이 살던 동네에서 가장 유명했던 브리지를 동경해 축구를 시작했다.

그 사건이 나기 전부터 자신에게 도움을 주었고 그 후에도 꾸준히 연락을 하던 사이였기에 브리지의 부탁을 흔쾌히 수락했다.

“응. 심하게 다뤄도 좋으니 탈탈 털어줘.”

브리지는 코나를 데리고 인수의 곁으로 다가갔다.

“룰은 간단해. 하인스는 볼을 가지고 버티고 넌 하인스의 움직임을 막는다. 어깨를 쓰는 것은 괜찮지만 손은 사용금지. 제치는 것도 금지. 무조건 버티기만 해. 시간은 3분. 하인스는 공을 뺏길 때마다 1분추가. 3분이 지나면 1분 휴식 후 다시 3분 시작. 알겠지?”

브리지는 괴기스럽고 악랄한 조건을 연달아 전달했다.

같은 또래도 아니고 성인을 상대로 버티는 것. 쉬운 일은 아니었다.

“꼬맹이 안녕. 인생은 실전이란 걸 알려줄게.”

코나는 누런 금니들을 드러내며 씩 웃었다.

“고릴라를 데려왔네요.”

“뭐 내가 고릴라처럼 생기긴 했지. 한 번 해볼까?”

“꼬맹아 그 정도로는 프로에서 못버텨. 그냥 포기해.”

후배는 하인스의 어깨를 자신의 어깨로 부딪히며 귓가에 속삭였다.

“발재간은 제법이지만 힘은 없네. 피부는 하얗지만 머리가 검어서 그런가? 하체가 약해.”

“씩. 아저씨 입냄새 나요. 닥쳐요.”

“벌써부터 흥분하면 어떡해. 애네. 흥분하니까 발에서 공이 떨어지잖아.”

후배는 인수의 발에서 떨어진 공을 테클로 멀리 걷어찼다.

“1분추가. 다시 시작.”

브리지는 들고 있던 공을 던져주며 멀리 걷어차인 공을 가지러 움직였다.

“그래도 생각보다는 잘 버티네. 근데 아직 엄마를 찾아야 할 나이잖아.”

이번에는 인수도 집중해서 버텼지만 세미프로에서 현역으로 뛰었던 수비수를 상대로 몸싸움을 하며 공을 간직하는건 힘들었다.

“다시 1분추가.”

이번에는 코나의 말을 무시하며 버텼다.

“종료 30초 전.”

브리지의 말이 있자 고의인지 우연인지 코나의 손등이 인수의 사타구니 쪽을 스쳤다.

“작네.”

순간 인수의 발이 멈췄고 그대로 주저앉았다.

그리고 지옥 같은 일주일이 그렇게 인수의 패배로 점철되며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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