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화 〉 005.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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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우리 세인트의 미래. 소튼의 유망주에 대한 시간입니다.”
인수와 인터뷰를 했던 여자의 말이 끝나자 소튼 유스들의 사진이 빠르게 지나가며 인수의 얼굴이 떴다.
나이 : 12세 (2020년 1월 11일)
키 : 162cm
몸무게 : 58kg
포지션 : 중앙미드필드, 세컨드 스트라이커
장점 : 넓은 시야, 정확한 패스, 순간 스피드, 양발잡이
단점 : 아직 어린 나이
닮고 싶은 선수 : 제라드, 램파드
“하인스는 아직 어립니다. 그러나 리더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는 선수입니다.”
“하인스는 지니어스입니다. 시야가 넓고 그 시야를 바탕으로 패스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선수입니다.”
“볼 키핑력도 좋지만 한 박자 빠른 패스를 통해 경기를 풀어나갈 수 있죠.”
화면에선 인수의 프로필과 훈련 모습과 함께 코치들이 평가가 이어졌다.
아직 어린나이였지만 좋은 평가들이 이어졌다.
소튼의 마크가 박혀있는 인터뷰장에 처음 나왔던 여자와 인수가 나란히 앉아있는 모습이 나왔다.
“안녕하세요. 하인스? 인스 하?”
“한국계라 성이 하이고 이름이 인수이지만 친구들과 코치님들은 모두 하인스라고 부르니 하인스라고 부르세요.”
인수는 익숙하지 않은 조명이 눈이 부셨는지 얼굴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좋아요. 하인스 첫 인터뷰라고 들었는데 세인트 팬들에게 인사해주세요.”
“안녕하세요. U-12에서 뛰고 있는 하인스라고 합니다.”
“세인트에서의 생활은 어때요?”
“좋아요. 할아버지, 아빠, 엄마가 모두 세인트의 팬이기에 소튼에서 배울 수 있다는 건 만족하고 있어요. 친구들도 다 좋구요.”
“한국인 아버지는 옥스퍼드에서 럭비를 하셨군요. 어머니는 기계체조 선수셨고.”
“제가 축구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준 분들이죠.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가 공놀이를 가르쳐 주셨구요.”
인터뷰를 진행하던 여자는 큐시트를 보며 깜짝 놀란 눈으로 인수를 보았다.
“어릴 적 코치가 웨인 브리지라고 되어 있네요. 우리가 아는 웨인 브리지가 맞나요?”
“네. 웨인이 우리 동네에 살고 있었는데 우리가 축구하는 모습을 보고 코치를 맡아주셨어요. 지금도 도움을 주시구요.”
인수의 말이 끝나자 브리지가 인수와 에디, 레이와 함께 축구를 하는 화면이 지나갔다.
은퇴 이후 간간히 와이프의 행사장에 서기는 했지만 축구와 관련된 활동은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기에 팬들은 오랜만에 보는 모습이었다.
소튼 출신 축구선수로 소튼 유스에서 활동했고 첼시와 시티에서 활약하면서 국가대표를 지냈기에 브리지는 소튼의 영웅이나 마찬가지였다.
누구나 다 아는 그 사건만 없었으면 말이다.
“브리지의 코칭은 어땠나요?”
“최고죠. 유스에서 만난 코치님들도 좋았지만 브리지와 함께 하는 것이 좋았어요. 가끔이긴 하지만 오웬이나 렘파드, 제라드 등 영국 축구선수들도 만날 수 있었구요.”
영국 국가대표를 자진해서 은퇴하긴 했지만 브리지의 연락을 받은 그 당시 선수들은 통화를 거부하지 않았다.
브리지의 부탁을 받아 인수와 에디, 레이에게 응원도 해주었고 좋은 말도 많이 해주었다.
“그건 참 부럽군요. 브리지를 참 좋아하나보네요.”
“최고의 코치죠. 사랑해요. 브리지.”
인수는 되지도 않는 애교를 보였다.
“하하. 축구를 하지 않을 때에는 무엇을 하고 보내나요?”
“학교 공부가 힘들어요. 축구를 하지 않을 때에는 거의 공부를 하죠. 가끔 한국에 계시는 할아버지, 할머니와도 통화를 하구요.”
“힘들다기에는 성적이 너무 좋군요. 전부 A에요.”
아직도 축구를 하면 공부를 못한다고 생각하는 부모들이 있었기에 소튼 유스팀에서는 인수의 성적을 공개했다.
다 이렇게 잘하는 것은 아니지만.
“끝으로 한국에 계시는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생길 수도 있는 한국의 팬들에게 인사해주시죠.”
“할아버지, 할머니 또 한국에 놀러갈께요. 그리고 사랑해요.”
인수의 한국말이 끝나자 여자는 악수를 청했다.
“빠른 시간에 하인스가 프리미어리거가 되어 세인트의 유니폼을 입는 것을 기대하죠. 응원할께요.”
화면이 어두워지며 하나의 문장이 떴다.
하인스의 머리는 제작진의 의지와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
동영상이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되자 소튼의 커뮤니티는 뜨겁게 달아올랐다.
- 이번에는 얼마에 팔려고 벌써부터 이런 평가를 내리는 거지?
- 한국인이잖아. 유니폼 팔이 같은데. 예전에도 한 명 있었지않아?
- 리? 그 녀석은 일본아니었어? 오자마자 다시 일본으로 임대갔었잖아
- 끄덕
- 아냐. 확실해. 이건 메이킹이야. 잘봐봐 유망주 인터뷰를 했던 녀석들 중에 지금 세인트에 남아있는 사람 있어? 기억 안나는데?
- 있긴 해. 돌튼. 1년 넘게 재활중이라 아직 못팔아먹고 있잖아.
- 아 돌튼. 슬슬 복귀할 때 되지 않았어?
- 미확인소스이지만 버밍엄에서 입질을 한다던데. 금액 조절중이라고 들었어.
- 버밍엄 리그1에서 이번에 강등위기 겪었잖아. 이번에 돈 좀 쓰려나보네.
- 돈을 쓰려는데 유망주를 데려가냐? 그것도 1년이나 재활한 애를?
-그건 그렇지. 그냥 싼값에 복권 긁는거지.
-근데 동양인치고는 피지컬이 좋아보이긴 한데. 자세히 아는 사람 있어?
- 이제 12살인 꼬마인데 어떻게 알겠어. 미스터 꽝께서 16살이 넘으면 알아서 잘 팔아드실거야.
- 지금 세인트 1군에 뛰고 있는 유스 출신 애들은 아직 안 팔았잖아. 순위도 안정권이긴 하지.
- 희망고문하지마. 미스터 꽝께서 팔아드신 유스들 세인트 1군에 있었으면 적어도 유로파는 진출할 수 있었겠다.
- 님아 자제요. 눈물만 나지만 그래도 아직 프리미어리그에 있어요.
- 그래. 옆 동네 애들은 저번에 강등당하더니 아직 못 올라오고 있잖아.
- 감독 바꾸고 선수들 모으더니 플레이오프에서 떨어졌잖아. 결국 그게 그 팀의 한계야.
- 저 머리는 누가 해준거지?
- 제작진이 책임 회피 하는 거 아냐? 보통 메이크업은 제작진이 하잖아.
- 근데 저렇게 자막까지 썼잖아. 누군가 있는 듯 해.
- 처음 화면보고 한참 웃다가 마지막에 또 한 번 웃었네.
- 어차피 유망주야. 꼬꾸라지는 유망주 한둘이야? 어차피 꼬꾸라질 거야.
- 성지가 되기 전에 순위 박고 가요
- 조심스럽게 두 번째 줄 서봅니다.
- 와 한국인이다. 이거 퍼가요.
***
“하인스. 커뮤니티 반응 장난 아니다. 역시 남자는 머리빨이지.”
“번쩍번쩍 광나는 머리칼. 부러워.”
“하인스 너 사진 캡처해서 돌아다녀. 머리카락만 따로 떼서 꽝 구단주하고 합성했는걸? 금손들이 참 많지.”
“번쩍번쩍하래. 번쩍번쩍하.”
“다들 훈련이나 해. 다 가.”
홈페이지에 영상이 올라가고 나서 부모님들과 주변은 물론이고 브리지까지 놀려댔었다.
다음 날 학교에서부터 훈련장까지 이어지는 놀림은 참기 힘들었다.
더군다나 구단주와 합성한 사진은 얼굴을 팔리지는 않았지만 그 자체만으로 창피했다.
그나마 다행인건 레이첼의 어머니가 레이첼에게 외출금지를 내렸다는 점이었다.
학교에서도 클라스가 달랐기에 자신에게서 관심이 떠날 때까지 조용했으면 하는 바램이었다.
레이첼과 같은 클라스였던 에디가 레이첼이 제일 깔깔대며 웃었다고 전해주었기에 쫓아가려다 말았다.
남자라 참는 거다. 무서워서 그런게 절대 아니었다.
주변이 시끄럽더라도 시간은 흘러갔고 소튼 홈페이지에 또 다른 유망주의 인터뷰가 올라가자 세간의 관심도 인수에게서 멀어갔다.
그 동안 세인트는 겨울 이적 시장에서 3명의 주전선수와 1명의 유망주를 팔았고 그 자리는 임대를 보냈던 다른 유스가 돌아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순위가 10위인 것은 다들 그러려니 했다. 언제나 그리했으니.
***
“하인스. 월반이야.”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고 생일이 지날 무렵 하인스는 U-15로 월반했다.
1년 사이에 10센티 가까이 큰 키는 171cm까지 자랐고 몸무게도 63kg까지 불었다.
아직 성장기였기에 무리한 웨이팅보다는 코어운동과 잔 근육 위주로 운동한 몸은 탄탄해 보였다.
소튼 내부에서 월반은 특이한 일이 아니었다.
U-12에서 U-15로, U-15에서 U-18로 이동은 수시로 진행됐다.
거기에 적응을 하는 건 선수들의 몫이었고 코치들은 선수의 적응을 돕는 역할이었다.
적응을 하면 그대로 이동하는 것이고 실패한다면 다시 내려 보냈다.
해마다 1명에서 2명 정도는 적응에 성공하고 그 선수들은 프로계약에서 특혜를 받았다.
이적시 발생하는 이적금에서 퍼센트만큼 선수가 받을 수 있도록 계약했다.
그리고 월반을 하게 되면 소튼 유스에서는 선수에게 일주일의 휴가를 부여했다.
U-12에는 없지만 U-15나 U-18에는 해외에서 선수들도 온 선수들도 있었다.
피파규정에 따라 부모님 중 한 명은 영국에서 일해야 했지만 부모님 모두가 고국을 떠나는 것은 부담스러웠기에 부모님과 보낼 수 있는 특별 휴가를 부여했다.
물론 비행기표도 팀에서 지불하며 충성도를 높였다.
이런 작은 하나하나가 소튼 유스 출신은 소튼을 배신하지 않는다는 암묵적인 룰을 만들었다.
“일주일은 훈련장 출입금지. 스쿨도 대체교육일정 넣어두었으니까 오늘은 집으로 가면 돼. 그리고 일주일 후 오후에 메리즈로 가면 된다.”
“네.”
메리즈.
세인트 메리즈 스타디움을 달리 부르는 말이었다.
이제는 다른 구장들이 신축하여 순위는 밀렸지만 그래도 아직 유로파리그, 유로대회의 결승전을 치룰 수 있는 경기장이었다.
관중 수용 인원이 모자란 탓에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은 치루지 못하지만.
세인트의 홈 경기 때 U-8의 아이들이 에스코트해 자신도 몇 번이나 선수들과 입장해 본 경험이 있었기에 낯설지도 않은 곳이었다.
***
“엄마 나 왔어.”
깜짝 이벤트를 위해 연락도 하지 않고 훈련이 끝나자마자 집으로 향했다.
오전에는 친한 분들과 카페도 다니고 쇼핑도 다니지만 에디의 동생인 사라가 학교에서 돌아올 시간이 되면 집에 계셨다.
“하인스 오빠.”
하인스가 문을 열자마자 목소리를 들었는지 사라가 뛰어 인수에게 안겼다.
인수의 집과 에디의 집을 합쳐 유일한 딸이었기에 사랑을 듬뿍 받으며 큰 아이였다.
음식점으로 바쁜 에디의 부모님 대신 오후에는 제니퍼가 사라를 돌봐 주었기에 인수에게도 친동생이나 마찬가지였다.
“너 9살이라 이제 무겁다고. 내려와.”
“치. 하나도 안무겁거든. 아빠들이 깃털보다 더 가볍다고 했거든.”
사라는 하인스가 품에서 내려놓자 한껏 삐진 말투로 대답했다.
“그래 그렇다고 하자. 엄마는?”
“주말도 아닌데 어떻게 왔어?”
제니퍼는 사라의 간식을 위해 주방에서 준비중이었는지 앞치마에 손을 닦으며 나왔다.
스쿨의 방침 상 소튼에 살고 있는 아이들이라도 모두 기숙사에서 생활했다.
주말과 방학에는 집에 왔지만 특별한 일이 아니고서는 평일에 집에 오는 일이 없었다.
“월반 휴가래. 다음주부터 U-15로 이동하는데 그 사이에 일주일 동안 휴가기간.”
인수는 코치들에게 들었던 내용을 제니퍼에게 설명했다.
U-12로 다시 돌아갔다가 월반하는 경우에는 휴가가 없다는 말까지.
“월반? 역시 우리 아들. 아빠하고 할아버지에게 연락은 했어? 안했어? 잠시만 내가 할게. 오늘 뭐 먹고 싶어?”
인수는 빠르게 이어지는 제니퍼의 물음에 단답형으로 대답하고 방에 가방을 던지고 다시 나왔다.
자신을 쫓아다니며 에디는 어떻게 됐냐고 묻는 사라에게 에디의 소식을 전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엄마 나 잠시 에릭 코치에게 다녀올께요. 저녁 식사 전까지는 돌아올거에요.”
“그래. 저녁 같이 먹지 않겠냐고 물어보고.”
제니퍼는 주방으로 돌아가며 인수가 좋아하는 음식들의 리스트를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