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화 〉 003.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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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 트레비.”
집으로 돌아온 브리지는 자신과 함께 U-18에서 훈련했던 동료에게 전화했다.
3부리그와 4부리그에서 전전하다 대학에서 유아스포츠를 공부하고 은퇴 후 소튼 U-8의 헤드코치로 일하고 있었다.
프로데뷔이후 소튼을 떠난 자신에게 집을 알아봐주고 술친구도 되어 준 고마운 친구이기도 하였다.
“웨인. 기분이 좋아 보이는데.”
다음 학기가 시작되면 새로 들어올 아이들의 선발과 학교, 교육까지 담당해야했기에 골머리를 썩고 있었지만 친구의 밝은 목소리는 편한 감정을 느끼게 했다.
“혹시 저번에 말한 아이들 생각나?”
“아, 조용했던 동네를 시끄럽게 만든 녀석들이지? 산책할 때마다 시끄럽다고 투덜댔잖아.”
평소 아이를 좋아했던 브리지가 농담으로 이야기한데다 갑자기 브리지의 요청으로 소튼의 U-8 교육프로그램을 넘겨줬던지라 기억하고 있었다.
“닥쳐. U-8에서 여자아이까지 같이 선발하지? 저번에 보니 훈련장에 여자아이들도 보이던데.”
“기본적으로는 여기서 같이 훈련하지. 선발은 전적으로 위민에서 하지만.”
역사상 단 한 번도 챔피언쉽도 올라가지 못한 소튼 위민.
시대의 흐름에 맞춰 창단하긴 했지만 시장도 작고 이적금도 많지 않아 바뀌는 구단주마다 소튼 위민은 뒷전이었다.
“교육프로그램은 짜는 일은 네가 하잖아. 네가 준 자료에는 여자아이들의 훈련방법은 없던데 같이 하면 되는 거야?”
“응. 그맘때 아이들은 여자애들이 더 성장이 빠르잖아. U-15 이하에서는 기본기 훈련만 하니 보통은 같이 하지. 뛰어난 여자아이들 같은 경우는 큰 곳으로 보내주고. 축구는 투자잖아.”
여자 슈퍼리그는 남자클럽의 산하클럽이나 제휴클럽인 경우가 많았다.
여자 1부리그. 2부리그, 심지어 3부리그까지 모두 산하클럽이었고 제휴클럽도 얼마 남지 않았다.
교육과 투자의 영역이었기에 구단주의 관심이 그 팀의 성적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어디로 보내는데?”
“보통은 레딩. 가까우니까. 학교는 여기서 다니고 훈련은 레딩에서 하는 경우가 많지. 여자리그의 셀링클럽이긴 하지만 1부리그잖아. 우리 위민의 여자선수 출신도 다 레딩 출신이니.”
트레비는 U-8의 책임자에다 자신이 직접 선수를 레딩으로 보낸 경우도 있었다.
부모나 아이가 원하는 경우 런던이나 맨체스터의 팀으로도 보냈지만 기본적으로는 레딩을 선호했다.
“부모님들이 마당에 잔디밭을 축구장처럼 해놓긴 했지만 그래도 거기보다는 못해. 가끔 애들 데리고 놀러가도 되지?”
“물론이지.”
U-8의 아이들이 아니더라도 소튼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의 아이들이나 소튼출신 선수들이 방문할 때 데려오는 아이들도 많았다.
친절하고 깨끗한 환경을 가진 유스.
체계적인 교육과 관리가 이루어지는 유스.
부모의 입장에서 안심할 수 있는 유스.
(돈이 되는 유스.)
셀링 클럽의 이미지가 20년 가까이 되다 보니 소튼 유스출신은 각 리그에서 믿고 긁는 복권이 되었다.
물론 복권이었기에 꽝이 나오는 경우도 있었지만 아직도 각 리그에서 뛰고 있는 소튼 유스출신의 선수를 모으면 챔피언스리그 우승팀을 만들 수 있다는 기사들이 간간히 나오고 있었다.
그렇기에 소튼의 구단주들은 우승을 위한 플렉스보다 투자목적이 우선인 이들이었다.
“조만간에 놀러갈게.”
브리지는 통화를 끊고 부모들의 연락을 기다렸다.
자신을 보며 반짝이는 어머니들의 눈빛은 자신을 거절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
“자. 여기입니다.”
브리지는 세 아이들을 맡기로 한 다음날 아이들의 보호자들과 소튼의 훈련장을 찾았다.
사우샘프턴 교외에 위치해있는 스타플우드. 다른 프리미어리그의 훈련장보다는 작지만 목조건물이 아름다웠다.
규모가 작은 만큼 상위 리그의 코치들이 하위 리그의 선수들을 쉽게 지켜볼 수 있게 만들어진 곳이었다.
유스들 간의 교류전도 활발하고 월반도 가장 많이 이루어지는 팀답게 상주하는 코치들의 수준도 높았다.
브리지는 넓은 훈련장을 돌아 트레비가 있는 사무실로 향했다.
아직 훈련시즌이 아니었기에 사무실에 있는 시간이 더 긴 탓이었다.
“트레비.”
한참 코치들과 훈련계획을 짜던 트레비는 친구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고 빙그레 웃었다.
이미 매년 진행했던 것이기에 마무리 점검도 마무리된 상황이었다.
“어서와. 스타플우드에 어서오십시오.”
영국 축구계에 족적을 남긴 많은 선수들이 훈련한 곳.
스타플우드에 대한 자부심은 소튼의 모든 이의 자부심이었다.
“영광이에요.”
“감격스러워요.”
세인트의 팬답게 스타플우드를 방문한 것은 처음이 아니었다.
팬들을 위해 개방된 곳이 있을만큼 친화적인 훈련장이었지만 여기까지 들어온 것은 처음이었다.
“유스의 부모님들도 보통은 여기까지 들어오시지 않죠. 웨인이 아니었다면 말이죠.”
트레비는 브리지의 어깨를 잡고 친구의 기를 세워줬다.
이런 사무실의 경우 코치들의 개인공간이나 스타플우드에 상주하는 직원들의 공간이었기에 보통은 개방될 일이 없었다.
“브리지씨의 제안을 허락한 것이 정말 잘했던 결정이었군요.”
에린과 제니퍼는 아이들 못지않게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그동안 소튼 유스를 거쳐 간 선수들의 훈련기록과 유니폼들이 복도 한쪽에 전시되어 있었고 다른 쪽은 복잡한 기호들이 그려져있었다.
“이곳에 있는 기록과 유니폼들이 원본이죠. 전시관에 있는 것은 사본이지만 특별 전시회에는 이곳에서 진품이 나가죠.”
“이곳에 있는 줄은 몰랐어요.”
아이들과 부모들은 시어러의 유니폼부터 각 선수들의 훈련기록을 유리벽 너머로 구경했다.
“그럼 훈련장을 안내해 드리죠.”
스타플우드는 실내 연습장까지 해서 10면밖에 되지 않는 비교적 작은 규모였다.
하지만 실내수영장, 트레이닝센터, 회복시설, 의료시설, 재활시설, 심리상담센터, 강의실, 영상분석실, 컴퓨터실, 심지어 아이들의 보호자를 위한 쉼터, 수유실까지 준비되어 있었다.
이는 유스를 위한 공간이었고 클럽하우스에는 1군을 위한 숙소와 시설들이 따로 있었다.
“여기는 이용하지 않았음 하지만 국내에서 최고급 의료시설이 준비되어 있죠. 만약에 훈련중에 다친다고 하더라도 여기서 응급으로 치료하고 바로 연계시설인 사우스햄튼 대학병원으로 이송할 수 있도록 언제나 응급차가 대기하고 있습니다.”
의료실과 연결된 곳에는 응급차 두 대가 주차해있었다.
“이곳은 재활시설입니다. 재활전문의료진이 항상 대기해 있고 심리상담센터와 연계해 재활을 돕죠.”
부상을 입은 축구선수는 의외로 심리적인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트라우마가 생기기도 하고 자잘한 부상을 계속 당하는 선수들은 우울증까지 겪기도 했다.
“이곳이 U-8의 훈련장입니다.”
각 훈련장도 시설들과 붙어있었지만 U-8의 훈련장은 다른 훈련장이 보이지 않는 곳에 위치해있었다.
초기에는 U-8의 훈련장도 다른 훈련장과 붙어있었지만 아이들이 형들의 훈련을 보며 기술을 따라했기에 기본기를 다져야 할 시기에 기술만 느는 것을 방지하는 훈련장이었다.
물론 기본기가 수준급에 올라온 아이들도 11살이 되기 전에는 절대 상위 클래스에 보내지 않고 이곳에서 훈련시켰다.
“이 훈련장들은 모두 소튼내에서 가장 시스템이 잘 만들어져있는 사립 킹 에드워드Ⅵ스쿨과 연계되어 있고 학업과 훈련을 병행합니다.”
제니퍼는 학교를 다니며 알고있는 내용이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들의 학교를 정할 때에도 고려된 선정이었다.
“U-8의 아이들은 모두 지원제입니다. 물론 20명으로 이루어지는 클래스이니 선발되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럴 경우 소튼 내에 있는 유소년 클럽들로 소개합니다.”
탈락한 아이들의 경우에도 유소년 클럽에서 추천이 들어오는 경우 일 년에 한번 다시 선발하는 경우도 있었다.
거기에 선발된 아이중에는 지금 프리미어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도 있었기에 소튼 내에 있는 유소년 클럽, 영국과 해외에 있는 유소년 클럽과의 연계에도 신경쓰는 소튼이었다.
“저기 여기서 뛰어도 되요?”
자신의 마당보다 넓은 훈련장을 보니 뛰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하인스였다.
“응.”
트레비가 허락하기도 전에 이미 아이들은 이미 잔디밭을 뛰고 있었다.
거기에 선수들의 사인을 받기 위해 가져온 공을 던져준 것은 브리지였다.
“놀려면 제대로 놀아야지.”
트레비는 브리지에게 고개를 그덕이고 스마트위치를 이용해 타이머 몇 개를 작동시켰다.
아이들이 뛰는 모습을 보면서 체력과 스피드 활동성을 체크하기 위한 U-8코치들의 기본소양이었다.
한참 후, 아이들과 보호자를 먼저 보낸 브리지와 트레비는 사무실로 돌아왔다.
“어때?”
자신이 보기에는 상당히 뛰어났지만 트레비의 전문분야였기에 조심스레 물었다.
“굿.”
“굿? 자세히 말해봐.”
트레비가 수첩에 기록하며 자신을 보지도 않고 대답하자 몸을 크레비쪽으로 다가갔다.
“좋아. 전문적으로 테스트한 것이 아니기에 다른 것은 모르겠지만 기본적으로 좋아. 셋 다 순간스피드는 U-8 아이들 중에도 상위권이야. 몸집이 작은 아이, 흠 에드워드라고 했던가. 그 애는 지속스피드가 좋아. 전형적으로 공을 치고 달릴 줄 아는 아이같더군. 그리고 여자아이는 퍼스트터치를 할 줄 알더군. 공을 다루는 감각이 좋다는 거지. 체격이 큰아이. 하인스? 그 아이는 패스를 해. 그것도 잘. 보호자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축구를 전문적으로 가르쳐 준 적이 없다고 했으니 감각적으로 알고 있다는거지. 웨인 네가 잘봤어.”
트레비는 자신이 기록한 아이들의 자료를 복사하여 브리지에게 넘겼다.
“그래? 심상치 않는 아이들이라고 생각했었지. 이런 아이들을 위한 코스있지?”
“물론이지. 매년 있는 아이들은 아니지만 또래 아이들보다 월등한 아이는 있으니까.”
이런 아이들은 생각보다 자주 나왔다.
그렇다고 이런 아이들이 모두 훌륭한 선수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재능을 믿고 까불다 소리 소문도 없이 사라지는 아이들, 부상으로 은퇴하는 아이들, 축구가 아닌 다른 분야로 진출한 아이들, 어렸을 적에는 놀라운 모습을 보였지만 커가면서 그저 그런 아이가 되는 모습까지 수많은 케이스가 존재했다.
그래도 그런 아이들을 위한 코스는 소튼에 충분히 준비되어 있었다.
“이거 공부하면서 나도 코치연수나 받을까?”
트레비는 생각도 없는 브리지인걸 알기에 가만히 중지를 올려주고 문을 가리켰다.
***
어릴 때 과한 훈련은 안하느니 못한 법이었다.
인수는 친구들과 일주일에 3일, 하루 2시간, 수영, 태권도, 공놀이, 달리기, 트램폴린, 클레이밍, 기계체조 등을 브리지와 함께했다.
전보다 공놀이 시간은 줄었지만 다른 놀이들도 재미있었다. 특히 집이나 학교가 아닌 밖으로 나가는 놀이는 더 기대되는 시간이었다.
이제 학교 친구들과 방과 후에 하는 공놀이는 하지 못했지만 학교의 리더는 그대로 인수였다.
브리지와 함께 하는 놀이를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알려주고 노는 것은 인수와 에디, 레이첼의 일과였다.
더군다나 놀이를 하며 다른 아이들보다 월등한 성장은 패드릭스쿨에서도 유명했다.
물론 브리지와 훈련하는 것을 더 부러워했지만.
“하인스, 오늘 끝나고 너희 집에서 놀면 안돼?”
“에디, 같이 놀자.”
“레이, 나도 웨인 브리지보고싶어,”
이런 아이들도 많았다.
“하인스, 웨인 브리지 사인 좀 받아주면 안되겠니?”
“에디, 부모님과 상의하고 싶은데 가도 될까?”
하는 친구들의 부모들도 많았다.
그렇지만 겉모습은 밝지만 아직은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브리지인걸 알기에 아이들의 부모들은 조심스럽게 거절하고 있었다.
그렇게 인수와 아이들은 부모와 브리지의 보호아래 하루하루 몰라보게 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