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그를 지배하는 축구천재-2화 (2/200)

〈 2화 〉 001.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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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1.

“재일 이번 프로젝트에 성공하면 이제 우리도 천만장자에 들 수 있어.”

민영고를 졸업하고 옥스퍼드에 진학한 하재일은 영국에서도 손꼽히는 IT 전문가로 유명했다.

옥스퍼드 재학시절에도 풋볼선수로 활약했고 그 시절 만인의 연인이었던 재니퍼 화이트의 남편으로도 유명했다.

영국의 기계체조 선수 출신으로 국가대표에는 뽑히지 못했지만 국내대회에서는 입상도 여러 번 했을 정도로 유망한 선수였기에 그녀의 한국출신 남자친구는 가십지에도 자주 나오던 소재였다.

“그것보다 힐. 우리 인수 좀 봐. 벌써부터 공을 몰고 다니네.”

옥스퍼드를 졸업하고 여자친구의 고향인 사우스햄튼에 정착한지도 벌써 7년째였다.

옥스퍼드에서 만난 자신의 파트너였던 힐 오닐은 스코틀랜드 북부 출신으로 추운곳보다는 따뜻한 사우스햄튼에 정착하는 것에 대해 만족했기에 사업의 시작은 순조로웠다.

회사는 작은 스타트업이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회계사와 변호사까지 고용해야 할 정도로 성장했다.

빠르게 변화하는 흐름 속에서 변화에 맞추어 개발한 프로그램이 큰 성공을 거뒀지만 거기에 만족하지 않고 회사를 더 키워갔다.

“하인스가 벌써 3살인가. 빠르네.”

한국이름은 하인수였지만 주변에서는 하인스로 부르는 재일의 아들은 아빠의 덩치만큼이나 큰 아이로 성장했다.

검은 머리칼과 덩치만 아빠를 닮았을 뿐 체조선수였던 엄마를 닮은 외모는 잔소리가 심한 힐에게서도 미소를 만드는 마약 같은 아이었다.

“프로젝트는 이미 우리 손을 떠났잖아. 결과는 하늘에 맡기고 우리는 인수나 보러 가자고. 벌써 3주째 야근했는데 직원들한테도 휴가를 줘야 하잖아.”

“올레.”

개인 사무실 공간이었지만 방음이 되지 않은 곳이어서 재일의 큰 목소리는 개인 사무실 옆의 직원이 들었고 30초도 되지 않아 하&오닐 스듀디오는 환호성에 휩싸였다.

“각 팀장은 필수인원 체크하고 특히 서버팀장하고 경비팀장은 근무표 다시 짜서 보고해.”

힐은 아직 환호성이 끊이지 않은 사무실의 문을 열고 고개를 저으며 소리쳤다.

“원래 내일부터 휴일이었잖아. 회사에서 구매한 세인트 관람권도 나눠줬는데 그건 보게 해줘야지.”

“알아. 그렇지 않아도 점심 이후에 말하려고 했는데 점심 이전에 다 내보내야겠네.”

“오늘 15년 만에 이루어지는 사우스코스트 더비라고. 그것도 FA컵 4강에서. 오늘 같은 날까지 야근하면 직원들 바로 스트라이크야. 오늘은 우리도 집에서 맥주마시며 경기나 보자고.”

힐이 조용히 문을 닫으며 투덜대자 재일은 힐의 목을 감싸 쥐며 속삭였다.

“제니나 세인트 훌리건이지. 난 셀틱 팬이라고.”

힐이 조용히 항의해보지만 워낙 큰 체격차이에 질질 끌리며 사무실을 빠져나가는 둘이었다.

***

“웰블덤을 가고 싶었는데.”

제니퍼는 60인치 TV가 놓인 거실에 팝콘과 치킨 맥주를 내놓으며 눈은 화면을 떠나지 못했다.

“미안해. 제니. 아직 몸조리중이라.”

힐의 부인인 올리비아는 아직 돌도 되지 않은 아이를 안은 채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야. 같이 경기를 보는 것이 더 재미있는걸. 하인스도 사람들과 같이 경기를 보면서 즐기는 것을 배워야 나중에 훌륭한 세인트 팬으로 자랄거야.”

“훌륭한 세인트 팬?”

“당연하지. 할아버지도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때부터 우리 화이트 가는 훌륭한 세인트 팬이었다고. 저번에도 말했다시피 우리 할아버지의 아버지는 두 주먹만으로 포츠머스의 훌리건을 5명이나 때려눕힌 자랑스러운 세인트 팬 상도 받으신 분인걸.”

‘그건 세인트 훌리건이란 소리 아니야?’

올리비아는 차마 속마음을 이야기하지 못하고 하인스에게 공을 던져주는 제니퍼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런데 이 사람들은 왜 아직까지 안 오지? 이제 경기 시작하려면 20분도 남지...”

올리비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두 대의 차가 나란히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하인스 할아버지왔어요.”

곧이어 거구의 사내가 문을 열고 들어오며 하인스를 찾았다.

“아빠. 우선 손부터 씻어요. 엄마도 어서 오구요. 힐도 어서 와요.”

제니퍼는 남편과 함께 들어오는 이들을 맞이하고 재일의 손에 든 상자들을 받았다. 냄새로 보아 엄마가 잘 만드는 파이였다.

“올리비아 오랜만이에요. 닐도 많이 컸네. 막 태어났을 때 병원에서 보고 못 봤는데.”

“오랜만이에요. 로라. 저번에 주신 파이 맛있게 먹었어요.”

스코틀랜드 북쪽에서 연고도 없이 남편을 따라 내려온 올리비아에게 로라와 제니퍼는 이 도시에서 의지가 되는 친구들이었다.

“먹고 싶으면 언제든지 말하라니까. 파이는 많이 만들 수 있어.”

“하인스 어느새 공을 가지고 놀고 있구나. 할아버지랑 공 던져줄게.”

제임스는 인수가 놀고 있던 공을 뺏고 다시 던져주면서 기특한 웃음을 지었다.

또래에 비해 체구도 크고 손발도 큰 것이 커서 훌륭한 세인트 팬이 될 것 같이 보였다.

“아 아빠. 혹시 이 동네로 브리지가 왔다는 소식 들었어요?”

“제니 파이는 다 먹고 이야기해. 그런데 누구? 브리지? 설마 웨인이 여기로 다시 온거야? 빌어먹을 존 테리.”

“그렇죠. 빌어먹을 존 테리. 소문만 들었는데 아직 보지는 못했어요.”

“나도 그 소문 들었는데. 여기 근처라고 들었어.”

어느새 씻고 편한 옷으로 갈아입은 재일은 인수를 무릎에 앉히고 제임스가 던져주는 공을 인수의 머리로 맞추며 놀았다.

“재일. 그러지 말라니까. 이건 아동학대야. 신고하기 전에 그만두지 못해. 아이 머리 나빠진다고.”

“아니. 인수도 좋아하잖아. 당신도 인수 다리 찢고 허리 굽... 로라의 파이는 언제나 맛있어요.”

재일은 날카로운 제니퍼의 눈빛에 말을 끝까지 잊지 못하고 파이를 입에 물고 로라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

“태클해. 다리를 부러뜨리라고.”

웸블던에서 열리는 FA컵 4강전은 더비인 만큼 치열하게 전개됐다.

전반 20분경 미드필드에서 수비수에게 패스하다 포츠머스의 공격수에게 공을 뺏기자 제임스와 재일, 제니퍼가 팝콘을 던지며 소리를 질렀다.

아빠와 엄마가 소리를 지르자 덩달아 인수도 소리를 질렀지만 포츠머스의 공격수가 뺏은 공은 허무하게 세인트의 골대로 들어갔다.

“빌어먹을 와딩녀석. 도대체 저 주급을 주면서 왜 데리고 있는거야.”

“유스팀에 대기하고 있는 윙들이 얼마나 많은데 와딩을 데려오다니. 포일스 감독도 갈 데까지 간 것 같아요.”

“그러게 빌리나 상고르도 좋은 선수인데 왜 와딩이냐고. 세인트 유스 출신도 아니잖아. 구단주문제야. 선수 팔아먹기 급급한 녀석 같으니.”

세인트의 윙인 와딩의 실수는 감독과 구단주까지 끌어내며 세인트 팬들의 욕을 먹었다.

전반전이 끝나고 카메라는 흥분에 쌓인 세인트의 응원석을 비춰주었다.

“하인스. 너도 이다음에 저런 훌륭한 세인트의 팬이 되어야 한다. 포츠머스 녀석들하고는 밥도 같이 먹으면 안 돼.”

제임스는 화면에 비춰진 악을 쓰며 험악한 인상의 세인트 팬들을 칭찬하며 연이어 보여주는 포츠머스 팬들 역시 세인트의 팬들과 다르지 않는 모습이었다.

“네.”

인수는 할아버지의 말에 웃으며 대답하며 세인트의 팬들과 자신이 입고 있는 유니폼을 가리켰다.

“하인스는 반드시 훌륭한 세인트의 팬이 될거에요.”

제니퍼 역시 인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세뇌를 시켰다.

‘도대체 이제 3살인 애를 얼마나 세인트 홀리건으로 만들려고...’

후반 45분이 지나고 추가시간이 3분이 주어졌을 무렵 사우스햄튼FC와 포츠머스FC는 0:1로 전반전의 스코어를 유지하고 있었다.

양팀에서 7장의 엘로우카드가 나왔을 만큼 치열한 더비전이었지만 이상하게만큼 골은 터지지 않는 경기였다.

응원석의 관중도 TV로 보고 있는 세인트 팬들은 광분했고 평상시에는 조용한 사우스햄튼의 고급주택가에서도 온갖 욕설이 난무한 밤이었다.

참고로 이날 사우스햄튼의 팬과 포츠머스 팬의 욕설로 웸블던의 경기장은 경찰의 호루라기가 동틀 때까지 울려 퍼졌다.

***

4살이 된 인수는 두터운 겨울옷을 벗어던질 무렵 마당 잔디밭으로 나갈 자유를 얻었다.

항상 아빠나 엄마와 같이 마당에 나와 공을 차고 잔디밭에 굴렀지만 이제 혼자서도 공을 가지고 나올 수 있었다.

위험한 차고나 대문을 나가지는 못했지만 마당의 잔디밭만으로도 충분했다.

“엄마 나 밖에서 놀래.”

3일 내내 비가 와 좁은 집안에 갇혀있었기에 공을 들고 씩씩하게 밖으로 향했다.

집안에 있는 것도 좋았지만 항상 엄마는 유연성 체조를 시켰기에 공을 찰 수 있는 마당이 더 좋은 인수였다.

“그래.”

3일 내내 또래 아이보다 더 활기찬 인수에게 시달렸기에 제니퍼는 소파에 얼굴을 묻고 허락의 손짓을 보냈다.

공차는 것을 좋아한 인수 덕에 밖으로 나가는 대문의 담장도 좀 더 높였고 위험한 물건은 모두 차고로 옮겼기에 딱히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3일 만에 밖에 나온 인수는 물기를 머금어 더욱 푸르게 자란 잔디에 공을 내려놓고 크게 숨을 쉬었다.

위대한 세인트 유니폼과 공은 할아버지의 선물이었다. 물론 옷장에 아빠와 엄마가 사준 유니폼이 더 있었고 언제나 입고 다니는 옷이었다. 시내에 나가서도 세인트의 유니폼을 입고 있는 사람이 많았기에 가장 좋아하는 옷이었다.

신나게 뛰다보니 어느새 공은 옆집과의 담장 근처로 가 있었고 담장 너머에는 자신과 같은 옷을 입고 있는 아이가 보였다.

“안녕.”

“아...안녕.”

서로 어색한 인사를 나누고 나서도 건너집 아이의 눈은 담장 근처의 공에서 떠나지 않았다.

“이리와.”

“어떻게?”

아이는 서로의 모습은 보이지만 몸이 빠져나가지 못할 공간에 머뭇거렸다.

“이쪽으로.”

인수는 얼마 전 발견한 구멍으로 아이를 안내했다.

공이 옆집으로 가버려 담장을 헤매다 발견한 작은 구멍이었다.

어른에게는 무리지만 작은 아이나 개는 충분히 통과할 정도의 틈이 있었다.

인수는 손을 내밀어 아이의 손을 잡아끌었다.

“난 하인수. 넌?”

인수는 담장을 넘어와 공을 향해 뛰어가는 아이의 등에 물었다.

“난 에드워드. 에디야.”

“좋아. 에디.”

“같이 놀자.”

인수는 마당 한 가운데로 공을 차며 뛰어갔다.

“나도 공. 하인스.”

두 아이는 하나의 공을 쫓아다니며 넘어지고 뒹굴었다.

제니퍼는 밖에서 들리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에 잠에서 깨었다.

항상 혼자 놀던 인수의 웃음에 다른 아이의 웃음도 섞였기에 다시 밀려드는 잠을 떨치고 마당에 연결되어 있는 테라스의 문을 열었다.

붉은색에 대각으로 하얀 줄이 있는 세인트의 유니폼을 입고 있는 두 아이가 마당에서 뛰어 놀고 있었다.

한 아이는 인수였지만 다른 아이는 처음 보는 아이였다.

“안녕. 난 하인스 엄마 제니퍼. 넌 누구니?”

자신이 나온 인기척에 두 아이가 자신을 바라보니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에..에드워드.”

“에드워드구나. 집은 어디야?”

어색한 손인사와 함께 이름을 더듬는 아이를 보며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에드는 제니퍼의 물음에 손을 들어 옆집을 가리켰다.

“아 시내에 큰 음식점을 한다는 분들이 이사 왔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네가 아들인가 보구나. 엄마는 계시니?”

“엄마는 방에서 자고 있어.”

에디는 엄마가 동생이 생겼다며 방에서 자는 시간이 많았기에 혼자서 마당이 나오는 시간이 많았다.

마당에서 뛰어다닐 때는 아빠나 엄마가 항상 계셨지만 오늘 처음으로 혼자 밖으로 나왔었고 담장근처에서 혼자 공을 가지고 놀고 있는 인수를 본 것이다.

“그래? 그럼 잠시만.”

제니퍼는 급하게 방으로 돌아가 명함에 아이가 집에서 놀고 있다는 메모를 해 마당으로 나왔다.

“에드워드. 이거 엄마 깨지 않게 침대에 놓고 오겠니?”

“응.”

급하게 옆집과의 담으로 뛰어 자신도 모르고 있었던 구멍으로 사라지는 두 아이를 보며 저걸 막아야 하나 생각하는 제니퍼였다.

얼마가 지났을까.

다행이 자신의 쪽지를 본 듯 옆집에서 연락이 왔다.

그 와중에도 마당에서 뛰어노는 두 아이는 이미 자신들만의 세계에서 벗어날 줄을 몰랐다.

항상 아빠, 엄마와 놀다 처음으로 만나는 또래였기에 둘은 힘든 줄 모르고 뛰어다녔다.

그날 인수는 평생의 친구가 될 에디를 만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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